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용골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5월
구판절판


일본 미스터리와 중세 기사 시대 영웅담, 그리고 마법사가 등장하는 환타지, 이 세가지는 전혀 안 어울릴 듯 하면서도 부러진 용골 내에서 멋지게 조화를 이루었다. 북미권이나 유럽 등의 소설에 비해 일본 소설 등이 읽기가 편할 때가 많다. 나라별로 담아내는 정서가 달라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알듯 모를 듯 애매한 거리의 일본의 이야기가 같은 아시아권이라 그런건지 아니면 문학적 깊이보다 대중화에 성공해 그런것인지 몰라도 아뭏든 읽기에 편안하다는 것만은 사실인듯 하다. 그렇다고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소설이 재미가 없다는 뜻은 아니고.



일본의 무사 하면 사무라이가 떠오르는데, 이 책의 표지에는 철로 된 값옷을 입은 기사의 일부가 보인다. 배경이 일본이 아님을 표지에서부터 드러내주고 있다. 그럼에도 작가의 이름때문이었는지, 처음에 브리튼 섬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기사 등의 이야기가 나왔을때 당황하고 말았다. 허를 찔린 기분이었달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시작했지만 이내 빠져들게 만드는 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매력.

중반까지의 이야기도 재미나지만, 후반부 본격적으로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과정에서는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대부분의 재미난 미스터리들이 그렇듯이 독자들이 미처 예상치 못한 작가의 반격이 가해질 수 있기에 나도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한다 생각했는데, 내 예상을 살짝 빗겨 나갔다.



브리튼 섬 근방에 큰 솔론과 작은 솔론으로 이루어진 두개의 솔론 섬이 있었다. 시대적 배경은 1190년 무렵. 12세기말 유럽이다. 사자왕 리처드의 시대이자 로빈후드의 전설이 깃든 무렵이라고 하나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가 이 시대를 선택한 까닭은 미스터리계에서 위대한 인물 시루즈베리 수도원의 캐드펠 수도사의 흔적이 남은 시대였기때문이었다라고 작가후기에서 언급하고 있다.

솔론 섬의 영주 로렌트 에일윈은 저주받은 데인인들의 침략에 대비해 솔론을 구하기 위해 용병들을 모집하는 중이었다. 용병들과의 접견이있는 자리에서 성 암브로시우스 병원 형제단의 기사인 팔크와 그의 종사 니콜라가 방문을 해 암살기사단이 솔론 섬의 영주를 노리고 있다는 말을 전하였다. 그리고 그 다음날 영주는 밤사이 작전실에서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상태로 발견이 되고, 이 사건의 배후에 암살기사의 마술에 의해 조종된 미니온의 소행임이 밝혀진다. 미니온을 밝혀내고, 암살기사를 찾아내기 위해 영주의 딸 아미나가 팔크, 니콜라의 도움으로 작전실에서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은 용병들과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하기 시작한다.



목을 베지 않는 이상, 불사의 몸으로 살아가는 괴력의 소유자 저주받은 데인인 일족, 의심 가는 부분이 많은 다양한 출신의 용병들, 아버지의 대를 이을 아들이면서도 정작 중요한 전쟁터나 사건해결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오빠, 기사이면서도 능수능란한 다양한 마술을 부리는 병원 기사단과 암살기사단의 존재 등. 현실의 이야기와 환타지 세계의 이야기가 마술과 불사의 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적당히 조합이 된 이야기였다.



애초에 실험작으로 씌여졌을때는 완전한 이계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였다는데, 중세 유럽으로 무대를 옮겨오면서 이계보다는 더욱 친근한 설정으로 바뀌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국적이 완전히 다른 미스터리로 만들어냈으니 작가의 필력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미스터리에 자주 등장하는 소거법 등이 등장하고 하나하나를 배제해나가는 재미 속에 그럼 도대체 범인이 누구인가를 찾게 되는 호기심을 증폭시키게 된다.

