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 균이 만드는 지구 생태계의 경이로움
멀린 셸드레이크 지음, 김은영 옮김, 홍승범 감수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통'생명체라고 해서 유토피아일 수는 없다. 공생에는 경쟁과 협력이 뒤섞여 있기 마련이다. 모든 공생 주체 요구가 다 잘 조율되지는 않는다.(164)

 

진리 진술은 진리에 관해말한다는 점에서 모두 옳다皆是. 진리 자체가 아니라는 점에서 모두 그르다皆非. 화쟁, 그러니까 경쟁과 협력이 필수인 소이다. 쉽사리 다 잘 조율되지는 않는까닭에 화쟁은 무궁무진무량한 도정이다. 도정이므로 유토피아일 수는 없다.유토피아가 아니기 때문에 '통'생명체”, 그러니까 일심一心세계는 아름답다. 아름다운 ᄒᆞᆫ 풍경이어서 애달프고도 즐겁다. 애달프지 않다면 무슨 의미며, 즐겁지 않다면 무슨 재민가.

 

의미도 재미도 다 잘 조율되지 않는 어긋남에서 일어난다. 완전하지 못한 틈새 누리에서 울고 웃는다. 울음과 웃음을 초월한 유토피아라면 나는 꿈꾸지 않겠다. 가보지 않아서 그런다고 할지라도 나는 끝내 가보지 않을 테다. 불완전한 채로, 미완성인 채로, 한껏 펼치는 삶을 실컷 살지조차 못하면서 그리는 유토피아란 한갓 허욕 아니겠나.

 

오늘 1130일 탄생화가 낙엽이란다. 게다가 꽃말도 있단다, 기다림. 자기 삶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느낄 때 대개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막연히 기다리게 된다. 그 막연한 기다림이 각자 유토피아다. 불만인 오늘 생활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유토피아 기다리는 상태가 다름 아닌 중독이다. 기다림이란 마약에 의존하지 않고 사소할지라도 새로운 경쟁과 협력을 일굴 때 재미로우며 의미롭게 생명체를 살아갈 수 있다.

 

결곡히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아니라고 하면서 나는 아직도 유토피아를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협력 뒤에 숨어 경쟁을 피하고 있지 않은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