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베스트셀러 미니북 2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오유경 그림, 유혜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위대한 개츠비라는 작품에 대해 누누히 들어왔음에도 미처 읽어보질 못했었다.

너무나 유명한 작품 중에 내가 못 읽어본 작품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에 뒤늦게 놀라며 찾아읽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올해는 특히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 "위대한 개츠비"가 개봉되어 그런지 위대한 개츠비 다시 읽기 (나같은 경우는 처음 읽기) 붐이 일어난듯 하다.

 

책도 읽어보기 전이었고, 워낙 유명한 문학작품이라고 하니, 문학성이 높은 작품들에게서 흔히 예상되는 대중성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좀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편견이 있었는데.. 그래서, 친구가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면서 아이언맨 3가 아닌 위대한 개츠비를 보자고 했을 적엔 괜한 편견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아직 책을 보기 전에 봤던 이 영화, 너무나 괜찮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하루종일 기분이 이상할 정도로 꽤나 괜찮았다.

 

책을 중반쯤 읽었던 친구는 거의 비슷한 내용이네. 위태위태한 느낌이긴 했는데 결국 비극적인 결말이군. 하고 영화와 책에 대한 소감을 같이 이야기하면서도 재미나게 봤다고 하였고. 사실 책은 좀 지루한 느낌이었는데 영화를 보니 훨씬 화려하다고 이야길 하기도 하였다.

나 역시 영화를 보고서 그 흥분과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가 책을 펼쳐들고 나니,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그 느낌을 생생히 재현할 수 있었다.

 

사실 책과 영화가 같이 나오면, 여러 장단점이 있다.

영화로는 직접 이미지가 생생히 그려지니, 쉽게 몰두하기 좋다는 장점이 있는가 하면 제한된 시간 속에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야 해서, 모든 것을 다 표현해내기 어렵다는.. 거기에 배우들의 역량과 감독, 연출자의 능력까지 포함이 되어, 독자들의 상상력에 부합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무던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런가 하면 책은 좀더 세세한 설명이 뒷받침되지만, 딱 떨어지게 구체적으로 이미지화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고, 눈앞의 영상이 아니니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보통때는 책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을 하는 나였지만 이번에는 책과 영화를 같이 본 것에 오히려 크게 만족한 그런 경우였다.

영화를 보기 전만 해도, 화려한 영상 외에는 볼것이 없다라는 혹평등을 접한 터라, 큰 기대 없이 보러 갔었는데, 배우들의 열연과 화려한 영상미 그 모든 것이 나를 사로잡았다 말하고 싶었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니 좀더 살을 붙여서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었다.

거의 흡사하지만, 약간의 달라진 부분을 이야기하자면, 영화에서는 화자인 닉이 알콜 치료를 받기 위해 의사와 상담을 하면서, 말로 다 못 풀어낼 그 이야기를 글로 적기 시작하는 것으로 시작을 하지만, 책에서는 알콜 치료라던지 하는 장치 없이 자연스러운 닉의 서술로 시작이 되었다.

 

그리고 애매모호한 느낌으로 표현된 닉과 조던과의 관계도 책에서는 좀더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었다.

영화가 무척 좋았다 느낀 점 중의 하나는, 정말 환상적으로 그려졌던 데이지와 조던의 첫 등장이었다.

우리는 천정이 높은 홀을 지나 밝은 장밋빛의 방으로 들어갔다. 천정에서 바닥까지 나 있는 프랑스식 창문으로 엉성하게 둘러싸인 방이었다. 창문은 조금 열려져 있었고 또 길게 자라 집안으로까지 뻗어 들어올 것 같은 밖의 싱그러운 풀밭을 배경으로 하얗게 반짝이고 있었다. 산들바람이 방안으로 들어오자 커튼 한 자락은 방안에서, 다른 한 자락은 바깥에서 흡사 하얀 깃발처럼 나풀거리다가 하얗게 설탕을 뿌린 웨딩 케이크 같이 생긴 천정을 향해 말려 올라갔다. 그랬다가 이번에는 바람이 바다 위에서 잔물결을 일으키듯 와인색 융단 위에서 나풀거리며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23p

 

어느 한 구절만 집어내기 힘들 정도로 작품 전반적으로 멋진 문학적 표현으로 가득찬 작품이라는 위대한 개츠비.

사실상 그랬다. 내용은 드라마, 순정 이런 것을 다루고 있지만 작가의 묘사와 표현은 따라잡기 힘든 그런 것이었다.

그런 표현을 영상으로 이렇게 아름답게 잡아내다니.

다소 몽환적인 커튼의 너울거림이 펼쳐졌을때 그 여성들의 등장이 작품 속에 꽤나 큰 비중으로 등장하게 될 것임을 예감할 수 있었다.

