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일이송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그대로 싣는다
유엔 총회에서 노예무역을 "인류에 대한 가장 중대한 범죄"로 규정하는 결의안이 막 통과됐다. 123개국이 찬성표를 던졌다. 한국도 찬성표다. 그런데 반대한 나라가 셋. 미국, 이스라엘 ,아르헨티나. 파시즘 국가들답다.
이 결의안은 가나와 팔레스타인 등이 공동으로 제안한 것이다. 대서양 노예무역과 노예매매를 규탄하고, 그에 대해 '식민 배상'을 하라는 요구다. 최근 아프리카를 필두로 식민 배상 요구 운동을 펼쳐 왔었다.
한편으로 이 결의안은 여기 글로벌 자본주의가 제국-식민주의의 불평등에 기초해 있다는 걸 공유하는 취지도 담겨 있다.
1500년에서 1800년 사이, 얼마나 많은 흑인노예들이 대서양을 건넜을까? 대략 1500만 명. 그리고 이 과정에서 대략 200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노예무역과 노예 플랜테이션이 없었다면 자본주의의 시초 축적이 가능하지 않았다. 그 수많은 노예들이 혹독한 채찍질 속에서 채굴하고 수확한 은, 목화, 설탕, 인디고 등이 유럽으로 실려가 자본 축적의 원천을 제공한 것이다.
파란색이 찬성한 국가들, 빨간색이 반대한 국가들, 살구색이 기권한 나라들. 결의안에 반대한 미국과 이스라엘, 이 두 나라가 오늘날 얼마나 악의 축인지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된다. 19세기 목화밭에서 노예를 부리며 부를 축적했고, 지금에 와서도 그 남부 이데올로기를 질료 삼아 백인우월주의를 확대재생산하는 미국답다.
물론 기권표를 던진 유럽도 한심하긴 마찬가지.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이 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졌다. 최근 가자와 이란 전쟁에 대한 소신 발언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15세기 말부터 수백년 동안 가장 지독하게 인종학살과 노예무역을 주도했던 스페인이 가해의 역사에 대해서는 꾹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유럽중심주의의 한계다.
피식민 국가였던 한국이 결의안에 찬성을 던진 건 당연한 일. 옆나라 일본이 염치 없이 기권표를 던진 것도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