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객관동화
무적핑크 글 그림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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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네이버 웹툰에 연재되어 신선한 충격과 재미를 주고 있는 실질객관동화가 드디어 책으로 나왔다.

사실 이 만화가 인기를 끌기 전부터 좋아한 만화였다는 신랑의 추천으로 일찌감치 만화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냥 아무 생각없이 보는 만화가 아니라 한번 더 생각해보고 읽어야 그 진정한 재미를 알 수 있는 그런 만화였다.

 

어떤 웹툰이든 예전에는 빠짐없이 챙겨보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책으로 나올때까지 기다렸다가 한번에 읽는 재미를 느끼게 되어 일주일에 한 두번씩 올라오는 연재를 기다리느라 목을 빼 기다리던 노고를 덜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신간을 받아 들어 읽게 되자 내가 읽었던 웹툰이 몇편 안되어 참신한 재미로 새로이 읽어내릴 수 있어 좋았다. 책을 거의 안 보는 신랑조차도 이 책은 몹시 마음에 들어하면서 "어디 있어?" 하면서 먼저 비닐을 뜯어 읽기 시작한 책이다.

 

웹툰으로 처음 만났을땐 이게 무슨 재미지? 하였는데, 읽을 수록 그 시니컬함이 사랑스럽고, 독특한 그녀의 생각에 박장대소하게 되는 일도 많았다. 사실 그녀라고도 생각지 못했었다. 마치 세상을 다 살고, 그 삶의 허무함을 깨달아버린 작가의 글 같은 느낌인지라 중년..은 좀 심했나? 어쨌거나 30~40대의 남자 작가가 그저 무뚝뚝하게 내뱉듯이 "그랬다고 합니다" 라는 항상 마무리에 나오는 말을 하듯이...남자작가가 그렇게 만화를 그려낸 줄로만 알았다.

 

그랬는데, 웬걸.. 20대의 묘령의 아가씨가 그린 작품이란다. 연재될 당시에도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된 신랑이..어쩌면 이런 내용을 젊은 아가씨가 그릴 수 있을까? 하며 놀라워했었는데, 파워 블로거로 서울대 특별 수시 전형으로 입학한 경력까지 갖고 있다고 해서 더욱 놀라웠다. 사실은 공부도 잘하는 학생이었다고 하고, 파워블로거와 재치있는 웹툰은 굳이 수단이었다기 보다 그녀의 삶을 즐기는 자기만의 표현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굳이 동화라고 한정 짓지 않더라도, 흔히들 보는 많은 이야기들이 이 책의 재구성되는 소재가 되었다. 물론 그 원작을 알아야 이 책의 재미가 배가 되는 것이었는데, 최근에 처음 만났던 유명한 아이 그림책 "신나는 스쿨버스"도 소재로 나와서 무척 반갑기도 하였다. 백설공주, 포도먹는 여우 등의 잘 알려진 이야기 외에도 세일러문 같은 미소녀 전사도 나오고, 마지막 잎새도 나오고.. 그 이야기들을 알아야만 그것을 한번 더 꼬아버린 작가의 의도가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화나고, 슬프고, 웃기고, 기쁜 네 가지 테마로 분류된 그녀의 만화들.

그 속으로 들어가보면 어쩐지 꼬여 있는 듯한 우리의 마음이 그녀의 꽈배기 만화들을 통해 제대로 풀려버리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꽈배기는 반대로 꼬아야 풀리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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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신발 - 아버지, 그 진달래꽃 같은 그리움
박원석 지음 / 소금나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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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버지의 자식과 손주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그리고, 또 그분의 선생님으로서의 제자들,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가없는 사랑을 느끼게 한 책, 아버지의 신발을 읽었다.

 

이 책은 같은 제목으로 2005년에 출간되었다가, 많은 사람들의 권유로 원 작가명을 밝히고 다시 2009년에 출간된 작품이다. 방송작가이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원석님의 책으로 제일 먼저 읽어본 책은 물음쟁이 생각쟁이 논리쟁이라는 아이들을 위한 전집이었다. 그 책을 읽으며 참 박학 다식하신 분이로구나 생각을 하였는데, 이번에는 아버지의 자서전 격인 아버지의 신발을 읽게 되어.. 박원석님과 그 아버님에 대해 좀더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된 듯 하다.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계시는 아버지.

그 아버지의 일기장을 발견하고, 일기장을 읽다가 자신의 어릴 적에 받은 사랑과 일기장의 내용을 같이 더불어 기록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작가의 아버지분은 정말 참 스승이라 할 만한 분이셨다.

