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하우스 플라워 - 온실의 꽃과 아홉 가지 화초의 비밀
마고 버윈 지음, 이정아 옮김 / 살림 / 2010년 6월
절판


이틀새에 돌아온 싱글이 된 여인에 대한 소설을 두편이나 읽었다. 하나는 결혼후 3년만에 사랑하는 남편을 암으로 잃은 젊고 엉뚱발랄한 소피였고.. 또 하나는 결혼한지 4년만에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며 이혼을 당한 릴라의 이야기였다. 여기, 지금부터 릴라와 아홉가지 화초의 전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신기하게도 두 작품 모두 줄리아 로버츠 주연으로 영화화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앞의 작품은 그 작품을 쓴 작가의 두번째 소설이 영화화된다고 한다. 이 작품은 바로 2011년에 영화 개봉 예정이라고 하니 영화를 얼른 보고 싶은 마음에 설레기까지 하였다. 아름다운 세탁소 온실의 묘한 분위기와 밀림의 여러 상황들을 어떻게 재현해낼것인가? 이상적인 CG의 힘을 빌려야만 가능할 환상적인 배경들이 연출 될 것이다.


릴라는 자신을 버리고 떠난 남편 덕에 모든 걸 잊게 해줄 사각형 상자같은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그리고 집에 생기를 더하기 위해 화초를 파는 노점에서 컨트리 섹슈얼로 보이는 그러나 충분히 매력적인 남자 데이비드로부터 극락조화를 사게 된다. 그때부터 화초에 눈을 뜨기 시작한 릴라는 어느 날 신비한 또다른 열대 식물 나비단풍에 이끌려 신기한 빨래방에 발을 디디게 된다. 빨래방은 세탁기계가 여기저기 널부러진 것 같은 열대 우림의 모습 그 자체였다. 신기하고 새로운 곳, 그 곳의 주인인 아르망은 처음 본 릴라에게 나비단풍의 가지 하나를 주며 뿌리를 내리면 자기에게 찾아오라고, 그러면 9가지 전설의 화초를 보여주겠노라고 약속한다. 단, 그 모든 것은 비밀로 하라는 사실과 함께..





저기에 있는 화초들은 인간이 가장 갈망하는 아홉가지 것들의 열쇠를 쥐고 있지.

재물, 권력, 마법, 지식, 모험, 자유, 불멸, 섹스..그리고 사랑.. 98p



아홉가지 화초를 갖고 있으면 누구라도 완벽해진다네.

그 사람은 살아가면서 자신이 욕망하는 것들을 모두 갖게 될테니, 결국 전설대로 되는 거겠지. 99p







그녀는 결국 나비단풍의 뿌리를 보고 날아갈듯이 좋아한다. 오히려 잘나가는 카피라이터의 일보다 (일은 잘나가도 염증나는 사장이 있어 회의가 들던 터였다.) 화초의 뿌리로 인해 9가지 신비한 식물들을 보게 된 것이 더 기뻤던 터였다. 이혼 후 외로웠던 그녀는 호감을 갖고 있던 데이비드와 데이트를 하게 되고 그의 환심을 사조가 9가지 화초의 비밀과 그 숨겨진 장소인 아르망의 빨래방까지 모두 알려주고 말았다.

그녀를 화초로 대해준 근사한 하룻밤 이후에 데이비드는 아르망의 9가지 전설의 화초들을 훔친채 잠적하고..

릴라는 아르망 앞에 빚진 여인이 되어 죄가를 치루기로 한다.



그것은 바로 멕시코로 가서 잃어버린 9가지 전설의 화초를 되찾는 것.

고민을 하지만, 아르망과 그의 아내 소날리와의 만남으로 그녀는 모험을 결심하였다.

아르망은 멕시코에서 그녀가 사랑과 열정과 돈을 모두 충족할 수 있을 거란 말을 한다.



아르망은 정말 소설 속 내내 묘한 존재였다. 그녀에게 하는 말이나 분위기 모두 마치 이 세상 사람 같지 않은, 신선 같기도 하고 외계인 같기도 하는 신비한 분위기를 풍겼다. 릴라는 이혼녀라고 해도 지나치게 남자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짙었다. 그리고 너무 경솔했다. 사랑을 얻고 싶은 마음에 앞뒤 가리지 않고 행동한 그녀의 모습에 다소 실망하기도 하였다. 멕시코 밀림에서 여러 시련을 겪기도 하고, 그러면서 디에고라는 너무나 멋진 청년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현지 주술사의 아들로 정말로 건강하고 다부진 몸을 갖춘, 너무나 매력적인 남성이었다. 신비의 화초 덕이 아니더라도 그저 있는 그대로 반하고 말았을..

