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시간
리처드 도이치 지음, 남명성 옮김 / 시작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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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상당한 두께의 이 책을 이렇게 빨리 몰입하여 읽게 될 줄은 몰랐다.

시간이라는 소재는 마치 공기와 같이 우리 곁에 늘상 있는 것이어서 지나치게 평범하면서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 수 없다는 그 한계 때문에 인간은 그 미지의 세계, 미래가 아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타임머신이나 많은 설정 등을 떠올리며 시간을 환상적인 소재로 재창조해내었다.

 

닉은 곧 메리이고, 메리는 곧 닉이었다. 누가 봐도 최고의 커플이라 할 이상적인 부부가 있다. 그리고 그들은 아이가 없다는 것 빼놓고는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며 연애 그 이상의 감정으로 훌륭한 결혼생활을 하였다. 이웃에는 그들을 아주 부러워하면서도 절친한 친구 행크가 살고 있었고 말이다.

어느날, 자신의 전부라 할 수 있는 아내 메리가 처참한 몰골로 살해되고 말았다. 그리고, 경찰은 남편 닉을 살해범으로 몰고 취조하기 시작하였다. 아내의 죽음에 미쳐버릴 것 같은 닉은 자신이 살해범으로 몰린다는 것에 더 미쳐버릴 지경이 되었는데..

 

한 남자가 나타나 닉에게 이상한 제안을 하였다. 아내를 아직 구할 수 있으니.편지를 읽고 시계를 유지한채 한번에 한시간씩 총 12번 동안 과거로 돌아갈 시간이 주어지니 아내를 죽음 전으로 되돌려놓으라는 것이었다. 만약 실패한다면 아내는 지금보다 더 처참하게 죽을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이미 죽은 아내를 되살릴 수 있다. 그리고 실패하면 아내가 더 처참하게 죽는다.

닉에게 다른 선택은 없었다. 아내는 그에게 인생의 전부였기 때문에 그는 모든 것을 걸고 아내를 구하기 위해 애쓴다. 아내를 구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단지 그 하나의 사건만 해결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과거를 되돌린다는 것은 미래가 수시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하였고. 사건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손에 들고 있는 상자를 죽어도 놓지 않으려고 한다면 당신은 상자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궁금할 겁니다. 100만 달러를 준다고 해도 당신에게 팔지 않는다면 물건의 가치는 확인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 가치는 내게만 의미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상자안에는 아버지의 유골 가루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게는...아버지가 남긴 모든 것이죠. 가치를 매길 수 없을 겁니다. 241p

 

단순한 아내 한사람의 죽음이 아닌 200명 이상의 초대형 비행기 참사와도 연관이 되고, 또 그 너머에는 엄청난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 초반부터도 몰입도가 높았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더욱 더 빨라졌다. 언제 다 읽을까 하던 우려가 끝나기도 전에 나는 마지막 책장을 덮고 있었다.

 

그리고..정말 박진감 넘치는 영화 한편을 본 느낌이었다. 그저 그런 영화가 아닌 정말 재미있게 봤던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또 그에 대적할만한 영화를 말이다. 2011년 초에 영화로 개봉될 예정이라고 하니..누가 주연을 맡을지 또 정말 이 책 만큼이나 흥미진진하게 멋진 영화로 재탄생할지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모든 것을 건 남자. 그는 과연 아내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이 바꾼 미래는 과연 어떤 것일까? 아내의 죽음을 되돌릴 수 있는 일이 실제로 가능할까?

대부분의 영화는 부정적인 미래를 보여주었다. 소설 속에서도 끊임없이 아내는 죽었다. 되살리려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더욱 처참히..아내의 죽음 시간을 앞당기고..더 큰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닉과 메리.행복하기만 하던 그들 부부에게 이러한 일이 왜 일어난 것일까?