일제 시대에 태어나, 제때 초등학교를 다니지 못해.. 일본으로 건너가 초등교육 2년과 중등교육을 마치고 돌아왔다. 바로 일제 징집명령을 받기 위해서였다. 어린 나이에 사지로 내몰린것이나 다름없는 군대로 끌려가 훈련소부터 시작해서 처절한 고생을 하였으나 고지식하고 무던한 성격 덕에..아니 사실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가호 아래에 남들과는 다른 편안한 군대 생활을 하고 광복을 맞이하였다.

광복을 맞던날이 바로 전장터로 끌려갈뻔한 바로 그 날이었던 것. 

 

우여곡절끝에 교사가 되어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는데, 그 또한 천직이라 아이들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은 정말 남달랐다. 어려운 형편에도 도시락을 더 싸다가 아이들과 나눠먹고, 아픈 아이들은 약을 발라주고, 씻지 않은 아이들(어려운 때라 부모가 아이들을 챙길 여력이 없는때였다한다.) 은 냇가에 가서 손수 씻겨주었다.

 

우리 아버지 또한 평교사로 올해 정년퇴임을 맞으셨다. 총각교사시절부터 결혼 후까지 시골 아이들을 챙기시느라 밥도 거둬 먹이시고, 학교 숙직실에서 늦은밤까지 아이들을 가르치시느라 아버지 반 아이들은 항상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였고, 적은 월급에서도 학생들을 위해 따로 학비를 보태주실 정도로 아이 사랑이 남다르셨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나 또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천성적으로 아이들을 사랑한 터에 모든 것을 아이들을 위해 바치다가, 어쩔수없이 사표를 제출하고서는 거의 삶의 낙을 잃어버리신 작가분의 아버지.

평생을 교단에 서계시다가.. 올 초에 퇴직하시고서, 그만 쉬셨으면 좋겠는데도.. 하루하루 매일같이 일을 찾아서 하시는 근면하신 우리 아버지.

 

두 분은 천생 선생님으로 태어나신 분이 아니신가 싶었다.

그리고, 아이들을 사랑하시는 그 맘도 너무나 같이 느껴졌다.

작가의 아들 환이를 정말 금자동아 은자동아 돌보셨다는 작가분의 아버지처럼..

우리 아버지도 그렇게 첫 손주인 채성이를 예뻐해주셨다.

아니, 지금도 채성이가 거의 유일한 낙이라 하신다.

 

백일까지 낮에 천기저귀를 썼는데..

어느날 똥을 싼 그 천기저귀를..아버지께서 묵묵히 손수 손빨래를 하셔서 무척 놀랐던 기억이 난다.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손주의 똥기저귀인데.. 그마저도 예쁘다 하셨다. 우리 손주 똥도 예쁘게 잘 눈다고.. 워낙 엄하신 성격이셔서 자식에 대한 사랑을 밖으로 표현하시는 법이 드물었기에 우리가 자랄때는 아버지의 남다른 사랑을 직접 느껴보진 못했었다. 그래서인지 손주에 대한 아버지의 무한한 사랑을 느낄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곤 한다.

 

젖이 부족해 달래지지 않은 아이의 칭얼거림이 심하던 백일 즈음의 무렵에도..

너무 어려 업기도 힘들었던 그때에.. 오로지 아버지 품안에서만 희한하게 안겨서 잠이 들었다. 몇시간이고 같은 자세로 아기를 안고 계시는게 무척 힘드셨을텐데도 고단하다 한마디 안하시고 같은 자세로 아기를 안아 재워주셨다. 내려만 놓으면 바로 깨는 민감한 아기였기때문에 재우기 위해서 몇시간이고 아버지께서 안고 계셨다. 사실 손주가 예뻐서기도 하셨지만, 매일같이 날을 새워가며 아기를 봐야했던 딸에 대한 사랑으로 그렇게 해주셨음을 내가 왜 몰랐을까..

나중에 좀더 커서는 할머니 등을 워낙 좋아해서 어부바를 사랑하게 되었지만..

그 전에는 할아버지가 유일하게 재울 수 있는 분이셨다. 엄마 쭈쭈를 제외하곤 말이다.

 

양가어머님들도 아버지의 그런 손주 사랑이 신기하다 하셨는데..

작가분의 아버지 이야기를 읽으며.. 아, 이런 분이 또 계시구나..하였다.

우리 아버지도 우리 어릴적에 말 않고, 표현 안하셔서 그러시지..얼마나 아끼고 사랑하셨을까..

 

지금 손주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의 눈길을 보면서..

