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를 끌고 맨해튼에 서다
김동욱.오선주 지음 / 예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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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이 꼭 나왔으면 하고 바랬다. 아직 아기와 해외여행을 가진 못했지만, 막상 가려고 해도 어른들끼리만 가는 여행이 아닌지라, 어떤 세부사항을 더 준비해야하는지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출발부터 여행지에서, 또 돌아올때까지 필요한 정보들이 무척 많았기 때문이었다. 즐겨가는 여행카페나 육아 카페 등에서도 사실 아기엄마들이 쓴 여행기 몇편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참고할 정보들이 많지 않아, 아기 여행 전용 카페나 서적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었다.



해외는 커녕 국내 제주도만 가는데도, 짧은 2박 3일 일정에도 트렁크에는 아기 옷과 아기짐만으로도 벌써 가득차기 일쑤였다. 물론 어릴수록 기저귀부터 시작해서, 분유 먹이는 아이들은 분유 세트, 이유식 먹이는 아이들은 이유식 관련 물품들이 가득하게 들어가서 그랬겠지만, 유아기로 넘어간다고 해도 짐이 확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하물며 말도 잘 통하고, 마트도 잘 되어 있는 한국의 여행에서도 이럴진대, 해외에 나가서는 정말 가뿐한 짐이 필요하면서도 유모차 같은 것은 꼭 챙겨가야할 것 같았고, (실제 유럽 여행을 유아와 다녀온 경우, 가벼운 초경량 아발론 유모차 등을 구입하라는 조언을 많이 읽었었다.) 짐이 많으면 자유여행이 그만큼 힘들어지는 터라, 어떻게 해야 효율적인 아기 여행 준비가 될 것인지가 나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이 책에서는 일러스트레이터 부부와 네살바기 아기 지아의 미국 여행기를 다루고 있다. 4년의 육아와 살림, 그리고 아이가 잠든 시간에만 할 수 있는 프리랜서 업무로 지쳐가는 엄마, 그리고 원하던 일을 접고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사업을 하며 서서히 지쳐갔던 아빠, 엄마가 일때문에 자주 못 놀아줘서 심심한 일이 많았던 네살 딸 지아. 이 셋이 친구 가족에게 고무되어 갑자기 여행을 계획하고, 한달간 생업을 접고, 과감히 떠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빽빽한 도시 속에서 이웃과 살을 붙이고 살아왔던 나에게 획일적인 틀을 벗어나 다양함 속에서 조화를 이룬 미국 소도시의 모습은 꽤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언제라도 도시의 이미지를 그려야 할 때가 온다면 반드시 오늘 본 이 모습들을 기억해내리라고.



'그래, 여행은 이런 거였어.'



단순히 일상적인 삶을 멈추는 것에 두려워했다. 하지만, 여행은 오히려 더 멀리나가기 위한 방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보다 높고 보다 넓은 인생에서 나아가게 해주는 방법을...

50p








일러스트 작가들이라 그런지, 그림으로 소개된 설명들도 무척 귀여웠고, 지아가 그린 가족 그림도 엄마 그림 못지 않게 예쁘고 앙증맞았다. 특히 여행가방의 목록들을 그림으로 그려넣은 것은 한눈에 보기도 무척 좋았다.

여행지에서의 식사 팁으로 엄마표 도시락인 샐러드와 샌드위치 만들어 먹기, 그리고 미니밥통을 가져간 센스! 햇반만 생각했는데, 모텔에서 냄새도 불도 필요없는 미니 밥통으로 밥을 해서, 아침에 장조림, 장아찌등을 넣어 주먹밥을 만들어서 아침, 점심을 해결했다 하니 정말 아이디어가 좋았다. 아이가 좋아하는 플레이 존이 있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패스트푸드점으로 맥도날드, 웬디스 등이 이용하기 좋았다한다. 색다른 곳으로는 타코벨과 데니스를 추천했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지시에 따라 포인트 전망대에 서니 신의 위대한 작품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78p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두 눈으로도 보기 버거운 대자연의 풍경을 도저히 담을 수가 없었다.

이럴때 이런 카메라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바로 현장에 있는 것처럼 풍경이 그대로 재생되는 것은 물론 공기까지 전해지는 그런 카메라.

360도로 회전되면서 이 모든 것을 담아둘 수 있는 그런 카메라.



지금으로서는 나의 기억 속 냉장고에 보관하는 수 밖에없다.

