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더스 재팬 - 경제 성장이 멈춘 일본과 미래가 없는 청년들의 충격적인 선택
이성범 지음 / 생각정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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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표지를 보면 커다란 붉은 글씨로 찍힌 EXODUS라는 단어가 압도적이다.

표지 속 여행가방을 끌고 등 돌린 사람의 실루엣은 일본을 떠나는 수많은 청년들의 뒷모습처럼 보였다.

그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질문. '왜 그들은 고향을 버리고 떠나야 했을까?' 이 책은 바로 그 물음에 대한 생생한 답변이자, 우리가 미래를 준비하는 데 놓쳐서는 안 될 경고의 신호탄이었다.



『엑소더스 재팬』은 일본의 현재를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1989년 정점을 찍고 무너진 주식과 부동산 시장, 끝내 회복하지 못한 '잃어버린 30년'이 일본 사회 전반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세밀하게 짚어낸다.

저성장·저물가·저금리라는 '3저'의 굴레 속에서 청년들은 꿈을 꿀 여유조차 잃어갔다. 집값은 비싸고 임금은 정체된 채, 취직을 해도 언더클래스라는 이름표가 붙는 현실. 청년들이 더 이상 일본 안에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절망은 결국 탈출이라는 선택으로 이어졌다.



책 속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대목은 일본의 MZ세대가 단 한 번도 경제성장을 체감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1990년 이후 30년 동안 임금 상승률은 고작 4.4퍼센트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한국이 90퍼센트 이상 올랐다는 통계와 비교하면, 청년들이 왜 등을 돌릴 수밖에 없는지 절실히 와닿았다. 일본은 안전하지만, 미래는 위험하다는 청년들의 말은 단순한 푸념이 아니라 절박한 현실 인식이었다.


이 책은 일본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을 파고든다. 2011년 3월 11일,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드러난 일본의 취약성은 안전신화의 붕괴를 알렸다. 아베노믹스라는 대담한 실험도 일본 경제를 살려내지 못했고, 과로사회라는 악명은 카로시라는 단어로 세계사전에 기록되었다. 과로사, 고독사, 지방 소멸… 책을 읽는 동안 일본 사회를 짓누르는 키워드들이 머릿속에서 꼬리를 물었다.

저자가 들려주는 현장 인터뷰는 더 큰 울림을 준다. 신주쿠 밤거리에 서 있는 청년들의 목소리는 차갑고도 생생했다. "여기서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삶의 경로가 막혀 있다"라는 말은 일본 사회의 그림자를 그대로 드러낸다. 그런 상황 속에서 '렌트 어 맨'같은 기이한 직업이 성행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면서도, 고립된 개인을 달래는 방식조차 시장화되어 버린 일본의 단면을 보여준다.

『엑소더스 재팬』은 일본의 경제적 문제를 넘어서, 사회 전체의 균열을 기록한다. 수도권 과밀과 지방 소멸이 동시에 일어나고, 엔저 현상으로 재정 적자가 확대되는 악순환 속에서 일본은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한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서 한국이 일본의 길을 답습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한다. 지금 이 경고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 그나마 다행이라 느껴졌다. 『엑소더스 재팬』은 과거를 기록한 보고서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직접 던지는 질문이다. 일본 청년들의 뒷모습은 곧 우리의 내일일 수도 있으니까.

경제와 사회가 무너질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희망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며, 그 희망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는 오롯이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음을 일깨운다. 이 책을 덮는 순간,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서늘한 자각과 함께, 지금 우리가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고민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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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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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세계사를 읽는 일은 예상보다 훨씬 짜릿하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은 밥상과 찻잔에서 흔히 만나는 식물들이 어떻게 역사의 물줄기를 틀었는지, 그리고 한 나라의 흥망을 결정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책 속 주인공은 후추, 감자, 차, 사탕수수, 목화, 토마토 등 13가지 식물이다. 이름만 들으면 익숙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는 강렬하다.

후추가 한때 황금과 맞먹는 가격이었다는 사실, 고기 보존이 어려웠던 유럽에서 후추가 부패를 감추는 마법 가루로 불리며 대항해시대를 촉발한 역사가 펼쳐진다.