미스터리 마니아들이 주목하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서 2위를 수상하고 일본 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에서 1위,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에서 1위 등을 차지하는 등 일본 내 많은 미스터리 대회가 주목했던 소설 부러진 용골, 국내 미스터리 팬들에게서도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색다르고 신선한 접목이었기에 나 또한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게 몰두할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어쩐지 후속편이 만들어져도 좋을, 여운을 남긴 소설이었기에 다음 편의 등장이 은근히 기다려지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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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 먹을거야 ㅣ 메리와 친구들 1
민들레 글, 김준문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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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혼자서 웅얼웅얼 합니다.

"내가 다 먹을거야."

아니, 외동으로 키워서 누구랑 나눠먹을 일도 없는데 갑자기 무슨 말이람? (물론 가끔 엄마가 뺏어먹기도 합니다.) 했더니, 바로 이 책 때문에 아이가 하는 말이었어요. 책을 읽어주거나 하면제목이건 내용이건 머릿속에 기억해놨다가 때때로 응용도 잘 하고 그러더라구요.

귀여운 그림에 관심이 증폭된 책이기도 했지만 이웃님 리뷰 평가도 좋아서, 읽고 싶은 책이기도 했어요

익숙한 이 인형들 혹시 기억하시나요?

모 보험회사의 걱정인형들이랍니다. CF에도 등장해서, 금새 기억나는 캐릭터였어요. 걱정은 우리에게 맡겨두세요. 하면서 사람들의 걱정을 빨아들이는 걱정인형들을 보면서 아, 귀여운 인형들이 심각한 걱정같은 그런거 먹으면 배탈나지 않냐? 하는 우려도 들게 만드는 CF였지요. 걱정인형이라는 발상 자체가 일본에서 온 발상이 아닌가도 싶었지만요.어느 보험회사인지는 기억을 못했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금새 어느 회사인지 알 수 있었어요. 아이들 그림책이기에 보험회사 이야기나 걱정인형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아요 절대로.

다만! 인형친구들 캐릭터에 이니셜이 하나씩 붙어있는데 요녀석들이 한줄로 나란히 줄서 있는 장면이 꽤 많이 등장한다는 점이지요.

이름 기억하기 쉬우라도 이니셜을 새긴 옷을 입고 있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나란히 줄서있는 이름을 연결해보면 MERITZ가 된답니다. 하하하. 엄마는 장난반 진담반으로 이 책을 메리츠라고 부르기도 해요. 아이는 내가 다 먹을거야 라고 부르구요.

주인공 메리는 (아. 주인공 이름부터 팍팍 와닿네요 ㅎ) 친구가 정말 많아요. 친구들 이름이 줄줄 나오고, 각각의 친구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이 나옵니다. 하나같이 몸에 좋은 버섯, 오이, 생선 등등을 좋아하는데 우리 메리만 사탕을 무척 좋아하네요. 그래서 친구들과도 나눠먹지 않으려 하고 혼자 먹으려 숨어서 먹기도 합니다. 44개월난 우리 아들, 아직 사탕을 먹어본 적이 없어요. 영양제로 먹는 비타민은 가끔 먹어봤지만 딱딱한 사탕이나 아이들이 즐겨먹는 사탕류는 어떤 것도 먹여본적이 없어네요. 초콜릿도 마찬가지구요. 나중에 기관에 다니게 되면 사탕과 초컬릿에 어쩔수없이 노출이 되겠지만, 아직은 굳이 일부러 노출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요.

그런데 귀여운 메리, 그렇게 사탕을 쌓아놓고 먹다보니 그만 이가 상하고 말았어요. 이가 너무 아프니 친구들과 숨바꼭질도 할 수가 없었어요. 친구들이 메리가 이상하다며 걱정을 하고 물어봅니다. 그런 우정에 메리는 그만 너무 미안해지고 말았어요. 사실은 사탕을 먹어 이가 아픈데 치과 가기는 너무 무섭다고 털어놓지요. 친구들은 메리에게 용기를 주며 치과는 무서운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어요. 그리고, 메리가 힘을낼 수 있도록 다같이 손 붙잡고 같이 치과에 갑니다. 고마운 친구들이 아닐 수 없어요.메리와 친구들의 우정, 앞으로도 즐거운 그림책으로 종종 만날 것 같은 기대감이 드네요.

