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꿈일 뿐이야 ㅣ 마음똑똑 (책콩 그림책) 23
크리스 반 알스버그 글.그림,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2년 11월
구판절판


미국 도서관 협회가 우수 그림책에게 주는 칼데콧 상을 세차례나 수상한 작가 크리스 반 알그버그의 환경을 다룬 그림책이다.
칼데콧 상 수상작이라면 엄마들이 너도 나도 인기몰이를 하는 통에 나도 덩달아 칼데콧 상 수상작가의 작품들을 읽기 시작했었는데, 정말 괜찮은 작품들이 많았다. 이 작가분의 책은 처음 읽어보지만, 글과 그림이 정말 어렵지 않게 쉽게 공감하게 만들면서도 아이들이 바로 큰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실천적인 면을 많이 다루는 책이었다.

이건 꿈일 뿐이야.

월터는 좋아하는 잼이 가득한 커다란 도넛을 한개 사서 먹고, 종이봉투는 구겨서 소화전 옆에 휙 던져 버렸다.
집에 오는 길에 옆집의 로즈가 생일선물로 나무를 선물받았다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녁을 먹고 쓰레기를 버리러 나와서는, 귀찮아서 늘 그랬듯 분리수거는 하지않고 쓰레기를 한번에 모두 쏟아버리고 들어갔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미래의 남자 아이의 멋진 삶이 나오는 텔레비전 프로를 보러 들어갔다. 자가용 작은 비행기도 있고, 로봇에 무엇이든 척척 만들어내는 기계까지 가진 부러운 남자주인공.

월터는 자기도 미래에 살면 좋겠다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는데, 잠이 들자 월터의 소원이 이뤄졌다.
월터의 침대가 날아서 미래로 여행을 간 것이었다.

침대와 함께 하는 미래로의 여행이라.
꼬마친구들도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다음 장을 펼쳤으리라.

헉!
월터가 꿈을 깬 곳은 거대한 쓰레기장 한가운데였다. 게다가 그 동네는 바로 자기가 살던 동네, 플로랄 가.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는 거대한 쓰레기장.

꿈일거야 하고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자, 이번엔 나무 위에서 잠이 깨고 말았는데, 거대한 나무들을 마구 베어버리는 아저씨들이 보였다.
뭔가 중요한 만들걸 만드냐 물어보니 "이쑤시개"를 만들기 위해 모든 나무들을 베어내고 있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월터의 침대는 매연이 가득한 공장, 에베레스트 산 꼭대기의 호텔, 심지어 바다 위의 어선, 그리고 무수히 많은 자동차들 사이, 스모그가 가득한 풍경, 청둥오리가 연못을 찾을 수 없는 불길한 미래 등으로 그를 데리고 갔다.

월터는 이꿈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까봐 불안해졌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그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 놀란 월터는 잠옷바람으로 나가서 자신이 버린 종이 봉투를 주워 휴지통에 넣고, 분리수거까지 말끔히 다시 꺼내서 해놓고 들어왔다. 그리고 생일선물로 자기도 나무를 선물받아 로즈의 나무 옆에 심어 열심히 키우기로 하였다. 그날밤 그는 전혀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는 꿈을 꾸게 된다.

사실 미래를 꿈꾸는건 우리 어렸을 적부터도 꿈꿔온 근사한 세상이었다. 그러나, 실제 그 미래가 되고 나니 우리 어릴적 생각하던 sf과학 같은 세계가 실현된다기 보다 자연환경 파괴문제가 시급해서, 미래 우리 후손들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갈지, 삭막한 그림이 그려지는 불운한 조짐들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 또 그 아이들까지도 우리와 같은 깨끗한 물을 마음껏 마시고, 공기를 들이마시고, 녹음이 우거진 나무들을 보며 살게 하고 싶은데, 물도, 공기도 마음껏 누릴 수 없는 갇혀진 유리 새장 같은 곳에서 살게 만들까봐 사실 조바심이 들기도 하였다. 그런 생각을 하고 평소에 실천을 해야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환경에 관한 그림책 혹은 책들이 우리에게 시사하고자 하는 바일 것이다.

