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조미료로 通하는 나만의 요리
권향자 지음 / 꿈꾸는사람들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조미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상당히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 어머님들이 보시던 요리책에는 조미료가 들어가는 레시피가 당연한 듯이 (요리연구가가 쓴 요리책임에도) 실려 있었는데, 요즘에 그런 요리책은 거의 하나도 살펴 볼 수가 없다. 그래서, 그 맛을 내는 빈 자리를 천연 조미료들이 대신하고 있다. 아직 식당이나 인스턴트 식품 등 사먹는 대부분의 음식에는 합성 조미료가 들어가지만, 집에서는 요리할때 조미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줄어들지 않았나 싶다. 우리집만 해도 조미료가 퇴출된지 한참 되었고, 나 역시 결혼 후부터 조미료를 써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 맛을 내는 빈 자리는 거의 대부분 멸치와 다시마 육수로 대신하였다. 비린 맛이 싫을 때는 고기나 버섯 육수로 대체하였고 말이다.






합성조미료는 쉽고 간단하고 또 원가 대비 싸게 만들 수 있는 요리에 적합하다. 그래서 식당에서 많이 쓰이긴 하지만, 건강에 유해하다는 사실이 많이 알려져 요즘의 주부들은 천연 재료로 만들어진 조미료라고 해도 조미료라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갖는 일이 많다. 가장 편하게는 이 책에 나온 것처럼 각종 새우, 멸치, 다시마, 표고 버섯들을 바짝 말려서 분쇄기로 갈아서 가루 형태로 보관하면서 요리할때 쓰면 즉석에서 맛을 내기 쉬운데, 분쇄하는게 귀찮아서 거의 매번 그냥 멸치와 다시마를 꺼내 육수를 내는 과정을 거치곤 하였다. 건진 멸치와 다시마는 따로 버려야 하고, 빨리 요리하고 싶을때는 그 육수내는 시간마저 아쉬울때가 많았다. 그래서 요즘은 나도 가루를 내는 방법을 따라할지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주부들이 요리할때 가장 어려워하는 음식 맛내기.

그 쉬운 비법으로 저자는 맛간장 만들기 방법을 따로 수록해주었다. 천연 조미료 가루와 육수 미리 내기 외에 맛간장을 미리 만들어두어 각종 조림이나 볶음 등을 할적에 여러 재료 없이 맛간장만으로 수월하게 나만의 깊은 풍미를 낼 수 있게 한 것이다.

그외에 만들기 귀찮아서 사먹곤 했던 꽤나 비싼 고추기름 만드는 방법도 나와있어 이번 기회에 한번 따라해볼까 싶은 욕구를 부추겨주었다.




한그릇 요리로는 쉽게 만들어먹을 수 있는 영양밥, 덮밥, 수제비 등이 나와 있었는데 요즘 우리 아들이 너무나 잘 먹는 모듬 버섯 영양밥이 역시나 눈에 가장 띄었다. 다른 책에서는 팽이 버섯이 미끈거리니 빼고 지으라 되어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마지막에 넣으라고 조언이 되어 있었다. 금새 숨이 죽으므로 끝에 숨이 죽을 정도로만 살짝 데우면 된다는 것. 버섯 영양밥을 먹을 적에는 부추 양념장을 만들어 곁들이면 부추의 알리신 성분이 버섯의 영양소 흡수를 도와주는 역할까지 해서 맛과 영양을 한번에 잡을 수 있게 도와준다는 사실도 배울 수 있었다.






마트 포장 단위가 큰 편이라 사실 재료를 사고 한 가지 요리를 하면 남는 재료를 뭘 해먹을지 막막할 초보 주부들을 위해 한가지 재료로 두가지씩 만들어먹을 메뉴를 소개한 코너도 눈에 띄었다. 요리하는 것 못지않게 재료 준비를 하고, 남은 재료까지 말끔히 맛있게 먹는 것 또한 하나의 부담이 되는 일인지라, 이런 코너가 돋보일 수 밖에 없었다.

