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3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기풍 미생 3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1월
구판절판


바둑으로 시작했지만, 직장인의 애환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어 사실 바둑을 잘 몰라도 금새 몰두하게 되는 이야기, 다음에서 인기리에 연재중인 웹툰 미생 그 3권이 드디어 나왔다.

사실 너무 재미있어서 받자마자 그날 바로 다 읽어버렸지만, (내려놓을새도 없이) 리뷰를 쓰는것은 또 별개의 일인지라 며칠만에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미생은 직장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정말 100% 공감할 그런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대학을 나오지도 못한 신입사원이 어떻게 쟁쟁한 학벌과 스펙을 자랑하는 다른 인턴들을 제치고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2부까지의 이야기라고 하면, 이제 계약직이긴 하나 인턴이 아닌 정식 사원(?)이 된 이야기가 바로 3부의 시작이었다.



예전에 다니던 직장 중 회사 생활은 길게 해보지는 않았지만 경험해본 적이 있었다.

만화에 소개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정말 치열한 삶, 그 자체인데 그때의 내 모습은 이정도까지의 열정은 없었던 듯 하였다.

책의 주인공인 장그래. 내성적이고 소심해보이는 그는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자기만의 장점 한가지를 분명 지니고 있다.

바둑으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알게 모르게 자신내에 쌓인 내면의 견고함이랄까. 바둑으로 길러진 승부사적 기질이라고 작가는 장그래를 소개하고 있었다.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나게 된다. 친구, 선생님 등을 대하게 되던 학창시절의 대인관계와는 확연히 다른 사회.

입사 동기도 있지만, 상사, 후배, 거래처 사람, 혹은 고객으로 만나는 사람들, 아주 다양한 대인관계를 통해, 나 자신을 분명히 하고 소신대로 살아간다는 것이 사실 얼마나 힘든 일인지, 굴욕적인 순간도 있고, 넘어가야할 산도 무척이나 많은 곳이 직업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사회라는 곳이었다. 직업 특성상 제한적인 몇 곳의 일을 해보았는데 그 중 짧았던 회사 생활이 내 첫 직장이자, 신입사원 시절의 기억이기에 이 책 속의 장그래의 일상과 그 주변인물들의 이야기에 더 깊이 공감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회사가 굳이 아니더라도 다른 어떤 직장에 있더라도 다양한 인간군을 만나고 느끼는 감정들이 너무나 잘 녹아들어있어서 직장인들의 깊은 지지를 받고 있는 만화 미생.

이 책을 신랑이 좋아하게 될거라 생각했는데, 내 기대 이상이었다.

1,2권을 선물해주었더니만, 어느새 골수팬이 되어서, 미생웹툰이 연재되어 나오는 요일과 업그레이드 시간까지도 알고 있었다.

딱 뜨자마자 바로 클릭해서 본다는 것. 나도 모르게 어느새 그러고 있었던거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은 만화라 하였다.


장그래가 배정된 팀은 처음에는 좀 떨떠름해 보였으나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들로 이루어진 그런 팀이었다. 과도하게 많은 업무량 때문에 허덕이기 일쑤였지만, 장그래는 그런 팀의 일원으로써 깊은 만족감을 느끼고 상사에게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따뜻한 마음을 품게 된다. 이런 복 받은 사람을 보았나. 세상은 그리 녹록지 않은데 말이다. 물론 장그래같은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들어갔다면 팀원들이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마음을 풀어 보여줄 수 있게 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모든게 자기 하기 나름일 수도 있다. 분명.



OJT(On the job training):직장내 교육훈련

선임(멘토)의 업무를 함께 진행하며 지도교육을 받는것을 말한다.

지도자와 교육생 간의 유대감과 친밀도를 높여 교육 효을을 높이는 신입사원 교육방법이다.

지도자(선임)의 업무 과정을 목격하고 일정 부분 할당받은일을 직접 해보는 것.

선임 입장에선 자기가 알아서 하면 간단히 처리될 일이 신입에게 넘기는 순간, 두번 일하는 결과를 만들기때문에 인내심있고 성의있는 선임을 만나는 것이 신입에겐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34.35p



천만다행으로 끈기있는 선임을 만난 장그래와 달리, 엘리트로 들어왔으나 소심하고 소극적인 직원 장백기는 선임이 일을 주지 않고 가르치지도 않고 방치를 해서 밥맛도 없고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모두가 주목한 인재 안영이는 제안 올렸다가 거부당한 선배들의 기획서들을 디벨롭할만한게 있는지 찾아보겠다며 능동적으로 일을 찾아나서는 형이다.

업무 면에서는 무척이나 출중한 인물이지만, 신입이 너무 나댄다 생각하는 부서 상사들에게는 그런 안영이씨의 올곧은 태도가 심히 거슬리는 모양이었다. 소심하게 팽개쳐져 있든, 알아서 일을 만들어 하든, 신입이 사랑받기 어려운 조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내가 근무했던 회사에서도 한달 정도의 차이를 두고 들어온 정규 입사 남자직원과 수시로 모집되어 들어온 내가 있었다

같은 부서에 신규직원이 둘이 배치된 셈이었는데, 부장 밑에 대리 한명, 그리고 바로 아래 우리 둘이어서, 일을 가르쳐줄 사람은 대리인 선임 한 사람뿐이었다. 입사 첫 날 회사 분위기도 헤아리기 전에 OJT도 없이 바로 엄청난 양의 일이 부장으로부터 직속으로 내 앞에 떨어져 허덕이던 경우와 달리,(부장밑에 있던 직원들이 나가고 나가고 하는 통에 그 일을 해야할 자리가 몇달째 공석이었다 한다. 그래서 내가 들어오자마자 마치 밀린 빚을 수금하는 것처럼 내 앞에 일감을 쌓아놓았던 것인데 그 일이란게 말도 안되는 일들이많아서, 알려주는 사람없이 내 나름대로 찾아가며 한다고는 했지만 결국 한계치에 다다르고 말았다. 갓 졸업하고 입사 일주일만에 수백명 직원 앞에서 자사 제품 교육을 해보라는건, 그야말로 기운빠지는 지시가 아닐 수 없었기에) 남자직원은 늘상 한가해보여서 왜 그런가 했더니 장백기 직원처럼 부장이 아예 일을 주지도, 뭔가를 배우라 하지도않고 그냥 내버려 둔다고 쓸쓸해하였다. 바로 위 대리란 분은 혼자 하는 일이 많기는 하였으나, 우리를 생각해주는 것처럼 하고, 사실은 힘들어 보이는 나를 내세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려하는 욕심이 보여 첫 사회 생활을 하는 곳 치고는 참 전쟁터 같은 곳에서 시달리다 나왔단 생각도 들었다.

다양한 인간군을 모두 만날 수 있어 책 속 등장인물들과 내가 알던 사람들의 얼굴이 중복되어 보이는 책.

공감, 공감, 또 공감을 할 수 밖에 없는 스토리였다.

만화지만 정말 직장인들의 생각과 애환을 너무나 잘 담아낸 책이라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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