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여행자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10개의 단편 중에 제일 재미있게 읽은 것은 '나날의 봄'과 '영하 5도'였다. 역시 난 말랑말랑한 연애소설이 좋은 가보다. 게다가 나날의 봄 같은 경우에는 마치 여성 작가가 쓴듯, 실제 다가갈듯말듯한 여성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서 진부하지도 않고, 상큼하게 와닿아 좋았다.

 

나날의 봄은 특히나 장편소설처럼 늘어지는 느낌이 없이 처음부터 그 느낌이 산뜻하게 와 닿는다.

복사기와 씨름하는 신입사원 다테노의 옆모습을 바라보자니 그 턱선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나도 모르게 넋을 잃고 말았다...다테노는 여자를 어떻게 안을까? 9p

궁금한 여자선배는 결국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물어봄으로써 대충 추리를 한다. 처음부터 다테노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선배 이마이. 하지만, 그냥 그 선까지다. 더 물어보지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도 않은채. 그냥 그 마음 그대로인듯 한데..  조금씩 서로의 관심사에 귀기울여 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그렇게 다가가는 연인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둘의 어떠한 결말을 맺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의 상상에 맡길뿐..

 

다테노가 좋아한다는 영화를 혼자 보고, 이마이가 응원한다니 그제야 다테노도 축구팀에 가입하고..

누군가를 천천히 좋아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 것을 천천히 인정할 수는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천천히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건 역시 불가능한것같다. 19p 이마이의 마음이 기울어지는 만큼 다테노도 같이 박자를 맞추고, 속도를 맞추어 다가와야 할텐데 걱정이 되었다.

 

다행인것은 수화기 너머로 몹시 조심스러워하는 목소리로 다테노가 이마이에게 알쏭달쏭한 데이트 신청을 해왔다는 것이다. 축구부 응원을 하러 와주면 역까지 마중나오겠다는.. 적어도 내 눈에는 데이트로 보였다. 그들의 사랑은 이렇게 말랑말랑해서 더 느낌이 좋았다.

 

섣부른 판단을 잘 하는 나로써 여기까지 읽고서 아, 도시 여행자는 참 말랑말랑한 소설이구나 하면서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참 여성적인 문체로 말랑말랑한 느낌이예요 하고 이야기를 했는데.

역시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저질렀다.

 

이 소설과 영하 5도까지는 그렇지만, 그 이후의 소설들은 좀더 느낌이 색다르다. 확실히 다른 시간 동안 천천히 나누어 쓴 소설들이라 그런지 작가의 여러 생각들이 혼합된 느낌의 소설들이 많았다.

 

영하 5도는 서울이 배경이라 더욱 관심있게 읽혔던 소설인데, 일본인 여성과 한국인 남성 사이에 알듯 모를듯 서로 관심은 있으나 지나쳐 가는 과정, 그러면서 동시에 그들이 궁금해하는 영화인지 소설인지가 겹친 다는 것으로 그 둘의 인연고리를 풀어내고 있다. 나 또한 그들이 말하는 소설이 어떤것인지 궁금해질 정도로.. 값싼 넥타이를 그렇게 수집하는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그랬는지..또 어떤 소설 혹은 드라마에서 그랬는지 도저히 모르겠다라는 말씀..

 

 어쩐지 일본 소설임에도 중간중간 한국과 관련된 소재들이 많이 등장해서 더 눈에 띄기도 했다.

영하 5도가 아니더라도 나날의 봄에서 다테노가 전 애인과 서울에서 갈비로 다툰 이야기, 녀석들에서 주인공이 찍은 작품은 김치찌개 남은 국물이었고, 그가 인상적으로 말한 친구도 이군이었다. (한국인으로 짐작되는..) 오사카 호노카에서 친구가 돈을 번 수단이 한류 붐으로 욘사마 상품으로 돈을 벌었다는 게 나온다. 참, 그러고보니 오사카 호노카는 오사카의 색채를 좀 많이 띤 작품 같다.

