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기 전에 부모님의 손을 잡아 드리세요
이상훈 지음, 박민석 사진 / 살림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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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아기, 그리고 옷을 입혀놓으면 엄마 눈에는 마치 인형보다도 더 예쁜 듯한 내 사랑스러운 아기. 비싸진 않아도, 예쁜 옷 정성스레 장만해 아기에게 입히는 것이 나의 큰 낙이 되었다. 신랑에게도 이리 저리 자랑하고, 부모님께도 아기 옷을 입혀 보여드리며 예쁘다 예쁘다 해주시는 말씀을 들으면 그렇게 흡족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신랑과 부모님 모두 네 옷은 사지 않냐고들 하셨다. 아직도 늘어진 수유티에 헐렁한 옷만 입고 다녔기 때문이리라.

 

어제도 아기 새 옷을 입히고 행복해하는 내 모습을 보며..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예쁘지? 네 아기.. 엄마에게는 너도 내 자식이란다. 아기처럼 너도 네 옷 좀 예쁘게 입었으면.." 하고 말씀하시는데 괜찮다 괜찮다 하던 내 마음이 갑자기 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얼마전  동생이 ..언니가 아기 낳고 나서 총기도 흐려지고, 눈물도 많아졌다더니.. 바보처럼 혼자 글쓰며 또 눈물 흘리고 있다. 그저 부모님의 사랑은 그렇게 떠올려보기만 해도 눈물나는 것을..

 

그렇게 순간순간 감사드리고 감동받고 하면서..

왜 난 정작 부모님 앞에서는 툴툴거리고, 중간에 말 자르고 나 하고 싶은 말만 하고 그러는건지..모르겠다. 정말 내 속을..

 

결혼 후 모 포털에서 우연히 당첨된 춘천 당일치기 관광여행이 있었다. 동반 1인이었는데, 신랑은 근무하는 토요일이었고, 마침 아버지께서만 하루 일찍 방학을 하셔서 아빠, 오빠, 나만 시간이 되었다. 남자 두분이 다녀오시라고 하니 더 멋적어 하셔서 생애 최초로 아빠랑 나랑만 다녀오는 여행이 되었다.

그때 정말 아빠가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모른다. 어렸을적엔 내가 먼저 태워달라고 졸랐을 백조도 먼저 타자고 해주시고.. (아이들 딸린 4인 가족 말고 백조 탄 팀은 우리밖에 없었는데도..)환하게 웃으시며.. 무척 좋아하시는 모습에 정말 내가 부끄러워질 지경이었다.

 

춘천은 처음이시라는데..

나는 참 자주 가본 곳이었는데 말이다. 왜 아버지랑 단 둘이 여행 올 생각을 못했을까.이렇게나 좋아하시는데..앞으로 좀더 자주 아버지와 여행할 기회를 갖고 싶었는데..

결혼한 딸.. 그리고 그 후로 아기엄마가 된 딸이 시댁에 더 충실하라고.. 그리고 우리끼리 오붓하게 다녀오라고.. 부모님 모시고 여행가겠다 말씀드리면 손사래부터 치신다.

 

결혼 전에 더 잘해드렸어야했던 건데..

지금이라도 양가 부모님 모두 모시고 여행 다니고 싶은데.. 모두들 괜찮다고만 하신다.

 

 

더 늦기 전에..

부모님은 항상 우리 곁에 천년만년 계셔주시지 못한다.

그러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음을 우리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아니, 더욱이 나는 부모님 없는 삶을 생각할 수가 없다. 많이 편찮으실때.. 혹여 그럴 수도 있을까? 라고 생각해보려다가도 인생의 종말도 그보다 두렵진 않을 것 같아서 머리를 젓고 그 상상을 없애버리곤 한다.

 

하지만, 정말 더 늦기 전에..

지금 돈 모아 나중에 효도 해야지.

지금 못한 말 나중에 잘 해드려야지.

지금은 아니고..나중에..나중에..

 

나중에라는 건 없다는거..

부모님께 효도하는 일을 나중으로 미루면..정말 후회한다는거..

이 책을 쓴 이상훈님도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손 한번 잡아드린적이 없었음을 너무 늦게 깨달아.. 우리는 그러지 말라며 미리 알려주고 있다..

 

소중한 은비녀를 팔아 손녀의 눈깔사탕을 사주신 할머니.

평생 하나뿐인 반지를 달라는 손녀에게 선뜻 내어주신 외할머니.

