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는 신체 -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선다는 그 위태로움에 대하여
우치다 타츠루 지음, 오오쿠사 미노루.현병호 옮김 / 민들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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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교환하는 존재’.......가장 오래된 교환행위 형식으로 침묵교환이 있습니다. 어떤 공동체에도 속하지 않는 곳에 어떤 부족 사람이 뭔가를 가지고 가서 놓아두고 달아납니다. 그러면 다른 부족 사람이 와서는 상대가 사라진 사실을 확인한 뒤 그 물건을 가져가면서 대신 다른 뭔가를 놓아두고 또 달아납니다.......침묵교역이야말로 교환이 지닌 순수 본질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248~249)

 

교환은 이 책이 줄곧 견지하는 주제 소통을 달리 부른 이름이다. 그 소통이 지닌 순수 본질을 보여주는 침묵교역이야말로 우리를 근원지점으로 불러들인다. 그런데 침묵이라니. 말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 가장 오래된 교환인데 무슨 규범이. 말이 필요 없는가? 그 정도라면 달아날 리가. 단서는 둘이다: 서로 다른 부족 사람. 비대면.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다른 사람들이 각자 필요를 모르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마주치지 않고 무조건 교환한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다른 사람을 극한으로 밀어붙이면 이종생명체가 된다. 각자 필요를 모르는 상태에서 주고받는 무언가를 극한으로 밀어붙이면 목숨이 된다. 마주치지 않은 무조건을 극한으로 밀어붙이면 절대수용이 된다.

 

교환이 지닌 순수 본질은 서로 살해할 기회를 제거한 전쟁이라는 역설 자체다. 이 역설을 인간이 창조함으로써 위대한 존재가 되었는가? 무슨 되도 않는. 거꾸로 이 역설이 인간을 거룩한 생명공동체 일원에 참여해 번영하도록 기회를 주었다. 그러므로 이 역설을 본질로 지니지 않는 한, 인간은 인간이 아니다. 이 역설은 대체 어디서 왔을까?

 

태초에 단세포생명체, 그러니까 박테리아 둘이 생사를 걸고 더불어 살게 될 전쟁을 일으켰다. 이 전쟁을 공생이라 이름 한 쾌거는 20세기 린 마굴리스에 와서야 이루어졌다. 박테리아 공생에서 시작해 곰팡이는 네트워킹을 창조했다. 네트워킹은 모든 생명체 존재 기축이 되었다. 이 네트워킹 역사에서 인간 버전 침묵교역은 아주 최근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

 

네트워킹 큰 틀에 풀어놓으면 침묵교역은 아연 그 긴장감을 잃고 말지만, 오늘날 인류 상황에서 긴절하게 다시 소환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사태를 지구 전체적으로 겪으면서 우리가 목도했듯 서로 살해할 기회를 제거하는지구적 합의가 도출되어야 할 때다. 지구적 합의에는 의당 동물, 식물, 지의류, 균류, 조류, 박테리아, 바이러스도 당사자로 참여해서 교환이 지닌 순수 본질을 복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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