다른 소설들은 각각 다른 도시긴 해도 두드러지게 배경이 드러나는 느낌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오사카 호노카에서는 비교적 오사카의 느낌이 살아나는 것 같았다. 오코노미야키집이라던지 그들이 다니는 술집과 호텔 ,명과로 산 오사카 호노카 등을 들어 나름대로 그 도시의 여운이 느껴지는 듯 했다.

 

책의 원제와 제목이 같은 "캔슬된 거리의 안내"는 무기력하고 한심한 형이 일하는 동생에게 얹혀지내는 이야기, 그리고 동생 즉 주인공이 전애인의 집에 드나드는 이야기, 주인공이 어릴 적에 군함도라는 섬에서 가이드 아르바이트하던 이야기의 세 축으로 진행이 되었다. 어쩐지 형을 닮은 사내가 자전거 자물쇠 와이어를 절단하는 것을 유심히 바라봤던 것처럼 나 또한 그 형을 보며 누군가가 떠올라 계속 오버랩이 되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요시다 슈이치의 장편을 읽어보지 않아서 아직 그의 느낌을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살짝 들여다본 기분은 들었다. 단편은 함축적인 글이라 생각을 더 많이 하게 한다.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그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바다 건너 요시다 슈이치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책, 바로 도시 여행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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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주 과실초 - 집에서 담가 먹는
프루트드링크 랩 지음, 서지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사실 이 책을 처음 펼쳐들때의 생각은 과실주 보다는 과실초에 대한 욕심이 앞섰다.

그랬는데, 신기하게도 책을 다 덮을 무렵에는 과실주에 눈길이 더 가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과실초에 더 신경을 썼는데, 책 속 맛있어보이는 과실주 들은 내가 먹지 않더라도 손님 접대용이나 가끔 친한 지인에게 선물하기에도 너무 멋질 아이템이었다. 물론 과실초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말이다.

 

집에서 담가먹는 과실주와 과실초라..

사실 내가 담가본적은 없지만, 친정에서는 몇해전부터 모과주와 매실주를 담고 계신다.

모과는 시댁에 커다란 모과나무가 있어서 농약 안친 무공해 모과를 해마다 잔뜩 가져다 주시기때문에 믿을 수 있는 재료라 좋다. 대부분의 집에서 담그는 술들이 적게는 1년, 길게는 몇년이상씩 묵혀두고 먹어야 그 맛이 살아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 나온 과실주들은 양이 적어서인지 아니면 그 맛을 살리는데 충분한 기간인건지..보통이 한달 기준이다. 길어야 석달이고, 짧게 속성으로 만드는 과실주는 3일이면 만들기도 한다.

 

집들이를 하거나, 부모님 생신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을때 멋지게 한번 과실주를 담고, 과실초를 만들어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해봄도 좋을 것 같다. 직접 만든 것만큼 놀라운 정성이 어디있겠는가?

게다가 보기도 좋고, 색까지 고운데 맛과 향까지 좋다고 하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술을 싫어하는 나조차도 우선 그 사진들에 매료될 정도였다.

 

2006년이던가? 서울에 살 적에 대학로에 있는 어떤 술집에서 파는 직접 담근 과일주와 단호박 해물요리를 먹은 적이 있었다. 안주와 술로 유명한 집이었는데, 나중에 그 단호박 해물요리는 다른 곳에서도 많이 팔게 되었고, 주부들 사이에서도 별미로 많이 해먹는 요리가 되었다. 그때 먹어본 술이 사과주였나 수박주였나 기억이 가물거리는데 암튼 무척 독특하였다. 특히나 사과를 직접 속을 파내 술잔으로 쓰고, 다 마시고 나면 껍질째 술잔을 먹을 수 있어 더 인상적이었는지 모른다. 술을 싫어하는 내 입맛에도 그때 마신 과실주는 제법 달콤하면서도 풍미가 좋아 기억에 오래 남았다.

 

아마도 집에서 담근 과실주는 그때 그런 맛이 나지 않을까 싶다.

만드는 방법도 무척 쉽다.

