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우 천하 시인이 등단 30주년을 맞아 출판사 먼곳프레스가 기획·출판한 시선집 『엄마가 떠나자 엄마가 많아졌다』를 품고 Book talk를 열었다. 시집 제목이 말하듯 30년 동안 펴낸 시집 7권에서 엄마 관련 시 45수를 엄선한 뒤 새 시 3수를 더해 엮어냈다. 시 가운데 엄마 관련 시만으로 시선집을 낼 수 있는 시인은 미상불 김선우밖에 없지 싶다.
행사장에 미리 도착해 김선우를 만나 반가이 얼싸안은 다음 얼굴 잘 보이는 왼쪽 중간 자리에 앉았다. 작년 이맘때 『축 생일』 Book talk 할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풍겨왔다. 왜 그런지 이유를 아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길지 않았다. 출발 직후부터 눈물샘이 터져 흐르더니 급기야 강을 이루어 달리고 바다가 되었다. “엄마” 때문임이 틀림없었다.
워낙 낭송 “욕심”-본인 표현-이 많은 김선우가 사회자 제지에도 아랑곳없이 긴 시 3부작을 내리읽는다. 독자들은 그 소리를 따라가며 운다. 독자만이 아니다. 김선우도 사회자도 어떤 대목에서든 언제든지 울 준비를 갖추고 기다린다는 듯 무작위로 눈물을 쏟아낸다. 본디 여기 풍경이 그러하다는 선포처럼 말이다. 맹숭맹숭한 내가 기이할 따름이다.
각기 다른 엄마 서사를 품은 사람들이 만나 서로 같은 감동을 나누는 이 시공에서 나 홀로 절해고도가 된 데는 그만한 내력이 있으렷다. 뭐, 그리 복잡한 일도 아니다. 태어나면서부터 거의 전 생애에 걸쳐 곱디곱고 밉디미운 엄마 서사가 내게는 형성되지 않았다는 간단한 사실이 내력 전부다. 그 무감(無感)이 내 삶 전반에 걸쳐 체온을 낮추어버렸다.
실은 Book talk 이틀 전 김선우한테서 연락이 왔다. 시 낭송을 해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선뜻 영광입니다, 받지 못하고 망설였다. 김선우는 내가 부담스러워한다는 뜻으로 읽고 선선히 철회했다. 그날 덜덜 떨면서라도 시를 낭송했더라면 나도 바다가 되었을 가능성이 크지 않았을까. 볕을 쬐어야 움직이는 변온동물 상태를 면하지 않았을까.
행사가 끝나고 저자 사인받을 때 엄마 서사가 없어서 시인 되지 못했다는 말이 툭 뱉어진다. 시인은 공감하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시인 대신 green shaman 하시잖아요. 그렇구나. 시인은 사람을 품었고 나는 숲을 품었구나. 둘 다면 좋겠다는 생각은 탐욕이구나. 밤새 뒤척였으나 평소처럼 일어나 출근길 숲을 향한다. 구름에 몸 맡겨 새벽달이 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