철없는 아들이 졸라대고, 흘겨보는 것에 마음 아파하시다 수십리 출퇴근하는 자전거를 팔아 그 어렵던 시절에 티브이를 사주신 아버지.

자식이 걷는 길에 손은 잡아주지 않았어도 혹여 넘어질새라 길가의 돌멩이를 보이지 않게 미리 다 치워주셨던 무뚝뚝한 사랑의 아버지.

광목천 하나로 방을 갈라, 자식의 공부방을 만들어주며 미안해하신 어머니.

빚갚을 돈 다 들고 도망간 아들을 원망치 않고, 이 추운 날 그 돈 없으면 어쩔뻔했냐고 아들을 두둔한 어머니..

 

책 속에는 그저 자식에게 무한한 애정을 품으시고, 사랑해주시는 우리의 부모님이 살아계신다.

작가의 마음 속 아버님은 곧 우리의 아버지가 되어주시고, 자식들에게는 우리가 미래에 그런 모습이 되어주리라.

내리 사랑이라는 말로 자식에게만 쏟는 애정을 정당화해서는 안되겠다.

부모님들이 너희들끼리 행복하면 된다. 아기만 잘 키워라 하시며 계속 돌봐주시고 사랑해주시는 그마음에 그저 받기만 하고 감사드리며 보답할 줄 몰랐던 우리.

이제는 정말로 늦기 전에..

작은 사랑이라도 하나 둘씩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나온 대로 하나씩 하나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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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필립 그랭베르 지음, 홍은주 옮김 / 다른세상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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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는 방학 캠프 사건이, 그의 스키 사고와 내가 함께 가지 않은 사실이 빠져 있었다.

일기는 우리 둘이 완벽하게 하나이기를 바란 그의 필사적 바람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거울로 남아 있었다.

'진짜 우정이란 완전히 상대방이 되는 것이다.

우리 둘은 언제가 그랬고 죽을때까지 그럴 것이며 저 세상에 가서도 그럴 것이다.'

62p

 

소유에 대한 무서운 우정의 이야기.

악연..

 

책의 소개글과 다른 서평글들을 먼저 읽어보고 책을 읽기 시작하자, 나는 그 악연의 공포에 대해 지나치게 확대해석을 하며, 혹시 이건 아닐까? 아니면 이건? 하면서 온갖 안좋은 상상들을 하였다. 그래서, 친구 만도를 정말 나쁜 사람으로만 머릿속에서 자꾸 몰고 갔다.

 

그저 그는 친구를 몹시 소유하고 싶어하는 사람이었을뿐인데..

처음부터 아무 정보 없이 그냥 읽었으면 좋았으련만..

지나치게 허구적인 상상이 커져서, 다 읽고 나서.. 아..이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에 제 풀에 꺾여버린 마음이 들고 말았다.

 

사실 이 일이.. 내게도 비슷하게 일어났었기에..

나는 이 악연이라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다.

내 인생에 두번..

우정이라는 이름의 굴레로 나를 옥죄어온 일들이 있었다.

 

사춘기에 한번, 그리고 대학교때 한번..

둘다 나를 몹시 힘들게 한 고통의 우정이었다.

한번은 다른 반이 되었다고 자신을 외롭게 하였다며, (반이 갈려서 멀어지는건 어쩔 수없는 일이라 생각했던건 어린 나의 순진함이었던가? 아니면 그 애에게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던가..)중학교때 만나서는 나도 당해보라고, 안 그래도 낯가림이 심한 나를 완전히 친구들에게서 멀어지게 미리 조치를 해두었다. 처음 만나는 그 생소함에 나는 정말 벽에 부딪힌 느낌이었고.. 사춘기가 이토록 혹독한 것인지 처음으로 쓰라리게 겪어봐야했다.

 

그리고, 두번째..우정이라는 이름의 굴레는..이제는 어른이 되어 우정이라는 굴레로 친구를 옥죌 일이 없겠다 방심했던 대학생때 또 다가왔다. 친하게 지냈던 언니가.. 내가 다른 친구와 가까워지는 것을 몹시 싫어하며.. 자꾸만 구속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무섭게 닥달하고..

 

그 구속이 갈수록 심화되어서 친구도 나도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고..

기숙사를 나올 때가 되어 우리 둘이 같이 하숙을 한다고 하자, 언니는 정말 폭발할 지경이 되어... 그 날 밤 언니가 우리 둘의 핸드폰에 남겨놓은 음성 메시지는 정말 너무너무 무서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어른이 되었고..나보다 몇살 많은 언니여서 더 그런 일이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왜 내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걸까..