한정식집에 가면 맛있고 부드럽게 즐길 수 있는 메뉴 중 하나였던 들깨 미역국 레시피가 이 코너에 소개되어 있었는데 멸치 육수와 액젓으로 맛을 낸 육수에 생들깨와 불린 미역 등을 넣어 고소한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그런 레시피였다. 들깨를 쓸 수 있는 다른 레시피는 들깨즙 버섯탕이었는데, 표고, 느타리, 양송이, 팽이 등의 다양한 버섯과 쇠고기, 무, 멸치 육수와 불린 쌀까지 이용해 두루두루 다양한 맛의 향연을 즐기게 해줄 메뉴였다. 들깨즙 버섯탕, 이건 아이도 어른도 모두 색다른 메뉴라 좋아할것 같아 냉장고의 들깨가루로 한번 만들어보고픈 메뉴였다. 오늘 만들어볼까?






아, 역시 가장 땡기는 건 고기, 나의 육식 생활이여.

차돌박이 부추무침 레시피가 나왔는데, 어디에 나왔더라?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차돌박이에 부추를 곁들여먹으면 부추의 알릴 성분이 소화촉진을 도와주고 신장, 감기에도 좋은 식재료라니 꼭 두 재료를 같이 곁들여 먹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냉동고에 사서 얼려두고, 등갈비 구이 해먹어야지 했던게 있었는데, 매운 등갈비찜 레시피를 보니 한국식으로 매콤하게 해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안 그래도 한국식 레시피는 어디 없을까 찾았었는데, 양식보다 한식을 좋아하는 신랑 입맛에도 덜 달고 칼칼한 매운 등갈비찜이 제격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패밀리 레스토랑 식으로 조리를 했더니 내 입에는 맛만 있던데, 신랑은 좀 달다면서 먹다 말아서 열심히 만들어놓고 속상한 적이 있었다. 그래, 오늘 저녁 반찬은 이거다. 매운 등갈비찜.

안 그래도 냉동고 좀 비우자고, 있는 것부터 해결하자고 노래를 부르는 신랑도 냉동고를 비워 이걸 만들어낸걸 알면 무척이나 좋아할 것 같다. 서양식처럼 다양한 소스가 필요하지도 않고, 간장, 설탕, 물엿, 다시마 등 기본 가정에 비치된 재료만으로도 충분히 조리가 가능하니 더욱 손쉬운 레시피가 될 것 같다.



다양하고 건강한 메뉴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우리 몸과, 맛과, 영양과 모두 통하는 건강한 요리.

내 한 몸 귀찮지만 외식보다 가정식을 해주어야하는 까닭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한번 느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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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이 출간 당시 그해 최고의 책으로 꼽혔음에도 미처 못 읽고 있다가 뒤늦게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압도해가는 그 스케일에 꼼짝없이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이런 상상력을 해낼수있는 작가가 있을까요. 우리나라의 소설이 이렇게 재미날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깊이 탄복했던 작품이었습니다. 7년의 밤을 못 읽어본 사람이 있다면, 지금 당장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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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제너레이션 - 좀비로부터 당신이 살아남는 법
정명섭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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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재미로 읽기보다는 위급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매뉴얼(?) 같은 느낌이었다. 

예전에 자못 진지한 기분으로 "재난이 닥쳤을때 필요한 단 한권의 책" http://melaney.blog.me/50112448107 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미국 최고 전문가가 말해주는 생존 매뉴얼이라 우리나라 정서상에는 좀 잘 안 맞더라도, 이렇게 대비하는 사람들이 정말 있구나, 재난 영화 등을 보며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구체적인 것들이 필요하구나 하는 것들을 배운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이 정말 필요할 때가 제발 오지 않기를 바랬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 책.

처음엔 당연히 소설 정도로 (물론 소설이다) 생각했는데, 독특하게 씌여져있다. 스토리는 좀비 사태가 발생하고, 그 자리를 벗어나는데까지의 약간의 모험이 곁들여진 내용이지만, 스펙터클한 대서사시 같은 느낌이나 무슨 또다른 사연 등이 들어가 있기보다는 정말 말 그대로 좀비에게서 벗어나는 방법, 조금이라도 더 버티기 위한 방법, 심지어 사람을 잡아먹고 좀비로 만드는 그 상대 좀비를 없애는 무기 제작법 등까지 자세히 언급되어 있었다.

