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예보는 분명히 많은 비가 온다고 했다. 내가 사는 곳은 그렇지 않았다. 도봉산은 어쨌으려나 궁금하다. 지난주보다 더 일찍 집을 나서 골짜기 들머리에 도착했다. 회룡천 물부터 살핀다. 역시나 오히려 지난주보다 수량이 줄었다. 아우라지 상황도 마찬가지다. 복류 지점이 조금 더 위쪽으로 이동해 있다. 지난번 복류 웅덩이는 아예 말라버렸다.

 

접지하며 앉아서 찬찬히 살핀다. 돌 사이로 낙엽이 쌓여 길을 막아 물이 빙빙 돌며 기포를 만들어내고 있다. 열어주자 후련하게 물이 흐르더니 금세 말간 줄기를 되찾는다. 돌돌 여돌차게 들리는 물소리가 한결 더 경쾌하다. 정신을 명징하게 만드는 소리다. 커다란 폭포 소리도 감동을 주지만 작디작은 쏠 소리가 이럴 땐 훨씬 더 찰지게 배어든다.


 

숲에 빙의되어 숨 쉬는 사실조차 잊고 있다가 천천히 일어나 주위를 돌아본다. 산초나무가 손짓한다. 건너편 비탈 활엽수 뒤에 몸을 숨겼던 소나무도 슬며시 나선다. 돌 틈과 나무 사이 좁은 땅에 깜냥 맞춰 이고들빼기, 좀깨잎나무, 졸방제비꽃, 주름조개풀들이 해를 향해 까치발하고 있다. 빛살과 마주하는 온갖 방식으로 조그만 숲은 queer 자체다.

 

헬리콥터가 온 산을 뒤흔들며 다가와 사패산 보루 쪽에 머문다. 사고가 난 듯 한참이나 지나고야 떠난다. 어떤 상황에서는 어머니 같은 산이 또 다른 상황에서는 맹수 같기도 한 법이다. 이 아우라지도 누구에게는 나누라지일 수 있다. 아우라지로 찾아온 여기가 내게 나누라지일는지 모른다. 신비주의 융합보다 겸손한 경계 지음 앞에서 투명하라.

 

바위에 걸터앉아 생각에 잠긴다. 내가 이제 마주한 현실이 마지막 승부수를 요구한다면 어찌할까. 무엇이 승부가 될까. 수는 있을까. “나로서는아직 알 수 없다. 내 황석공(黃石公)이신 도봉산 회룡계께서 일묵만뢰(一黙萬雷) 가르치실 테다. 다시 길 없는 길을 떠날 때 엄숙과 질탕이 갈마들며 심사가 묘연해진다. 오라시면 오고 가라시면 갈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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