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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모를 땋으며 - 토박이 지혜와 과학 그리고 식물이 가르쳐준 것들
로빈 월 키머러 지음, 노승영 옮김 / 에이도스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제의는.......주의attention를 의도intention로 승화시킨다.......실천적 힘이 있다. 삶을 확장하는(367쪽)
“주의”는 마음을 어디엔가 두는 행위다. “의도”는 그 마음을 어디론가 향하게 하는 행위다. 지향이 “실천”의 시작이다. 거기서 “삶을 확장하는” 일이 일어난다. 삶을 확장하는 일이란 무엇인가?
버드나무가 내 삶에 들어오고 나서 나는 버드나무 제의를 매일 시행한다. 버드나무 제의는 내 삶을 초군초군 바꾸는 중이다. 인사동 가로수로 서 있는 다섯 그루 버드나무 덕분에 나는 백악에서 한강으로 흘러내리는 내川를 모두 확인했다. 복개로 숨겨진 물길을 찾아내기도 했다. 이젠 옥인동에서 혜화동까지 이어지는 나지막한 언덕과 야트막한 계곡 파동을 한 그림으로 그릴 수 있다. 수없이 걸어온 도성 안길 풍경들이 더 선명하고 역동적으로 다가온다.
버드나무가 이끄는 내 발길은 선정릉으로 이어졌다. 버드나무 서 있는 곳을 증거 삼아, 두 내 물길이 한 흐름으로 만나 금천을 형성하고 마침내 한강으로 흘러드는 궤적을 톺아보았다. 두 내에게 물을 내어주고도 울창한 숲을 키우는 부드러운 능선들 전경을 그릴 수 있을 때까지 찬찬히 돌아보았다. 뭇 눈길들이 훑기조차 하지 않고 지나치는 작디작은 도랑을 찾아 일일이 사진에 담았다. 틈틈이 이끼 가족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내 삶은 섬세하게 확장된다.
이 확장은 사업 확장과 다르다. 돈이나 힘 쪽으로 뻗어나가지 않는다. 내밀한 생명 네트워킹으로 번져나간다. 신비주의로 우뚝한 정답을 내지 않는다. 신비를 끌어안고 끝내 질문을 부여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