 

다소 코믹한 부분들도 있었지만 사실 난 이 책 역시 진지하게 읽었다.

정말 진지해지고 싶지 않지만 진지해지는 분위기랄까.

어떤 사람들 (낢 웹툰 작가님처럼)은 좀비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푹 빠지기도 한다는데, 절대 난 그럴 생각이 없었고.

시커먼 얼굴로 더이상 의식이 없는 채로 사람들을 잡아먹고 괴력을 발휘하고 다닌다는 좀비 이야기를 듣자, 공존 자체를 거부하고 싶은 심경이었다.

 

워낙 전기와 물 (상하수도 포함) 등의 혜택들 누리고 살던 문명인인지라 그 모든 것이 끊겼을때의 위기상황(좀비 사태에서도 물론 금새 그런 상황이 된다고 한다.)에 대처하는 방법을 강구하기란 정말 막막하기 이를데 없는 것이었다. 기름이 꽉 채워진 차로 이동을 하면 좋겠지만 기름도 금새 떨어질테고 적재적소에 좀비를 피해 자동차로만 긴 여행을 한다는게 힘들 수도 있고..걸어서 도망을 가면서 내 몸을 지킬 무기와 며칠이라도 버틸 식량을 챙겨야 하고 배터리로 들을 수 있는 라디오를 이용해서 수시로 정부의 방송 등을 들어야 한다는 것, 아.. 행동이 굼띠고 겁이 많아서 재난 영화 등을 보면서 살아남는 생존자 보다는 일찍 나가떨어지는 엑스트라가 어쩐지 내 운명이 될 것 같아 느끼는 1인이었기에 읽으면서 일찍 좀비의 희생양이 될 듯, 공포를 미리 맛봐야했다.

 

살아남는다는 거, 정말 만만치 않은 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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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베스트셀러 미니북 2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오유경 그림, 유혜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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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라는 작품에 대해 누누히 들어왔음에도 미처 읽어보질 못했었다.

너무나 유명한 작품 중에 내가 못 읽어본 작품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에 뒤늦게 놀라며 찾아읽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올해는 특히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 "위대한 개츠비"가 개봉되어 그런지 위대한 개츠비 다시 읽기 (나같은 경우는 처음 읽기) 붐이 일어난듯 하다.

 

책도 읽어보기 전이었고, 워낙 유명한 문학작품이라고 하니, 문학성이 높은 작품들에게서 흔히 예상되는 대중성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좀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편견이 있었는데.. 그래서, 친구가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면서 아이언맨 3가 아닌 위대한 개츠비를 보자고 했을 적엔 괜한 편견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아직 책을 보기 전에 봤던 이 영화, 너무나 괜찮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하루종일 기분이 이상할 정도로 꽤나 괜찮았다.

 

책을 중반쯤 읽었던 친구는 거의 비슷한 내용이네. 위태위태한 느낌이긴 했는데 결국 비극적인 결말이군. 하고 영화와 책에 대한 소감을 같이 이야기하면서도 재미나게 봤다고 하였고. 사실 책은 좀 지루한 느낌이었는데 영화를 보니 훨씬 화려하다고 이야길 하기도 하였다.

나 역시 영화를 보고서 그 흥분과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가 책을 펼쳐들고 나니,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그 느낌을 생생히 재현할 수 있었다.

 

사실 책과 영화가 같이 나오면, 여러 장단점이 있다.

영화로는 직접 이미지가 생생히 그려지니, 쉽게 몰두하기 좋다는 장점이 있는가 하면 제한된 시간 속에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야 해서, 모든 것을 다 표현해내기 어렵다는.. 거기에 배우들의 역량과 감독, 연출자의 능력까지 포함이 되어, 독자들의 상상력에 부합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무던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런가 하면 책은 좀더 세세한 설명이 뒷받침되지만, 딱 떨어지게 구체적으로 이미지화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고, 눈앞의 영상이 아니니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보통때는 책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을 하는 나였지만 이번에는 책과 영화를 같이 본 것에 오히려 크게 만족한 그런 경우였다.