깨끗이 병을 소독하고, 칼(과일을 자를)과 도마를 소독한 후에 과일을 깨끗이 닦아, 과일별로 어울리는 술과 설탕이나 꿀 등을 선택해 담그면 된다. 물론 나처럼 초보자는 또한 더 제대로 맛을 내고 싶은 보통 사람들은 이 책을 참고하면 더욱 좋고 말이다.

 

초보자뿐 아니라 술집을 하시거나 다양한 요리를 추구하는 주부들도 이 책을 참고하여 멋진 식생활을 영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놀러가 본 어느 친구네 집에서 집에서 직접 커피머신으로 아이스 카페 라떼를 만들어 준 적이있었다. 커피 머신이 있는 집들도 많겠지만, 우리집에 없어서인지 인스턴트 커피만 타먹던 내게는 참신한 일이었다. 나도 내 친구들이 놀러왔을때 (보통 낮술을 하지는 않으니까) 과실초를 담가놨다가 여름에 시원하게 물에 타고, 얼음을 띄워 쥬스처럼 내놓으면 친구들이 느끼기에도 상큼함과 여유로움을 동시에 느끼며 만족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어쩌면 내 만족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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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홈 스쿨링 : 영어 교육 - 내 아이의 천재성을 살려주는 엄마표 홈스쿨링
진경혜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공부하는 엄마가 실력있는 아이를 만든다! 라는 카피 문구대로 저자 진경혜님은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엄마였다. 두 아이를 모두 리틀 아인슈타인 남매로 불리우게 키운 진경혜님의 이야기, 게다가 이번 책은 내가 너무나 목말라했던 홈스쿨링 영어 교육 편이라 부푼 기대를 안고 책을 읽어내려갔다.
 
30대인 나의 영어 공부는 중학교때부터 시작되었다. 학교 교과과정도 중학교부터 시작되었고, 이르게 선행학습을 시작하지도 않았던 터라, 중학교 입학 딱 한달 일찍 시작하지 않았나 싶다. 알파벳부터 시작해서 영작을 위주로 공부했는데, 다행히 영작으로 시작한 공부를 재미있게 느꼈고, 영어에 매료가 되었지만, 듣기나 말하기는 크게 향상되지 않았던 것 같다. 영작과 문법 위주의 공부였기에 시험 보는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영어로 말하고 듣는데는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그 이후에도 주욱 나의 영어는 문법 위주의 주입식 공부로 남아 있었다. 대학 가면 따로 회화학원이라도 배워야지 했는데, 여차저차해서 어학원에도 안 다니고, 그러다보니 외국인 앞에 나서면 입을 봉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영어는 내가 좋아하는 과목이었으면서도 듣기 말하기 때문에 사회에 나와서는 나의 자신감을 꺾는 과목이 되었던 것이다. 단어를 많이 잊어버리기는 했어도 지금도 영어 책을 보면 읽는 것은 괜찮지만, 대화할 생각을 하면 우선 머릿속이 하얘지니 문제다.
 
이런 내가 아이를 낳고 보니, 요즘의 엄마들의 열띤 조기 교육, 특히 영어 조기 교육 등의 붐을 보면서 걱정이 안될리가 없었다. 뱃속에서부터 영어태교를 하고, 영어 동화, 테입, 그리고 영어 유치원,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영어 학원에 다니고, 어학 연수까지.. 사실 신랑은 우리 아이가 영어를 잘했으면 하는 생각은 있지만, 너무 이른 조기 교육에는 반대의 의견을 내고 있다.
 