감자 이야기는 특히 인상적이다. 처음 유럽에 전해졌을 때 사람들은 줄기와 잎에 있는 솔라닌 독성을 몰라 중독되기도 했다.

감자를 기피하던 국민에게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는 묘수를 썼다. 왕실 땅에 감자를 심고 경비병을 세워 귀한 것처럼 보이게 하자, 사람들은 몰래 캐어 심기 시작했다. 그 후 감자는 전 유럽으로 퍼졌다.

저장성이 뛰어나 겨울에도 먹을 수 있었고 가축 먹이로도 쓰였다. 식량 안정은 인구 증가로 이어졌고, 비타민 C 덕분에 괴혈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아일랜드에서는 감자 역병으로 대기근이 발생했고, 400만 명이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 후손 중에는 미국 대통령도 있다.

차와 사탕수수는 또 다른 역사를 품는다. 진시황이 불로장생을 꿈꾸며 마셨다는 차, 농업의 신 신농이 약효를 시험하다 목숨을 건진 차는 오늘날 홍차·말차·녹차로 자리 잡았다.

유럽에 전해진 뒤 커피, 코코아와 함께 세계 3대 음료가 되었고, 사탕수수가 더해져 달콤한 중독성을 완성했다. 하지만 설탕의 확산에는 하와이 플랜테이션과 아프리카 노예무역이 있었다.

사탕수수 재배는 다민족이 공생하는 사회를 만들었지만, 동시에 식민지와 노동 착취의 역사를 남겼다.

목화는 인류의 의복사를 바꿨다. 인도와 페루에서 수천 년 전부터 재배됐지만, 유럽인에게 목화는 양이 열매 맺는 식물로 상상될 만큼 신기한 존재였다.

그러나 미국 남부에서 목화는 부와 번영의 상징이자 노예제의 기초였다. 넓은 땅과 시장은 있었지만 노동력이 부족했던 미국은 아프리카에서 사람들을 강제로 데려왔고, 목화밭은 흑인 노예의 피와 땀으로 흥했다.

콩과 옥수수 이야기는 신대륙의 심장부에서 시작된다.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이 두 식물은 생존의 양날개였다. 옥수수는 탄수화물을, 콩은 단백질을 공급하며 서로의 영양을 보완했다. 특히 옥수수 재배는 대규모 인구를 부양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고, 콩은 토양에 질소를 공급해 다음 해 작물 수확량까지 높였다.

유럽인들이 신대륙에 도착했을 때, 이 작물들은 이미 정교한 재배 시스템 속에서 순환하며 원주민 사회를 지탱하고 있었다.

이후 옥수수는 전 세계로 퍼져 가난한 나라의 주식이 되었고, 콩은 각국 식문화 속에 스며들어 전쟁과 기근 속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지켜냈다.

이 책의 매력은 13가지 식물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세계사와 지리를 함께 배우게 된다는 점이다. 대항해시대, 산업혁명, 제국주의, 세계대전까지 식물이 역사의 중심에서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고 사건을 일으킨 과정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이 책이 식물을 조연이 아니라 주연으로 세운다는 점이다. 감자 한 알이 인구 구조를 바꾸고, 목화 한 송이가 대륙 간 노예무역을 촉발하며, 후추 한 알갱이가 수천 킬로미터 항로를 개척하게 만든다.

우리는 늘 인간이 역사를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무대 위에는 늘 식물이 있었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은 그 무대 뒤편에서 조용히, 그러나 강력하게 세계를 움직인 주역들을 조명한다.

읽다 보면 부엌의 후추통, 빵 속 감자, 티백 하나가 다르게 보인다.

인류의 무한경쟁과 욕망 속에서 식물은 늘 그 자리에 있었고, 때로는 구원자가, 때로는 파국의 불씨가 되었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은 식물과 역사를 동시에 사랑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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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너스에이드
치넨 미키토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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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화제의 OTT 드라마 <이웃집 너스에이드> 원작, 믿고 보는 작가 치넨 미키토 신작이다.

