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집 - 예 교수의 먹고 사는 즐거움
예종석 지음, 임주리 그림 / 소모(SOMO)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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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맛집 탐방을 즐기고, 맛집 관련 리뷰, 책 등을 찾아 읽는 사람이라 맛집에 대해 나도 관심이 꽤 높다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나는 그런 축에 끼지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먹고 사는 즐거움에 대해 참으로 들려줄 말이 많은 예교수님의 책.

미식을 사랑하는 아버지, 요리 솜씨가 좋은 어머니의 영향 아래에 각종 진미를 맛보기 좋았던 1950,60년대의 부산에서 생활을 하였던 터라 저자분이 풀어놓는 음식 이야기는 내가 생각하는 아주 한정적인 범위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야말로 방대하기 이를데 없다.

당시에는 흔하게 포장마차에서 팔았다는 각종 고래 고기를 어려서부터 사먹었을 뿐 아니라 최고의 미각을 자랑하는 아버지 덕에 일본 총독부에서 근무했던 요리사의 음식점에서 지금 맛보기도 힘들 그런 일식 요리를 맛보고 자랐기 때문이었다.

 

최고의 맛집, 최고의 입맛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있겠지만 사실 맛집이야기라는 것이 다루기가 쉬울 것 같아도 무척 어려운게 사실이다.

평범한 블로거인 나 또한 언젠가 맛집 카페에서 내가 다녀온 맛집 이야기를 올렸다가, 긍정적인 댓글들 외에도 형편없는 경험을 하고 왔다는 식의 나무라는 댓글이 달려 당혹스럽기도 했기 때문이다. 블로거나 글을 쓰는 작가님들이나 하나같이 염두에 두고 글을 쓰는 점이 바로 그 점이다. 모두가 제각각인 입맛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최상의 맛집을 찾기란 정말 힘들다. 게다가 막상 최고의 맛집을 올린다 치더라도 가격이 너무 비싸서 글을 읽는 서민들이 찾아가기 힘든 곳들도 많기 때문이다. 작가분은 그런 고민 끝에 제철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게 만들어내는 집들부터 차근차근 소개를 하고 있다.

 

맛집, 음식에 대한 포스팅이다 보니 먹음직스러운 음식 사진이 커다랗게 자리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사진은 드문 책이었다.

아마도 작가분의 풀어내고픈 글들이 많아 눈길이 가는 사진을 아예 극도로 줄인게 아닌가도 싶었지만, 그래도 보는 즐거움이 배가 되는 음식 사진이 드문 것은 어쩔수 없는 아쉬움이었다.

 

맛있는 음식, 그리고 식당에 대한 이야기를 함에 있어서 일반 서적과 크게 차이가 나는 점은 그 음식에 대한 기원과 일화등을 재미나게 싣고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모르고 있던 부분도 상당히 많이 알게 되었다. 꽁치 말린 것이 과메기라고 알고 있었던 것이, 사실은 청어를 말린 것에서 과메기가 시작되었다는 것과 그 청어가 드물어지면서 꽁치로 대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경상도 지방에서 멸치 대신 육수를 낸다는 디포리도 멸치보다 조금 큰 새로운 어종으로 알았더니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밴댕이란다. 바로 그 밴댕이를 말린 것들 띠포리라고 부른다 해서 아하~ 하고 무릎을 쳤다.

 

