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성, 양자역학, 불교 영혼 만들기
빅터 맨스필드 지음, 이세형 옮김 / 달을긷는우물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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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사를 인식하고 철회하면 개성화를 가리키는 중요한 이정표로 작용한다. 객관적이라고 믿었던 바가 인간 감정으로 가득 찬 바깥 세계 이미지에 힘입어 인간 정신에 되비치기 때문이다. 인간이 이 사실을 분명히 직시할 때만 투사로 말미암은 강요와 왜곡은 깨진다.(289)

 

본디 투사는 자신이 지닌 욕망을 타자에게 뒤집어씌움으로써 은폐하는 방어기제다. 이 이치를 그대로 적용하면 바깥 세계, 그러니까 물질에 실체를 투사한 궁극 목적은 인간 정신을 실체화하고자 하는 욕망을 은폐하기 위해서다. 도달지점은 약간 다르지만 융도 맨스필드도, 스스로 자각하지 못한 채, 거기를 향해 달려왔다. 자각하지 못한 까닭은 그들이 인생 맥락상 역사적 사유에 취약했기 때문이다.

 

갈릴레이가 유럽인에게 실체 우주를 가리키기 전까지 실체는 신이었다. 더는 신을 실체로 인정할 수 없다는 섬밀한 저항이 고전물리학이고 그 기치가 물질 실체였다. 물질 실체가 주도하는 과학혁명 덕에 외부 세계가 화려하게 변하는 데 눈길이 쏠려 인간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대중은 이 변화를 기적으로 받아들이며 열광했고, 통속 과학자와 기술 정치세력은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바 괴물 지구촌을 구축하는 데 매진했다. 그 사이 극소수 천재들은 과학이 물질 실체를 전파하는 사도가 아니라, 물질 실체를 부정하는 관측정의 주체임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중세 대중에게 라틴어같이 암호나 다름없는 수학적 과학용어로 그 비밀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들은 중세 이전 신 실체 옥좌를 무혈혁명으로 차지했다. 생각해보라, 처음부터 신 대신 인간을 실체화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를. 이 얼마나 영악 무인지경 투사인가.

 

인간이 정작 철회해야 할 투사는 물질 실체 투사가 아니다; 영악하게 숨긴 자기 실체 투사다. 맨스필드는 무슨 생각으로 여기 이렇게 썼을까? 그가 보기에 정신주의에 갇힌 사람은 융이지 자신이 아니다. 자신은 융이 주저앉은 지점을 넘어서 대극 합일에 도달하는 길을 열어 놓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는 어떤 방식으로 대극 합일에 도달할까. 그게 인도유럽어 아리안-힌두 전통에서 가능한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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