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우울증 - 남성한의사, 여성우울증의 중심을 쏘다
강용원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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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 글을 제대로 쓰는 일에 한 평생을 바친 이오덕 선생은 어린이나 민초들의 말글살이에 동사 문장이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학문깨나 할수록 명사 문장으로 기울어집니다. 저 또한 이런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한 어설픈 지식인입니다. 우리말의 생태에 터 잡아 우리 식 상담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저 또한 부끄럽기 짝이 없는 말글살이를 하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마음의 병도 사건이며 운동입니다. 생명의 일부입니다. 그러므로 상담은 동사적이어야 합니다. 함께 흐르고 바뀌면서 결을 잡아 건강한 생명력을 복원하는 게 상담의 요체입니다. 부동不動의 치료자가 부동의 개념으로 부동의 건강체를 ‘찍어내는’ 게 상담일 수는 없습니다. 상담을 청하는 사람과 상담에 응하는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는 역동적 관계 속에서 생명의 공유가 일어납니다.(189-190쪽)


마음의 병을 품사론으로 풀자면 마음이 동사적 상태를 이탈하여 명사적 상태로 고착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정서의 역동적 교차가 자유롭게 이루어지지 않고 사실상 한 가지 부정 감정에 얽매이는 상태입니다. 명사적 교정은 이치를 따르지 않는 잘못된 사이비 치유입니다. 동사적 해방이 바른 방법입니다.


생명은 동사 현상입니다. 명사 구조는 동사 현상을 위한 방편입니다. 방편에 기울 때 죽음이 다가듭니다. 죽음으로 가는 힘을 권력이라 합니다. 권력은 이렇듯 죽음으로 가는 엔트로피를 먹고 시간 속에 머무는 좀비입니다. 생명다운 생명이라면 언제나 권력에 저항해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그 동안 우리사회는 대놓고 함부로 권력이 좀비 짓을 해왔습니다. 이 짓이 극에 달하자 민중은 극적으로 그러나 적당한 수준에서 철퇴를 가했습니다. 좀비는 잠시 멈칫하고 있지만 조만간 건재를 과시하며 좀 더 명사적인 수를 가지고 되돌아올 것입니다. 민중도 이제 다시는 물러서지 말고 더 동사적인 수로 맞서야 합니다.


이후 다시 우리가 물러선다면 또 다시 우리 아이들 차례입니다. 세월호 아이들로 정녕 모자란 것입니까. 지금의 체제는 이미 그 어떤 이슈화도 없이 적막 속에서 아이들을 살해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이름으로. 치료의 이름으로. 아이들을 향한 명사적 공격의 대표적인 예가 ADHD입니다. 이런 토건의 광기는 이미 전방위로 번져가고 있습니다.


빨갱이로 몰아 죽이는 일이 더는 통하지 않자 이제는 정신병자로 몰아 죽이는 것입니다. 정신병자로 몰아벌이면 일거양득이 됩니다. 돈까지 빼앗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거대한 감옥에서 거대한 병동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아, 이 얼마나 오금 저리는 풍경이란 말입니까. 좀비가 정신병동을 관리하는 세상이라니!


인간으로 살기 위하여 동사 감각을 회복해야 합니다. 회복만으로는 안 됩니다. 탱탱하고 말갛게 가꾸어야 합니다. 그렇게 가꾸어서 우리 삶을 역동적 관계의 춤으로 번져가게 해야 합니다. 건강하고도 농염한 춤사위를 부르는 추임새, 그 아름다운 모국어의 동사적 향연으로 우리 모두 달려갑시다. 함께 울고 웃으며 춤을 춥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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