대답은 열 세번째 시간만이 들려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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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왕자 - 오르페우스호의 비밀 안개 3부작 2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김수진 옮김 / 살림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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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그가 스물 여섯살 정도에 첫 데뷔작으로 쓴 "안개의 왕자"는 청소년문학공모전에 출품해 에데베 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다. 그는 열서너살때 읽고 싶은책, 동시에 스물셋, 마흔셋, 심지어 여든 셋이 되어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써봐야겠단 생각으로 안개의 왕자를 저술했다고 한다.
 
막스가 열세번째 생일을 맞이한 날, 시계수리공이던 아버지는 갑자기 조그만 바닷가마을로 내일 이사갈 거라는 통고를 하였다. 가족들 모두 얼떨떨한 마음으로 이사를 했고, 기분 나쁜 고양이 한마리가 막스의 동생 이리나의 환심을 사 가족들과 함께 살게 되었다. 새 집은 전 주인이 아들을 잃고, 아버지도 죽고, 아내가 집을 내놔 방치되어 있다가 막스 아버지 눈에 들어 이사를 오게 된 집이었다.
 
막스의 집 근처에는 역시 기분 나쁜 조각공원이 있었는데, 조각이 움직이는 듯 하고, 집에서 발견한 영사기를 돌려보니 영화가 아닌 죽은 가족이 찍은 듯한 이상한 기분이 드는 영상들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막스는 롤랑이라는 등대지기 할아버지의 손자와 친해져, 누나 알리시아와 함께 셋이 어울리게 되었다. 오르페우스호라는 난파된 배가 있는데, 롤랑의 할아버지가 유일한 생존자이고, 막스는 난파선에서 발견한 별모양이 조각공원에서 발견한 것과 같아 자꾸만 잃어버린 퍼즐을 맞춰야만 할 필요성을 느꼈다. 한참 사춘기인 누나와 롤랑 사이에는 아름다운 사랑이 싹텄지만, 막스는 곧 롤랑이 가을쯤 군에 입대할 거란 이야기에 마음이 씁쓸하였다.
 
할아버지가 롤랑과 막스 남매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막스는 자꾸만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아귀가 맞지 않는 다는 생각이 들었고, 혼자서 이를 해결해나가기 위해 노력하였다. 열세살이라는 어린나이였지만, 목숨을 걸고 친구를 구할 정도로 총명하고 용기있는 소년이었다.
 
안개 속에 보일듯 말듯 그 공포를 드러내는 안개의 왕자.
그는 케인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소원을 들어준다며 접근을 하였다. 대가는 자신의 충복이 되면 된다는 것.
아버지의 실직으로 자기도 모르게 복직을 빌고.. 사랑하는 여자를 얻기 위해 무서운 댓가를 걸고..
ㅅ람들은 너무나 쉽게 악마의 유혹에 넘어 간다.
 
그가 어떤 형상으로 내 앞에 나타날지 모르기때문에..
아주 가까이에 아주 손쉽게 나타나는 여러 이름을 가진 그의 앞에..
사람들은 그 달콤한 유혹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절대 대가 없는 소원은 있지 않다는 것을 잊어버린채..
눈앞의 소원에만 급급해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불러올 무시무시한 결과를 상상하지도 못한채 말이다. 악마의 유혹은 달콤하다. 하지만, 그 결말은 너무나 끔찍하다.
 
표지, 그리고 안개의 왕자라는 제목..그리고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이라는 이름이 사실 너무나 잘 조화를 이루어 (작가의 이름과 표지가 매칭이 잘된다는 느낌은 처음이었다. 그저 책을 읽기에 급급해 항상 표지나 다른 부차적인 것들은 뒷전이곤 했는데..) 독특한 그의 이름이 내가 처음 읽은 사폰의 이 책의 느낌과 너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고 해야하나?
 