어린 아이들도 도넛을 좋아하고, 정리하기는 좀 귀찮아 하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지금은 귀찮은 것들, 하지만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우리의 불안한 미래를 투영하게 된다면.. 더이상 아름답지 않은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면, 지금의 잘못된 생활습관을 뜯어고치는 것이 필요한 문제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날아다니는 침대에 아이가 신기해했지만, 쓰레기 도시, 시끄러운 자동차 경적이 가득한 도시 등은 아이도 살기 싫다고 하였다.
우리 아이들과 그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 터전을 마련해주기 위해, 우리가 쓰고 끝나는 자연이 아닌, 보존되어야할 자연환경으로 우리 주변을 다시 되돌아봐야겠단 생각이 듬뿍 들게 만든 고마운 책이었다.

환경이라는 주제는 사실 교훈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어 딱딱하거나 재미없게 쓰여지기 쉬운 글이기도 하다. 그런데 작가의 필력과 멋진 그림솜씨로 금새 독자들을 매료시켜, 그의 생각에 깊이 공감하게 만드는 책이었기에 "역시 칼데콧 상 수상작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기도 하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미생 3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기풍 ㅣ 미생 3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1월
구판절판


바둑으로 시작했지만, 직장인의 애환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어 사실 바둑을 잘 몰라도 금새 몰두하게 되는 이야기, 다음에서 인기리에 연재중인 웹툰 미생 그 3권이 드디어 나왔다.

사실 너무 재미있어서 받자마자 그날 바로 다 읽어버렸지만, (내려놓을새도 없이) 리뷰를 쓰는것은 또 별개의 일인지라 며칠만에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미생은 직장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정말 100% 공감할 그런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대학을 나오지도 못한 신입사원이 어떻게 쟁쟁한 학벌과 스펙을 자랑하는 다른 인턴들을 제치고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2부까지의 이야기라고 하면, 이제 계약직이긴 하나 인턴이 아닌 정식 사원(?)이 된 이야기가 바로 3부의 시작이었다.



예전에 다니던 직장 중 회사 생활은 길게 해보지는 않았지만 경험해본 적이 있었다.

만화에 소개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정말 치열한 삶, 그 자체인데 그때의 내 모습은 이정도까지의 열정은 없었던 듯 하였다.

책의 주인공인 장그래. 내성적이고 소심해보이는 그는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자기만의 장점 한가지를 분명 지니고 있다.

바둑으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알게 모르게 자신내에 쌓인 내면의 견고함이랄까. 바둑으로 길러진 승부사적 기질이라고 작가는 장그래를 소개하고 있었다.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나게 된다. 친구, 선생님 등을 대하게 되던 학창시절의 대인관계와는 확연히 다른 사회.

입사 동기도 있지만, 상사, 후배, 거래처 사람, 혹은 고객으로 만나는 사람들, 아주 다양한 대인관계를 통해, 나 자신을 분명히 하고 소신대로 살아간다는 것이 사실 얼마나 힘든 일인지, 굴욕적인 순간도 있고, 넘어가야할 산도 무척이나 많은 곳이 직업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사회라는 곳이었다. 직업 특성상 제한적인 몇 곳의 일을 해보았는데 그 중 짧았던 회사 생활이 내 첫 직장이자, 신입사원 시절의 기억이기에 이 책 속의 장그래의 일상과 그 주변인물들의 이야기에 더 깊이 공감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회사가 굳이 아니더라도 다른 어떤 직장에 있더라도 다양한 인간군을 만나고 느끼는 감정들이 너무나 잘 녹아들어있어서 직장인들의 깊은 지지를 받고 있는 만화 미생.

이 책을 신랑이 좋아하게 될거라 생각했는데, 내 기대 이상이었다.

1,2권을 선물해주었더니만, 어느새 골수팬이 되어서, 미생웹툰이 연재되어 나오는 요일과 업그레이드 시간까지도 알고 있었다.

