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는 신체 -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선다는 그 위태로움에 대하여
우치다 타츠루 지음, 오오쿠사 미노루.현병호 옮김 / 민들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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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안으면 일반적으로 왼쪽 어깻죽지 부분에 아기 옆머리 부분이 닿게 되지요. 이곳이 딱딱하게 경직돼 있으면 아기 머리가 아프기도 하고 머리 위치도 안정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튀어나오는 부분이 없게 동작을 취합니다. 이두박근이 베개가 되니까 이 부분에 알통이 있으면 아기가 편히 잘 수 없으므로 팔 근육 긴장도 풀고 부드럽게 합니다. 가슴이 펴져 있어도 안정이 안 되니까 살짝 오므립니다.

  어깨 막힘을 풀고 가슴을 편하게 하고 위쪽 팔을 부드럽게 해.......아기를 안을 때 신체 자세야말로 생명체로서 사람이 취할 수 있는 자세 중 최강 아닐까 합니다.......

  바깥쪽 방어는 강고하고 어디에도 급소가 없지만 아기를 품은 안쪽은 부드러운, 그리고 신체가 어떻게 움직여도 이 안쪽만은 별로 큰 변화 없이 그대로 안정상태를 유지하는, 이 신체 탁월성에 대해 인류는 진화 이른 시점부터 이미 알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아기를 지키는 신체형이 맨 처음 발견되었고, 다른 신체 조작은 모두 거기서 전개되는 식으로 발달하지 않았을까, 저는 그렇게 상상합니다.

  .......가장 섬세해서 가장 강인한 자세, 이야말로 최고 신체형이 아닐 수 없습니다.(129~130)


우크라이나 어두운 소식이 시시각각 들이닥치던 와중, 아기를 폭탄 파편에서 보호하다가 크게 다친 엄마 올가(27) 모습이 전해져, 지구촌 사람들 심금을 울렸다. 애써 상상하지 않아도 엄마가 아기를 어떻게 끌어안았을지 눈앞에 선하다.



나는 딸아이가 태어나고 만 1년 동안 모유 수유 제외한 모든 육아를 맡아했다. 아기를 안는 방법은 안는 목적에 따라, 아기가 자라가는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가령 생후 1주일 무렵부터 아기는 머리 뒷부분을 내 손바닥에 대고 나머지 신체는 내 아래팔 위에 실은 채 내 눈동자를 보며 옹알이를 하곤 했다. 우치다 타츠루가 말하는 안기가 가장 일반적인 안기이긴 하지만, 내 경우 아기가 잠을 청할 때는 턱을 내 어깨 언덕에 고이거나 얼굴을 내 얼굴 쪽으로 돌린 다음 나머지 신체를 내 가슴 지형과 부드럽게 맞닿게 해 평안을 찾는 방식을 주로 택했다. 사실 이 선택은 내 신체와 아기 신체가 집단무의식 속에서 더불어 찾아낸 방식이었다. 한번 그렇게 자리 잡자 다음부터는 자동적으로 되었다. 아기는 칭얼거림 없이 이내 잠들곤 했다. 오히려 아내가 그 모습을 보고 신기방기를 연발했다. 그 자세와 자리가 좋다는 사실을 기억한 아기는 잠을 자는 상태가 아닐 경우도 그렇게 안기기를 좋아했다. 이후 다른 아기를 안을 때 나 역시 그 자세와 자리를 택했다.

 

아기를 안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 섬세한 일이다. 섬세함의 다른 이름이 강인함이다. 아기이기 때문에 섬세하게 접촉함으로써 강인하게 보호해야 한다. 강인하지 않을 때, 섬세함은 섬약함이다. 섬세하지 않을 때, 강인함은 강력함이다. 섬약함이나 강력함으로 분열되어 한쪽으로 치우치면 병 또는 악이 된다. 섬약함과 강력함이 한 인격에 분리공존하면 더 큰 병 또는 악이 된다. 이 이치를 터득하지 못한 부모가 자식을 망가뜨린다.

 

근대 이후 우리사회는 이런 부모가 망가뜨린 자식이 다시 그 자식을 망가뜨리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제5세대에 이르렀다. 그들이 관건적 정치세력이 되었다. 그들이 오늘 이 참담한 정치지형을 만드는데 날카롭게 작용했다. 물론 0.73% 차이에 불과한, 섬세해서 강인한 제5세대도 존재한다. 나는 그들을 기리며 이 땅 어미 아비들에게, 그리고 또 어미 아비 될 사람들에게 올가 자세를 상상하고 기억하기를 삼가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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