우리 아이도 보고 또 보고 자꾸 읽어달라 하는 그림책이랍니다. 입체 스티커도 들어있었는데 아들이 좋아하는 비행기 책에 잔뜩 붙일 정도로 캐릭터들을 귀여워하네요. 배려심이 많은 라라 헤어스타일이 좀 아이스크림 같은 모양인데, 하필 색깔이 누런 색이다보니 아이가 이건 똥이냐고 묻습니다. 설마..똥을 머리에 얹고 다닐라고. 하지만 아이들 다운 발상이지요 사실 엄마도 얼핏 보고, 헤어스타일이 좀 안쓰럽구나 싶긴 했어요. 아이와 즐겨 보게 되는 그림책 내가 다 먹을 거야. 입체인형들을 앞으로도 자주 보게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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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 1
류은경 소설, 이환경 극본 / MBC C&I(MBC프로덕션) / 2012년 5월
절판


올초 2월부터 50부작으로 방영중인 무신은 현재 37편 정도가 나온 것으로 검색이 되었다. 요 몇년 드라마를 거의 못 보고 살아서, 언제 뭐가 하는지도 몰랐기에 무신 방영도 모르고 있었는데, 티브이 대신 빠져 지내던 책을 통해 무신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드라마로 만들어질만큼 재미난 이야기라 그런지 정말 눈에 그려지듯 생생한 이야기를 빠른 몰입으로 읽어내릴 수 있었다.

무신정권 하면 흔히 떠올리는 최씨가문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의 가노였던 김준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라 대하 드라마로서도 아주 색다른 주제가 아닐 수 없었다. 나 또한 역사에서 배우긴 했었던 것 같은데, 노예였던 그가 고려 최고의 권력층까지 오르게 되었다는 것은 현대에도 일어나기 힘든 기적과도 같은 일이어서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최충헌의 가노였던 김윤성의 아들로 출생했다. 최우에게 추천된 뒤 신임을 얻었으며, 최항을 섬겼다.

1249년 최항이 죽고 그의 아들인 최의가 집권하자 불만을 품었고, 1258년(고종 45년) 임연(林衍), 유경(柳璥), 최온(崔溫) 등과 함께 삼별초를 앞세워 최의를 살해했다.

이로써 최씨 무인정권을 타도하여 왕권을 회복시키고 장군에 위사공신(衛社功臣) 등이 되었다. 그 후 교정별감이 되어 국가 비위(非違)의 규찰과 국사 감독을 담당했다. 이어 시중이 되고 해양후(海陽侯)에 봉해져 최충헌에 견줄 만한 권세를 누렸다.

1252년 몽골에 대해서는 강경책을 써서 몽골이 요구한 왕의 입조를 반대하고, 몽골 사신의 살해와 왕의 제거를 기도하였다.

1268년 아우 김충과의 의견에 틈이 생겨 최의를 제거하는데 협력을 했었던, 임연 등에게 살해되었다.

고려사
“ 김준의 초명은 김인준(仁俊)이며 그 아비 김윤성(金允成)은 본래 천예(賤?)로서 그 상전을 배반하고 최충헌에게로 투신하여 종노릇하는 사이에 김준과 김승준(金承俊)을 낳았다. 김준은 풍골이 늠름했으며 천성이 관후하고 아랫사람에게 공손하였다. 또 궁술에 능했으며 남에게 베풀어 주기를 좋아해서 여러 사람들의 인심을 얻었고 날마다 호협스러운 청년 자제들과 교유하고 모여서 술을 마시었으므로 제 집에는 재산이라곤 없었다. 하루는 어떤 술수(術數)를 하는 중이 그를 보고 말하기를“이 사람이 뒷날에 반드시 국권을 쥘 것이다”라고 하였다. ”
― 고려사 김준전




출처: 위키백과

기적과도 같은 역사를 이루어낸 김준의 이야기.