딱 뜨자마자 바로 클릭해서 본다는 것. 나도 모르게 어느새 그러고 있었던거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은 만화라 하였다.


장그래가 배정된 팀은 처음에는 좀 떨떠름해 보였으나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들로 이루어진 그런 팀이었다. 과도하게 많은 업무량 때문에 허덕이기 일쑤였지만, 장그래는 그런 팀의 일원으로써 깊은 만족감을 느끼고 상사에게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따뜻한 마음을 품게 된다. 이런 복 받은 사람을 보았나. 세상은 그리 녹록지 않은데 말이다. 물론 장그래같은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들어갔다면 팀원들이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마음을 풀어 보여줄 수 있게 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모든게 자기 하기 나름일 수도 있다. 분명.



OJT(On the job training):직장내 교육훈련

선임(멘토)의 업무를 함께 진행하며 지도교육을 받는것을 말한다.

지도자와 교육생 간의 유대감과 친밀도를 높여 교육 효을을 높이는 신입사원 교육방법이다.

지도자(선임)의 업무 과정을 목격하고 일정 부분 할당받은일을 직접 해보는 것.

선임 입장에선 자기가 알아서 하면 간단히 처리될 일이 신입에게 넘기는 순간, 두번 일하는 결과를 만들기때문에 인내심있고 성의있는 선임을 만나는 것이 신입에겐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34.35p



천만다행으로 끈기있는 선임을 만난 장그래와 달리, 엘리트로 들어왔으나 소심하고 소극적인 직원 장백기는 선임이 일을 주지 않고 가르치지도 않고 방치를 해서 밥맛도 없고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모두가 주목한 인재 안영이는 제안 올렸다가 거부당한 선배들의 기획서들을 디벨롭할만한게 있는지 찾아보겠다며 능동적으로 일을 찾아나서는 형이다.

업무 면에서는 무척이나 출중한 인물이지만, 신입이 너무 나댄다 생각하는 부서 상사들에게는 그런 안영이씨의 올곧은 태도가 심히 거슬리는 모양이었다. 소심하게 팽개쳐져 있든, 알아서 일을 만들어 하든, 신입이 사랑받기 어려운 조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내가 근무했던 회사에서도 한달 정도의 차이를 두고 들어온 정규 입사 남자직원과 수시로 모집되어 들어온 내가 있었다

같은 부서에 신규직원이 둘이 배치된 셈이었는데, 부장 밑에 대리 한명, 그리고 바로 아래 우리 둘이어서, 일을 가르쳐줄 사람은 대리인 선임 한 사람뿐이었다. 입사 첫 날 회사 분위기도 헤아리기 전에 OJT도 없이 바로 엄청난 양의 일이 부장으로부터 직속으로 내 앞에 떨어져 허덕이던 경우와 달리,(부장밑에 있던 직원들이 나가고 나가고 하는 통에 그 일을 해야할 자리가 몇달째 공석이었다 한다. 그래서 내가 들어오자마자 마치 밀린 빚을 수금하는 것처럼 내 앞에 일감을 쌓아놓았던 것인데 그 일이란게 말도 안되는 일들이많아서, 알려주는 사람없이 내 나름대로 찾아가며 한다고는 했지만 결국 한계치에 다다르고 말았다. 갓 졸업하고 입사 일주일만에 수백명 직원 앞에서 자사 제품 교육을 해보라는건, 그야말로 기운빠지는 지시가 아닐 수 없었기에) 남자직원은 늘상 한가해보여서 왜 그런가 했더니 장백기 직원처럼 부장이 아예 일을 주지도, 뭔가를 배우라 하지도않고 그냥 내버려 둔다고 쓸쓸해하였다. 바로 위 대리란 분은 혼자 하는 일이 많기는 하였으나, 우리를 생각해주는 것처럼 하고, 사실은 힘들어 보이는 나를 내세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려하는 욕심이 보여 첫 사회 생활을 하는 곳 치고는 참 전쟁터 같은 곳에서 시달리다 나왔단 생각도 들었다.