그저 사람을 좋아하고, 잘 믿고 마음을 준 것 뿐인데..그냥 다른 친구들처럼..사이좋게 지내고 싶었는데..왜 자꾸 나를 구속하려 들었던 걸까..

 

자꾸만 부담스럽고 너무 힘에 겨웠던 생각이 난다.

 

만도..

그에게서 언니를 보았고.. 초등학교때의 그 아이를 보았다.

진실, 우정..이라는 굴레로 나를 구속했던 그 이름...

그래서 우정이 무엇인가.. 내게 아주 혹독하게 느껴지게 했던 그것들..

그래도 사람간의 친분, 우정이란 것에 아직도 믿음을 갖고 있는 것은..어쩔 수 없이 내가 계속 사람을 좋아하는 천성을 지닌 탓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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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수업 - 배우고, 만들고, 즐기는 신개념 카페 공간
이지나 지음 / 나무수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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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맛있는 커피란 커피를 마시고 난 뒤 더 마시고 싶은 마음이 드는 커피, 마실때 목 넘김이 편하고 차게 식어도 그 맛이 변하지 않는 커피, 좋은 쓴맛과 상큼한 신맛, 단맛의 여운이 감돌며 뒷맛이 개운하고 입안헤 향기가 가득한 커피다. 라고 정의합니다. ..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쉽게 맛있는 커피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면

 '한잔 더 마시고 싶은 커피'가 아닐까요?

140 p

 

 압구정 역에서 자주 봤지만, 미처 들어가보진 못했던 까페, 허형만의 압구정커피집의 오너 허형만님의 커피에 대한 정의이다. 카페하면 주로 차마시는 공간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이 곳에는 앞에 커피 강연 같은 전단지가 붙어있고, 실제로 밖에서 봤을 적에도 커피 수업을 듣는 듯한 모임을 여러차례 보곤 해서..지나다니면서도 여느 카페와 다르구나 하는생각을 했다.

 

말 그대로 이 책 카페 수업에는 특색있는 카페들과, 그 카페에서 실제로 각종 강좌를 하는 경우를 추려서 소개하고 있다. 전시를 테마로 하는 카페, 베이킹, 플라워, 요리, 도자기, 핸드메이드 등 갖가지 테마를 강좌로 만들어 카페에서 교육하는 곳들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 4년간 잡지사에서 활동하고, 졸업 후 KBS 2FM 라디오 작가로 활동한 작가 이지나의 "카페에 대한 책을 쓰고 싶다는 꿈"이 구체화 된 책이다. 언젠가 이 곳에 소개된 카페에서 마주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카페를 사랑하는 당신에게 추천합니다. 라는 말로 이 책에 대한 그녀의 애정을 드러내었다.

 

카페는 여자들의 로망이라고 말한 카페 마망 갸토의 오너 피윤정님 이야기처럼 나도 막연히 카페 경영에 대한 환상을 꿈꾼 적이 있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말이다. 사실 경영보다는 카페 그 자체를 즐기기를 좋아하는 터라, 지나가는 말로 카페 하고 싶다라는 말을 꺼냈다가 신랑에게 "색시 혼자 다 먹어서 그 카펜 안돼"라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듣고 무안만 당했다. 동기부여는 쉽지만, 실제로 경영에 이어지기까지는 수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오너들..

그들의 이야기가 옳다. 전국의 무수한 카페들 중에서 눈에 띄는 몇 곳의 카페만 실려있는데도, 하나같이 특색 있고, 멋진 공간이 되어 있었다. 이 중에 내가 가본 곳이 하나도 없다는게 몹시 아쉬울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했을까? 그리고 손님을 기다린다는 것.

일정 궤도의 수입선에 오르기까지의 그 기다림은 무척 지루한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정말 그 일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힘들 수 밖에 없는 것. 말이다. 적어도 취미를 일로 만들었어도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고 말하는 그들이 있어 카페는 더욱 생동감 넘치고 아름다운 장소가 되어가는지 모른다.

 

서울에 살았더라면, 정말 하나하나 다 찾아가보고 싶은 카페들이었다.

내가 사는 곳의 카페도 한 곳 나오긴 했는데, 강좌 우선의 장소가 아닌가 싶어서 미처 가보지 않은 곳이었다. 휴식의 공간으로써 이용할 수 있다면 당연히 가봐야지 하는 마음..