밥집 책을 읽으며 내심 기대했던 사실 중 하나는 우리 지역 맛집이 혹시 나오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하지만, 맛집 카페나 일반 책들을 봐도 알 수 있듯 내가 살고 있는 대전지역에는 유명한 음식이 그다지 없는 듯 하다. 아쉽게도 이 책에도 대전지역의 맛집은 언급이 되지 않았다. 전국의 맛집을 다루고 있다 해도 꽤 많은 부분이 서울의 맛집을 다루고 있다. 서울에서 몇년 살아봐 알긴 하지만, 확실히 전국 팔도의 사람들이 빼곡히 몰려든 곳이라 그만큼 유명한 맛집도 많고, 맛집을 찾는 이들도 어느 지역보다 많기때문에 어쩔 수없는 결과일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밥집 책임에도 레시피까지 등장한다. 물론 방풍 죽에 한해서였지만, 얼마나 맛있는 음식을 찾는이이고, 관심이 높은지를 대변해주는 대목이라 소개하고 싶다. 조선 중기의 천재 허균이 저술한 우리나라 최초의 음식 품평서 <도문대작>을 보면 향기가 입에 가득하여 3일동안 가시지 않는다 라고 방풍죽을 설명하고 있다 하였다. 이외 <증보 산림경제>, 최남선의 <조선 상식> 등의 옛 요리서에서는 흔하게 방풍죽의 흔적이 발견되고 평양냉면,진주 비빔밥 등과 더불어 지방의 유명 음식으로 소개되어 있을 정도였다 한다. 지금은 흔적을 찾기 힘든 먹거리라 식당을 찾아보았으나 파는 곳을 알 수 없어 직접 집에서 쑤어보았다면서 최근의 농촌 진흥청에서 나온 레시피를 소개하고 그 맛을 품평하였다. 입안에 은은한 향내나 감도는 것이 참으로 아취가 느껴진다 라고 말이다. 나 또한 맛있는 요리에 대한 책을 읽으면 어떻게든 맛을 보고 싶어 안달하는데 확실히 저자분의 단계는 나보다 몇 수위임을 알 수 있었다.

 

집근처 맛집이 없어 아쉬웠지만 전국 여행을 다니게 될때 부모님을 모시고, 혹은 남편, 아이와 함께 찾아가고픈 맛집들을 꼽아둘 수 있어 무척 유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라도에 가면 그 유명한 전라도 진미들을 꼭 맛보고 싶었어도 어느 집이 유명한지 몰라 망설이곤 했는데 교수님이 추천해주는 순천의 대원 식당은 한상 떡벌어지는 상차림임에도 어느 한가지한가지가 모두 나무랄데 없는, 아니 전문점 뺨치고도 남을 솜씨라니, 부모님 모시고 꼭 찾아가고픈 맛집이었다.

젊은 세대의 입맛보다는 좀더 원숙한 입맛을 소개하시는 맛집들이 많았는데, 그래도 밀탑이라는 간단치 않은 빙수 맛은 서울 살면서도 못 본 맛이라 다음에 놀러갈때 꼭 그 시원한 맛을 즐기고 싶게 만들어주었다.

 

같은 맛집을 다녀오고서도 어떻게 품평을 하느냐에 따라 가고 싶은 곳이 되느냐 아니냐가 갈리는 것 같다. 한끼 밥상에 밥을 해석한다라는 책 뒷 표지의 인상적인 문구처럼 밥상 위의 모든 것이 작가님의 맛있는 인생을 통해 술술 풀어져 나와 읽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덕분에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몹시 허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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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친구할래?
아순 발솔라 글.그림, 김미화 옮김 / 풀빛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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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2개월, 네살난 우리 아이에게는 친구가 딱 한 명 뿐이다. 어린이집이나 문화센터 등을 다니지 않고, 놀이터에도 자주 데려가 놀지를 않으니 아이가 또래 아이들을 사귈 기회가 거의 없었다. 6개월 빠른 엄마 친구 딸이 집근처에 살아서 유일하게 그 친구만 편하게 만나 자주 노는 사이가 되었다. 그래도 아직은 같이 어울리는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다. 아이가 언제고 유치원에 들어갈테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두루두루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에 친구와 우정에 관한 그림책들을 자주 찾게 된다. 그래서, 만나게 된 또하나의 명작, 우리 친구 할래?

 

이 책은 스페인 작가 아순 발솔라님의 작품으로 1978년에 스페인 아동문학상과 스페인 최고의 일러스트레이션 작품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맑고 투명한 수채화로 그려진 풍경과 동물들이 선명한 색채감과 더불어 눈에 띄는 작품이다 했는데 역시 최고 상을 수상한 작품이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겨울잠을 자고 난 고슴도치는 주위를 둘러봐도 혼자뿐이라, 외로움을 느낀다. 토실토실한 땅딸보에 몸은 온통 가시투성이인 고슴도치.

만나는 친구마다 고슴도치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도 않고 부리나케 도망을 가버린다.

삐죽삐죽 자기를 찌를 것 같은 고슴도치의 가시가 무서웠고, 가시로 자신을 위협할까 겁이 났던 것이다.

 

고슴도치의 내면의 마음은 들여다보지 못한채 그렇게 동물들은 고슴도치를 외면하고 만다. 심지어 고슴도치와 많이 닮아 기대를 했던 들쥐조차도 말이다.