그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가 없어 버거워하는 릴라.






"그런데 왜 제가 제약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자신을 구속하고 자신의 성장과 발전을 막는 남자 친구나 남편을 늘 찾고 있으니까 그렇지."

"자네는 자유가 겁나는 거야. 너무 무서워서 언제나 자신을 구속해 줄 누군가를 찾고 있지."

"..스스로 능력을 키워. 그래야 진짜 자기 능력이 되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지니고 있는 것들에 반하지 말게."

230p







디에고는 릴라에게 쉽사리 다가오지 않는다. 관심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어쩐지 거리감을 둔다. 그래서 릴라와 그의 관계가 살짝 꼬이기도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전설 속의 9가지 화초를 찾으려 하지만, 대부분 실패한다는데 신기하게도 릴라는 운이 좋은 건지 아니면 정말 능력이 있는 건지 하나 둘 화초를 찾아나간다.

그 중에서도 내 눈에 가장 신기한 것은 맨드레이크였다.

가장 강력한 독성을 가진 맨드레이크는 교수대 밑이나 목을 맨 곳에서 자란다는 사실.

척수신경이 끊어지면서 목을 맨 사람이 발기가 된대. 시체에서 흘러나온 정액이 땅속에 배어들기때문에 맨드레이크가 무성하게 잘 자라는 거지. 269P

사람처럼 생긴데다 성기가 밖으로 드러나 있으며 최고의 최음제이자 우울증, 불면증 치료제이다. 이 식물을 땅에서 캐내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이 죽을 수 있기때문에 조심해야한다. 280P



싱글 뉴요커 여성이 그녀의 경솔함을 만회하고자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가서 밀림을 헤치며 모험을 감행한다. 그러면서 우여곡절도 많이 일어나고, 사건도 어느 정도 수습되어가는 듯 하지만, 그녀를 힘들게하는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표지의 아름다운 꽃들 사이로 검고 날렵한 흑표범이 자리잡고 있어서 어떤 의미인가 궁금하였다. 디에고를 암시하는 건가? 했는데.. 또 다른 의미로 등장하는게 흑표범이다.

화초에 대한 이야기와 전설만으로 이렇게 흥미 진진한 소설을 이끌어낼 줄은 몰랐다.

집에서 키우는 산세베리아와 고무 나무 등 물을 잘 안 줘도 살아남는 군만으로 화분을 두세개 갖고 있었던 나는, 워낙에 게을러서인지 그나마도 말라죽이고 말았다. 아르망에 의하면 화초들이 다 생각이 있고 능력이 있어서 죽거나 살거나 혹은 의견을 내기도 한다던데.. 우리 집 산세베리아는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신비한 화초의 세계들. 그 안에서 한숨도 쉴새 없이 다음장을 넘기게 하는 마력적인 소설이 펼쳐지고 있었다. 다음에 어떤 모험이 일어날지 어떤 화초를 얻게 될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던 터에 만난 릴라와 디에고의 이야기는 나를 종종 웃게도 만들었다.



디에고는 말할 때의 깊은 목소리와는 너무나 다르게 높고 떨리는 유려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244p

"우리가 오늘 봤던 바로 그 사슴을 위해 저희 어머니가 쓰신 겁니다."

"아름다운 노래네요."

디에고와 내가 자란 환경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우리 부모님이 영혼의 노래에 가장 근접한 노래를 불렀던 때는

우리 아버지가 월요일밤에 미식 축구 경기를 보다가

버드와이저 광고에 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던 순간이었다. 245p



그저 한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살아간다고 생각했던 화초들..

화초가 사람을 선택하기도 하고, 보호하기도 하고..그리고 그 안에 무한한 능력을 가진 능력자 화초도 있는 것이다. 아홉가지 화초들의 비밀.. 그리고 책 소개에는 드러나지 않은 열번째 신비로운 화초의 세계로..

책 속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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