 

학교 다닐때 직장 다닐때는 그저 휴식시간의 일환으로 마셨던 커피였는데, 그 맛을 몰랐던 커피를..결혼하고 아기를 낳고 나니 그 맛이 새롭게 느껴지고 매일 커피 한 잔 이상 하는게 큰 낙이 되었다. 여름엔 더욱이 차가운 아이스 카페 라떼를 한잔 마셔줘야 그날의 피로가 풀리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되었고 말이다. 카페를 이용하지 못할때는 주로 집에서 타 마시곤 했는데, 책에 나온 레시피 중에 눈에 띄는 "아이스 큐브 라떼 만들기"를 이용해 멋진 나만의 라떼를 만들어 먹을 생각에 벌써부터 흥분이 된다. 

 

내일을 준비하며 사는 오너들이 들려주는 카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모습을 배울 수 있는 많은 강좌들.. 직접 들어보고, 카페에도 방문해보고 싶지만, 아직은 여건이 되질 않는다. 다행히 책에는 맛보기로 살짝살짝 카페 팁들이 실려 있어서 따라하고픈 여러 가지들을 배우기에 좋았다.

 

달콤한 스위츠, 크림 브륄레도 만들어보고 싶고.초콜릿 컵케이크나 스콘도 만들어보고 싶다.

특히 스콘은 서울의 어느 홍차 카페에서 인상깊게 먹었던 얼그레이 스콘을 다른 곳에서는 못 만나봐서..집에서 꼭 해먹어보고픈 항목이다. 책에 나온 일반 스콘에 얼그레이 차를 약간 넣으면 얼그레이 스콘이 되지 않을까? 또 카페에서의 맛있는 샌드위치와 요리가 있는 책.

다양한 카페의 문화수업을 배울 수 있는 책. 카페 수업은 카페를 경영할 사람들에게만 유용하지 않고, 카페를 즐기고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효용가치가 높은 책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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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인 캐나다 - 순수한 열정으로 캐나다를 훔쳐버린 당찬 20인의 이야기
임선일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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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표지를 보고서 정말 아름다운 한폭의 그림같은 사진에 매료가 되었다. 이 책은 정말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캐나다 여행기쯤 되는 책인가 싶었는데, 캐나다에 가서, 혹은 캐나다에서 살면서 치열하게 삶을 견뎌낸 20인의 삶이 녹아들어있는 인터뷰 집이었다.

 

10대 후반에 공학박사의 꿈을 버리고, 디자인계에 들어선 저자 임선일은 자꾸만 나태해져 가는 자신을 바로잡기 위해 캐나다로 떠났다. 그렇게 당찬 꿈을 갖고 도착한 캐나다에서 해가 갈수록 자꾸 또 자신을 잃어가는 듯 해서, 캐나다에서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며, 자신을 바로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슴떨리는 도전으로 시작한 그의 인터뷰 이야기가 시작된다.

 

20명의 사람들은 저자의 지인도 있고, 우연히 인터뷰하게 된 사람들도 있고, 공지를 내어 그 공지글을 보고 연락해와 인터뷰한 사람도 있다. 정말 옆에서 누가 이야기하고 있듯이 구어체로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인터뷰들.. 사연들은 제각각이지만, 그들의 치열한 삶을 읽다보면 행복은 우연히 오는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아름다운 캐나다를 멋스럽게 담아낸 사진과 함께 그 글들을 읽고 있자면, 어느 덧 내 가슴도 부풀어오름을 느낄 수 있다.

 

문법위주의 영어 공부를 하고 자란 세대라 영어회화를 능수능란하게 하지 않으면 해외에 나갈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영어회화가 안되는 상태에서 캐나다같은 외국에 나가 도전하고 부딪힌다는 것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영어가 되든, 되지 않든 과감히 캐나다에 가서 맨땅에 헤딩하는 정신으로 부딪힌 젊음들이 여기 있다.

 

오기없이는 안되겠다며 밟히기도 싫고 지기도 싫다고 버텨내 영주권까지 얻어딘 플로리스트 오경석양도 있고..친구들의 조기유학을 부러워하다 록키산맥 사진에 반해서, 무작정 부모님을 졸라 캐나다로 어린 나이에 이민을 온 조우현군이 있고.. 전교 5%내의 우수한 성적이었으나 뉴질랜드의 멋진 풍광과 자유에 반해 뜬금없이 해외에 가겠다 우겨 엄마친구가 사는 캐나다로 자기힘으로 유학오게 된 유키코양이 있었다.