 

알록달록한 꽃들과 향긋한 향기, 초록빛으로 반짝이는 풀밭과 숲에서 들려오는 천 가지 소리 숲속 어디에서든 숨바꼭질하는 노란 태양.

모든것이 정말 아름다웠고 고슴도치를 기쁘게 했지만 모두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한 고슴도치는 그저 언제나 흐느낄 따름이었다.

 

친구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대한 상처와 두려움. 고슴도치의 마음이 그대로 닫혀버릴까 걱정이 되었는데, 어느 화창한 날 고슴도치가 부딪힌 아주 딱딱한 무언가가 그와 그가 바라보는 세상을 변화시킨다.

 

친구딸은 우리 아기보다 뭐든 빨랐다. 말도 빠르고, 걷는 것도 당연히 빠르고.. 그리고 유치원에도 아주 일찍 (바로 올해에 )들어갔다.

또래들에 비해 뭐든 빠른 친구 딸이 또래 아가들에게 같이 놀자고 말을 해도, 대부분의 아이들, (아마도 우리 아이 또래거나 몇개월 빠를) 은 혼자 노는데 익숙해서, "아니 혼자 놀래." 하며 거절하곤 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예민한 친구 딸이 유치원에서 꽤 상처를 많이 받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무척이나 가슴 아파했고, 선생님이나 엄마가 나서서 어찌할 수 있는게 아니라 아이들이 크기를 바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좀더 빠른 아이가 받을 상처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친구할래? 라고 어렵사리 이야기를 꺼냈는데 거절당한다는 것.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까. 외면의 가시가 아닌 마음 속이 만신창이가 되었을 고슴도치가 떠올랐다.

우리 아이도 아직은 어려서 친구보다 혼자 놀기를 더 좋아한다. 좀더 지나면 심심해서 친구들이랑 놀고 싶어할때가 오려는지..

어른들이 잘 놀아주어 (잘 놀아주는것도 아닌데, 암튼 주위에 있기는 하다. 예를들어 게으른 엄마인 나같은..) 그런지 몰라도 또래 친구를 자주 못 만나 그런지는 몰라도 친구의 소중함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유치원 내년에 갈까? 라고 물어도 "집에 있을래요. 혼자 놀거야." 하고 말하는 아이를 보며 엄마도 슬며시 걱정이 되었다.

공부 자라는 바램보다도 아이가 친구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고 좋은 친구도 많이 사귈 수 있는 아이가 되길 먼저 바라는 마음이기에 친구와 사귀는 것에 대한 두려움 걱정을 더이상 갖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상처를 준 친구들보다도 고슴도치의 진정한 내면을 들여다본 단짝 친구를 만나게 되었듯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좋은 친구와 인연이 닿아 행복한 아이로 자라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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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 자화상에 숨은 화가의 내면 읽기
전준엽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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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좋아했던 그림이고 미술이건만, 막상 전시회에 가면 어렵게만 느껴지는 작품들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 몰라 막막함을 느끼곤 했다. 그래서 미술작품 감상에 대한 책들을 몇권 읽어보기도 했지만, 아직도 미술작품에 대한 내 감상은 가야할 길이 멀다. 어떤 책에는 화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깊이 통찰하려 노력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느껴지는 감상 위주로 편하게 이해하라는 설명도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갈망하는것은 대체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이 작품을 만들었던 것일까? 하는 요점이다.



나는 누구인가

프리다칼로의 자화상이 언뜻 보이는 이 작품은 화가 전준엽님이 설명해주시는 31편의 자화상을 그린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 모음이다. 자화상을 그린 화가의 속마음을 들여다봄으로써 (역사적 사건, 사실 등을 바탕으로 작가분이 재구성한 픽션의 독백이 등장합니다.) 화가의 그림을 이해하는데 보다 더 도움을 주는 그런 책이다.



자화상이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반 고흐의 귀가 잘린 자화상부터 작품의 설명이 시작된다. 그리고 고갱, 루소, 달리, 카라바조, 얀 반 에이크 등 이름만 들어도 당대 최고의 화가임을 알 수 있는 이들의 이름이 자화상이라는 주제로 31편이나 소개되는 것이다. 하나하나의 칼럼을 읽는 느낌으로 재미나게 읽고 있다가 전혀 몰랐던 사실들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며 책에 흠뻑 빠져들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르네상스 시대의 미켈란젤로와 이름이 같아 지역명인 카라바조로 불린 미켈란젤로.

