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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배우는 아이 vs 온몸으로 깨치는 아이 - 특별한 아이로 키우는 엄마표 글로벌 스쿨링
진주영 지음, 상진아 감수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7살난 딸아이와 엄마의 한달간의 유럽 여행.
이 책은 육아서와 여행에세이 그 중간적 성격을 갖고 있는 책이었지만, 딱딱한 육아서와 달리 여행에세이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간 모녀의 대화를 다시 한번 전문가가 짚어 보고 배울 점과 참고할 점 등을 설명해주는 참신한 구성의 책이었다.
여행을 워낙 좋아하는 터라, 자주 다니고 싶었지만 여건은 그러지 못해 늘 아쉬웠다. 결혼 전에 다녀왔어야 할 유럽 배낭여행은 직장을 핑계로 가본 적이 없었고, 결혼 후에는 신랑을 두고 혼자 다녀올 수 없어서 포기하게 되었다. 아기를 낳고보니 너무 어린 아기와 어딘가에 여행을 한다는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 되어 아마도 당분간은 이런 책들을 꿈의 책으로 바라봐야할 것이다. 그래도 나도 언젠가는 이렇게 아이와 유럽도 가보고,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보고 싶은 마음이었기에 굳이 육아서가 아니더라도 꼭 한번 읽고 참고하고 싶었던 책이다.
여행지에서 만난 외국인조차 어린 딸과 엄마가 단둘이 여행을 다닌다고 하니 대단하다고 놀라워했던 모녀의 결정. 한국에서 당연히 주위의 반대와 우려를 들어야 했지만, 엄마는 아이와 함께 당당히 떠났다. 그리고 실제로는 걱정했던 아이와의 일정이 오히려 엄마보다도 강한 체력으로 버텨내며 여행을 즐거이 즐기는 딸의 모습에서 이번 결정이 잘한 선택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중요하다. 동화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과 상상력을 심어준다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동물들이 말을 하는 세계, 동물들이 음악을 연주하며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계, 그런 상상의 세계를 아이들에게 직접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을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볼때 유럽은 아이의 상상의 세계가 닫히기 전에 꼭 가보아야 하는 곳이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에 동화의 배경인 도시들이 퍼져 있고,
대부분의 도시가 동화가 연상될 정도로 아기자기하고 아름답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곳은 단연 독일이다.
브레멘의 동물 음악대의 브레멘, 피리부는 사나이의 하멜른, 허풍선이 남작의대모험의 보덴베르더, 라푼첼의 트렌델부르크, 빨간모자의 알스펠트 등 수많은 도시와 더불어 동화의길이라는 의미의 메르헨 가도까지..
각각의 도시는 동화 속 등장인물들의 조각상과 삽화, 박물관, 공연 등 많은 볼거리가 아름답게 잘 보존되어 있어서 아이는 물론 어른들까지도 동화 속 세계로 풍덩 빠져들게 만든다.
47P |
책속의 정민이는 7살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정말 똑부러지는 귀여운 공주님이다. 엄마와의 대화도 정말 놀라울 정도이다.
"첫째 나는 이 침낭이 아주 맘에 들어요. 둘째 멀쩡한 물건을 왜 버려요? 셋째 따뜻해서 잠을 푹 잘 수 있어요. 무거운 거는 제가 좀 들어 드리면 되잖아요. 그러면 문제 해결됐죠?" 89p
침낭이 무거워 버리려고 하는 엄마의 말에 또박또박 짚어가며 대답할줄 아는 현명한 딸아이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전 10권 정도의 책을 읽어야 잔다는 정민이, 그래서인지 정말 생각도 명확하고, 세살부터 책을 통째로 외워 읽기 시작했다고 하였다. 우리 아기도 돌전까지 책을 참 열심히 읽어주고 그랬는데 언젠가부터 DVD를 더 좋아하기 시작하더니 엄마도 아기책 읽어주는 것을 자꾸 소홀히 하게 되었다.
10권쯤이야 하는 엄마들도 많은 편인데, 나는 그 10권도 못 읽어주고 있는 것이었다. 아직 22개월인 우리 아기에게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생각도 똑부러지고 표현도 아주 다양하게 하는 똘똘한 정민이를 보며 반성하였다. 내일부터라도 아기에게 다시 책을 읽어주기 시작해야지 하고 말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여행이 마치 무거운 숙제처럼 느껴질때가 있다. 정민이는 내게 "엄마, 그건 아니잖아요." 하고 일깨운다. 어쩌면 많은 숙제를 해온 나의 경험이 나를 조급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97p
아이에게서 배울 줄 알고, 아이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또 결정을 내릴때도 아이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는 엄마, 그 모습이 정말 멋져 보였다. 아이는 이런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다른 일정으로 빡빡하게 이동하려던 엄마가 아이가 스페인을 가고 싶어하니, 고민 끝에 스페인으로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세상에나 정민이는 스페인을 유럽 여행 최고의 추억으로 꼽게 된다.

여행을 아이와 함께 한다는 것,(다니기만 하는게 아니라 결정도 같이 하고, 정말 여행의 동반자로써 아이를 대우해주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앞으로 아이와 대화할때 역시 이 모녀간의 즐거운 대화법을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어리고, 할 줄 아는 말이 많지 않아 대화보다는 행동으로 표현하는 우리 아들. 우리 아들도 이렇게 깜찍한 정민 공주님처럼 귀여운 일곱살이 되어 엄마와 알콩달콩 대화할 그런 날이 언제쯤 오려나 싶다.
그리고, 그런 날 과연 내가 아들의 손만 붙잡고 여행을 과감히 떠날 수 있을지.. 겁쟁이 엄마는 오히려 겁을 더 낼 것 같긴 하지만..(아빠도 같이 가~ 하면서..) 모녀의 정다운 여행, 그리고 고되었지만 서로에게 힘이 되주고, 많은 것을 얻었던 이 여행이 정말 부럽기에 나 또한 용기를 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일곱살은 힘들더라도..아이가 좀더 큰 이후라면 혹시나 가능할까? 아이가 동화책을 많이 읽고, 상상력을 키우고 자신을 당당히 표현할 줄 아는 아이가 되게 하기 위해서는 훗날로 마냥 미루기 보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에 보다 더 의미를 부여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유럽이면 좋고, 유럽이 아니더라도 어떤 여행이든 아이와의 여행에 의미를 부여하고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고, 수용할줄 아는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