필사는 도끼다 - 얼어붙은 감수성을 깨는 지성의 문장들
김지수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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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질문은 마음을 연다."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는 그 증거다.

그는 평범한 인터뷰어가 아니다.

상대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꺼내지지 않은 말들을 끌어내는 데 탁월하다.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질문을 던지며, 인터뷰이들이 스스로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생각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도록 이끈다.

그렇게 탄생한 문장들은 한 인간의 철학과 신념이 담긴 기록이 된다.



이 책은 한 문장 한 문장이 깊이 있는 사유를 이끌어내는 필사책이다.

읽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써 내려가며 사고를 확장하고 내면을 탐구하는 과정이 된다.

글자 하나하나를 따라가다 보면, 문장의 의미가 더 선명하게 와닿고, 생각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깊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필사라는 행위를 통해 문장은 사유의 도구로 다시 태어난다.

인터뷰이들이 남긴 문장을 직접 필사하는 순간, 우리는 글씨를 따라 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사고 방식과 철학을 손끝으로 체득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과정에서 뽑아낸 핵심적인 문장들이어서, 이 책 속에 있는 문장을 필사하는 행위는 베껴 쓰기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사유를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된다.

필사가 도끼가 되는 순간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필사는 도끼다』는 흔한 필사집이 아니다.

김지수 기자가 10년 동안 인터스텔라를 진행하며 만난 국내외 지성 100인의 명언을 엄선해 135개의 필사 문장으로 엮었다.

인상적인 문장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 지성, 각성, 안식, 행복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로 분류하여 각 문장이 어떤 맥락에서 탄생했는지를 함께 보여준다.

각 장의 도입부에는 김지수 기자의 짧은 에세이가 더해져 인터뷰의 배경과 문장의 의미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의 구성 또한 필사를 위한 환경을 신중하게 고려했다.

180도로 완전히 펼쳐지는 사철제본 방식, 필기감이 좋은 도톰한 종이, 튼튼한 양장본.

책장을 넘길 때마다 종이가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필사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무엇보다 한 페이지에는 필사할 문장이, 반대편 페이지에는 독자가 직접 따라 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책을 읽고 곧바로 자신의 손글씨로 옮기며 문장을 음미할 수 있다.

낭독이나 읽기보다 직접 손으로 써보는 순간, 그 문장은 내 것이 된다.


더욱 특별한 점은 각 문장에 QR코드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코드를 스캔하면 해당 인터뷰의 전문을 읽을 수 있다.

짧은 문장이 아니라 인터뷰이의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문장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흔한 필사집이 아닌 깊이 있는 지적 탐구의 장을 제공한다.

책 속 문장을 따라 쓰면서도, 일부 문장은 QR코드를 통해 실제 인터뷰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 책을 읽고 필사하면서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것은 필사는 지적 탐구의 과정이라는 점이다.

좋은 문장을 읽고 감탄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손으로 써 내려가며 내 안에 체화하는 과정을 겪을 수 있는 특별한 책이다.

필사는 글을 베끼는 것이 아니다. 내 것이 아닌 언어를 나의 것으로 바꾸는 과정, 생각을 확장하고 깊이를 더하는 방법이다.

이 책이 '필사는 도끼다'라는 제목을 가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좋은 문장을 필사하는 순간, 우리는 그 문장이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처럼 작용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필사는 감상의 영역이 아니다.

실천의 영역이다.

글을 손으로 써보는 순간, 그 문장은 활자가 아닌 나의 생각이 된다.

김지수 기자는 이 책을 통해 인터뷰이들의 목소리를 빌려, 필사의 힘을 증명해 보인다.

살아 있는 문장을 내 손으로 직접 써 내려가며, 우리는 타인의 통찰을 넘어 나만의 철학을 발견하게 된다.