 

막 걸음마를 하는 큰 아이와 태어난지 8개월밖에 안된 쌍둥이, 세 아이의 아버지이면서 아이를 보는 틈틈이 막간을 이용해 미래를 위한 공부를 하는 남근우 씨가 있었고, 한국에서 치열하게 일만하던 삶에서 어학연수차 떠나온 캐나다에서 천생배필을 만난 늦깍이 유학생 전서연님도 있었다.

 

이렇게 하나하나 설명하다 보면 끝이 없을 20인의 이야기.

사진 속 환하게 웃고 있는 그들 모두가 아름다웠다.

특히나 새로웠던 것은 그 정도의 노력이면 우리나라에서도 성공하지 않았을까 하는 나의 생각을 뒤엎은 양희조 양이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캐나다에서 비로소 아토피가 자연 치유된 그녀였기에 캐나다의 삶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심한 아토피로 왕따 당하고, 공부에 대한 부담으로 더 힘들었는데, 캐나다에서는 그녀도 어깨를 펴고 생활할 수 있었다. 실제로 사진 속 희조양은 무척이나 단아하고 예뻤다.

 

대학을 두군데 다녔던 나로써는 처음 다녔던 공대의 동기들이 제법 많이 해외에 진출을 했기에 그들이 마냥 부럽기도 하면서 그 용기가 대단하게 느껴졌었다. (요즘에는 해외에 나가는 사람들이 제법 많겠지만, 아직까지도 보수적인 나로써는 해외는 그저 여행하는 곳이지 내가 나가 살 곳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였다. )우리나라 최고 대기업에 근무하다가 결혼 적령기인 29세에 과감히 미국 얼바인으로 떠났던 내 친구. 나같으면 결혼 걱정에 그런 기회가 주어졌어도 과감히 포기했을지 모를 일이었지만, 그 친구는 당당히 해내고 3년만에 돌아왔을때는 승진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남편은 미국에서 공부하고, 본인은 한국에서 직장을 갖고 일하는 또다른 친구도 있고.. 다들 열심히 바쁘게 그리고 치열하게 살고 있다.

 

20인 캐나다를 읽으며 친구들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그저 가끔가끔 말로 들었던 그녀들의 모습.

때로는 신문에 나온 적도 있다는 친구들의 모습을..

이렇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만나는 느낌이었다.

캐나다에서는 책 속 이야기처럼 나이 차별도 덜하고, 진짜 자신이 노력한 만큼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열린 기회가 있는 곳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쉽게 얻어지는 행복은 없듯이 그들은 정말 열심히 살았다.

 

대학까지 이어지는 한국에서의 치열한 경쟁문화가 넌덜머리가 나, 캐나다 어학연수를 떠난 고성은양도 캐나다에서 영어 공부를 하면서 얼마나 바쁘게 살았을까 싶다. 자원봉사에 생활비를 벌기 위한 각종 아르바이트까지.. 하지만, 적어도 고성은 양은 일을 즐기면서 했다. 그녀의 영어 실력을 늘게 한 것은 자원봉사에서 만난 유치원 아이들과의 만남이었다 한다.

힘들었을텐데 외로웠을텐데..

그들의 모습은 서로서로가 닮아있다. 고성은양의 모습이나 박지선양의 모습이나..

스스로 더 찾아다니고, 부딪혀 가며 많이 배워 가도록 노력한 박지선 양처럼 모두가 그렇게 열심히 살았다.

 

한국인 20명이 아니라 일본인 베트남인 캐나다인등 저자가 만난 다양한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 책, 캐나다 20인을 행복하게 만나봤다.

이 책을 읽고 이렇게 아름다운 캐나다에 가보고 싶다! 는 생각도 들었지만..무엇보다도 정말 꿈을 잃지 않고 why not을 외치며 계속해 노력해나가는 젊음들에 반할 수 밖에 없었다. 아름다운 젊음!

내게도 그것이 있지 않은가?

자식때문에 아무것도 못했다는 변명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남근우님의 말처럼 나도 내 꿈을 향해 노력해야겠단 생각을 갖게 하는 책이었다.

 

행복을 위한 파랑새..

캐나다까지 가지 않아도 이 곳에서도 찾을 수 있으리라.

