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몸살 정점을 찍었던 ‘기침 근육통’에는 오해가 따라다닌다. 기침이 일어나는 기관이나 기관지 근육에 생긴 통증이라 생각해 ‘그토록 심하다면 엑스레이 찍어봐야 하지 않느냐’라는 반응을 부추긴다. 아니다. 기침을 효율성 있게 하도록 돕는 늑간근, 복근, 광배근, 횡격막이 격하게 수축 운동해 기침이 끝난 뒤에 피로 또는 후유증으로 다양하고 기묘한 통증을 일으킨 경우다.
불편하기로 따지자면 그 격렬한 통증부터 주목해야 옳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왜 그렇게 폭발 기침을 집중해서 일으켰는가다. 아침 일찍 한의원 도착해 원장실에 들어서는 순간 날카롭고 매운 공기가 목구멍을 찌른다. 그럴만한 원인을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최근 5년 동안 변한 일이 없는 한적한 장소다. 장마철임을 고려해서 찬찬히 다시 톺아본다. 그렇다. 마른 식물!
동물 식으로 말하면 식물 시체(!)가 원장실 전체에 즐비하다. 그동안 숲에 드나들면서 거둬온 나무줄기와 가지, 그 껍질, 풀잎, 꽃, 열매, 거기다 다양한 버섯까지 기억과 기림을 버무려 이곳저곳에서 웅얼거리고 있다. 식물 본성이 상실과 고통으로 들어왔다는 진실과 마주한 찰나부터 내 몸이 달리 반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돌연 감각 구멍이 열린 거다. 아파!
어, 하는 어떤 시점부터 맹렬한 구토 같은 기침이 쏟아져 나온다. 멈추기는커녕 잠시 쉴 틈도 주지 않고 가슴을 두드릴 새도 남기지 않고 쇄도하듯 목 터져라, 컹컹거린다. 눈물, 콧물 범벅에 나중에는 정신까지 혼미해지더니, 급기야 기억 끈이 뚝 하고 끊어져 버린다. 언제 어떻게 기침이 멈췄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그 와중에 만들어 목을 헹군 죽염수 일부와 젖은 수건이 뒹군다.
넋 빼고 우두커니 앉아서 생각에 잠긴다: 식물 본성을 연속성에서만 생각해 왔던 지난 70년을 뒤집어엎은 일대 사건이었구나! 식물 본성을 나쁘게 생각한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으나 그렇게만 내 본성을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진실 앞에서 통렬히 무릎 꿇은 사건이었구나! 그날 밤부터 기침 근육들이 눈물을 쏟으며 몸부림치는데 차마 신음을 아낄 수가 없다.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꼬박 닷새가 지나 걷기를 완전히 멈추고 휴식을 취하니 비로소 통증이 물러난다. 이 근육 통증이 물러남으로써 한 달 전 따끔거리는 위 증상에서 비롯되어 장 증상, 천장관절 증상, 우울 증상-웃자란 어른 증후군, 틈새 엄마 증후군-, 그리고 기침에 동반해 다시 찾아왔던 혈관운동 신경성 비염까지 도파니 사라진다. 70년 인생을 휘감았던 ‘귀마’가 스러진다. 참삶 동살이 든다!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새벽, 나는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 정성 다해 집 안에 있는 기억·기림 식물이며 버섯을 거둬들인다. 어제 가지고 온 한의원 식물, 버섯과 함께 간동그려 집을 나선다. 내 자신이자 내 아픔이었던 이들을 내게 말을 걸어온 물오리나무 아래 모신다. 거듭난 생명으로 재회할 날 설레니, 섭섭함 넘어 서그러워진다. 비 젖은 영이 보송보송한 김을 피워올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