짧은 생을 마감한 그는 작가가 서양 미술 사상 최고의 천재라고 할 정도로 뛰어난 인물이었다. 나는 미처 몰랐던 사실이었지만..

회화의 극적 구성이나 인물 표현에서 그를 능가하는 화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표정의 생생함은 그 누구도 따라 잡을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해 있다. 그는 당대에 이미 천재성을 인정받았고, 덕분에 살인까지 저지르는 망나니 같은 행태를 일삼았지만 용서를 받았다. 61p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이라는 이 놀랍고도 끔찍한 그림은 사실은 그의 이중 자화상이라 한다. 다윗의 모습은 자신의 젊은 시절 모습을 상상으로 그린 것이고, 참수당한 골리앗의 머리는 재능만 믿고 방탕하게 삶을 허비한 오만하고 어리석은 자의 표정인 바로 만년의 자기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 비슷한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다.

천사와 악마 그림이라고 했던가? 최후의 심판 그림이었던가? 화가가 최고로 선한 표정의 모델과 최고 악한 사형수의 모델을 각각 구해 그림을 그렸는데 알고보니 그 사람이 젊은 시절에 천사의 모델이 되고, 늙어서 악마의 모델이 된 동일인물이었다는 이야기. 마치 이 이야기와 복사본처럼 닮아있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고,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알게 해주는 재미가 이 책 속에 담겨 있었다. 배경을 검고 어둡게 만들어 인물을 빛이 나게 만들어주는 서양 회화 기법또한 카라바조가 처음 창조해낸것이라고 하니 무척이나 놀라웠다.

또한 천재적인 카라바조의 영향을 받은 후대의 화가 중에 드물게 눈에 띄는 여성 화가 젠틸레스키가 있었다. 철저한 남성 우월주의 풍토 속에 그림을 그려낸 그녀의 작품. 그녀에게 그림을 가르치라 부탁받은 이는 아버지의 친구인 화가였는데, 그는 어린 그녀에게 1년에 걸쳐 몹쓸짓을 하고 말았다. 분노한 그녀의 아버지가 재판을 걸고, 재판에서 승리하였으나 군중과 심지어 재판관조차도 그녀의 편이 아닌 철저히 남자의 편이었다

분노한 그녀의 작품 속에그녀의 의지가 담겨 있다. 카라바조의 유디트에 비교되는 그녀의 유디트.

바로 여전사로 분장된 유디트의 얼굴이 젠틸레스키 그녀 자신의 자화상이고 목을 잘린 적장은 그녀를 강간했던 타시의 얼굴을 그대로 넣어 피렌체 시민들을 경악케했다.

통쾌한 그림의 복수.



자화상이 주는 놀라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엄청난 재능을 타고났음에도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은 귀족들에 비해 천대받고, 무시당하는 일이 허다하였다. 그래서 그들 스스로 자신의 지위를 높이고자 유명한 위인들 특히나 성경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로 자신을 살짝 그려넣음으로써 자신의 지위를 올리고, 화가의 지위 자체를 올려보고자 노력한 이들이 많았다. 혹은 과감히 작품 속에 은유적으로 자기를 그려넣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그려넣은 방법도 눈에 띈다.

사실적으로 그려진 많은 그림들을 보면서, 전부가 상상은 아닐거라 생각했지만 화가의 자화상이 이렇게 숨어있는 줄은 미처 몰랐기에 다시 놀라운 눈길로 그들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대작 속에 자신을 숨겨 넣은 방법, 또 그 작품이 가장 충격적인 방법으로 소개될 사람은 바로 또다른 미켈란젤로 우리가 잘 아는 최후의 심판의 화가 미켈란젤로가 아닐까 싶다.

자신을 살가죽으로 표현해낸 충격적 사실이랄까. 그 누가 그 살가죽이 미켈란젤로라 생각할 수 있었겠는가.