20대에 지은 소설, 그것도 데뷔작이라는 것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소설은 탄탄한 구조와 재미를 갖추고 있었다.
깊은 밤 다 읽고 나니 걷어올린 소매로 소름이 끼쳐 옴을 느낀다. 하지만, 단지 무서움에 올라오는 소름만은 아니었다. 청소년 문학이라고 했음에도 그의 바램대로 30대인 내가 읽어도 정말 너무나 재미있는 작품이었고..그리고 환상적이면서도 (그 환상이라는 것은 현실과 상반적이라는 이야기지, 아름다운 환상과는 거리가 멀다.) 어린 소년소녀의 로맨스가 가슴아프며 아름답게 그려지는 훌륭한 소설이었다.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안개의 왕자는 내가 그의 작품으로 처음 읽은 작품이었다. 그의 데뷔작이 그와 처음 만난 소설이 되어서 더욱 기쁘다. 2001년 출간 직후부터 무려 101주 동안 베스트셀러에 랭크되었다는 "바람의 그림자"를 읽을 기회가 남아있고, "안개의 왕자"뒤를 잇는 안개 3부작으로 불리우는 "9월의 빛" "한밤의 궁전"등의 작품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멋진 작품을 읽었다. 오늘 밤은 그 흥분으로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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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에도 눈이 올까요? - 역사 이야기 - 1980년 오월 광주 맹&앵 동화책 5
김현태 지음, 김정운 그림 / 맹앤앵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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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파란 나라를 보았니 천사들이 사는 나라.
밝고 경쾌한 파란 나라.. 이 노래는 1980년대에 유행한 노래였고, 나 역시 어려서부터 이 노래를 즐겨 들으며 학교 운동회때는 이 노래를 배경으로 마스게임등을 하며 자랐다. 그리고, 그 파란나를 꿈꾸었던 우리 나라는 실상은 너무나 어두운 현실을 내포하고 있음을 나중에..한참 나중이 되어서야 알았다.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 항쟁. 억울한 죽음을 당한 우리와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들..
1950년대의 6.25나 그 이전의 일제시기도 아닌 1980년대에... 민주화라는 이름하에 평화롭다고 여겨졌던 우리나라에서 버젓이 일어난 일이다. 민주화 항쟁으로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과 학생들이 군부 독재에 맞서 항거하다가 무고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아니,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일반 시민들조차..처참하게 죽임을 당했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그리고 우리가 감사드릴 스승의날까지 즐겁고 축하할 날들로 가득채워져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축하 속에 정녕 우리가 잊지 말고 기억해야할 무고하게 희생된 꽃들을 잊고 있다. 광주의 시민들.. 그들의 억울한 죽음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있다.
 
어른인 우리도 이러할진대.. 지금 자라나는 어린 새싹들은 이 나라는 정말 안락하고 살기 좋은 나라로 착각하며 자라지 않겠는가. 그 역사 이면에 어떤 끔찍한 음모가 있었는지도 모른채 말이다.
그래서 초등학생을 위한 동화가 나왔다.
 
오월에도 눈이 올까요.
초등학생인 민수는 평범한 중국집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광주 민주화 항쟁때 잃고 만다.
시위에 가담한 것도 아니고, 무고하게 두들겨 맞고.. 오토바이를 찾으러 다시 나갔다가 억울하게 총살당하고 만다. 민수는 아버지를 잃었고, 엄마는 세상을 잃었다.
그리고, 넋을 잃었던 엄마는 시민들을 위해 짜장면을 다시 배달하기 시작하였다.
 
슬픈 동화. 어른이 읽어도 소름끼치고 기가 막히는 이 동화가..
아이들에게는 역사의 진실을 제대로 알려줄 것이다.
 
모두가 쉬쉬해도 절대 가려지지 않는 진실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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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마틴 루터 킹 Who: 세계인물교양만화 10
안형모 지음, 스튜디오 청비 그림 / 다산어린이 / 2010년 4월
구판절판


아직 어린 아기를 두고 있어서 초등학생을 위한 책은 잘 모른다. 하지만, 아직 관심사 밖의 책이 내 귀에도 익숙하다면 그만큼 베스트셀러인 경우가 많다. 와이 시리즈가 그렇다. 코스트코나 서점들에도 눈에 띄게 진열되어 있고, 초등학교 선생님인 여동생 또한..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책이라며 일러준 책이었다.



그래서 와이시리즈를 한번 만나고픈 생각이 들었는데, 와이를 접하면서 후~ 라는 인물 시리즈가 다른 출판사에서 새로 나옴을 알게 되었다. 이왕에 같이 읽어보고 비교해 봄이 어떨까? 해서 주제넘지만, 한번 비교해보기로 했다.