말하기와 듣기가 잘 안되는 나로서는 아기가 어렸을때부터 영어를 접하게 해주고픈 마음이고 말이다.
이 책의 저자 진경혜님은 미국에서 미술과 미술사로 학사, 석사를 따고, 일본에서 영어 교사로 활동을 하였다. 영어의 기본기가 어느 정도 탄탄히 받쳐주는 분인것이다. 물론 본인이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공부를 하신 분이기도 하고.. 그런 분이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딱 반 발자국씩 앞서 나가서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쳤다고 한다. 이분이 쓴 책은 꽤 많이 나와 있다. 워낙 아이들로 유명한 분인지라 많은 사람들이 읽어봤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진경혜님의 기사를 잡지에서 보고, 입이 딱 벌어지게 놀랐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아이들을 이렇게 잘 키울 수 있었을까? 존경스러운 맘이었다. 본인은 평범한 엄마라고 했지만, 아이들을 키우는데 있어서, 영재성, 천재성을 제대로 발휘해주는데는 이보다 멋진 가정교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과연 그런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적어도 영어 공부를 어떻게 첫 단추를 채워야 하는지 이분의 책을 읽고 해답을 얻고 싶었다.
 
아직 아기가 어리다고 방심하고 있는 나였던 지라 가끔 엄마들 사이에 인기 많다는 브라운 베어나 시디로 틀어주고, 책도 그림 위주로 보여주면서 노래만 불러줬다. 그것도 정말 가끔 말이다.
어떤 엄마들은 영어 방송을 티브이로 보여주기도 했다는데, 어떡해야 하면 좋을지 막연하기만 하고, 영어책을 사주는 것 자체에 반감을 가진 (한글도 모르는 아기에게 무슨 영어교육이냐면 신랑은 크게 반발하였기에 ) 신랑의 눈치를 보자니 어설픈 영어교육이 제대로 될리가 없었다.
 
사실 이 책에서도 우리나라의 지나친 영어 조기 교육 열풍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단순 주입식 영어 학원이나 원어민을 짧게 만나는 그런어학원의 공부가 아이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겠냐는 것이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었다. 엄마가 집에서 하루 15분씩이라도 아이와 영어로 놀아주고, 노래 불러주고 하는것이 영어를 공부가 아닌 놀이로 인식하게 되어 아이들을 영어를 좋아하게 만드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법 위주의 교육을 받았던 나의 세대와 크게 다르게, 요즘 엄마들 사이에 유행이라는 파닉스와 라임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내게, 이 책에서는 미국식 파닉스 5가지 방법과 라임을 통해 공부하는 방법등이 잘 나와 있다. 그리고, 실제 미국의 교육과정이 프리스쿨,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소개가 되어 있다. 이런 것까지 일일이 궁금해하는 엄마들이 많았다니 사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놀랄뿐이었지만 말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들의 두뇌가 눈에 띄게 발달하고, 아이가 먼저 한글을 익히고 난 만 6~7세에 새로운 외국어 교육을 시작하는게 좋다고 한다. 대신 먼저 외국어와 가까워질수 있는 환경을 그전에 조성해주면 된다는것이다. 우리 아기도 아직 어리니 우선은 영어 노래를 자주 틀어주고, 익숙해지게 만들어줘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라임이 무언지 파닉스가 무언지 기본도 모르는 엄마이기에 엄마가 먼저 공부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툰 영어라도 아이와 대화하며 같이 공부하는 것으로도 아이에게 기쁨을 주고, 공부하는 흥미를 돋워줄 수 있다고 하니, 이제는 내 발음이 안 좋다고 기어들어가지 말고, 좀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이 책에 나온 진경혜님이 추천해주는 많은 사이트 정보들과 교재 정보들이 있으니, 또 무엇보다도 기대가 되는 진경혜님의 홈페이지까지..엄마표 홈스쿨링의 길이 멀고도 험하게 느껴지면서도 횃불 하나는 당당히 들게 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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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홈 스쿨링 : 글쓰기 훈련 - 내 아이의 천재성을 살려주는 엄마표 홈스쿨링
진경혜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어린나이의 쇼가 쓴 글을 저자의 책에 인용했을때 어느 지인이 마치 엄마가 대신 써준 글 같다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를 그만큼 쇼가 잘 썼거나, 혹은 정말 엄마가 대신 써준 것 아니냐 의 두가지로 해석하였다. 그러면서 그만큼 아이가 잘 썼다는것은 엄마의 바램대로 아이의 작문 실력이 향상되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저자는 아이들의 글쓰기 능력 역시 다른 표현력이나 읽기 훈련 등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어떻게 가르칠까를 위해 고군분투한 분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책은 먼저 읽어보고, 접하게 해줬다는 사실도 그 정성이 감복할 만한 것이었다.

