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우울증 - 남성한의사, 여성우울증의 중심을 쏘다
강용원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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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증, 인간이 병든 것입니다

  우울증은 기분장애가 아닙니다. 우울증은 감정, 지성, 의지 모두가 흔들리는 병입니다. 우울증은 뇌질환이 아닙니다. 우울증은 인간의 심신 전체가 병든 것입니다. 정신-신경-면역-내분비계를 가로지르는 생명 현상 모두가 병든 것입니다.

  ·······우울증은 기분이 ‘꿀꿀한’ 정도가 깊어진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우울증의 핵심은 존재 자체의 심연에 닿아 있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무無로 여기는 자기 모독이 밑바탕에 깔린 병이 우울증입니다.

  ·······우울증을·······몸과는 무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소화불량, 대소변 이상, 수면장애, 냉증, 두통, 월경부조, 어지럼증, 구토, 전신근육통, 피로감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몸 증상이 동반됩니다. 이는 특정 장기의 기질 병변보다 몸 전체를 조절하는 신경-면역-내분비계의 흐름에 문제가 생긴 탓입니다.·······

  마음이란 우리 몸 전체가 삶의 외부 조건과 일으키는 상호작용이므로 마음 따로 몸 따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우울증은 생명 현상 전체로서 인간이 병든 것입니다. 그러므로 진단도, 치료도 전체적 관점을 흩트리면 안 됩니다. 오직 우울증이 가지는 차별성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다를 뿐입니다.(94-95쪽)


‘우울증’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기분이 언짢아 명랑하지 아니한 심리 상태. 흔히 고민, 무능, 비관, 염세, 허무 관념 따위에 사로잡힌다.’(국립국어원) 또는 ‘마음이 편하지 않고 기(氣)가 몰려 있는 병증. 공연히 불안해하고 슬퍼하거나 고민에 빠지며, 모든 일에 의욕을 잃게 된다.’(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정도입니다. 둘 다 의학적 자문을 거친 것은 아닌 듯합니다. 물론 의학적 자문을 거쳤다 하더라도 별 차이 나지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정도의 국어사전적 피상성이 사회의식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기분으로 표면에 드러나는 마음의 여러 증상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 하나를 이름으로 환유 또는 제유하는 인습적 사고에 의학의 권위가 부여되어 사회의식 전반이 비틀린 전형에 해당합니다. 이런 현상은 인간의 언어 자체가 지니는 한계에서 비롯하기도 합니다. 핍진한 표현을 찾으려면 ‘우울증’으로 알려진 질병의 전체상을 펼쳐보아야 합니다.


‘우울증’은 쉽게 기분장애로 포착되지만 마음의 전경을 가로지르는 본령을 지닙니다. 마음은 몸의 마음이니 마음의 전경을 가로지르는 병이면 당연히 몸의 근간도 뒤흔들 수밖에 없습니다. 마음이 병들어 몸에까지 번져서 정신-신경-면역-내분비계 전체가 교란된 자기부정증후군이 아마도 ‘우울증’의 핍진한 이름일 것입니다. 프로작 따위의 프로크루스테스 식 처방으로 자기부정증후군을 치료하지 못할 것임은 췌언의 여지가 없습니다.


자기부정증후군. 이 말 듣는 것만으로 대성통곡한 젊은 여자 사람을 치료한 적이 있었습니다. 자기부정증후군 치료에서 통곡은 landmark가 됩니다. 통곡은 마음과 몸 전체의 난마를 풀어내는 언어 아닌 언어이며 행동 아닌 행동입니다. 의식과 무의식의 벽을 부수는 소통 아닌 소통이며 묘약 아닌 묘약입니다. 여기서 전방위로 번져가는 치유력은 상담, 한약, 침, 수기手技 치료의 시너지를 일구어냅니다. 통짜 병이므로 통짜로 치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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