다양한 인간군을 모두 만날 수 있어 책 속 등장인물들과 내가 알던 사람들의 얼굴이 중복되어 보이는 책.

공감, 공감, 또 공감을 할 수 밖에 없는 스토리였다.

만화지만 정말 직장인들의 생각과 애환을 너무나 잘 담아낸 책이라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개미 100마리 나뭇잎 100장 - 가을 나뭇잎으로 배우는 숫자 0부터 100까지 ㅣ 자연이 키우는 아이 4
노정임 글, 안경자 그림, 바람하늘지기 기획 / 웃는돌고래 / 2012년 10월
품절


아이는 어린데, 벌써 가르쳐야 할 것들은 참 많아지고 있다.

엄마인 내가 게을러 그런 것일까. 자꾸 때를 놓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아뭏든.

아이에게 숫자 100까지 세게 하는 방법.

친구들은 칠판에 써두기도 하고, 벽보에 1부터 100까지 붙여두기도 하고, 아이들용으로 나온 수학책을 풀게 하기도 한다 하였다.

우리집에도 1부터 100까지 쓴 포스터가 있는데, 어딘가 뒹굴고 다니다가 다시 눈에 보이게 붙여놓은 상태다. 한참 신경 안쓰고 놔두었더니, 다 잊어버렸길래, 다시 숫자세기부터 도전.



이왕이면 책을 통해 좀 동기부여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생각했는데, 개미 100마리 나뭇잎 100장이 그 좋은 예가 되어줄것같았다.

100에 대한 책으로 우리집에 있는 그림동화는 100층짜리집과 지하 100층짜리집이 있었는데, 한 페이지 당 열 층씩 나와있어서 계속 세어보는것도 재미는 있지만 페이지를 넘겨가며 세어야한다는 단점은 있었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한 페이지에 100마리 개미와 심지어 나뭇잎까지도 세어볼 수 있다는데 있었다.

게다가 다양한 나뭇잎의 100가지 이름을 배우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덤이고 말이다.






또 아이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개념이라는 0까지도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녹여 설명해주고 있다.

영화 개미중에서

영화 개미에서 모두가 획일적으로 일만하는 사회에서 독특한 일개미 혼자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해가려는 시도를 보이는 내용이 선보였었다. 이 책속의 개미에서도 어쩌면 이단아처럼 보이는 꼬마개미의 발상으로 남다른 가을 파티 준비를 하게 된다는 스토리였다. 먹을 것만 챙기기에도 바쁜 다른 일개미들은 서둘러 가을 잔치 준비를 위해 먹거리를 모으는데 바빴다. 그런데 우리 꼬마 개미, 먹을 것은 안 찾고, 가을 나뭇잎의 다양하고 예쁜 색에 반해 모두의 관심을 집중시키게 되었다. 결국 다른 개미들조차, 그럼 가을 잔치에 나뭇잎을 한장씩 모아와 백장으로 멋진 장식을 만들어보자는 의견에 동의하게 되었다.


실제 아이와 산책나갔던 집근처 공원에서 찍어온 사진


처음에는 10마리 개미가 한장씩의 커다란 나뭇잎을 모아왔다.

그렇게 모아도 단 열장, 이렇게 모아오다가는 백장을 다 모으기도 전에 시간이 다 지나갈 것 같았다.

결국 각각의 개미 한마리씩이 한장의 나뭇잎을 옮겨오기로 하고, 하나하나의 나뭇잎을 모아 온다.

그 나뭇잎들이 모두 다 겹치지 않는다는게 주목할만하였고,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낙엽들이라는데 더 눈길이 갔다.

이름도 몰랐던 수많은 잎들. 단풍이 들어도 단풍잎과 은행잎 말고는 나무 이름조차 몰랐던 엄마. 그냥 단풍이 들었네? 하며 아들과 낙엽 몇개씩 주워오곤 하였는데, 책에 나온 나뭇잎들과 비교해가며 나무 이름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았다.

지금은 이미 많이 추워져서 멋스러운 낙엽 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지만 말이다.