그리고, 시중에 나와 있는 책들이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서 많은 글쓰기 관련 책들을 읽어보고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을 추려내고, 또 자신만의 아이들 쓰기용 도표와 실제 방법들을 추가하여 만든 책이어서 아이들 작문지도를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보다 더 실용적인 도움책이 되지 않을까 한다.

 

미국의 경우 단순히 SAT 성적만으로 합격이 되기보다, 같은 점수의 SAT 성적을 갖고 있는 경우 보다 특이한 이력을 가진 학생들을 합격시킨다고 하였다. 그래서 공부 뿐 아니라 예능, 봉사활동, 그리고 작문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우수한 활동을 하는 학생이 대학 입학 관문을 통과할 기회가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와는 좀 다른 실정이지만, 분명히 글쓰기 능력은 대학입학 뿐 아니라 실제 사회에 나가서도 실생활 자체에 도움이 되는 일이 많을 것이다. 학교 다닐때는 물론 사회에 나가서도 아이가 표현하고픈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대부분 글로 표현할 일이 많기 때문에 글쓰기 능력이 뒷받침 되지 않고서는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는데 제한된 상황이 될 수 밖에 없다.

 

어른인 나도 요즘에 책을 많이 읽고, 서평을 써보곤 하는데 어릴적 독후감을 써보던 기억을 되살려 쓰기도 하고, 나름대로 경험같은 것을 가미해서 쓰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어떻게 써야할까 하고 많이 막히기도 하였다. 생각보다 많은 어른들도 서평이나 글쓰기 등에서 답답함을 느끼는지 실제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 등에서 글쓰기 등에 대한 책의 사람들의 인기는 제법 높은 편이었다.

 

이왕이면 아이때부터 그 실력이 뒷받침된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아이들이 겪는 부담은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저자의 말대로 글쓰기 능력도 타고나는 것일수도 있지만, 갈고 닦아줄 수 있다면 타고난 솜씨 못지 않게 훌륭한 글을 쓰는 아이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설명한 방법들을 보면 우선 본인의 자녀 교육에 썼던 많은 도표들을 참고할 수 있어 좋았다. 요즘은 엄마들이 독후활동이라는 것에 굉장히 신경들을 많이 쓰는데.. 사실 어릴 적에는 책놀이 좀더 자라서는 책을 잘 이해했는지 질문에 대답하고, 독후감 쓰는 활동 들이 해당되는 것 같다. 저자의 경우에는 아이들이 많이 어릴적에는 책을 읽고 간단히 그림을 그려 책 내용을 되살려 보고 느낌을 표현하도록 하였다. 또 짧은 글을 쓸 수 있을 적에는 간단히 그 평을 쓰도록 하였고, 좀더 긴 글을 쓸 수 있는 학년단계가 되자 책 속 내용을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 엄마가 각종 질문들을 만들어 그에 맞는 대답을 하도록 예비 독후감 같은 단계를 넣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독후감이라는 긴 글을 쓰게 될 적에도 거부감 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마치 우리 어릴 적에 일기를 쓸때 처음에 그림일기를 쓰다가 그 다음에 일반 일기를 썼던 것처럼 저자 나름대로의 단계별 독후감 쓰기를 진행하였고, 아이들은 이에 무리없이 잘 따라주었다.

 

사실 어릴적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내 책 읽기는 소설 등의 문학 장르에 많이 편중되어 있다. 같은 문학이긴 해도 시는 따로 챙겨 읽지 않을 정도로 즐기지 않는 편이었다. 저자는 시에서 얻어지는 감수성과 능력을 높게 보고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자연환경 등을 보고 느낀 감흥을 그림 뿐 아니라 시로도 표현하도록 일상생활과 밀접한 시 작문을 실천하였다. 도움이 될만한 시집을 먼저 읽히고, 그 다음에 시를 쓴 후에 가족이나 친지 앞에서 낭송하는 시간을 가져 아이들이 자신감을 키우고, 시 표현력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 것이다. 내가 먼저 부담을 갖는다면 우리 아이의 시 쓰는 능력은 향상 될리 전무하기에 엄마의 국한된 독서로 아이 또한 국한된 공부를 하며 자라지 않게 노력할 필요가 있었다.

