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도성길, 북한산둘레길(북한산구간)에다 관악산순환둘레길까지 모두 걸었으니 60년 가까이 살아온 서울에 대한 예의를 대강은 갖춘 셈이다. 160km에 달하는 서울 둘레길을 어찌 할까 생각 중이다. 지금으로서는 북한산둘레길(북한산구간) 관악산순환둘레길과 겹치는 구간, 이미 걸은 망우산-용마산 구간, 그리고 숲이 없는 부분을 제외하고 걸으면 괜찮을 듯하다.
전날 내린 비 기운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일요일 오후, 인덕원역에서 출발해 관악산순환둘레길 과천 구간에 들어서 남태령 망루로 향했다. 잠깐씩 세 번 정도 헤맸지만 대략 13km 안팎 순조롭게 걸어 전 구간을 마무리했다. 관악구, 금정구, 안양까지 합해 공식적으로는 대략32~33km인데 실제 걸은 거리는 60km가 넘지 싶다.


이번에도 역시 길 주변을 뒤적이며 팡이, 돌꽃, 이끼를 주로 살폈다. 그 생명이 지닌 경이로움에 취해 통증을 순간순간 잊곤 했다. 실은 산길로 나서기 전 치과에서 발치와 신경치료를 했다. 마취가 풀리자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은근하고도 강하게 밀려들었다. 하여 점심 식사까지 거른 채 나지막이 자그맣게 제 생명력을 발산하는 저들을 섬세히 들여다보며 4시간가량을 숲속에서 흘러 다녔다.



아직 남은 얼음을 녹여내 흐르는 계곡 물소리가 귓전을 두드린다. 싱그러운 새잎을 피워 올리는 풀의 빛깔이 눈길을 끈다. 계절이 이렇게 제 모습을 바꾸는 동안 등산객들은 줄기차게 돈 얘기를 하며 지나간다. 물색없는 초로의 남자사람 하나가 순댓국 먹자고 약속한 가족에게 돌아가려 남태령 고갯마루에 오르니 오후 5시 4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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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3-14 1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꽃으로 보이네요 버섯님이^^

bari_che 2022-03-15 08:13   좋아요 1 | URL
그렇지요? 곰팡이는 식물이 아니지만 식물적 관점에서 보면 버섯도 꽃이 맞습니다. 보면 볼수록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