물론 와이와 후는 무척 다르다. 같은 장르가 아니라 와이가 초등과학 학습만화이고, 후는 세계인물 학습만화라는 장르면에서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다. 하지만, 어쩐지 닮은 듯 다른 면이 많아 한번 비교해보고픈 작은 욕구가 생겼다.


why? 시리즈의 목차이다. 보시다시피 만화를 그려내며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과학 상식을 배우도록 하고 있다.

후는 인물의 생애를 다루는 위인전이자 매 챕터별로 나누어 먼저 인물의 생애를 만화로 보여주고 인물백과라는 참고사항을 두어 이해를 돕고 있다.




이렇게 와이의 만화를 읽으며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과학 상식을 배우게 된다.

거부감 없이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나 어릴적에는 과학 만화가 없었는데..과학을 싫어하는 내가 이렇게 만화로 공부했으면 좀더 과학을 사랑하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후의 만화 인물사와 그리고 인물 대백과 내용이다.

만화 내용에는 내가 읽은 마틴 루터 킹의 주요 업적 및 활동이 만화로 그려져 있었다. 아이들까지 인종차별에 대항해 시위운동에 나선 것은 정말 가슴아팠다. 게다가 아이들을 개로 공격하고, 몽둥이로 다스린것은 정말 치욕적인 백인들의 무모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것은 who? 시리즈의 인물 대백과 내용이다.교과서와 관련된 내용들을 다시 짚어주고, 참고할 만한 지식들을 추려 이해를 돕고 있는점이 좋았다.




후 시리즈가 최근에 나온 책이다 보니 독후활동에 치중한 면이 돋보인다. 와이 시리즈의 재미와 지식은 본문 내용으로 매듭지어지는데, 후는 읽고 나서 다양한 독후활동을 하게끔 도와주고 있다. 권말 부록에 나온 "생각이 커지는 논술마당"의 내용들이 두드러지게 보인다.

배경지식과 연계하여 마인드맵 그리기 또한 아이들이 과연 제대로 책을 읽었는지 도움을 주고, 머릿속에 지식을 남기도록 체크해주는 좋은 조언이 될 것 같다.

교과서와 연계된 표가 나와 있어 어떤 책이 어떤 교과서 내용에 해당되는지 쉽게 찾아 보기 좋게 나와 있었다.



요즘 위인전도 이렇게 만화로 또 어느 책보다도 촘촘히 독후활동을 할 수 있게 나와 있어서

후 시리즈 또한 와이시리즈 만큼이나 널리 알려질 떠오르는 샛별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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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파니의 비밀노트 고려대학교출판부 인문사회과학총서
필립 라브로 지음, 조재룡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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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세살, 곧 열 네살이 되는 스테파니는 수업시간을 빼 먹기 위해 온갖 방법을 생각해내곤 하는 여학생이다. 그리고, 그녀의 친구들 소피, 나탈리, 줄리 등 ie로 끝나는 이 클럽의 멤버들이 하나둘 소녀에서 여성이 되는 첫 경험을 시작하면서, 그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자로써 초조함과 패배감을 느낀다.
행복해보이는 다른 집 가정과 달리 어쩐지 나에게 관심이 없는 듯한 엄마와 아빠. 그 중에서도 특히나 엄마는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스테파니. 그녀가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고양이 가펑클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고민, 일상 들을 비밀 노트에 적어내려갔다. 많은 소소한 것들 그리고 기억하고 싶은 것들 모두를 말이다. 절대로 하지 말 것이라는 제목으로 적은 무수한 것들 중에 인상적인 것은..
절대로 절망하지 말 것.
항상 하늘을 쳐다볼 것..
 