재미난 점은 동기를 부여했던 꼬마개미는 정작 나뭇잎인줄 알고 다른 것들을 가져오고, 할머니가 아니라고 일러주신다.

결국 100번째 나뭇잎을 꼬마개미가 가져오면서 유종의 미를 장식하긴 하지만 말이다.

어린 유아들서부터 초등학생들에 이르기까지 숫자 100까지 재미나게 세어보고 (축약식 그림이 아닌 하나하나의 그림을 다 그려넣은 책이므로), 우리 주변의 나뭇잎들을 100가지나 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며, 실제 나뭇잎과 비교해가며 낙엽의 이름을 알아가는 재미가 톡톡할 그런 신선한 자연주의 그림동화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하느님의 보트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작품을 두고 '에쿠니 작품 중에서도 최고의 걸작'이라고 평하는 목소리가 많다.

요코는 자유롭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살려고 한다. 운명의 보트에 몸을 맡기고, 담배와 커피와 초콜릿 향기에 싸여서.

..

대개 에쿠니의 작품은 이상을 얘기하지 않는다.

소위 극적인 요소도 그리 강하지 않고 지나치게 비극적인 장면도 없다. 그저 물처럼 반짝거리고 유연하다.  286p 아동문학가 야마시타 하루오의 작품해설 중에서.

 

책을 읽고 나서, 예전엔 미처 관심을 두지 않았던 역자 후기, 작품 해설 등까지 요즘은 꼼꼼히 읽고 있다.

그 중 유난히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 해설 등을 보면 격하게 공감하는 부분이 많이 보인다.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들인데 떠오르지 않아 못했던 말들. 작품해설에서 콕콕 짚어준대로 하고 싶었던 말들을 인용해 담아왔다.

 

에쿠니의 소설은 정말 반짝반짝하는 그 느낌이 새롭다.

정말 기복이 지나치게 있다거나 자극적인 상황 속에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마구 자아내는 그런 이야기도 아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고정시키는 그 무엇이 강렬하게 있다. 편안하게 빨려들게 만드는 에쿠니만의 매력.

이미 나는 에쿠니의 팬이 되어버렸다.

에쿠니의 책을 모두 다 읽은건 아니었지만 최근의 책을 더욱 열심히 챙겨 읽었는데, 이 책.. 읽지 않았더라면 정말 후회했을, 에쿠니의 멋진 작품이었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설명을 하지도 않는다. 그저 에쿠니 식의 담백하고 깔끔한 표현으로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이야기는 엄마인 요코와 딸인 소우코의 시선에서 교차되어 서술되고 있었다.

 

지중해 휴양지의 어느 섬 방갈로 풀 사이드에서 책을 읽고 있던 엄마, 아빠

아빠만이 만들수 있는 달콤하고 중독성이 강한 시칠리안 키스라는 칵테일을 마시던 엄마가 아빠와 격정적인 사랑에 빠져 자신을 낳았다고 이야기해주는 것을 소우코는 믿고 자랐다. 엄마의 엉뚱한 이야기들이라는 표현을 한참 후에나 이해했지만 말이다.

 

에쿠니가 이끌어주는 여주인공 요코는 어쩐지 가녀리고 나긋나긋한 여성일 것 같았다. 엄마, 아빠의 한없이 깊고 깊은 사랑을 받은 요코였기에 반듯이 정숙하게 자라날줄 알았던 요코가 어린 학창시절에 소위 학교를 퇴학당할 정도로 문제아였다는게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아빠가 옛날에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만약 초등학생 때 만났더라면, 당신 어깨에 상처가 나도록 하지 않았을 거라고.

중학생때 만났더라면 , 같이 먼 곳으로 떠났을 거라고.

고등학생 때 만났더라면, 난 당신에게 들려주기 위해 매일 기타를 쳤을 거라고.