영화를 보기 전만 해도, 화려한 영상 외에는 볼것이 없다라는 혹평등을 접한 터라, 큰 기대 없이 보러 갔었는데, 배우들의 열연과 화려한 영상미 그 모든 것이 나를 사로잡았다 말하고 싶었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니 좀더 살을 붙여서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었다.

거의 흡사하지만, 약간의 달라진 부분을 이야기하자면, 영화에서는 화자인 닉이 알콜 치료를 받기 위해 의사와 상담을 하면서, 말로 다 못 풀어낼 그 이야기를 글로 적기 시작하는 것으로 시작을 하지만, 책에서는 알콜 치료라던지 하는 장치 없이 자연스러운 닉의 서술로 시작이 되었다.

 

그리고 애매모호한 느낌으로 표현된 닉과 조던과의 관계도 책에서는 좀더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었다.

영화가 무척 좋았다 느낀 점 중의 하나는, 정말 환상적으로 그려졌던 데이지와 조던의 첫 등장이었다.

우리는 천정이 높은 홀을 지나 밝은 장밋빛의 방으로 들어갔다. 천정에서 바닥까지 나 있는 프랑스식 창문으로 엉성하게 둘러싸인 방이었다. 창문은 조금 열려져 있었고 또 길게 자라 집안으로까지 뻗어 들어올 것 같은 밖의 싱그러운 풀밭을 배경으로 하얗게 반짝이고 있었다. 산들바람이 방안으로 들어오자 커튼 한 자락은 방안에서, 다른 한 자락은 바깥에서 흡사 하얀 깃발처럼 나풀거리다가 하얗게 설탕을 뿌린 웨딩 케이크 같이 생긴 천정을 향해 말려 올라갔다. 그랬다가 이번에는 바람이 바다 위에서 잔물결을 일으키듯 와인색 융단 위에서 나풀거리며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23p

 

어느 한 구절만 집어내기 힘들 정도로 작품 전반적으로 멋진 문학적 표현으로 가득찬 작품이라는 위대한 개츠비.

사실상 그랬다. 내용은 드라마, 순정 이런 것을 다루고 있지만 작가의 묘사와 표현은 따라잡기 힘든 그런 것이었다.

그런 표현을 영상으로 이렇게 아름답게 잡아내다니.

다소 몽환적인 커튼의 너울거림이 펼쳐졌을때 그 여성들의 등장이 작품 속에 꽤나 큰 비중으로 등장하게 될 것임을 예감할 수 있었다.

 

영화 속에선 그저 가난한 증권맨 쯤으로 시작되었던 닉.

알고보니 그도 미국 최고의 부자는 아니었지만 꽤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살아보고픈 욕망에 뉴욕에 온 사람이었다.

다만, 이미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한 대부호들 사이에 혼자 자립해 끼어들자니, 적은 월세를 내는 작은 집밖에 구하지 못했을뿐이었지만..

그의 옆집은 그야말로 쩍 소리가 날만큼 큰 저택에 날마다 불나방같은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화려한 파티가 벌어지는 곳이었다. 바로 개츠비의 저택. 초대받지 않은 사람들도 마음껏 드나드는 쾌락의 공간.

그 곳에 닉은 유일하게 초대받은 손님이 되었고, 베일에 쌓인 개츠비를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파티에서 다시 만난 조던.

개츠비는 닉과 같이 있던 조던을 따로 불러 긴히 뭔가 이야기를 전했고, 조던은 이야기를 다 듣고 온 후에 비밀을 알게 된 후 개츠비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개츠비라는 인물.

엄청난 부를 축적한 그가 사실은 30대 초반의 젊은 남성이라는 사실조차 낯설었던 닉은 어느날 그에게서 같이 드라이브를 하자는 제의를 받고,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늘어놓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진짜일까 ?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였다. 옥스포드 대학을 나오고,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라는데, 사실 그의 행동거지는 무척이나 부유한 집안의 자제로 교육을 받은 티가 나긴 했지만, 말 자체는 앞뒤가 맞지 않는 면이 많았다.