하나님이 특별히 준 재능을 인간의 욕심을 채우는데 낭비한다는 생각때문에 그리스도 앞에 서는 날에 자신은 어떤 심판을 받을 것인가 하는 데 대한 공포가 있었다. 예술가로 대접받으면서 살았지만 신의 영광을 증명하는 진정한 의무를 다하지 못한 삶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은 성자의 껍질같은 존재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107p



나만 몰랐던 사실들일수도 있었지만 책 속에는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고, 그림 속에 묻힌 이 이야기를 살려낸 작가의 설명이 정말 고맙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최후의 심판 속 미켈란젤로의 자화상과 그 이야기를 다시는 잊지 못할 것이고, 한 천재 여성 화가의 애환이 담긴 그림과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카라바조의 그림이 책을 덮고도 계속 머릿속에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책 속 재미난 그림과 이야기들을 같이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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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헬로우고스트 - 유령들의 섬
와루 그림, 황재오 글 / 도메오홀딩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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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아이 동화로 다시 태어난 헬로우 고스트.



원작인 영화 헬로우 고스트는 차태현 주연 영화로 작년 말 개봉해서 많은 인기를 끈 작품이라고 합니다.



어린 아기가 있어 영화관 못가본지 몇년째인 저로써는 영화 소식에 둔감해 모르고 지나갔지만 말이지요.



영화의 스토리에 반한, 해리포터의 감독 크리스 콜럼버스에 의해 헐리우드판 영화로 리메이크 하기로 확정되었다네요.



더불어 리틀 헬로우 고스트라는 이름으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환상적인 이야기가 재탄생되어 예쁜 그림책을 읽어보게 되었네요.



가슴 따뜻한 가족 이야기라고 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주책없이 엄마는 다 읽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버렸습니다.



아기가 일어나 제 눈을 보더니 꼭 끌어안아주네요.



정말 이제는 우리 아이가 엄마 마음을 다 헤아려주는 신기한 요술경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림책을 보고 나니 더욱 궁금해지는 영화 헬로우 고스트.



차태현 주연 영화들이 하나같이 다들 재미난 감동을 주었기에 이 영화 역시 더욱 기대가 됩니다. 헐리우드 판도 기대되지만 말입니다.


어릴적 사고로 가족을 잃은 상만이는 홀로 기숙학교에 남아야 합니다.



낮에는 친구들도 같이 있지만 밤에는 모두 집으로 돌아가버리거든요.



이야기의 시작은 어느 섬 이야기부터 시작됩니다. 어린 아이들의 곁을 지키는 수호유령들이 사는 섬이 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행복하면 섬의 유령들도 행복하고, 아이들이 불행하면 섬의 유령들도 불행해진다고 하지요.




아무도 없는 기숙사에서 상만이가 아파 누워 있자, 섬의 유령들에게는 천둥번개가 칩니다. 돼지는 얼굴 반이 타버렸네요.



상만이의 아파 누워 있는 모습에, 주책없이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나 가슴이 아파왔기 때문이랍니다. 지금 내 곁에 누워있는 아기를 한결같이 지켜주기 위해서는 내가 더욱더 건강해져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혼자 아파 앓는 일이 없도록 언제나 아이 곁을 지키며 밤을 새우려 합니다.



유령들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요....


상만이의 고통이 그대로 유령들에게 전해지자, 유령들은 상만이를 돕기 위한 긴급 구조대를 결성해서 상만이 곁에 옵니다.



그리고 상만이의 바램이, 시골 할머니와 방학을 보내는 거라는 것을 알고 할머니 곁에 상만이를 데려다주기 위해 다 같이 여행을 떠나지요.


힘들고 외로웠던 상만이를 돕기 위해 온 수호 유령들.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주책맞게 흐른 눈물이 뜻밖의 반전으로 더욱 넘쳐흐르고 말았네요.



상만아..







그림책 속의 상만이가 아마도 실제로도 많이 있을거라 생각하네요.



세상의 많은 상만이들이 힘을 내기를 바라면서..



아이에게 이 따뜻한 동화를 읽어주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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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피넛 1
애덤 로스 지음, 변용란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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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을 매일 상상하는 남자의 이야기.

 결혼의 어두운 측면을 가장 매혹적인 방식으로조명했다는 스키븐 킹의 평을 받은 소설.

그리고 땅콩 껍질 속 해골의 모습을 한 땅콩의 모습에서 나는 첫장을 넘기기 전에 잠시 숨을 골라야했다.