만약 대학생 때 만났더라면, 지금 나와 당신은 절대 여기 있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엄마의 어깨에는 싸워서 생긴 상처의 흉터가 조그맣게 남았고, 중학생 때 엄마는 어느 날 혼자서 집을 나갔다. 고등학생 때는 코튼 캔디색 머리를 하고 혼자서 날마다 춤을 추러 다녔다. 현실은 그렇지가 않아 엄마는 지금 여기에 있다. 163.164p

 

자신의 외로움은 아마 요코도 몰랐을 것이다. 왜 그렇게 살아왔는지.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에 대못을 박아가면서 말이다.

그리고 자신이 유일하게 잘할 수 있던 피아노를 전공하고, 엄마가 반대하는 결혼을 하고..

그리고 평생 누구도 꿈꾸지 못했을 단 한번의 사랑을 하였다.

 

지금 여기 아빠가 있으면 좋을 텐데. 엄마가 말하는 '천국처럼 포근한 품 안'에 나를 품어주면 좋을 텐데. '엄청 예쁜 얼굴'로 웃어주면 좋을텐데. '엄마의 볼에 딱 맞는' 겨드랑이를 내게도 좀 빌려주면 좋을텐데.

153.154p

 

한번도 아빠를 본 적이 없는 딸 소우코.

그녀는 엄마의 보트에 함께 올라타 정착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사실 불안정한 생활 속에 아이가 비뚫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소우코는 친구들과의 교우관계도 좋은 편이고, 엄마에 대한 원망도 하지 않은 채 엄마를 따라 일년마다 혹은 더 수시로 진행되는 방랑자 같은 삶을 따라다녔다.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잔혹한 처사인지.

한 곳에서 친구를 새로이 사귀고 또 금새 헤어지고.

상처가 될 수 있는 삶이었는데, 엄마는 자신만의 강렬한 사랑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채 살아갔기에 딸의 외로움 등을 되돌아볼 여력조차 없었다. 그저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 속에 여전히 혼자 갇혀 있었기에.

딸조차 같이 그 배에 실어 같이 아빠를 무한정 기다리는 그 삶만을 지속하려 하였다.

딸은 그녀의 소유물이 아니었음에도, 그녀에게는 딸 자신이 아닌, 아빠를 투영한 대체물처럼도 보이는 듯 하였다.

예쁜 등뼈.

 

그 사람이 없는 세계에 살고 있는 게 아니야.

걸으면서 나는 생각한다.

그 사람을 만난 후의 세계야. 그러니까 괜찮아. 다 괜찮아.

마치 기원후와 기원전 같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 보면 역시 그 사람은 나의 하느님인 것이다.

-난 반드시 당신을 찾아낼 거야.

그 사람은 그렇게 말했다. 194.195p

 

젊은 나이의 격정적인 사랑.

그리고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

소우코를 가졌다는 사실도 말해주지 못하고 아빠를 그렇게 떠나보냈던 엄마.

어디에 있건 그녀를 찾아내겠다는 아빠와 정착해버리면 아빠를 만나지 못할 것 같은 불안함에 엄마는 떠돌고 또 떠돌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모모이 선생님의 그녀를 보면 힘들다는 말에, 도쿄를 떠나 방황해야했기에 그녀의 방랑자의 삶은 더욱 길고 긴 여정이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도대체 어떤 끝이 될까. 중간까지도 한참 빠져드는 이야기였지만, 나라면 어떻게 마무리가 될지, 제대로 마무리하기가 힘들 내용일거라 마음대로 넘겨 짚었었는데.. 역시 에쿠니 가오리님. 결말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스토리였다.

 

얼마나 사랑을 하였으면 이토록 광기에 가까운 집착을 보일 수 있을까.

가녀리고 약해보이는 그녀의 느낌이었지만 정말 집념 하나로 그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아주 오랜 세월을 말이다.

사랑이 그토록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것이었을까.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채 그리움을 키워와서, 더욱 아름다운 사랑으로 승화된 것이었을까.

엄마는 자신보다 더 행복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거라 생각지도 못하고, 지금의 삶을 낙담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든 그 사랑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처연한 사랑의 느낌, 하지만 자신 안에서 너무나 반짝이는 그 사랑의 느낌.

