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설레는 걷기 여행 - 꼭 걸어봐야 할 대한민국 아름다운 길 50
신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6월
품절


다이어트를 하려고 운동을 계획했을때 다른 어떤 운동보다도 하기 쉽고, 그러면서도 건강에 가장 유익하고 효과적인 것이 바로 걷기 임을 알았다. 그리고, 다행히도 운동은 싫어해도 걷는 것은 즐길 수 있었기에 열심히 걷기를 실행했던 때가 있었다. 정말 미련할 정도로 걸었을때에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할때였는데, 살을 뺀답시고 퇴근 길을 집까지 걸어서 가기도 한것이다. 바로 강남구 청담역에서부터 송파구 오금동 자취집까지 걸어갔던 것이다. 버스로도 막히면 한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를 (물론 버스는 뱅뱅 도니까..) 나는 그 버스 코스를 걸어서 갔다. 몇시간이 걸렸던가..거의 두 세시간 이상은 기본이었던 것 같다. 나중에는 다리도 너무 아파오고..다리 감각까지 상실할 지경이었다.



그런 걷기는 자주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가끔 몸이 그렇게 걷고 나면 웬지 살에 대한 죄의식을 덜어내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걷는 것에 숙달이 되어 친구들과 만나 올림픽 공원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카페에 앉아서 달콤한 커피와 케익에 취해 엉덩이가 퍼져 나가는 것도 잊고 지내는 것과,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의 차이가 어떠한 것을 논하기도 하였다. 나중에 결혼하면 이렇게 살고 싶다. 다른 부부들처럼 밤마다 공기좋은 공원을 산책하고 건강을 챙기고 부부애도 과시하고 싶다. 그때 친구와 내린 결론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후에 만난 신랑은 연애할때는 자기도 걷는 것을 좋아한다면서 결혼하고 나서 같이 그렇게 밤마다 걷자고 이야기를 하였다. 하지만, 결혼하고 나니 퇴근 후 천근만근인 몸을 이끌고 도저히 산책을 못 가겠다 하여 대개는 그냥 집에서 쉬는 일이 허다했다. 가끔 하는 산책도 집근처 마트까지 걸어가는 일이었던 지라 야식거리를 사들고 집에 와서 같이 먹고 나면 오히려 살은 더 찌는 듯 했다. 그래도 밤에 그렇게라도 잠깐 같이 걷고 나면 얼마나 개운하던지..


그런 걷는 기분을 새롭게 업그레이드 해줄 책을 만났다. 바로 여행책의 정석을 소개하는 랜덤하우스에서 새롭게 내놓은 국내 여행책자 [가슴 설레는 걷기 여행] 이다.

이왕에 걸을 거,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즐기며 걷는다면 다리도 덜 아프고 눈도 마음도 얼마나 즐거워지겠는가? 걷는 여행에 대해서 요즘에 제주 올레길 걷기가 워낙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서 관련한 여행 서적들을 세권 정도 읽어보았는데, 그때마다 든 생각이 제주도의 빼어난 풍광이야 익히 잘 알고 있는 바지만, 우리나라에 걸을만한 명소가 제주도 뿐이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육지에도 걷기 좋은 멋진 곳들이 많을진대 왜 그런 책들은 읽어보지 못했을까? 아쉽고 아쉬웠다. 그런 생각이 들때 새로 나온 이 책을 만나니 더 반가웠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제주도는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곳이므로 쉽게 떠나기는 어려우니 말이다.



가까이 여행가고 싶을때 혹은 새로운 국내 여행지로 여행가고 싶을때, 그 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좀더 차근차근 곱씹으며 즐기고 싶을때 걸을만한 아름다운 명소를 소개받을 수 있는 책.

꼭 걸어봐야 할 대한 민국 아름다운 길 50곳을 수록한 이 책을 말이다. 제주 올레는 물론 서울에서부터의 걷기 여행지가 상세히 수록되어 있고, 여행지 스토리까지 곁들여져 있어 읽는 재미가 더해지는 책이었다.


요즘도 매일같이 산책을 하시고, 나보다 더 여행을 좋아하시지만, 마음껏 다녀보시지 못했던 아버지께서 먼저 이 책을 읽으셨는데 접어놓으신 부분이 있어 소개하고자한다. 바로 가까운 서울의 걷기 명소였다. 서울 도성 성곽을 일주하는 코스로 남대문에서 시작해서 남산, 광희문, 동대문, 혜화문 (이 근처에서 점심) ,숙정문, 백악산을 지나 인왕산, 선바위, 홍난파의 집, 경교장까지 거치고 다시 남대문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장장 19km, 9~10시간이 걸리는 코스였다. 행복과 비애를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꽃피는 봄날, 연둣빛으로 푸르러 가는 나뭇잎들과 빗방울처럼 떨어져 내리는 꽃잎을 맞으며 걸었던 성곽 길이 꿈속인듯 아련하다. 23p

굽이굽이 길마다의 설명과 역사가 어린 곳이면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다뤄진다. 걷기만으로 끝나지 않고, 저자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까지 생각하며 걸을 수 있는 코스들인 것이다. 여행 책이 이야기책, 역사책으로 재탄생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누군가 나에게 우리나라에서 가장 걷기 좋은 길을 물으면 주저 없이 대답하는 곳이 몇 곳이 있다. 그 중 한 곳이 충북 괴산에 있는 외선유동과 화양동 계곡이다. 138p ..파곶이 나온다. 깊숙한 골짝에서 흘러내린 큰 시냇물이 밤낮으로 돌로 된 골짜기와 돌벼랑 밑으로 쏟아져 내리면서 천번 만번 돌고 도는 모양은 다 기록할 수가 없다. 사람들은 금강산 만폭동과 비교하여 웅장함에서는 조금 모자라지만 기이하고 묘한 것은 오히려 낫다고 한다. 금강산을 제외하고 이만한 수석이 없을 것이니, 당연히 삼남지방에서는 제일이라 할 것이다. 141p


누구라도 다녀온 사람들이 생기 가득한 얼굴로 오래도록 이야기하게 되는 곳이 바로 남해섬의 미조포구와 남해금산 자락의 상주 해수욕장 일대이다. 오늘의 도보 답사는 남해군 미조면 송정리에서 <구운몽>을 지은 김만중의 유배지였던 노도까지다. ..남해 금산 보리암에서 기도를 드리면 한가지 소원을 꼭 들어준다고 한다. 406p



누구나 사계절 행복한 여행자가 되도록 가슴 설레는 그 길을 소개해주는 '우리땅 걷기 ' 대표 신정일님.

저자가 소개해주는 대한민국 걷기 여행법은 특별하고도 소중한 경험을 하게 해주는 여행법인 것 같았다.

집이 대전이라 근처 충청도부터 둘러보고, 그리고 차로 나아갈 수 있는 곳들로 서서히 하나씩 걷기 명소들을 늘려서 섭렵해나가고 싶다.



이땅 아름다운 도보여행지 50곳을 모두 다 걸을 수 있는 그날까지..

걷고 또 걷는 아름다운 여행을 계속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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