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꽃 김별아 조선 여인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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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아 작가님의 책으로는 미실을 맨 처음 읽어 보았다.

역사소설을 정말 생생하게 재현해내는 필력을 갖춘 작가님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얼마전 나온 채홍을 시작으로 이번 불의 꽃을 이어, 총 3부작의 조선여성 3부작, 사랑으로 죽다 시리즈를 이어갈 예정이라 하였다.

채홍은 여성간의 동성애를 다룬 작품이었다는데 아직 읽어보지 못했고, 이 책은 사대부 가문에서의 불륜 사건으로 여성만 참형에 처해진 사건을 계기로 쓰여진 사랑 이야기였다.

 

전 관찰사 이귀산의 아내 유씨가 지신사 조서로와 통간하였으니 이를 국문하기를 청합니다.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 21권 세종 5년의 9월 25일의 첫번째 기사

국왕의 측근에서 왕명을 출납하는 지신사와 대신의 아내의 간통은 재위한지 5년째에 이른 젊은 왕 세종을 분노케 했고 사헌부의 계사 후 13일이 지나 어명으로 '이귀산의 아내 유씨를 참형에 처하고 지신사 조서로를 영일로 귀양'보내며 사건이 일단락된다. 337P

 

이 하나의 기사에서부터 작가의 상상력이 시작되었다한다. 20대의 젊은 왕이 40대의 양반가의 불륜 남녀를 용서할 수 없었음에 여성을 참형에 처하고 말았지만 4년후 30여명의 남성이 연루된 조선 최초의 집단적 섹스스캔들 유감동 사건이 터졌을때는 사형이 아닌 유배형을 내렸다한다. 과거 유씨에 대한 참형이 지나친 처사였음을 세종 스스로가 인정한 것이 되었다.

 

조서로와 유씨부인의 이야기.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으나,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피어난 구슬픈 그들의 사랑 이야기.

남들이 손가락질하는 불륜이 되었으나 그들 사이에서는 애통할 어릴적부터의 첫사랑이 숭고하게 담겨져있던 이야기, 불의꽃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어려서 갑작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부모님과 동생을 잃고 천애고아가 되어버린 여자아이.

아비는 너라도 살라며,아이를 화마 밖으로 던져내었고 아이는 그렇게 홀로 살아남아 비운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멀고 먼 친척 집에 맡겨진 아이였지만 충격으로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아이의 외할머니와 친분이 깊었던 그 집안의 할머니 청화당은 아이를 정말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해주었다.

그러나 청화당의 딸은 아이의 죽은 생모에 대한 깊은 경쟁의식때문에 아이를 몰아세우고 끝까지 경계를 하였다.

아들조차도 몰아세우곤 하던 비뚫어진 심성을 가진 그 어미에게서 난 자식, 서로는 여려보이나 총명한 아이였다.

그리고 그런 서로와 여자아이는 서로에게 호감을 품고 자라, 첫사랑으로 맺어지게 되었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후 눈엣가시같았던 아이 녹주를 (본인의 이름을 잊어버려, 녹주라는 이름조차 서로가 지어 불러준 것이었다.) 서로의 엄마는 강제로 절에 보내버리고 말았다. 자기 아들과 떼어놓으면서, 불행한 삶을 살길 바랬기에..

 

그렇게 사랑했던 두 어린 남녀는 떨어지게 되었다.

서로는 잘 나가는 집안의 자제였기에 꽤 유명한 사대부 가문의 규수와 결혼을 하게 되었으나 평생을 가슴에 품은 녹주를 잊을래야 잊을 수 없었다.

 

승려가 되었으나 이미 뜨거운 불의 꽃을 가슴에 품은 녹주 또한 완벽한 비구니가 될 수 없었기에, 결국 절에는 살지만 완전한 스님이 되지 못하고 그저 절에 거주하는 여인이 되고 말았다. 그런 녹주에게 반해 이귀산이라는 아버지뻘 되는 사람이 녹주를 부인으로 들이고 말았다.

 

작가의 상상력은 이렇게 흘러갔다.

처음부터 색에만 눈을 뜨고, 비뚫어진 사랑을 했던게 아니라, 맺어지지 못한 슬픈 인연의 그들을 다뤄내고 있었다.

부모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한 사랑이었지만 결코 헤어질 수 없었던 그들.

길고 긴 세월을 돌고 돌아 다시 만났을 적에 그들은 다시금 그 사랑의 불꽃을 태워버리지 않을 수 없게끔 이야기가 흘러갔다.

 

사람이 있다면 어김없이 사랑이 있었을 것입니다.

사랑을 귀히 여기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지는 띠지의 멘트였다.

 

사랑이 없는 결혼 (아마 조선시대에 꽤나 많이 그렇게 맺어졌을)의 무미건조함, 그리고 진정한 사랑 앞에 구슬플 수 밖에 없었던 연인들의 어긋나버린 운명이 슬프게 와닿는 그런 책이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죽어갈 수 밖에 없었던 여인들의 이야기. 그 세번째 이야기는 누구의 이야기가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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