필사가 주는 강렬한 경험, 그리고 사유의 깊이를 탐색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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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김정은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 트럼프 2.0 시대, 한반도 지정학
김동기 지음 / 해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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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정세의 흐름을 이해하고 싶거나, 외교가 전략과 힘의 균형 속에서 움직인다는 점을 깊이 고민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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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김정은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 트럼프 2.0 시대, 한반도 지정학
김동기 지음 / 해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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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외교는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연극과 같다. 화려한 악수와 미소 뒤에는 치열한 전략과 냉혹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국제 관계는 실질적인 힘의 균형과 국가의 생존 전략이 맞물리는 것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상회담과 친서 외교로 포장된 그들의 대화 뒤에는 냉정한 계산과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세계를 뒤흔든 만남 속에서 두 지도자는 서로에게 무엇을 원했고, 무엇을 얻어내려 했는가.



이 책의 저자는 김동기 변호사로, 국제 관계와 외교 전략을 분석하는 데 깊은 통찰을 제공하는 인물이다. 그는 국제 문제를 법률적 관점뿐만 아니라 경제적, 정치적 측면에서 다각적으로 분석하며,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정세 속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현실적인 외교 전략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도 북미 협상 과정에서 오갔던 심리전과 전략적 계산을 면밀하게 살피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근 방식이 단기적 성과에 초점을 맞춘 반면, 북한은 장기적인 생존 전략을 중심으로 협상을 주도하려 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트럼프는 외교를 협상의 연장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기존의 외교적 틀을 깨고 강한 압박과 예상치 못한 제안을 통해 상대를 움직이려 했다. 북한과의 협상에서도 이러한 접근 방식이 드러난다. 그는 비핵화를 목표로 삼았다고 했지만, 과정에서 보여준 행동은 정책적 성과보다는 외교 이벤트 자체에 무게를 두는 듯했다. 협상은 진행되었지만,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과정 없이 즉각적인 결과를 기대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김정은에게 미국과의 협상은 체제 유지의 필수적인 과정이었다. 북한은 국제 사회에서 고립을 벗어나기 위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했다. 그러나 핵을 포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핵은 북한 정권의 생존과 직결된 요소로, 이를 포기하는 대가로 어떤 보장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빅딜을 원한 반면, 김정은은 점진적인 합의를 선호했다.



세계적인 정세를 가늠하기 어려웠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국제 관계가 움직이는 흐름과 그 이면에 숨겨진 전략적 이해관계를 보다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국가 간의 외교는 단순한 선언이나 표면적인 제스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정치적 목표와 경제적 이해관계, 군사적 전략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거대한 게임이라는 점이 분명하게 다가왔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관계는 북미 간의 갈등과 협력을 넘어, 미중 패권 경쟁과 한반도 정세, 그리고 국제 사회의 역학까지 아우르는 중요한 퍼즐 조각이다.

트럼프의 외교 방식은 기존의 외교 문법을 따르지 않았기에 예측하기 어려웠고, 김정은 역시 북한의 생존 전략을 극대화하기 위해 치밀하게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두 지도자가 주고받은 협상은 개인적 친분을 내세운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각자의 국가적 이익을 지키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이자 전략적 수 싸움이었다.

이 책은 그런 복잡한 국제 관계를 쉽게 풀어주면서도, 사건 나열에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작용하는 근본적인 원인과 동기를 분석한다.

미국과 북한의 협상이 왜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는지, 싱가포르와 하노이 회담의 결과가 한반도와 국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이후 정세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특히 외교적 이벤트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이후의 흐름을 살펴보면서, 국가 간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머릿속이 정리되는 느낌이다. 뉴스에서 흘러가는 장면들만 보았을 때는 북미 협상이 왜 이렇게 흘러갔는지, 그 속에서 어떤 계산이 오갔는지 분명하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통해 그 흐름을 되짚어 보니, 외교가 한순간의 만남이나 강렬한 선언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쌓인 전략과 신뢰 속에서 움직인다는 사실이 선명해졌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이 놓인 현실을 다시금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강대국들의 외교전이 펼쳐지는 무대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거대한 흐름 속에서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움직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외교는 남의 일이 아니라, 결국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 세계정세가 어떻게 흘러가든, 우리는 그 안에서 어떤 길을 만들어갈지 고민해야 한다.

