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하는 신체들과 거리의 정치 - 집회의 수행성 이론을 위한 노트
주디스 버틀러 지음, 김응산 외 옮김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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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규범이 어떻게 구성되고 유지되는지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유하기 위해 우리는 그 규범이 만들어내는 규약 외부 입장을 취해야 한다, 이는 비인간 심지어 반인간이라는 이름으로 나서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인간 형태 삶으로 환원되지 않는, 그리고 인간본성 혹은 인간 개인에 대한 그 어떤 강제적 정의로도 적절하게 지칭할 수 없는 사회성과 상호의존 입장을 취해야 한다. 인간 삶이 무엇인가에 대해 말하는 일은 이미 인간 삶의 방식이 비인간 삶의 방식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인정하는 일이다.......만일 인간이 비인간 없이는 인간일 수 없다면, 비인간은 인간에게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인간 본질로서 위치한다 할 수 있다.(63~64) 인간이라는 동물 영역을 넘어서 존재하는 다른 생명과 맺는 생물학적 네트워크 없이는 그 어떤 자아도, 그 어떤 인간도 살 수 없다.(65)

 

인간 생명은 비인간 생명에서 왔다. 비인간 생명은 비생명에서 왔다. 인간 생명은 비인간 생명 없이는 존재하지 못한다. 비인간 생명은 비생명 세계 없이는 존재하지 못한다. 비인간 생명은 인간 생명 없이도 존재한다. 비생명 세계는 비인간 생명 없이도 존재한다.

 

인간 생명은 모든 다른 존재가 베푼 은총을 받아 가장 나중 세계에 왔다. 그 크나큰 은총은 가장 육중한 생물학적 천명과 짝을 이룬다. “우리는 잘해야 한다. 이는 도구적 당위........”(스튜어트 A. 카우프만 무질서가 만든 질서169) 우리는 잘하고 있는가?

 

스튜어트 A. 카우프만이 쓴 도구적 당위instrumental ought 개념은 인문사회학적 인식 틀 안에서 잠자는 나를 깨운 죽비소리였다. 내가 아는 당위Sollen는 인간사회 규범 개념으로서 존재Sein 자체에서 도출할 수 없다. 이 이원론을 도구적 당위가 무너뜨린다.

 

도구적 당위는 비인간 생명이 지닌 본성이다. ·풀에게는 존재와 당위 사이 격절이 있을 수 없다. 윤리적, 법적 당위는 두려움, 게걸스러움, 어리석음을 극대화한 인간 문명에서나 요목이 된다. 요목으로서 당위 자체가 인간 영락과 곤경을 드러내주는 증거가 된다.

 

인간에게 다른 생명과 맺는 생물학적 네트워크가 필수인 한, 비인간이 인간 본질로서 위치하는 한, 우리는 생명과 생애 전체에 비인간, 특히 낭·풀 본성 잘 상연하는 수행성을 도구적 당위 한복판으로 이끌어야 한다. “우리는 잘해야 한다.” 잘해도 아주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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