 

독후감도 장르별로 다르게 연구하여 쓰도록 노력하고, 일기 쓰기, 또한 가족 신문 만들기 등으로 그녀가 추구한 글쓰기 방법은 다양하게 진행되었다. 아이들은 그 안에서 엄마만큼 혹은 엄마 이상으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자연스레 될 수 밖에 없던게 아닌가 싶다.

 

저자가 글을 잘 쓸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많은 글을 읽고 또 자녀를 위해 보다 더 생각하고, 노력한 흔적이 아닐까 싶다. 물론 정말 타고난 글솜씨 일수도 있지만..

글쓰기도 훈련에 의해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일이다.

하지만, 그냥 막연히 아이들에게 일기써라. 책 읽고 독후감 써라.하는 식의 단순한 명령보다는 아이가 글을 잘 쓸 수 있도록 차근차근 계단식 과정을 밟아 가서 글쓰기에 대한 부담과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해주는게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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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도시 사라진 아이들 - 1995년 뉴베리 아너 선정도서
낸시 파머 지음, 김경숙 옮김 / 살림Friends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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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책을 고르는 하나의 방법으로 어느 수상작들을 골라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내 생각을 바꿔 놓은 것이 바로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품들이었다. <고래의 눈>과 <밉스 가족의 특별한 비밀>이라는 소설을 모두 재미있게 읽었기에 ,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이라면 찾아서라도 꼭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는데, 바로 이 작품 "사라진 도시 사라진 아이들"은 1995년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이자, 저자 낸시 파머가 총 이 상을 세번이나 수상한 작품 중에서도 최고의 걸작이라 일컬어지는 명작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내 눈이 번쩍 뜨일 수 밖에..
 




 

흙 속에 묻힌 진주를 발견하고 눈이 커지듯. 이 책을 찾아내어 읽게 되었을때, 또 상당히 두꺼운 책을 단숨에 다 읽고 나서의 흥분은 정말 깊은 새벽 졸리운 눈꺼풀따위는 사라져버리게 만드는 그 이상의 것이었다.

 

2194년 어느 날 아프리카 짐바브웨 최고의 장군 마치카 저택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집안에서만 생활하고 홈스쿨링을 받아 밖에 나가 본 적이 없는 장군의 세 아이들은 스카우트 현장 체험을 하기 위해 밖에 몹시 나가고 싶어하였다. 13살의 텐다이 11살의 리타, 4살의 쿠다 이 세남매는 용감하고 똑똑한 아이들이었지만, 군인인 아버지가 거는 기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텐다이는 다소 공상에 빠지는 일이 많고, 쿠다처럼 용맹스럽지 않아 보여 아버지의 근심거리가 되었다.  

 

미래의 삶은 대부분 로봇과 컴퓨터에 의해 모든 가사노동이 진행되고, 애완견, 자연환경조차도 모조리 로봇이 대체되어 있는 삶이었다. 그들이 누리는 삶은 안락한 것이나 인위적인 것들이었다. 바깥 세상의 어려움을 전혀 몰랐던 아이들이 단지 스카우트 체험을 하기 위해 일탈을 꿈꿨다가 하루를 계획한 외출이 파란 원숭이 일당에 의한 납치로 그들을 고난의 세계로 첫발을 딛게 만들었다.