국제 정세의 흐름을 이해하고 싶거나, 외교가 전략과 힘의 균형 속에서 움직인다는 점을 깊이 고민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트럼프 #국제외교 #트럼프는김정은에게무엇을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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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은, 불꽃을 쫓다 설자은 시리즈 2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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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뿐만 아니라, 역사적 배경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은 이들에게도 이 책이 매력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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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은, 불꽃을 쫓다 설자은 시리즈 2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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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어떤 소설은 등장인물의 생동감이 이야기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든다.

『설자은, 불꽃을 쫓다』의 설자은이 그렇다.

그녀는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이라기보다, 금성의 골목을 누비며 진실을 좇는 집사부 대사다.

날카로운 추리력과 따뜻한 공감을 동시에 지닌 그녀는 냉철한 판단력을 보이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놓치지 않는다.

불길 속에서도 길을 찾아내는 그녀의 여정은 미스터리를 넘어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정세랑. 소설가이자, 늘 새로운 이야기와 개성 있는 캐릭터로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작가다.

『시선으로부터,』, 『보건교사 안은영』 등을 통해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을 선보였고, 이번 작품에서도 그녀 특유의 유쾌함과 깊이 있는 통찰이 빛을 발한다.

정세랑은 기존의 역사소설이 보여주는 엄숙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역사의 한가운데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신라를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신라라는 시대적 배경이 이야기 속 캐릭터들이 부딪히고 고민하는 살아 있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과거를 철저히 고증하면서도,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들이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세련된 감각을 더했다.



이 책은 통일신라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명랑 미스터리 소설이다.

금성의 거리를 종횡무진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설자은은 논리와 직관을 넘어 인간적인 고민과 갈등을 마주한다.

집사부 대사로서 왕과 귀족의 뒤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그녀는 예리한 통찰력과 강한 신념을 지닌 인물이지만, 타인의 감정을 외면하지 않는 공감 능력이야말로 그녀를 더욱 빛나게 한다.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누명을 쓴 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며, 때로는 자신이 가진 권한을 이용해 사회의 부조리를 바로잡으려 한다.

그녀가 풀어가는 사건들은 범죄 해결을 넘어, 사회 속에 얽힌 이해관계와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금성의 한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이 그 시작이다.

사람들은 불귀신 지귀의 저주라고 두려워하지만, 설자은은 잿더미 속에서 기이한 단서를 발견하고 화재의 배경을 파헤친다.

불길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것은 타버린 집터만이 아니라, 어떤 이의 숨겨진 의도와 치밀한 설계다.

이어지는 사건은 그녀가 직접 피해자가 되는 납치 사건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그녀의 조력자들은 모든 단서를 모아가며 그녀를 찾아 나선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한편 그녀가 풀어야 할 마지막 사건은 신라의 오소경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습격이다.

밤마다 산적들이 마을을 습격하는데, 그들은 신라인과 백제인을 구분하며 특정 사람들만을 노린다.

설자은은 이 사건 속에서 신라 내부에 감춰진 갈등과 과거의 망령이 어떻게 현재를 흔들고 있는지 마주하게 된다.

이야기는 매력적인 주인공과 함께 긴장감 넘치는 사건들로 이어지며,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설자은 이야기를 더 찾게 될 것이다.

신라의 골목과 궁정, 시장과 사찰을 넘나들며 퍼즐 조각을 맞춰가는 과정은 설자은과 함께 진실을 쫓는 탐정이 된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순간의 쾌감, 예상치 못한 반전이 주는 놀라움, 그리고 설자은을 둘러싼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들은 한 장 한 장 넘기는 손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뿐만 아니라, 역사적 배경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은 이들에게도 이 책이 매력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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