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단골 가게 - 마치 도쿄에 살고 있는 것처럼 여행하기
REA 나은정 + SORA 이하늘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1월
절판


나의 첫 해외여행이자, 자유여행이 되었던 홍콩 여행은 무척 즐겁기는 했지만, 짧은 2박 3일 동안 (거의 한달을 준비한) 방대한 양의 자료로 구성된, 갈 곳들을 섭렵하려니,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고, 친구들 또한 지쳐서 날카로워지기도 하였다. 첫 여행이라 포부도 컸고, 가고 싶은 곳도 너무나 많았다. 그러나 사실 몸이 안 따라주는 무리한 일정은 오히려 여행의 재미를 반감시키게 된다.

여행을 몇번 다니다 보니, 나중에는 욕심을 버리고, 느긋이 보겠다는 마음으로 다니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스트레스도 덜 하고, 현지인처럼 즐기는 여유도 누리게 되었다. 물론 이런 최근의 여행은 주로 국내 여행이었던 터라 해외여행에서는 현지인같은 여유를 부려보진 못했다. 하지만, 짧은 일정으로 (한달이상이 아니라, 단 며칠일지라도 ) 다녀오더라도, 하루라도 아니 몇군데라도 현지인처럼 다녀볼 수 있다면..?

현지인이 가는 단골 식당에 가고, 단골 가게에 가고, 공원에 들러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고 그런 멋진 휴식의 시간을 갖는다면? 그냥 시간이 아깝고,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아니라 정말로 바쁘게 쫓겨다니듯이 스파팅 하는 여행은 이제 그만 두고, 몇 군데 가고 싶은 명소를 콕콕 골라 둘러 보고, 편안하게 즐기는 그런 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자유 여행으로 제일 먼저 가 보고 싶은 곳, 도쿄.

일본은 하우스텐보스를 위해, 후쿠오카, 나가사키 쪽으로 여행을 다녀온적이 있었지만, 도쿄는 아직도 못 가봤다. 가보려고 몇번 시도만 해봤을뿐. 어쩌다보니 아직까지도 인연이 없어서..마음속으로만 계속 그리워하고 있는 중이다. 도쿄에 대한 여행 책자와 에세이 등을 꾸준히 읽으며 그 그리움을 더욱 키워가고 있는 중에, 아주 불을 활활 붙여줄 책을 한권 만났다.



내가 좋아하는 감각적인 표지와 예쁜 책을 만들어내는 부즈펌에서 나온 도쿄, 단골 가게!

서태지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급 친해진 소라와 레아 두 여자 친구가 일본 시모키타자와에서 같이 거주한 1년여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다녔던 소중한 단골가게들의 추억을 공유해주는 그런 멋진 책이다.



시모키타자와는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주인공들의 데이트 장소였고, 드라마 시모키타 선데이즈에서 연극 학도들의 꿈이 펼쳐지는 거리여서, 일본 젊은이들 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주목을 받는 곳이라 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저 카레빵으로 유명한 안젤리카가 있는 곳으로만 알았는데, Love&free라는 책을 쓴 다카하시 아유무의 카페 Free factory도 이 곳에 있다고 한다.


또 두 친구가 한 눈에 반한 남자점원이 있던 곳, 다이콘망이라는 오코노미야키 가게도 그들은 무척 사랑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서점이 되길 목표로 한다는 빌리지 뱅가드는 일본 특유의 귀여운 물건이 가득해서 친구 선물을 살때 가장 먼저 그들이 들른 곳이다. 단독 판매 물건이 많아서 다른 곳과 겹치지 않는게 최대 매력! 선데이 브런치라는 카페는 드라마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시모키타자와에서 가장 유명한 브런치 카페라 하였다. 생각 외로 갈 곳이 쏠쏠하게 많은 시모키타자와



워낙에 맛집 여행을 좋아하고, 옷 등에는 관심이 없어서 훑어 보게 되었지만, 두 여인의 책이다 보니 예쁜 잡화점, 그리고 예쁜 옷 가게 등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잘 나와 있었다.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정말 많은 사진들을 꼼꼼히 싣고 있어서, 글 못지 않게 좋은 정보가 된다는 것이었다. 가게 안의 상품의 예를 볼 수도 있고, 카페의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맛볼수 있고..