의료 현장의 숨 막히는 긴박함과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한 편의 서사로 녹여낸 작품이다.

현역 의사이자 소설가인 그는 의학 지식의 정밀함과 미스터리 장르 특유의 긴장감을 절묘하게 결합해, 병원이라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사건과 인간적인 이야기를 동시에 풀어낸다.

사건의 진실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서스펜스와 인물들이 서로의 상처를 마주하며 조금씩 변화해가는 감동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이 작품은 단숨에 읽히면서도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뒤 오래 여운이 남는, 치넨 미키토만이 그려낼 수 있는 의료 미스터리의 진수다.

병원이라는 공간은 누군가에겐 치유의 장소이지만, 누군가에겐 두려움과 상실이 함께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치넨 미키토의 신작 『이웃집 너스에이드』는 바로 그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숨막히는 긴장과 인간적인 온기가 교차하는 이야기다.

현역 의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는 이번에도 특유의 정밀한 의학 지식과 소설가로서의 서사 감각을 절묘하게 결합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의료 현장의 생생함과 미스터리 장르의 매혹을 동시에 품고 있다.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운 응급 상황, 의료진의 손끝 하나에 결과가 달라지는 시술실 안. 작가는 이 순간을 의학 교과서적 묘사가 아닌, 피부로 느껴지는 현장감으로 그려낸다.

심장 모니터의 삐- 소리, 메스 위로 떨어지는 땀방울, 환자의 손을 꼭 잡은 가족의 떨림까지,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섬세하게 그려낸다. 여기에 미스터리가 더해져, '왜 그녀는 그 수술대 위에 오르게 되었나?'라는 질문과 함께 페이지를 넘기게 한다.


작품의 중심에는 신임 간호조무사와 과거의 상처를 품은 의사가 있다. 두 인물의 관계는 의료 현장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서로의 삶과 상처에 깊이 관여하면서, 숨겨진 비밀을 하나씩 마주하게 된다.

특히 한 인물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은, 단순한 트릭을 넘어 인간 본성과 윤리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치넨 미키토가 포스트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별칭을 얻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트릭을 위한 트릭이 아니라, 서사의 끝에서 반드시 감정적 파동을 남기기 때문이다.

읽다 보면 문득 의료 드라마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하지만 드라마 속 미화된 장면과 달리, 이 소설의 수술실과 병동은 훨씬 냉정하고 복합적이다.

환자의 의사, 가족의 반응, 의료진의 피로와 갈등, 그리고 병원 밖에서의 삶까지—작가는 의료인이자 작가로서만 표현할 수 있는 리얼리티를 놓치지 않는다.

특히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감정이, 마음이 있다는 메시지는 작품 전반에 깊게 깔려 있다. 이는 의료 현장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관계에서 되새길 만한 문장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이 단순히 스릴러적 재미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치넨 미키토는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한 세밀한 묘사 속에서도, 사람 사이의 유대와 회복을 놓치지 않는다.

사건의 실마리가 풀릴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와 함께, 인물들이 서로를 통해 조금씩 치유되어 가는 모습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이웃집 너스에이드』는 재미와 감동, 스릴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잘 섞어낸 작품이다. 의료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묘미를 살리면서도, 인간의 마음을 탐구하는 깊이를 잃지 않았다. 그 결과, 책장을 덮고 나면 단지 사건의 결말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인간적인 이야기들이 오래 남는다. 아마존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서점대상 수상 작가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이 책이 증명한다.

『이웃집 너스에이드』는 의료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사람 사이의 복잡한 관계와 마음의 움직임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긴장과 여운, 지식과 감성을 모두 안겨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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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 절망의 이야기에서 희망의 이야기로 나아가는 길
로냐 폰 부름프자이벨 지음, 유영미 옮김 / 지베르니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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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압도된 일상 속, 어떤 이야기를 선택하느냐가 삶을 바꾼다는 통찰을 준다. 희망의 내러티브로 사회의식을 일깨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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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 절망의 이야기에서 희망의 이야기로 나아가는 길
로냐 폰 부름프자이벨 지음, 유영미 옮김 / 지베르니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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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뉴스 알림이 울릴 때마다 마음이 철렁 내려앉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전 세계에서 일어난 사건, 경제 위기, 범죄 소식이 끊임없이 화면에 밀려들어오는 순간, 나의 하루는 누군가의 불행으로 덮여버린다.

