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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폭발 - 타락
스티브 테일러 지음, 우태영 옮김 / 다른세상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시간을 선형으로 보는 관점이 우리에게는 자명해 보이지만·······타락한 정신의 산물이다.(323쪽)
선형 시간은 추상으로, 생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3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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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여로 철석같이 믿어온 우리에게 선형 시간의 탄생 비화는 그 무엇보다 충격적이다. 의외로 이치는 간단명료하다. 선형 시간이 성립하려면 과거와 미래가 실제로 존재해야 한다. 둘 다 실제적 존재가 아니다. 인용된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처럼 과거는 기억이고 미래는 기대일 따름이다. 결국 기억과 기대가 추상의 수다를 거쳐 선형 시간으로 조작되었다는 말이다.
기억과 기대는 분리에 기원을 둔다. 분리로 말미암은 불안을 잠재우고, 소유를 지키며, 어리석음을 감추는데 시간지배가 동원된다. 분리문명 지배세력은 기억을 조작해 대문자 역사로 기록한다. 기대를 조작해 천년왕국의 도래로 기획한다. 기독교 구속사의 구성 원리다. 기독교 구속사의 세속화가 인도유럽인·셈족의 정치사다. 6천년이란 시간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런 시간의 탄생을 오늘 여기 우리 또한 목도하고 있다. 자주시민이 3월대혁명을 기억만 되새기고 넘기자 매판세력은 신식민지의 역사를 기록한다. 자주시민이 공화국에 대한 부푼 기대만으로 흩어져 있을 때 매판세력은 궐기를 기획한다. 이 기록과 기획의 결절점에서 이명박 석방이 이루어졌다. 이 참람한 선형 시간을 사는 나는 과연 타락한 정신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