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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교현리 북한산둘레길 우이령 구간 들어가는 입구 길가에 희한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바투 붙어 선 전신주 때문에 일부러 본디 몸통을 베어버린 듯하다. 그 등걸에서 나온 가지들이 여러 개의 몸통으로 곧추 자라 오늘날 모습을 이루었지 싶다. 의연하다거나 처연하다는 느낌이 의인화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큰 하나가 비운 자리를 작은 여럿으로 대신한 이 풍경이 네트워크가 무엇인지 떠올리게 한다는 사실 만큼은 분명하다. 더군다나 인간이 가야 할 길을 자기 상처로 넌지시 보여주는 나무가 도리어 자랑스럽게 다가오니 내가 아무래도 의인화에 된통 빙의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