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학의 큰 수레는 질병, 질병 앓는 사람, 질병을 치료하는 사람, 질병 앓는 사람을 돌보는 사람의 평등한 소통, 함께 깨달음에서 끝나지 않는다. 근원을 향해 나아간다. 녹색의학이 주의를 기울이는 근원적 지점은 바로 출산과 장례, 그리고 농업이다.


출산과 장례는 의료 영역이 아닌데 백색문명이 산업 의료에 복속시킴으로써 그 식민지가 되었다. 이를 본디 자리로 되돌리는 과정에서 녹색의학은 불가피하게 연루된다. 미셸 오당이 『농부와 산과의사』,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의 과학화』에서 상세히 말한 자연출산 문제는 매우 화급한 현안이다. 잘못된 출산은 비가역적 재앙을 초래한다. 이미 우리 아이들은 이 재앙에 처해진 상태에서 예측 불가능한 저주를 끌어안고 살아간다. 그럼에도 이 문제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백색문명에 중독된 대중의 둔감과 근시안 탓만은 아니다. 사회적 의제 설정을 주도하는 세력의 무관심, 아니 백안시가 더 큰 원인일 것이다.


장례 시스템도 심각하기는 매일반이다. 더군다나 이 문제는 아예 이슈조차 되지 못하는 사회분위기다. 장례 시스템을 넓은 의미에서 바라보고 공공의 측면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과 죽음 이후 처리 문제에서 지금처럼 의학·의료기관이 일방적으로 과도하게 개입하면 안 된다. 본인, 가족, 사회복지 관련인, (해당되는 경우) 종교인들이 숙의 당사자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할 뿐만 아니라 무의미하기까지 한 연명 기술을 의학이라 기만하는 일을 무엇보다 먼저 막아야 한다. 우리의 경우, 식민지 유제인 허례허식이 과도한 비용을 일으키는 문제도 반드시 손봐야 한다. 인간의 죽음을 둘러싸고 빚어내는 인간의 사회 행위와 제도에 대해 녹색의학사상으로 본격적인 성찰을 시작해야 할 때다.


인간 생명과 먹을거리, 치료약(의 자원)으로써 불가분적 관련을 맺는 농업은 녹색 본질에서 녹색의학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 현재 백색문명에 심각하게 침륜된 관행농법은 녹색 본질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녹색의학과 치유 관점을 공유할 수 있고, 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근원적인 지점은 사람 생명 앞에 선 의자와 땅·식물 생명 앞에 선 농자의 마음가짐이나 손길이 같다는 각성이다. 녹색의자도 녹색농자도 생명 상태를 있는 그대로 느끼고 알아차리고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면 어떤 행위든 폭력이며 수탈이라고 여긴다. 연대는 여기부터다. 백색문명의 폭력과 수탈에 맞선 근원 연대의 샘 자리다.


삶과 죽음의 문제를 분리와 이종의 관점에서 해결하려 거대문명을 일으킨 백색 인류의 길을 접을 때가 왔다. 백색 인류의 길은 눈부신 개명을 이루었으나, 그 개명이 결국 착취로 귀결되었기 때문이다. 의학·출산·장례·농업, 이들은 하나다醫産葬農是一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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