 

모든 것을 다 갖고 있을 것 같은 개츠비는 의외로 닉에게 쩔쩔매 어쩔줄을 모른다.

그리고 조던을 통해 어려운 부탁 한가지를 한다. 바로 닉의 집으로 사촌인 데이지를 불러달라는 것.

역시 대부호와 결혼해 강 건너 대저택에 살고 있는 데이지는 사실 개츠비의 첫사랑이었다. 그리고, 결혼후 5년이 넘게 개츠비의 마음 속에 있는 마지막 연인이기도 하였다.

 

마치 현재의 이 행복감에 대해 어렴풋하게 의구심이라도 떠오른듯. 거의 5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니! 그날 오후만 하더라도 데이지가 그의 꿈을 허물어뜨린 순간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 그가 간직했던 환영이 너무도 생생했기때문이었다. 그 환영은 그녀를 초월했고, 모든 것을 초월했다. 그는 창조적인 열정을가지고 그 환영에 몸을 던졌다. 그 환영에모든 시간을 더하고 그의 앞에 떠다니는 모든 아름다운 깃털로 그 환영을 장식하면서 말이다. 아무리 많은 불길이나 신선함도 한 남자의 가슴속 깊이 품고 있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법이다. 170p                                  

 

 

아무리 사랑이 중요하다고 해도, 개츠비의 그 위대한 사랑에 명함을 내밀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았다.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들었던 개츠비의 무모함, 엄청나게 돈을 퍼부은 그 파티와 대저택, 그 모든 것들이 다 데이지 하나를 위한 것이었다.

너무나 아름답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한 남자의 아내이자 아기엄마까지 된 그녀를..

개츠비는 잊지 못하고 되찾으려 하고 있는 것이었다. 새로운 사랑을 만날 수도 있었을텐데..

아무것도 갖지 못하고 태어난 가난했던 개츠비에게 데이지는 그저 아름다운 한 여성 이상인, 상류사회 그 모든 것이었고, 그녀를 진정으로 소유하는 것만이 자신의 과거를 벗고 너무나 꿈꾸었던 상류사회 인물로 진입하는 것이라 생각을 했을 것이다.

 

지나치게 통속적이었던, 그야말로 "돈"밖에 모르는 여성이었음에도 개츠비는 그저 그녀 그 자체를 꿈꾸고 사랑해왔다.

그리고 그녀와의 사랑의 도피로 만족하지 않고, 그녀의 부모님께 정식으로 허락을 맡아 결혼하고 싶어한다.

 

여태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어낸것이1974년부터 지금까지 3편 정도가 나와있는 것으로 검색되었다. 책을 읽고 나니 이보다 멋진 스토리로 영화를 만들어낼 작품도 없어보였다. 정말 감독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지 않을까 싶은 그런 스토리였다.

 

상류사회의 일원이 되고 싶었던 남성, 갑작스러운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여러 지름길(물론 옳지 않은 경로로)로 자신을 만들어나갔고, 그 끝에는 자신이 몹시 갖고 싶었던 한 여성이 있었다.

위대한 개츠비는 그런 맹목적이고도 무모해보이는 자신의 이상이 그려낸 한 여성에 대한 환상적인 사랑에 기초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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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꽃 김별아 조선 여인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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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아 작가님의 책으로는 미실을 맨 처음 읽어 보았다.

역사소설을 정말 생생하게 재현해내는 필력을 갖춘 작가님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얼마전 나온 채홍을 시작으로 이번 불의 꽃을 이어, 총 3부작의 조선여성 3부작, 사랑으로 죽다 시리즈를 이어갈 예정이라 하였다.

채홍은 여성간의 동성애를 다룬 작품이었다는데 아직 읽어보지 못했고, 이 책은 사대부 가문에서의 불륜 사건으로 여성만 참형에 처해진 사건을 계기로 쓰여진 사랑 이야기였다.

