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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둘레길을 걸었다. 산이라서가 아니라 숲이라서 걸었다. 숲이라서가 아니라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를 낱낱이 만날 기회라서 걸었다.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버드나무를 갯가 길거리 캐스팅했다. 누구라도 멀찌막이 지나칠 뿐인 이끼에게 코인사를 건넸다. 가족이 둘러앉아 구워먹는 삼겹살 냄새가 계곡에 자욱해도 나는 시장기를 느낄 수 없었다. 도시로 나와 따끈한 우거짓국 한 숟가락 흘려 넣었더니 몸이 이내 땀을 거둬주었다. 버드나무와 이끼를 마음 한가득 품고 버스에 올랐다. 노파 둘이 처서處暑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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