어느 정도의 픽션이 가미된 소설이겠지만 이 책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최씨가문의 도망노비였던 김준의 아버지가 어린 아기인 김준을 절에 의탁하였다. 그리고 그 절에서 몰락한 양반 가문의 규수 월아라는 아이와 남매처럼 자라나 서로 연모의 감정을 품게 되었다. 승적에 올라있지 않았던 그가 승병들의 반란을 진압하러 온 최씨가문에게 발각이 되어 다시 노예로 죽임을 당할 처지가 되었다. 아주 우연히 그의 목숨을 구하게 된 것이 바로 최우의 유일한 정실의 딸 송이였다. 송이는 자꾸 노비인 김준에게 눈길이 가고, 그에게 연정을 품고 있다고 부모에게 고해 김준을 곤경에 처하게 만든다. 최우는 김준의 뛰어난 무예와 문신 못지 않은 해박한 지식과 지혜에 감탄하면서도 딸 송이의 연정의 대상이라는 사실에 격노하고, 김준과 결혼할 월아를 자신의 양아들이자 망나니인 만종이 겁탈해 죽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그가 언젠가 자신을 몰락시킬거라는 두려움에 휩싸이고 말았다. 딸인 송이는 고려의 중요 충신인 김약선에게 시집을 보내고, 김준을 제거하고자 하였으나 고려의 주요 인재로 보았던 충신 박송비의 간청으로 차마 제거하지 못하고 변방으로만 돌리고 말았다.



김준은 최우를 도와 고려를 위해 힘을 쓰다가, 결국 고려 최고의 자리인 수상까지 오르게 되는 인물인 것이다.

타고난 신분이 비천해 제 뜻을 펼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 억울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지 않았을까 싶다. 비단 과거의 역사뿐 아니라 현대에도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나, 현대에는 부의 차이가 존재할뿐 신분이라는 것이 드러내놓고 존재하지는 않은데, 과거에는 신분의 벽이 인재의 앞길을 철저하게 가로막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그런 때에 일개 노예의 신분이었음에도 비상한 머리와 뛰어난 무예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원대한 포부를 펼치게 된 김준의 이야기는 정말 말 그대로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책으로 쓰이지 않았다면 자세히 알 수도 없었을 김준의 이야기를, 이렇게 또 만나게 되어 놀라웠던 그런 날들이었다.

뭔가에 몰두를 해서 책에 눈길이 잘 가지 않았던 때였는데도 무신을 집어들면 바로바로 몰두할 수 있을만큼 재미나게 읽었다.

무신에는 김준의 용맹함과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만 담긴 것이 아니라, 최고 권력자의 딸로 태어나 노비를 사랑하게 된 송이의 어긋난 사랑이야기도 담겨있었다.



드라마로 만나도 재미나게 볼 수 있었을 이야기. 무신. 시간만 난다면 티브이에서도 꼭 그들을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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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 지음, 이혜정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몇년전 한국에서 인터넷소설로 먼저 유명해졌던 "더미(김지훈 저 , http://melaney.blog.me/50090148905)"를 책으로 읽고 비만에 대한 급격한 거부감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이 책 만찬은 또다른 뚱보 연쇄 살인사건에 대한 소설이었다. 나 또한 맛있는 음식 먹는 것을 즐기는 편인데, 그 때도 그랬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급격히 입맛을 잃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계속 지속되어야 다이어트가 될텐데..

 

이 책은 타라 덩컨으로 유명한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의 심리 스릴러이다. 유명한 타라 덩컨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들어만 봤다. 만찬이라는 표지에서 포크 끝에 뚝뚝 떨어지는 핏자국이 나로 하여금 더미를 떠올리게 하면서 다소 오해를 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고도 비만의 남성들이 연쇄적으로 납치되고, 그들의 시체는 각각 늘어진 피부만 남은채 살은 거의 없는 상태인 희한한 모습으로 발견이 되었다. 표지와 이 대목에서 잠깐 착각을 하기도 하였다. 혹시 만찬이란 인육으로 만드는 요리라는 뜻일까? 더미를 본 영향이긴 했지만 살짝 욕지기가 치밀어 올랐다.