 

그들이 살았던 안락한 도시와는 비교도 안될 쓰레기 더미 같은 "죽음의 땅"으로 끌려가 쓰레기 광산을 뒤져가며 하는 중노동은 너무 힘들었지만 그들을 성장하게 만들었다. 또 레스트 헤이븐에 가게 되어 남녀가 철저히 구분되고 책에서나 배웠던 과거의 전통 방식대로 생활함은 텐다이에게는 지낼만한 상황이었으나 여자인 리타는 견디기 힘든 고난들이었다. 게다가 남매 쌍둥이는 불길하다며 여아를 태어나자마자 죽이려 하는 전통은 그녀를 더 견디기 힘들게 만들었다.

 

그 이름만으로도 사람들을 떨게 만드는 절대 권력자 마치카 장군이 얻고 싶은 단 하나의 자식들을 못 찾아서 힘들어하는 모습은 평범한 부정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마치카 부인이 멜로워라는 찬양 시인 (우리에게는 생소한 존재이지만, 이 소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정말 크다. 아이들을 어렸을 적부터 키워준 유모같은 역할이자 이야기꾼이자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도 있고, 이성을 잃게 만들 수도 있는 언어의 마술사 같은 사람인...)의 조언대로 세 탐정을 고용해 아이들을 찾는 이야기가 아이들의 고난과 모험 만큼이나 또 하나의 큰 흐름이 된다. 세 탐정은 표지에 나온 밝은 귀, 멀리 보는 눈, 긴 팔 등의 외계인 같으나 놀라운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었고, 어딘가 한발짝 씩 늦은 그들의 추적은 안타깝게도 하였지만, 그랬기에 세카이를 구할 수도 있었고, 정말 위급한 순간에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

 

도서관조차 없어서 비싼 새책은 엄두도 못 내고, 헌책방에서 몇명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10센트로 책 한권 사보며 그 책이 다 낡아지도록 돌려보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현실을 바라본 낸시 파머.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sf 공상과학 소설임을 알고 그녀는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존재하는 지명인 (소설 속과는 느낌이 좀 다른 곳이지만, 주위의 장소들과 분명히 차이는 있는 세계이다.) 레스트헤이븐에서 태어난 자신의 아들 대니얼을 위한 소설이기도 하였다. 주인공은 텐다이였지만, 용감한 사자 같은 귀여운 네살의 쿠다. 당시 네살이던 아들 대니얼은 그 쿠다와 많이 닮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나 일본, 혹은 아예 서양이라면 미국이나 영국 정도의 소설들에 익숙하여 아프리카가 주배경이고 아프리카 아이들이 주인공인 소설은 처음 만났다. 우리가 그 아이들이 생소하듯, 그들이 느끼기에도 영국이나 다른 세계는 생소한 부족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텐다이의 눈에 보이는 멜로워의 욕심많은 늙은 어머니는 항상 과거의 영화에 집착해 살고, 허영에 들떠 동물애호를 부르짖으며 정작 아이들은 노동력을 착취하고 보상금을 노려 부모에게 보내지도 않는다. 백인 우월주의에 젖어있는 다른 소설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착하지만 나약해보이고, 마치카 장군 밑에 있음을 충성으로 여기는 백인 멜로워의 이야기 또한 아프리카소년이 주인공인 소설에서 만날 수 있는 시원한 꼬집기가 아닐 수 없었다.

 

불과 몇백년 앞의 일이지만, 미래는 더이상 지금처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갖고 있지 않았다. 물론 우리가 지금 어떻게 에너지를 아끼고 자연을 보호하느냐에 따라 현재의 자연을 유지할 시간이 조금 더 연장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아낌없이 자연을 마구 훼손시키고, 인간의 이기심으로 핵전쟁까지 일으키고, 돌연변이 유전자조작 동식물들을 마구 만들어낸다면.. 미래의 모습은 소설에서 나온 것 이상으로 암울한 배경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분명 그 안에도 희망이 있지만, 적어도 우리 자손들에게 모두 기계로 만들어진 인공 자연을 접하게 하고, 진짜 생명체와 자연을 책에서나 본 것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노력하라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세 소년 소녀의 목숨을 건 모험 이야기, 사라진 도시 사라진 아이들~ 그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이 무척 아쉬웠음을 다시 한번 이야기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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