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모를 땋으며 - 토박이 지혜와 과학 그리고 식물이 가르쳐준 것들
로빈 월 키머러 지음, 노승영 옮김 / 에이도스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바깥세상에서는 잔치 주인공이 선물을 받고 영예를 누린다. 포타와토미 방식에서는 정반대다. 선물을 주는 사람이 영예를 누린다.(558)

 

베풂의 기원은 알 수 없지만 모름지기 식물에게 배웠다고 하겠다.(560)

 

이제 우리 차례다. 이제야. 어머니 대지님을 위해 베풂을 열자.(563)

 

지난 수천 년 간 인간은 어머니 대지님이 차려준 풍성한 잔치 주인공으로 선물을 받고 영예를 누린축복 한가운데 있었다. 그 잔치 이름이 문명이든 과학이든 혁명이든 인간은 영예에 취한 나머지 잔치를 차려준 어머니 대지님을 잊어버렸다. 잊어버렸다는 말은 단순히 기억하지 못한다는 말이 아니다. “선물을 주는 사람이 영예를 누린다.는 천하 이치를 망실했다는 말이다. 천하 이치 망실은 영예를 도둑질하는 행위다. 영예 절도는 급기야 모성살해로 치달아 오늘에 이르렀다.

 

모성살해를 사이코패스가 살인하듯 가장 잔혹하게 저지른 현장은 숲이다. 죽인다는 인식도 없이, 대놓고, 함부로, 향락으로, 한 그루 한 포기, 숲 통째 도륙했다. 인간이 인식하지 못한 중대한 사실이 더 있다. 도륙 이전에 베풂이 있었다는 사실. 인간 어법으로 말하자면 인간이 칼을 빼어들 때 이미 낭/풀은 목 길게 늘여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 이 베풂 이전에 인간 생명 자체를 지구상에 가능하게 한 원천적 베풂이 있었다는 사실. 문명 이전 조상들은 베풂을 식물에게 배웠다는 사실.

 

문명 인간은 더 이상 낭/풀에게 베풂을 배우지 않는다. 배움을 복원해야 한다. 배워서 베풂을 복원해야 한다. “이제 우리 차례다. 이제야. 어머니 대지님을 위해 베풂을 열자.늦었지만 늦게라도 베푸는 사람이 영예를 누리는 천하 이치를 복원하자. 진실로 인간이 영예로운 존재가 되려 할 때 베풂 말고 갈 다른 길은 없다. 베풂은 일방적 시혜가 아니다. /풀에게 받은 선물을 전하는 호혜다. 호혜는 순환이다. 돌고 도는 나선 춤을 추며 세계는 더불어 새로워진다. 새로워라, 길이 새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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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9-10 1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의 최근 화두는, 특히 아멜리 노퉁브 소설을 읽고 나서, ˝부메랑˝인데, bari_che님 글에서는 부메랑의 답으로 ˝베풂˝을 알려주시네요.^^ 그게 답이 되겠습니다. 제게

bari_che 2021-09-10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소설 읽지 못해 사실 드릴 말씀 없는 처지인데^^ 부메랑과 베풂-선물-이 같은 본성을 지녔다는 느낌은 와락 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