 

소아 성애자 사건을 다룬 경찰 필리프 하트 반장과 소아 성애범으로 인해 피해를 당한 아이들을 상담하고 심리 치료하는 정신과 여의사 엘레나가 주된 주인공으로 등장을 하였다. 그리고, 그 소아성애범죄자가 납치가 되면서 그렇게 납치된 고도 비만 남자가 다섯에 이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범인은 블라인드로 등장을 한다. 괴물로부터 어려서 끔찍한 학대를 당하고 온 몸이 갈기갈기 기워진 무시무시한 형태의 사람, 그는 뚱보들을 잡아다 놀라울 정도의 솜씨를 발휘해 최고급 요리를 대접하고 그들을 결국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

음식과 살인의 역학관계라니.. 갑자기 내가 입맛을 잃은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범인은 수수께끼 같은 암호를 담은 시구를 한구의 시체를 남길 적마다 피로 새겨 남기었다. 세번째 시체를 남길 적에는 필리프 반장을 잠재운 후 그의 옷을 벗겨 반장의 몸에 직접 시를 적어놓기도 하였다. 경찰에 대한 확실한 능멸이자, 죽일수도 있었는데 죽이지 않았다는 조롱도 포함되어 있었다.

 

수상쩍은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혹시, 이 사람이 아닐까? 싶은 사람들이 의외의 장소에서 자꾸만 튀어나왔다. 막판에도 또한번 보기좋게 속아넘어갔다. 내가 미스터리나 스릴러에 약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작품에 대한 몰입도와 흥미는 무척이나 놀라울 정도였다. 

 

끔찍하게 무서운 와중에도 은연 중에 웃게 만드는 유머도 살짝 섞여 있었고, 더욱 놀라운 것은 여기저기서 터지는 로맨스가 있었다는 것.

아르메니아 왕위 계승권을 갖고 있다는 (작가로서는 놀라운 이력의) 작가지만, 소설의 배경이 프랑스 파리이기에 로맨스 감정이 이렇게 충만한 것인가도 싶었다. 사실 그리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감정만은 아니었다.

너무나 완벽했던 아내를 잃고 새로운 사랑에 정착하지 못하는 필리프 반장, 그가 아내가 죽은 이후 처음으로 설레는 감정을 갖게 된 이가 바로 엘레나 정신과 의사였다.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깊은 상처를 안고 있었다. 어릴적 아버지의 친구로부터 성추행을 당해 남자에 대한 근원적인 거부감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를 흠모하는 동료이자 상관인 네드의 관심도 애써 외면해왔던 그녀가 사건을 추적하며 알게 된 필리프 반장에게는 은연중에 끌리게 되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깊은 사랑에 빠져들게 되었다.

 

사실 가장 큰 상처를 입은 사람은 바로 범인이었다.

연쇄살인범. 그가 겪은 고통은 차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있었을까.

미치지 않고서야..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데, 정말 미친 사람이었기에 그에게 상상 이상의 죽음보다 심한 학대를 할 수 있었고 그렇게 그는 "개로 길러진 아이(브루스 D. 페리, 마이아 살라비츠 저, http://melaney.blog.me/50115032233)"가 되어버렸다. 심한 학대와 상처를 받고 자라났더라도 사랑으로 그를 치유할 사람들이 있었더라면 그의 트라우마도 극복될 수 있었을텐데.. 끝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고 자랐기에..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던 귀한 아이들에게 일부 세상은 너무나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엄마이기에 처음 사건에 등장했던 엄마가 약한 힘이었을지언정 그녀가 다행히 일찍 발견한 소아성애범죄자의 두 눈을 뽑을듯 덤벼들었다는게 너무나 공감이 되었다. 정상적인 부모라면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머리를 잠시 식히려 창밖을 바라보다가, 평온한 아파트의 모습을 보니, 이런 일상을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범죄란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는 워낙 부자들만 등장해서, 필리프 반장도 부자다. 평범한 아파트를 보며 공감하긴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일상의 평화를 깨뜨리는 소름끼치는 사건들의 무시무시함은 충분히 전달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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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자 ㅣ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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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제가 이쪽으로 배속된 지 얼마 안됐거든요. 그래서 이 동네에 대해 공부하는 중입니다. 이른바 신참이죠." 354p 

신참자라..우리나라에서는 신참이라는 표현은 써도 신참자라는 표현은 잘 쓰지 않는다. 일본식 표현일까?

말 그대로 책의 제목은 니혼바시서의 신참 형사 가가형사를 일컫고 있다.

