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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 세월호의 시간을 건너는 가족들의 육성기록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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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간제 교사는 학교에 잠시 있다 가버리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절대 그게 아닌데... 사실 애들은 우리 딸이 기간제 교사인지도 몰랐거든요. 담임도 맡고 수업도 들어가고 정규직 선생님하고 똑같이 해요. 그런데 죽으니까 너는 정규직이 아니다, 이러는 거죠. 우리 딸이 이렇게 비정규직 대우를 받을지 꿈에도 몰랐지. 일할 때는 똑같이 시키고 사람이 죽으니까 차별을 하는 거야.

  고위층을 만나면 원론적인 얘기만 하더라고요. 앞에서는 안타까워하면서 당장 해결해줄 것처럼 얘기를 하다가 돌아서면 딴말하고, 서로 책임 떠넘기기 바빠요. 인사혁신처에서는 교육부에서 인정하면 우리가 해주겠다, 교육부에서는 인사혁신처가 하면 해주겠다 핑퐁게임을 하니까. 억울했어요.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3년 3개월 싸운 시간이 나를 거리의 투사로 만들어버렸지.(332~333쪽-희생교사 초원 아빠 김성욱)


대한민국은 여전히 노동을 봉건과 식민의 관점에서 파악하는 사회다. 헌법 제32, 33조가 ‘근로’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그 명백한 증거다. 당연히 노동자는 식민지 천민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천민에도 끼지 못하는 불가촉천민이다. 불가촉천민 김초원이 순직을 인정받기까지 아버지 김성욱은 “3년 3개월” 동안 “거리의 투사”가 되어야 했다. 기본적 권리조차 투쟁하지 않으면 가 닿을 수 없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확대재생산하고 유기살해하기 위해 오늘도 매판세력은 정치·경제·언론·종교·교육·학계를 총동원해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 음모는 ‘일개’ 촛불정부가 맞설 수 없을 만큼 장구한 통시적 맥락과 거대한 공시적 지평을 지닌다. ‘깨달은 마귀’ 경지에 오른 메두사가 변신을 거듭해 천오백년을 살아오면서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태의 메두사 대뇌중추는 물론 조선일보다. 조선일보가 쳐놓은 덫에 걸려서 온 나라가 버둥거리고 있는 모습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메두사의 머리를 자를 페르세우스는 누군가. 희생교사 초원 아빠 김성욱처럼 “포기하고 싶지 않”아 거리로 나서는 장삼이사 필부필부가 아닌가. 장삼이사 필부필부 아닌 자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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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 세월호의 시간을 건너는 가족들의 육성기록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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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기대한다고 말은 하면서 내가 제대로 안 하면 안 되잖아요? 내가 안 하면 할 사람이 없거든. 그래서 책임져야 한다. 책임지는 어른의 모습을 나한테 계속 강조하고 있는 거예요. 용기 내는 내 모습을 만들고 싶어요.(330쪽-이재욱 엄마 홍영미)


어른은 생물학적 의미를 넘어 스스로 삶을 “책임지는” 존재라는 인문학적 함의를 지닌다. 사회학적 지평으로 넓히면 그 책임은 공동체적 참여로 번져간다. 이때 “내가 안 하면 할 사람이 없거든.”이라고 말하는 것은 독선이 아니다. 곡진한 헌신이다.


416은 공공선을 실천하는 진정한 어른이 드물었던 우리사회에 근본적 균열을 냈다. 평범한 엄마 홍영미를 이재욱 엄마 홍영미 너머 공동체 전체의 “희망”을 떠안는 어른으로 만들었다. 이런 어른이 오는 이상 대한민국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생물학 말고 그 어떤 측면에서도 어른이 아닌 악동집단이 벌이는 패악이 극에 달한 작금의 상황에서 나는 거대한 축이 우지끈 부러지는 소리를 듣는다. 저 뜨르르한 매판 종자들의 면면에서 사특한 네오테니가 뿜어내는 독한 저승 냄새를 맡는다.


말은 하면서 내가 제대로 안 하면” 거짓 예언자다. 입만 살아 있는 좀비 지식인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더욱 애써서 “용기 내는 내 모습”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재욱 엄마 홍영미가 어른 되는 일보다 내가 어른 되는 일이 훨씬 더 느슨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의자로서 내가 해온 일도 실은 아이를 어른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마음이 아프다는 것은 마음이 어리다는 것이니 말이다. 치유는 양육이다. 너도 나도 제대로 양육되어야 한다. 서로 함께 양육해가야 한다. 진짜 대한민국은 어른민국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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