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은 그 정의 여하와 상관없이 오늘날 삼척동자도 입에 올리는 쉽고 흔한 말이다. 가령 면역력이 약해서 병에 걸렸다는 말을 누구나 한다. 면역력이 약하다는 말은 당연히 외부 조건을 비-자기, 그러니까 적으로 인식해서 격퇴하는 힘이 약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과민한 면역반응을 보이는 알레르기질환의 경우도 본질적으로는 면역력이 약해서 생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균형의 상실로 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문제는 이른바 자기 면역에서 일어난다. 자기를 적으로 인식하여 공격하는 것을 일종의 면역 과잉으로 이해하면 당연히 그 치료는 면역 억제로 방향을 잡는다. 실제로 백색의학 치료는 그 시스템으로 확고부동하게 자리 잡았다. 이종의학인 백색의학으로서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과연 타당한가? 면역 억제의 끝이 무엇인지 안다면 이 짓을 치료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찌 할 것인가? 물론 백색의학에게 달리 쓸 방법은 없다.


이 막다른 골목은 논리적 필연이다. 면역 또한 이종 면역 일극구조니까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일본의 면역학자 아보 도루의 주장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에 따르면 면역은 본디 자기 면역이었다. 생명체가 바다에서 뭍으로 올라오면서 새로운, 그러니까 이종 면역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이 변화는 비가역적인 것이 아니다. 스트레스 등으로 생명 유지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낡은 면역, 그러니까 자기 면역 체계가 복귀한다. 이 낡은 면역은 주로 소화기관, 소화기관에서 진화한 간, 외분비선, 생식기관 주위에 포진한다. 이 상황을 사실로 전제하고 진화 역사의 집장태로 해석하면, 면역은 이종과 동종의 비대칭적 대칭구조가 된다. 난치성 자기 면역질환에 이환된 몸은 모순이 공존하는 상태에 놓인다는 말이다. 이 상태를 백색의학 방식으로 풀어낼 수 없음은 당연하다. 형식논리에 터한 백색의학이 쌍방향치료를 상상이나 하겠는가. 이 상황을 돌파할 단 하나의 길은 쌍방향치료다. 쌍방향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의학이 바로 녹색의학이다.


녹색의학의 면역은 형식논리를 넘어선다. 이율배반을 품는 전체 진실에 터한다. 녹색 면역의 빛으로 보면 악성종양도 전혀 달리 해석하고 치료해야 한다. 아직은 아무도 수긍하지 못하겠지만 혈관운동신경성비염도 본질에서 자기면역질환이라 할 수 있다. 더더구나 도리질을 치겠지만 나는 우울장애 또한 자기면역질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홀로 이 길을 가고 있다. 적적하나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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