 

무서운 소설을 싫어하기에 도대체 어떤 내용일지 기대가 되면서도 떨리기도 했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면서, 아내의 살해를 꿈꾸며 소설을 쓰는 데이비드 페핀의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길을 가다보면 누구나 뒤돌아보게 만드는 거구의 아내, 아내의 뚱뚱함마저 사랑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해하기 힘든 그런 심리가 숨어 있었다. 그리고 아내의 다이어트. 다음장에 바로 이어지는 날씬한 아내의 죽음. 갑자기 뛰어넘어버린 시간의 격차에 잠깐 당황을 했다가.. 다시 소설에 몰입하게 되었다.

 

데뷔작이라는 이 소설은 그렇게 놀라움을 주면서 시작하였다. 이야기가 채 진행되기도 전인 것 같은데.. 결말같은 이야기를 던져준다. 그리고 사실 어느 것도 결말이라고 단정짓기 힘들다. 누가 범인인지도 나중에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이야기가 소설인지 사실인지도 헷갈리는 부분도 여럿 있었다. 바쁜 와중에 읽어 짬짬히 보게 되었음에도 너무나 뇌리에 남을 듯한 소설.

 

기이하게도 결혼은 시간을 납작하게 압축해 세월의 흐름을 감추는 재주가 있다.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은 서로 뒤얽혀 가까운 풍경은 먼 풍경이 되고 먼 풍경은 더욱 멀어져

이윽고 새로운 것도 오래된 것이나 다름없어지며 과거는 어처구니없이 새롭고 낯설게 느껴졌다. 165p

 

분명 사랑하지만, 서로 평행선을 이어 나가는 관계가 되어버린 남자와 여자. 작가의 재주에 휘말려 내가 여자임을 망각하고 남자의 시선에서 사건을 바라보다가 여자의 심리를 잊어버리는 경지까지 이르기도 했다. 정말 그 주인공에게 그때그때 빠르게 몰입하게 만들었다. 물론 부정적으로 몰입이 절대 안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말이다. 처음에는 짜증만 내는 앨리스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토록 헌신적인 사랑을 베푸는 남자가 뭐 어떻다고 그러는 것일까? 싶었는데.. 책을 정신없이 읽어나가다보면... 앨리스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아름다웠던 몸매가 망가지게 되고, 그녀의 정신적인 피폐가 일어난 원인이 무엇인지 제목과 연관되어 설명이 된다. 그리고 어쩔수 없는 상황이었다 해도 그녀가 남편을 용서할 수 없었음에 동의하게 된다.

 

어떻게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지워버릴 수가 있는지 그는 의아했다.

유일하게 남은 건 침대에 누운 한나 뿐이었다.

.. 한나는 용하게도 두 사람이 함께하는 인생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138.139p

 

앨리스가 죽은 후 남편을 용의자로 모는 두 명의 형사, 그들 중 해스트롤의 이야기이다. 앨리스와 데이비드의 사건을 보면서 그는 그와 아내 한나의 이야기를 되돌아본다.

무엇이 그녀를 스스로 침대 안에 격리하게 만들었을까? 같은 여자임에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던 한나의 심리상태. 그저 우울증이 극에 달한것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남편을 몰아세운다는 느낌이었다. 굳이 말로하지 않아도 힘든 그런 상황.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이 소설 속에서는 보이지가 않는다. 한때 눈부시게 사랑했던 연인들이었고, 부부가 된 이들이지만, 이제는 서로 날카롭게 부딪히고 이해하지 못하는 선상에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듯 걸어가고 있다.

 

직장일에 바쁜 신랑 탓에 가끔 집안일에도 좀 신경을 써달라고 투정 아닌투정을 부려보기는 했지만, 극단적인 생각까지는 가져본적이 없었다.

이 책의 세 부부는 정말 결혼생활의 파국을 보여주는 듯 하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결혼에 대해 꽤 깊이있게 통찰하는 그의 서술들은 유난히 귓가에 남는다.

부부간의 문제는 절대 밖에서 왈가왈부할 수 없는 것이라 하였다. 그들만의 문제들, 마치 살아본듯한 아니 어쩌면 아주 일부분은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을지 모르는 그런 상처를 줄 수 있는 말들. 사랑하면 사랑하는대로 아내에게 남편에게 충실하면 될것을 그러지 못하는 이들의 배회가 자꾸만 가슴아프게 느껴져 책을 덮고도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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