요코와 소우코의 삶을 통해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그런 스토리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요요 - 2012년 제13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김중혁 외 지음 / 문학의숲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순문학, 장르문학 가리지않고 두루두루 다양한 소설을 섭렵하기를 좋아한다. 물론 재미만을 생각하자면 순문학 보다는 추리 소설 등에 더 손길이 가기는 하지만.

조정래, 황석영,박완서 작가님들의 책 역시도 그에 못지않게 좋아한다.

 

중학교때던가, 한국문학전집을 사주셔서 정말 그 자잘한 글씨에도 불구하고 날을 새워가며 빼곡한 그 활자들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꽤 길고 긴 중장편들이었는데도 정말 재미있었다.

추리 소설 등은 루팡을 제외하곤 거의 읽어보지 않았다가 어른이 되어서 지금에서야 읽고 있지만 말이다.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또한 참신한 작가의 새 글을 만나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로 읽어내려갔다.

김중혁님의 요요.

13회 수상작인 이 글부터 우선 눈에 들어왔다. 작가의 또다른 단편인 바질이 웬지 좀 현실에서 갑자기 그로테스크한 비현실로 넘어가는 과정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면, 요요는 좀 가슴아픈 청년의 인생사를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아이 앞에서 절대 해서는 안될 말. 부모가 서로 자신들이 맞지 않는 책임을 아이 핑계를 대고, 아이는 평생을 부모의 이혼이 자신의 책임인양 십자가를 지닌채 살아간다.

 

관계를 부수는 사람.

누가 어린 소년을 이렇게 만들었던가.

소년이라고 억지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을리가 없다.

 

방에 틀어박혀 살던 소년은 자신의 공간에서 시계를 분해하고 조립하며 그 완벽하고도 세밀하 공간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소년의 곁을 지키는 아버지는 소년이 자신을 떠나가려 함이 안타까웠지만..가족 등 주변인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뤄지지 않는다.

철저히 소년에게 초점이 맞춰져서 이야기가 진행이 되었다.

 

일부러 시계를 전공한다는 핑계로 지방의 대학에 진학을 하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마음을 준 여자친구에게서 갑자기 연락이 오지 않는 것으로 다시 못 올 상처와 충격을 먹고 만 이제는 청년이 되어버린 소년.

이제 청년은 시계 기술자에서 독립 시계 제작자가 되어서 자기만의 작품을 제작하며 살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운명의 상대였던, 이유도 제대로 모른채 사라져간 여자친구와 만날 기회를 두번 정도 가졌으나 처음에는 자신의 가정 사정으로 못 만나고 말았고 또 수십년이 흐른 후에 잠깐, 아주 잠깐 자리를 같이 하게 되었다.

 

고요히 흘러가는 시계 속의 시간처럼. 소년의 사랑도 그렇게 아쉽게 흘러갔지만, 상실만을 이야기한다기엔 충분히 아름다운 그런 이야기였다.

 

조해진 님의 유리를 예전 다른 수상작품집에서 읽었던 지라, 이번에 나온 밤의 한가운데서를 읽으며 반가움을 갖기도 하였다. 사실 작가분 얼굴이 낯익어서 혹시? 하고 찾아봤던 것인데, 유리의 내용 자체도 아픔이 컸기에 밤의 한가운데서는 그런 아픔이 많은 이야기가 아니길 바랬다.

 

박형서님의 QED, 증명완료는 숫자가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온갖 수학 이야기로 가득 채워지는 이야기였다.

머릿 속의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들이 종이 위에 펼쳐지는 듯한 그런 이야기랄까. 다소 갑갑함을 느끼게도 되었지만 수십년을 허비한 주인공이었어도 결말만큼은 자신의 인생에 충실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모두 다 개성이 있어 읽는 재미가 있었다.

읽기 어려운 거부감이 드는 이야기도 끝까지 읽어내었고, 익숙한 작가의 이름이 나오면 반가운 생각으로 읽기도 하였다.

이렇게 새로운 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만나볼수있다는 즐거움이 있어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반갑게 읽게되는 것인가 싶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