다만, 캐나다 20인의 치열한 삶처럼 이 곳에서는 그 이상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만 내 집 앞 행복한 파랑새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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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 불어넣기 아시아 문학선 8
메도루마 슌 지음, 유은경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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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일본'에 대한 이야기,  이 소설은 바로 오키나와 출신 작가가 쓴 오키나와의 이야기이다.
일본이면서 일본이 아닌 곳, 류큐 왕국에서 일본에 종속되다시피 하였다가, 미 군정하에 몇십년을 있다가 일본에 1972년에 반환된 곳이다. 그래서, 일본이면서도 그들은 일본 본토인이기보다 오키나와 원주민(우치난추)이기를 희망한다. 그들의 한과 상처가 어려 있는 글,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을 읽었다.

 

오키나와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가, 책 소개글을 읽고, 어쩐지 꼭 읽어야할 소설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들의 식민지하에 있었던 우리의 한과는 전혀 다른 한이겠지만, 어쨌거나 자국이라고 믿었던 일본에게서 버림받고, 포로이기를 거부하며 집단 자결까지 유도받아 15만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죽음을 당하기도 했던 곳이다.

 

혼 불어넣기,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 붉은 야자나무 잎사귀, 투계, 이승의 상처를 이끌고, 내해의 여섯편의 단편으로 되어 있는 소설이었다.

 

<혼불어넣기>를 통해 알게 된 초혼의식은 죽은 사람의 혼을 불러 오는 우리나라의 초혼 의식과 달리, 혼 불어넣기 의식은 몸과 분리된 영혼을 불러들이는 의식으로 산자에게 행하여진다는 차이가 있었다.전쟁을 배경으로 한 그들의 아픔은 부모의 죽음에서부터, 자식의 자주 혼이 나가는 상황까지.. 그리고 바다 거북을 기다리던 고타로의 슬픈 결말로 이어졌다.

 

단편집을 읽다보면 사람마다 느끼는 감흥이 다르겠지만, 나는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이 가장 인상깊은 글이었다. 브라질 이민을 다녀와 홀로 살고 있어서 브라질 할아버지라고 불리우던 동네의 한 독거노인. 소년은 목숨을 구해준 할아버지와 친해져서 남들은 모르는 둘만의 우정을 쌓게 되었다. 그리고, 수많은 황당무계한 할아버지의 이야기들을 들어주고 하다가, 어느 날 할아버지의 아와모리 술까지 같이 먹게 되었다. 아와모리 술, 소설을 읽다보면 오키나와 사람들의 아와모리 술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나왔다.  

 

밤에 피는 하얀 꽃에서 풍겨나는 듯한 달콤한 향을 맡고 있자니 눈꺼풀이 저절로 내려 앉았다...

피어오르는 냄새에서 왠지 아련한 그리움이 느껴졌다. 조심조심 입에 머금었다. 혀가 따뜻하고 부드럽게 감싸이면서 달콤함이 입 안으로 퍼져 나갔다. 꽃향기가 콧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 한모금에 취기가 도는지 컵을 돌려주는데 저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냄새를 따라왔는지 흰 바탕에 까만 줄무늬를 한 왕 얼룩나비가 방으로 날아들었다.

.. "이 술은 특별한 술이야."

93.94p

 

요즘 세상에는 이웃 아저씨라도 함부로 따라가서는 안되는 무서운 세상이 되었는데, 그때만 해도 정말 이웃간의 정이 믿을만한 그런 세상이었다. 물론 그때도 나쁜 사람들은 있었겠지만..

브라질 할아버지와 소년과의 우정은 정말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문학작품을 읽는것 만큼이나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들의 우정, 그리고 할아버지의 회한이 담긴 그 술을 아무것도 모르는 청년이 패대기치고..

깨어진 술독의 향기를 따라 온갖 나비떼들이 아름답게 모여들었다. 소년은 그저 그 장면을 지켜봤을 뿐이었고..

 

<투계>는 억울한 일을 당한데 대한 분풀이라도 시원하게 한듯 해서.. 억울함이 다소 해소되는 느낌이었고..<이승의 상처를 이끌고>는 제목을 미처 생각지 못하고 읽었다가, 끝 부분에서 너무 가슴이 아픈 그런 소설이었다. 그저 할머니와 손녀의 대화쯤으로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가슴아픈 그들의 한을 우리네 그것과 같은 것으로 간주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조금은 공감을 할 수 있는 듯 했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는 그런 슬픔 말이다.

일본 속에 또다른 일본이 있음을..처음으로 깨닫게 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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