하늘은 정말로 나의 유일한 관심사라고 해도 좋다. 하늘이 유달리 내 관심을 끄는  또다른 이유는 내가 전혀 이해할 수 없으며 하늘과 우리들 사이에 놓여있는, 하늘에 이르기 이전에 존재하는 어떤 빈곳 때문이다. 89.90p
 
방도 엄마 아빠가 수시로 들어오는 곳이라 유일하게 방문을 걸어잠글 수 있는 화장실을 그녀만의 사색의 공간으로 삼고, 책장까지 놓아달라고 할 정도였던 스테파니. 아빠 표현에 의하면 일주일에 스무시간은 화장실에 있는거 아니냐는 말까지 듣는다. 어른들을 모방하고, 뭔가 튀어보이고 싶은 또래 친구들과 달리 스테파니의 소원은 미국의 한적한 농장에서 동업자와 함께 농장 경영을 하는 것이었다. 잘난척 하는거 아니냐는 핀잔을 들었어도 그녀는 그렇게 그녀만의 세계관을 갖고 있었다. 비록 공부를 못하고, 수업시간에 망상에 젖어있다고 학생주임이 거의 꼴통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른들을 절대 다수의 적으로 인식한다는 청소년 집단. 그래서 어떤 일도 어른에게 고자질해서는 안되는 그들의 세계에서 똘똘하다고 믿은 한 친구가 말썽쟁이였던 다른 남자애에게 장난을 시켜서 퇴학을 당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그 일로 정의감에 불타오른 스테파니는 결국 어른들이 남자애를 퇴학 시키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믿어주지 않는 현실에 절망했다. 그리고 최악인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했다.
엄마의 외도 장면을 보게 되었고, 오히려 엄마는 딸 앞에 당당하게 혼내려 했다는 것. 수업에 빠지고 뭘 하냐는 것이었다. 너무 화가 난 스테파니는 모두를 떠나 가펑클만 데리고 가출을 한다.
 
이렇듯 초경을 앞둔 한 여학생의 파란만장한 성장일기는 다소 충격적인 소재, 엄마의 외도라는 소재와 맞물려 남들보다 더 아프게 성숙해가는 여자아이의 사춘기를 그려내고 있었다. 그리고, 처음 출판되었을 초판에서 이 이야기는 한 소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편집자는 그녀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지명이나 인명등만 수정하고 거의 실화를 수정하지 않은 소녀의 일기 그대로임을 밝혔다. 그 당시부터 꽤 오랜동안 많은 사춘기 소년 소녀, 특히 소녀들에게 이 책은 정말 많은 공감대를 일으켰다.
 
놀랍게도 이 책은 또다른 서문을 다루고 있다. 그 이후로 20년이 지나 편집자였던 필립 라브로가..
사실 스테파니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이라고 밝힌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실망과 놀라움 등으로 이슈가 되었던 소설이 우리 앞에 새로 인사를 하고 있다. 20년이 지나 놀라움으로 많은 독자들의 비난과 동시에 많은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사춘기 소녀의 심경을 너무나 섬세하게 다룬 이 작품이 사실은 중년의 남자가 쓴 소설임에 놀랄 수 밖에 없는 스테파니의 비밀 노트
 
사실 얼마 전 읽은 말콤 글래드웰의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에서도 비슷한 이슈를 접한 적이 있었다.
1956년 미스 클레롤 염색약 광고는 모녀의 머리색이 똑같이 금발임을 드러내는 독창적인 광고였다.
셜리의 광고는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켜, 수많은 편지가 클레롤도 날아들었고 그 중 "제 인생을 바꿔주어 고마워요"라는 편지는 클레롤 염색약 덕분에 결혼에 성공했다는 놀라운 팬레터였다. 이 일로 클레롤 광고가 더욱 큰 인기를 끌게 되었음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그리고 1973년 셜리는 자신의 은퇴파티에서 밝힌다. "금발로 염색한후 결혼에 성공한 여성의 편지를 기억하세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자, "사실은 제가 썼어요."라고 말한 것이다.
 
성공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이면에는 이렇게 실제를 가장한 거짓이 숨어 있는 경우가 왕왕 있나보다.
미스 클레롤 이야기도 충격이었는데 스테파니의 비밀노트도 두개의 서문으로 놀래키며 시작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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