 

전 관찰사 이귀산의 아내 유씨가 지신사 조서로와 통간하였으니 이를 국문하기를 청합니다.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 21권 세종 5년의 9월 25일의 첫번째 기사

국왕의 측근에서 왕명을 출납하는 지신사와 대신의 아내의 간통은 재위한지 5년째에 이른 젊은 왕 세종을 분노케 했고 사헌부의 계사 후 13일이 지나 어명으로 '이귀산의 아내 유씨를 참형에 처하고 지신사 조서로를 영일로 귀양'보내며 사건이 일단락된다. 337P

 

이 하나의 기사에서부터 작가의 상상력이 시작되었다한다. 20대의 젊은 왕이 40대의 양반가의 불륜 남녀를 용서할 수 없었음에 여성을 참형에 처하고 말았지만 4년후 30여명의 남성이 연루된 조선 최초의 집단적 섹스스캔들 유감동 사건이 터졌을때는 사형이 아닌 유배형을 내렸다한다. 과거 유씨에 대한 참형이 지나친 처사였음을 세종 스스로가 인정한 것이 되었다.

 

조서로와 유씨부인의 이야기.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으나,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피어난 구슬픈 그들의 사랑 이야기.

남들이 손가락질하는 불륜이 되었으나 그들 사이에서는 애통할 어릴적부터의 첫사랑이 숭고하게 담겨져있던 이야기, 불의꽃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어려서 갑작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부모님과 동생을 잃고 천애고아가 되어버린 여자아이.

아비는 너라도 살라며,아이를 화마 밖으로 던져내었고 아이는 그렇게 홀로 살아남아 비운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멀고 먼 친척 집에 맡겨진 아이였지만 충격으로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아이의 외할머니와 친분이 깊었던 그 집안의 할머니 청화당은 아이를 정말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해주었다.

그러나 청화당의 딸은 아이의 죽은 생모에 대한 깊은 경쟁의식때문에 아이를 몰아세우고 끝까지 경계를 하였다.

아들조차도 몰아세우곤 하던 비뚫어진 심성을 가진 그 어미에게서 난 자식, 서로는 여려보이나 총명한 아이였다.

그리고 그런 서로와 여자아이는 서로에게 호감을 품고 자라, 첫사랑으로 맺어지게 되었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후 눈엣가시같았던 아이 녹주를 (본인의 이름을 잊어버려, 녹주라는 이름조차 서로가 지어 불러준 것이었다.) 서로의 엄마는 강제로 절에 보내버리고 말았다. 자기 아들과 떼어놓으면서, 불행한 삶을 살길 바랬기에..

 

그렇게 사랑했던 두 어린 남녀는 떨어지게 되었다.

서로는 잘 나가는 집안의 자제였기에 꽤 유명한 사대부 가문의 규수와 결혼을 하게 되었으나 평생을 가슴에 품은 녹주를 잊을래야 잊을 수 없었다.

 

승려가 되었으나 이미 뜨거운 불의 꽃을 가슴에 품은 녹주 또한 완벽한 비구니가 될 수 없었기에, 결국 절에는 살지만 완전한 스님이 되지 못하고 그저 절에 거주하는 여인이 되고 말았다. 그런 녹주에게 반해 이귀산이라는 아버지뻘 되는 사람이 녹주를 부인으로 들이고 말았다.

 

작가의 상상력은 이렇게 흘러갔다.

처음부터 색에만 눈을 뜨고, 비뚫어진 사랑을 했던게 아니라, 맺어지지 못한 슬픈 인연의 그들을 다뤄내고 있었다.

부모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한 사랑이었지만 결코 헤어질 수 없었던 그들.

길고 긴 세월을 돌고 돌아 다시 만났을 적에 그들은 다시금 그 사랑의 불꽃을 태워버리지 않을 수 없게끔 이야기가 흘러갔다.

 

사람이 있다면 어김없이 사랑이 있었을 것입니다.

사랑을 귀히 여기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지는 띠지의 멘트였다.

 

사랑이 없는 결혼 (아마 조선시대에 꽤나 많이 그렇게 맺어졌을)의 무미건조함, 그리고 진정한 사랑 앞에 구슬플 수 밖에 없었던 연인들의 어긋나버린 운명이 슬프게 와닿는 그런 책이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죽어갈 수 밖에 없었던 여인들의 이야기. 그 세번째 이야기는 누구의 이야기가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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