부디 나의 머릿속 지우개가 제 역할을 하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79p





15살때 친정엄마와 함께 한국인 관광 코스로 그랜드캐니언을 다녀온 엄마, 한국말로 설명을 듣고, 짜여진 일정대로 다니다보니, 아름다운 협곡을 보고서도 큰 감흥을 얻지 못한 그녀가 17년만에 다시 찾은 곳에서 진정한 추억을 만들었다.



"자, 지아야, 눈을 크게 뜨자. 그리고 탐험가의 눈으로 아름다운 세상과 자유를 마음에 듬뿍 담자, 휴식과 여유를 만끽하며 느릿느릿 이 자연을 누려보자." 82p



"엄마, 빨간 해님이 돌색을 바꾸고 있어, 이렇게 예쁜건 처음 봐." 176p

어느덧 지아의 눈은 반짝반짝 빛나는 붉은 빛으로 뒤덮인 브라이스캐니언에 매료되어 있었다.




렌터카로 이동하고, 잠은 모텔에서 자고, 빨래는 모텔 내 세탁기 등을 이용했다. 때로는 모텔에 수영장이 딸린 곳들이 많아, 더운 여름에 아이와 시원하게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모텔이 아닌 텐트에서 잔 적도 있었고, 즉흥적으로 티피라는 인디언식 숙소에서 잠을 청하기도 하였다. 미국 여행에 대해 큰 기대를 해본 적이 없어서 그랜드캐니언, 디즈니랜드, 뉴욕 등을 제외하곤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곳도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아치스 국립공원과 브라이스캐니언을 알게 되니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조금씩 더 관심이 가기 시작하였다.

멋진 풍경으로 눈은 즐거웠지만, 모래 먼지가 많고, 뜨거운 곳이라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 고달프기도 했을 그들은 오히려 더 똘똘 뭉쳐 재미나게 여행하였다. 다만, 동부 대도시로 넘어와서 긴장이 풀리니 투닥투닥 싸우게 되고, 사진에 그런어색함이 남고, 아이에게도 엄마 아빠의 어색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 많이 미안하였다고 한다. 여행 가서는 절대 싸우지 말것. 소중한 시간 아낌없이 보내야하니 말이다.



라스베이거스부터,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엄마가 꿈에 그리던 맨해튼까지..

친구를 만난 캐나다의 일정도 후일담에 들어있었지만, 아이와 함께 하는 즐거운 여행은 바쁘면서도 보람된 한달의 일정으로 이 책에 소중하게 기록이 되어 있었다.



아기엄마로써, 처음에 아기 옷이 좀 적게 준비한 느낌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미국의 저렴하면서도 좋은 옷들을 세일기간에 많이 많이 구입하기 위해 가방을 비워간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가에 팔리는 갭, 짐보리, 올드 네이비 등의 많은 옷들을 정말 큰 맘 먹고 잔뜩 샀다고 한다. 250달러로 향후 2년간 입을 옷과 조카 선물까지 몽땅 샀다고 하니, 그저 부러울 따름. 정말 우리나라는 아기 옷값뿐 아니라 아기 용품들이 모두 너무너무 비싸다.



서점에서 아이와 함께 두시간 동안 책을 보기도 하고, 공원에 누워 쉬기도 하고, 보통은 바쁘게 걷거나 유모차를 태워 여기저기 구경을 하고.. 숙소도 대부분 호텔에서 보낸 것이 아니라, 깔끔한 민박, 깔끔한 모텔등을 잘 선택해서 경비도 많이 줄이고 (맨해튼은 정말 너무너무 비싼 숙박비를 자랑하는 곳이라니..) 한달간 너무나 그리워질 경험을 가득 안고 돌아온듯 하였다.



지금은 둘째가 태어나, 향후에는 둘째까지 데리고 떠날 멋진 여행을 꿈꾼다는 네 가족!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 절대 쉽지는 않겠지만, 너무 어리지 않는 이상, 아이에게도 엄마, 아빠와 떨어지지 않고, 같이 무언가를 함께 한다는 소중한 느낌을 심어주고, 멋진 풍경도 보여주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줄.. 세상 밖으로의 여행.



그 곳에 나도 한번 유모차를 끌고 서 있고 싶었다.

지금은 감기에 걸려 콜록콜록 기침하는 우리 아들.

앞으로 말도 잘 하고, 걷기도 더 잘 걷고, 의사소통하는데 문제도 없고, 몸도 더 튼튼해지면..

그때는 가까운 곳부터 천천히 다녀봐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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