그 사랑을 대신 가늠해본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아버지께 더욱 잘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의 신발을 읽으며..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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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사는 게 즐겁냐? 바우솔 그림책 2
김남길 지음, 김별 그림 / 바우솔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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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기발한 그림책이다.

박쥐에게 딱 맞는 어둠의 세상.

그래서 흰 종이가 아닌 까만 종이에 색색 크레파스로 그림이 그려졌다.

게다가 제목도 유쾌한 "얘들아 사는게 즐겁냐?"

 

어른들도 아닌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을 할까?

천마리가 넘는 박쥐들이 우글우글 사는 동굴에..박쥐대왕의 한마디 한마디에 박쥐들은 일제히 대답하고 행동을 한다.

"얘들아 사는게 즐겁냐?"

"즐거워요오오오오..."

박쥐들은 너나없이 즐겁게 대답한다.

 

단체생활이라 뭐든 줄을 서서 해야하고, 모든 물건을 함께 사용해야 하고..

이런 생활이 싫증이 나고, 칙칙하고 어두운 동굴이 싫었던 박쥐는 딱 한마리 있었다.

바로 투덜이 박쥐.

 

공동으로 보던 텔레비젼이 박살나 다른 동굴로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에서 모두가 또 좋다고 하는데 투덜이 혼자서 화를 벌컥 내었다. 동굴도 싫고, 뭐든 혼자 쓰는 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이다.

투덜이 박쥐가 바깥 세상에 가려 하자, 박쥐대왕은 황금을 내어주며 언제고 돌아오고플때 돌아오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투덜이는 나가자마자
"똥 싸고 죽은 저승사자"라는 무섭고 더러운 영화를 보러 갔다. 새 전용 극장이라 박쥐라 출입제한을 받았다가 억지로 우기고 들어갔다.

여기까지 읽고서는 박쥐의 새와 동물 간의 오고가는 이야기인가? 우화의 되풀이인가 생각했었는데..

내 생각이 전혀 틀렸음이 입증되었다.

 

어쨌거나 우기고 들어간 영화관에서도 말썽만 일으키고 나온 투덜이.

집을 구하고, 살림살이를 들이고, 마을 친구들도 초대를 한다. 이제 내맘대로 살아야지.

티브이도 혼자 보고, 밥도 혼자, 빨래도 혼자..아이 신나라~

하지만, 같은 일이 계속 내내 반복되다 보니..

투덜이도 지쳐간다.

 

"투덜아. 사는게 즐겁냐아?" 하고 묻는다면 투덜이는 동굴에서 생각했을떄와 달리 "아니오"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알록달록 예쁜 색감으로 그려진 박쥐와 친구들..어두컴컴한 동굴 속 삶이 그리워진 투덜이..

밝은 바깥 세상만이 아름다운 건 아니라는것을.. 박쥐 투덜이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집에서 오냐오냐 자란 아이들이 학교에 가거나 유치원에 가서 단체생활을 하다보면, 자기 마음대로 더이상 할 수 없고, 다른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야하고, 질서를 지켜야하는 그 문화가 적응되지 않는 아이들이 많을 것이다. 마치 투덜이 박쥐처럼..

그래서..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하려는 투덜이 박쥐의 선택이 과연 행복한 것이었는지에 대해 아이들이 직접 보고 느껴보도록 하는 것이 이 책이 들려주는 속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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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없는 세상
필립 클로델 지음, 정혜승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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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필립 클로델의 이 작품은 단편단편의 우화가 담긴 책이다. 아이같은 어른, 혹은 어른같은 아이가 모두 볼 수 있는 책인데, 아마도 아이의 꿈을 간직하고픈 어른들에게 더 어울릴 책 같다.

소설도 읽고, 아기를 위한 동화도 읽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이 책은 둘다 좋아하는 내게 딱 맞는 책이었다.

 

제목과 동일한 <아이들 없는 세상>은.. 미처 어른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세상을 그려내고 있다.

피리부는 소년이 쥐떼를 몰고 가듯 아이들을 유혹해 데려간게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어른들의 굴레에서 벗어나 꽁꽁 숨어버린 것이었다. 그들이 하고 싶은대로 하게 해달라는 이유로..

어른들은 아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그들의 주장을 들어주기로 한다. 문제는.. 아이들도 다시 어른이 되어 똑같이 아이들을 구속하고, 틀에 맞추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다는거.. 반복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야기들의 분위기가 다 한결같지는 않다.

<흰당나귀가 되고 싶은 회색 당나귀> 는 어릴적에 읽은 우화 그대로의 느낌이 살아나는가 하면..