시모키타자와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잡화점이라는 티포에서 그녀들이 찍어뒀던 것은 맥주 캔을 놓아둘 수 있는 캔 디스펜서. 술 좋아하는 우리 신랑을 위해서 나도 탐이 나는 제품이었다.


도쿄에서 워홀을 하면서 많은 카페와 레스토랑 등을 섭렵한 그녀들은 우리나라와 다른 일본만의 구제 옷에 푹 빠져들어서, 과감한 옷들도 시도해보고, 예쁜 아이템들을 골라 사는 일도 많았다 한다. 도쿄 여행 준비를 할 적에 여자들이 정말 좋아한다는 곳들로 다이칸야마와 지유가오카 등을 추천하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정말 아기자기 예쁜 곳들이 참 많았다. 일본 친구인 렌(유미코의 3살난 딸)의 추천 스팟으로 크레욘 하우스가 있었는데 어린이 동화책 서점으로 유명한 곳이라 아가엄마인 내 눈에도 띄었다. (우리나라에도 일본 동화가 많이 소개되는데, 물론 여기서는 일어 원서라 보기는 힘들겠지만 말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이고, 지하에 히로바라는 오가닉 푸드 레스토랑이 있어 점심때 런치 바이킹을 먹으면 아기와 함께 식사를 하기 좋다고 한다.

다이칸야마의 300엔샵 코코는 예전에 내가 점찍어놨던 곳. 100엔숍보다 가격은 좀더 세지만, 오히려 더 쓸만한 물건들이 많다고 해서 가보고 싶다 맘먹은 곳이었는데, 아니나다를까.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귀여운 잡화들이 많아서 여자 친구들의 선물을 사기에 좋은 곳이란다.



Zats 버거라고 일본에 생긴 최초의 햄버거인 사세보 버거를 만든 체인이 있는데, 이 곳의 사세보 버거맛은 소라의 친구 햄버거 마니아 루루짱이 추천한 최고의 맛이란다. 모스 버거 이야기는 들어봤는데 사세보 버거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와, 이 버거를 먹어봐야겠구나~ 오늘도 맛집 하나를 추가한다.




도쿄에 가면 신주쿠, 하라주쿠, 시부야 등의 혼잡함을 꼭 즐겨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오히려 위 세 북적거리는 곳들은 맨 뒤에 평범한 곳들로 아주 잠깐 소개될 뿐이었다. 이 책을 따른다면, 앞으로 나의 도쿄 여행 계획은 대폭 수정되는 셈이다.



그저 지브리 미술관이 있고, 맛있는 멘치까스가 있는 곳으로 (역시 난 먹거리 정보쪽으로 강해) 알았던 키치죠지. 그 곳이 살고 싶은 동네 1위란다. 저자들도 놀라고 나도 놀랐다. 이유는 이노카시라 공원이라는 큰 숲으로 이루어진 공원이 있기 때문이고, 사계절의 변화가 무척 아름다운 곳이란다. 또한 역 주변에 큰 상점가와 백화점들이 포진하고 있어서 저렴한 쇼핑, 고급 쇼핑을 모두 즐길 수 있는 곳이니 굳이 신주쿠, 시부야에 갈 필요가 없다고 한다. (좀더 싼 물건을 혹은, 구하기 힘든 물건을 사기 위해 여러 곳을 돌아다녀야 한다고 믿었던 나의 계획은 마구 흐트러졌다.)


일년 남짓 워킹 홀리데이 생활을 하면서의 일본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우정도 책에 조금씩 소개가 되고, 527페이지라는 , 일반 책 두배의 분량에 두명이 쉼없이 쏟아내는 단골가게들의 정보는 우리를 정말 즐겁게 만들어준다.



올 가을 싱글 친구들과 함께 도쿄 여행을 계획한 여동생이 부러워지면서.. 이 책을 추천해주려고 한다. 여기에서 가보고 싶은 곳 몇곳을 딱딱 골라 체크해가라고 할 생각이다. 우선은 여동생 먼저 다녀오고..그 다음엔 아기 좀더 큰 후에 엄마랑 아기랑.. 다른 사람은 아빠나 이모? 암튼 도쿄, 반드시 아기와 함께라도 다녀오고 싶은 블링블링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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