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둘레길을 걸을 때는 나무와 풀에 관심을 두었다. 관악산순환둘레길을 걷고 있는 지금은 곰팡이(버섯)와 돌꽃(지의地衣)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 두 관심이 내 여생 하늘을 경이로 물들일 쌍무지개임에 틀림없다. 알면 알수록 보면 볼수록 감응하면 감응할수록 생명 네트워킹이 지닌 오묘한 이치 진경으로 빨려든다. 오로지 인간과 그 사회역사에만 휘감겨 살아온 지난 67년이 성글고 가볍게 느껴진다. 하여, 다른 모든 사람들이 제 몸 건강을 위해 빠른 속도로 숲길을 걸어 나아갈 때, 나는 길을 벗어나 숲으로 들어선다. 죽어 넘어지거나 죽어서도 중력에 맞서고 있는 나무를 살피며 버섯, 그러니까 곰팡이 성기(자궁) 또는 열매를 친견한다. 바위 살결을 더듬어 돌꽃에 고개를 숙인다. 이 모습을 사진에 담아 트위터에 올린다. 인간과 그 사회역사 이야기를 올릴 때는 고요하던 타임라인이 곰팡이와 돌꽃을 올리면 왁자해진다. 인간과 그 사회역사 이야기는 이 나라 안에서도 눈 밖에 나더니 곰팡이와 돌꽃 사진은 세계인 눈을 사로잡는다. 요즘 나는 딴 세상을 살고 있다. 이 딴 세상이 내 여생을 어떻게 바꿀지 나는 모른다. 오직 모르니 오직 살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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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3-02 09: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숲은 정말 무궁무진한 볼거리를 제공하네요.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말예요. 이런 세심한 관심이 bari_che님의 생활을 더 풍요롭게 하겠지요. 덕분에 저도 눈팅하면서 숲을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

bari_che 2022-03-02 10:14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숲은 신성한 풍요로 가득합니다. 바람돌이님도 숲이 있는 나날을 선물로 꼭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