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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 세월호의 시간을 건너는 가족들의 육성기록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평점 :
희망을 기대한다고 말은 하면서 내가 제대로 안 하면 안 되잖아요? 내가 안 하면 할 사람이 없거든. 그래서 책임져야 한다. 책임지는 어른의 모습을 나한테 계속 강조하고 있는 거예요. 용기 내는 내 모습을 만들고 싶어요.(330쪽-이재욱 엄마 홍영미)
어른은 생물학적 의미를 넘어 스스로 삶을 “책임지는” 존재라는 인문학적 함의를 지닌다. 사회학적 지평으로 넓히면 그 책임은 공동체적 참여로 번져간다. 이때 “내가 안 하면 할 사람이 없거든.”이라고 말하는 것은 독선이 아니다. 곡진한 헌신이다.
416은 공공선을 실천하는 진정한 어른이 드물었던 우리사회에 근본적 균열을 냈다. 평범한 엄마 홍영미를 이재욱 엄마 홍영미 너머 공동체 전체의 “희망”을 떠안는 어른으로 만들었다. 이런 어른이 오는 이상 대한민국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생물학 말고 그 어떤 측면에서도 어른이 아닌 악동집단이 벌이는 패악이 극에 달한 작금의 상황에서 나는 거대한 축이 우지끈 부러지는 소리를 듣는다. 저 뜨르르한 매판 종자들의 면면에서 사특한 네오테니가 뿜어내는 독한 저승 냄새를 맡는다.
“말은 하면서 내가 제대로 안 하면” 거짓 예언자다. 입만 살아 있는 좀비 지식인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더욱 애써서 “용기 내는 내 모습”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재욱 엄마 홍영미가 어른 되는 일보다 내가 어른 되는 일이 훨씬 더 느슨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의자로서 내가 해온 일도 실은 아이를 어른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마음이 아프다는 것은 마음이 어리다는 것이니 말이다. 치유는 양육이다. 너도 나도 제대로 양육되어야 한다. 서로 함께 양육해가야 한다. 진짜 대한민국은 어른민국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