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유명한 가가형사가 등장하는 신간 소설이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가가형사 시리즈,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등의 유명한 주인공을 등장시켜 세트로 묶어 읽는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 책이란 사실도 모르고 읽었던 첫 책 용의자 x의 헌신을 비롯해서 다양한 작품들을 읽으면서도 유명한 형사나 탐정 등의 주인공에 따로 초점을 맞출 생각을 못했었기에 이번 신참자 역시 기존에 여러권의 가가형사 시리즈가 나왔음에도 신참자가 내가 읽은 최초의 가가형사가 되었다. 읽고 나니 이전 작들에 대한 궁금증도 일었다.

신참자는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에 출간되었지만, 일본에서는 일본 고단샤 문예지 <소설 현대>에서 2004년 8월호부터 5년에 걸쳐 연재된 아홉편의 단편들이 총 하나의 소설로 완성되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 2010년에는 아베 히로시 주연의 티브이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방영당시 최고 시청률 21%를 기록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혼한 40대 여성이 목졸려 죽은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가가형사 등이 그 주변을 탐색해가며 수사망을 좁혀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처음에는 마치 이 사람이 범인이다 싶은 의심이 들게끔 몰아가다가도 하나하나 뜯어보면 그들에게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연들이 숨어 있었다. 그 비밀스러운 사연마저 가가형사는 은밀히 밝혀내고, 따뜻한 비밀들을 덮어주면서 또 그와 연관있는 사람들에게는 (미처 모르고 있던 사람들에게는-대개는 그 비밀에 관련된 사람들이 그 가족들이었다. 결국 이 작품의 귀결은 가족애로 이어지는 내용들이 많았다. ) 살짝 귀뜸해주기도 한다.

 

 

"가가씨는 사건 수사를 하는게 아니었나요?"

"물론 하고 있죠. 하지만 형사가 하는 일이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사건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역시 피해잡니다. 그런 피해자들을 치유할 방법을 찾는 것도 형사의 역할입니다." 278p

멋진 말이다. 그런데 이런 형사들이 정말 있을까? 너무 사회의 부정적인 면만 많이 보았나.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사건 그 자체에만 초점 맞추기도 힘든 판국에 그 주위 일들까지 하나하나 아울러간다는 것이 참으로 형사답지 않은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건을 파헤치는 눈썰미가 정말 보통이 아니었다.

하나하나가 분명 단편소설이면서 크게는 한 사건을 주축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라는게 놀라울 정도였다. 작은 사건들이 그 안에 소소하게 끼워져 있어서, 추리소설 뿐 아니라 추리 드라마로써의 재미도 채워질수 있었던 것이겠지만 말이다.

 

센베이 가게의 할머니와 손녀가 있을때 보험회사 직원이 다녀갔고, 형사들은 그 보험회사 직원이 다녀간 시간을 탐문수사하고 다녔다. 아무래도 그의 알리바이가 애매하게 성립하는 그 시간이 의심스러워서였다. 주인에게 늘 닌교야키를 비밀리에 사다나르는 심부름을 했던 요리집 견습생 소년의 이야기도 나온다. 죽은 사람의 집에서 바로 그 닌교야키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런가 하면 호스티스 출신의 사기그릇가게 며느리는 죽은 사람에게 가위를 부탁해 사다달라고 하기도 하였다. 그런가하면 늘 산책을 다니던 개가 갑자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산책코스가 바뀌기라도 했단 말인가? 케이크 가게 점원은 단편 결말이 약간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이후로도 의심스러운 일들은 쭉 이어졌다. 이렇게 쌓여가는 의심들을, 슬렁슬렁 다니는 듯한 가가형사가 재치있게 모두 풀어내었다.

물론 주위 형사들조차 그의 작품인지도 모를 정도로 말이다. 깔끔한 일처리, 그리고 범인을 찾아내고 그 살해 동기를 밝혀내는 것까지.

 

두껍다 생각했지만 어느새 금새 다 읽고, 다른 히가시노 게이고를 읽을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 책은 다작이 많다보니 재미없는 책들도 간혹 있다는데 다행히 여태 내가 읽은 몇 안되는 책들은 대부분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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