『우리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바로 그 순간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우리가 소비하는 이야기가 어떻게 우리의 사고와 감정을 지배하고, 나아가 사회의 방향까지 바꿔나가는지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책이다.

책장을 펼치자마자, 내가 무심히 스크롤 하며 흡수했던 부정적인 헤드라인들이 하나의 거대한 내러티브로 엮여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저자 로냐 폰 부름프자이벨은 언론과 정치, 사회운동의 현장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저널리스트다. 그녀는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선택하느냐가 곧 우리의 세계관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절망적인 사건만 소비한다면 우리는 무력감에 빠져버리고, 희망의 이야기들을 마주할 때 비로소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 있는 다음 문장은 마음에 오래 남는다.

부정적인 뉴스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모두 체감해보았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308쪽)

이 말은 뉴스 헤드라인에 집착하며 살아가는 우리 시대 사람들의 자화상을 정곡으로 찌른다.



어둠은 빛을 파괴하지 않는다.

어둠은 빛을 정의한다.

우리의 기쁨에

그늘을 드리우는 것은

어둠이 아니라

어둠에 대한 두려움이다.

_브레네 브라운

(238쪽)

어둠을 두려워하는 우리의 마음이 우리를 무너뜨린다고 저자는 전한다. 결국 이야기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일 뿐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해석하는 렌즈다.

무슨 이야기를 듣고, 나누고, 기록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세계는 전혀 다른 색으로 물든다. 이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 전반에도 뚜렷한 파장을 남긴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저자가 기후 위기, 정치적 혼란 같은 거대한 문제를 '어떤 이야기를 택할 것인가'라는 관점으로 풀어낸 대목이다. 독일의 환경운동가 루이사 노이바우어가 청년 세대를 모아 목소리를 낸 사례, 기업의 근무시간 단축 실험처럼 삶의 방식을 바꿔내는 시도들이 모두 '새로운 이야기 쓰기'라는 공통점을 지닌다는 것이다.

세상은 더 나빠질 것이라는 비관적 이야기만 듣는다면 변화의 가능성을 차단하지만, 다른 길이 있다는 희망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우리는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뇌는 위험을 과도하게 인식한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우리의 뇌는 긍정적인 기억보다 부정적인 사건을 훨씬 선명하게 저장하고, 그것이 반복될수록 세상을 더 위협적인 곳으로 인식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래서 늘 뉴스를 켜고 부정적인 사건에 노출되면 무기력감에 빠져드는 것이 결코 내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다.

동시에 그렇기에 더 의식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을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는 경각심도 함께 얻었다.



이 책은 거대한 영웅 서사를 넘어 일상의 작은 이야기들 속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많은 영화와 뉴스가 위기 속에서 한 명의 영웅을 내세우지만, 실제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은 연대와 협력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100명이 힘을 합쳐 변화를 만들어내는 이야기라는 구절은 특히 깊이 와닿았다. 우리가 믿고 살아가야 하는 것은 슈퍼히어로가 아니라 서로의 손을 맞잡고 만들어내는 새로운 이야기라는 메시지다.

『우리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제목 그대로,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선택하고 살아가는지가 곧 우리의 삶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한다.

뉴스에 압도당하고, 세상에 무력감을 느끼던 나에게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일깨워주었다.

나아가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이야기가 미래 세대에게 어떤 세상을 남길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든다.

책을 덮고 나면, 하루 동안 내가 소비한 이야기들을 떠올리게 된다. 부정적인 헤드라인으로 시작해 불안에 휩싸이는 하루와 희망을 담은 사례와 연대의 목소리로 힘을 얻는 하루는 전혀 다른 궤적을 가진다.

이 책은 절망을 넘어 희망의 내러티브로 나아가는 길을 찾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길잡이가 된다. 불안으로 지친 마음을 새롭게 세우고,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볼 힘과 희망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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