<옛날옛적에>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할아버지에게 꼼꼼이 대꾸하며, 결국에는 할아버지 잠이나 주무시라는 아이들의 매정함으로 끝이 나기도 한다. 사실 어른들 뿐 아니라 아이들도 새로운 이야기가 많아 흥미를 끌수도 있다. 다소 잔인한 이야기인 <수프>라거나 슬프지만, 그 틀이 독특한 <책속으로 들어가버린 소년> 등 새로운 동화 속에서 아이들은 다양한 생각을 하며 책의 재미를 발견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절대 말을 하지 않는 어느 소녀의 이야기>는 뭔가 이야기가 진행되려는 듯 하다가, 시시콜콜이 따지는 사람들의 답변에 막혀 그대로 끝이나는 듯한 느낌도 든다.

 

이야기를 무조건 재미있게 구성해야겠다는 의도는 없는 듯하다. 그저 작가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다양한 이야기를 책으로 만나게 되는 것 같았다.

뒷맛이 좀 달콤하지 않더라도 어떠한가. 그가 들려주는 동화가 모조리 다 내 입맛에 달콤할 필요는 없을텐데..달콤하기도 쌉쌀하기도 하면서 조화로운 맛으로 맛있게 소화만 되면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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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시간 사계절 1318 문고 61
지크프리트 렌츠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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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나는 깨달았다. 저기 떠가는 꽃들이 내 젊음의 영원한 비극으로 기억되는 동시에, 상실의 아픔을 보듬는 크나큰 위안이 되리라는 것을.

..그래, 내가 그리로 가서 너희들을 하나하나 건져 올려 너희가 널브러진 해초처럼 썩어가는 것을 막아줄게. ...너희는 우리 둘만의 비밀이 살아 숨쉬는 그 곳에 늘 함께 할 거야. 모든 것이 영원히 그 안에 머무를거야. 148.149p

 

젊고 앳된 용모를 지닌 여선생님과 19살난 남학생과의 사랑.

다소 통속적이고, 흥미 위주로 흐를 것 같았던 그 둘의 사랑을..

80이 넘은 작가 지크프리트 렌츠는 아름답고, 슬픈 사랑의 여운으로 그들의 사랑을 화석화 시켰다.

 

순식간에 호박 안에 갇혀진 곤충들처럼..

그 둘의 아름다운 사랑은 여선생님의 죽음으로 영원히 소년의 기억 속에만 남게 된 것이다.

그 영원한 침묵.

살아만 있었다면 한창 꽃을 피울 수도 있고.. 혹은 사제지간의 사랑이라 크게 문제될 수도 있을 그 어려운 난국에 더이상 진행되기도 어려웠을 그 사랑은.. 아름다운 두 연인을 영원히 갈라놓음으로써 오히려 마음 속에 더욱 각인시키는 잊지못할 사랑의 기억으로 남게 된 것이다.

 

그녀의 추모식을 하는 자리부터 시작되어 학생 대표였지만, 선생님의 추모사를 할 수 없었던 크리스티안의 이야기, 그와 그녀의 과거의 이야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젊고 아름다웠던 슈텔라 선생님은 남학생들 뿐 아니라 같은 학교 선생님, 혹은 국제 회의의 대표의 관심을 끌 정도로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그런 그녀가 왜 크리스티안을 사랑하게 되었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이 되어 있지 않다. 그저 그 둘의 사랑이 잔잔하게 진행되는 과정이 드러나고, 크리스티안의 마음에 미처 표현하지 못한 그녀에 대한 사랑이 절정으로 치달아 오름을 보여주는 과정 역시 지나침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억지스러움이 아닌 그저 자연스러움..그리고 순수함.

'죽음'이라는 슬픈 이별 앞에 더욱 성숙해질 수 밖에 없는 절정의 사랑.

지크프리트 렌츠가 아닌 다른 사람이 표현을 했다면..

사제지간의 사랑을 이렇게 여운있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정말 그대로 못이 박혀버린 듯한..그 정지된 시간을 말이다.

침묵의 시간..

소년의 마음 속에..

그리고 물결에 떠내려간 여선생님의 마음 속에 각인되었을 그들의 사랑의 시간을..

 

행간을 읽다라는 말이 있다.

이 책의 내용이 바로 그러했던 것 같다.

얇지만, 깊이있게 느껴지는 책. 서술된 사랑 그 이상의 사랑을 마음으로 읽어내릴 수 있는 책.

슬픔 앞에 더 아름다운 사랑이 담긴 책..침묵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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