 

영화 속에선 그저 가난한 증권맨 쯤으로 시작되었던 닉.

알고보니 그도 미국 최고의 부자는 아니었지만 꽤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살아보고픈 욕망에 뉴욕에 온 사람이었다.

다만, 이미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한 대부호들 사이에 혼자 자립해 끼어들자니, 적은 월세를 내는 작은 집밖에 구하지 못했을뿐이었지만..

그의 옆집은 그야말로 쩍 소리가 날만큼 큰 저택에 날마다 불나방같은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화려한 파티가 벌어지는 곳이었다. 바로 개츠비의 저택. 초대받지 않은 사람들도 마음껏 드나드는 쾌락의 공간.

그 곳에 닉은 유일하게 초대받은 손님이 되었고, 베일에 쌓인 개츠비를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파티에서 다시 만난 조던.

개츠비는 닉과 같이 있던 조던을 따로 불러 긴히 뭔가 이야기를 전했고, 조던은 이야기를 다 듣고 온 후에 비밀을 알게 된 후 개츠비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개츠비라는 인물.

엄청난 부를 축적한 그가 사실은 30대 초반의 젊은 남성이라는 사실조차 낯설었던 닉은 어느날 그에게서 같이 드라이브를 하자는 제의를 받고,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늘어놓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진짜일까 ?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였다. 옥스포드 대학을 나오고,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라는데, 사실 그의 행동거지는 무척이나 부유한 집안의 자제로 교육을 받은 티가 나긴 했지만, 말 자체는 앞뒤가 맞지 않는 면이 많았다.

 

모든 것을 다 갖고 있을 것 같은 개츠비는 의외로 닉에게 쩔쩔매 어쩔줄을 모른다.

그리고 조던을 통해 어려운 부탁 한가지를 한다. 바로 닉의 집으로 사촌인 데이지를 불러달라는 것.

역시 대부호와 결혼해 강 건너 대저택에 살고 있는 데이지는 사실 개츠비의 첫사랑이었다. 그리고, 결혼후 5년이 넘게 개츠비의 마음 속에 있는 마지막 연인이기도 하였다.

 

마치 현재의 이 행복감에 대해 어렴풋하게 의구심이라도 떠오른듯. 거의 5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니! 그날 오후만 하더라도 데이지가 그의 꿈을 허물어뜨린 순간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 그가 간직했던 환영이 너무도 생생했기때문이었다. 그 환영은 그녀를 초월했고, 모든 것을 초월했다. 그는 창조적인 열정을가지고 그 환영에 몸을 던졌다. 그 환영에모든 시간을 더하고 그의 앞에 떠다니는 모든 아름다운 깃털로 그 환영을 장식하면서 말이다. 아무리 많은 불길이나 신선함도 한 남자의 가슴속 깊이 품고 있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법이다. 170p                                  

 

 

아무리 사랑이 중요하다고 해도, 개츠비의 그 위대한 사랑에 명함을 내밀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았다.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들었던 개츠비의 무모함, 엄청나게 돈을 퍼부은 그 파티와 대저택, 그 모든 것들이 다 데이지 하나를 위한 것이었다.

너무나 아름답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한 남자의 아내이자 아기엄마까지 된 그녀를..

개츠비는 잊지 못하고 되찾으려 하고 있는 것이었다. 새로운 사랑을 만날 수도 있었을텐데..

아무것도 갖지 못하고 태어난 가난했던 개츠비에게 데이지는 그저 아름다운 한 여성 이상인, 상류사회 그 모든 것이었고, 그녀를 진정으로 소유하는 것만이 자신의 과거를 벗고 너무나 꿈꾸었던 상류사회 인물로 진입하는 것이라 생각을 했을 것이다.

 

지나치게 통속적이었던, 그야말로 "돈"밖에 모르는 여성이었음에도 개츠비는 그저 그녀 그 자체를 꿈꾸고 사랑해왔다.

그리고 그녀와의 사랑의 도피로 만족하지 않고, 그녀의 부모님께 정식으로 허락을 맡아 결혼하고 싶어한다.

 

여태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어낸것이1974년부터 지금까지 3편 정도가 나와있는 것으로 검색되었다. 책을 읽고 나니 이보다 멋진 스토리로 영화를 만들어낼 작품도 없어보였다. 정말 감독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지 않을까 싶은 그런 스토리였다.

 

상류사회의 일원이 되고 싶었던 남성, 갑작스러운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여러 지름길(물론 옳지 않은 경로로)로 자신을 만들어나갔고, 그 끝에는 자신이 몹시 갖고 싶었던 한 여성이 있었다.

위대한 개츠비는 그런 맹목적이고도 무모해보이는 자신의 이상이 그려낸 한 여성에 대한 환상적인 사랑에 기초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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