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하는 벽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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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선생님의 가장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대하 소설 3부작인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아직도 읽어보지 못했다. 사실 권수가 많은 대하 소설들을 대부분 읽어보지 못해 부끄러운 마음도 든다. 아버지께서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무척 재미있게 보시던 것을 기억은 하나, 그때만 해도 내가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던 때였다고 자조하고 싶다.

 

그리고 몇년전부터 다시 복간되어 나오기 시작한 조정래 선생님의 책들을 허수아비춤을 시작으로 불놀이, 비탈진 음지 등의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외면하는 벽은 1977~1979년에 쓰인 중단편을 모아놓은 책이다.

 

우리 아이가 자라고 있는 지금과 내 어릴 적만 비교해봐도 (기억이 나는 시절부터말이다.) 짧은 동안이지만 엄청난 변화를 거듭했다 생각이 되건만, 부모님 시절과 우리때와는 또 상상할 수 없는 차이가 있는 듯 하였다. 부모님이 한참 내 나이 때의, 아니 그보다 더 젊으셨을때 쓰여진 이 소설은 급격한 근대화를 겪으며 산통을 겪은 우리나라의 우울한 절망의 끝을 보는 듯한 이야기로 압축되어 있었다.

'절망의 끝에 찾아온 새로운  절망'이라는 뒷 표지의 이야기가 가슴을 갑갑하게 조여오는 듯 하였다.

 

벽을 향해 하염없는 눈길을 보내고 있는 그네의 얼굴은 웃고 있었다. 그런 탈색되어 버린 냉랭한 웃음을 태섭은 일찍이 보지 못했다.

태섭은 두려워졌다. 생활의 비참한 잔인성은 언제나 상상을 비웃게 마련이었다. 205p 한, 그 그늘의 자리

 

상상하기조차 힘든 한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요즘 세상에도 끔찍한 일들은 일어나고 있지만, 고아들을 대상으로, 나이도 아홉살밖에 안된 어린 아이를 강간하고 초컬릿, 사탕 등을 쥐어주고 간 미국인 병사의 이야기는 정말 욕지기가 치밀어오르게 만들었다. 그런 끔찍한 일을 겪고 자란 여인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질 못했다. 그녀를 우연히 목격했던 고아원 동기인 태섭이 입양된 후 의사가 되어 돌아온 병원에 그네는 첩인 몸으로 교수라는 사람의 아이를 임신한 채 심한 정신적 불안에 시달리며 아이의 사산을 예감하고 있었다.

 

가난하고 비참했던 시간을 외면하고픈, 그러나 외면해서는 안될 우리 윗 세대들의 이야기고, 그를 거울삼아 살아가야함에도, 자꾸 외면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건만 조정래님은 그러니까 잊지 말고 돌아보라고, 하면서 일부러 긍정적인 이야기를 섞어 넣지 않고 그냥 그대로 잔인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만을 좋아하는 나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두 흡입력이 있어서 갑갑함을 느끼면서도 모두 다 쉽게 읽어버리고 말았다. 빠르게 읽었으나 여운은 깊게 남는 그 한깊은 이야기들을 말이다.

 

미국에 가서 이혼하는 조건으로라도 난 하날 꿰차고 말거야. 거기 가서 혼자 청소부를 하거나 식모살이를 한들 얼마나 행복하겠어. 난 거기선 최소한 구경거리는 아니란 말야. 섞여버리는 거야. 묻혀버리는 거야. 그것만으로 난 미치게 행복할 거야. 어렸을때 받은 천대는 아무것도 아니었어. 이렇게 다 커가지고 손가락질당하는 외톨이로 죽을때까지 여기서 살 수는 없어. 307p 미운 오리 새끼

 

사랑하는 여자가 몸을 팔겠다 하니 눈이 뒤집히지 않는 남자가 어디 있을까. 게다가 그네들은 이미 외국인 병사와 양공주인 엄마 사이의 혼혈로 태어나 사회적 멸시를 받고 자란 세대가 아니었는가.

행복하게 살고 싶으나, 아니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으나 세상은 그들에게 손가락질만을 할 뿐이었다.

그저 평범하게 섞이고 싶다는 숙희의 바람, 너무나 아름다움에도 결혼하긴 그렇고 한번 데리고 놀만하다는 시선의 주인공이었던 에리샤, 대부분 엄마에게 버림받았으나 드물게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자랐던 창규, 그러기에 다른 친구들과 달리 엄마의 재력으로 공부도 완전히 마치고, 새로운 사업도 시작할 수 있었던 그는 어려운 친구들을 도울 삶을 스스로 모색하기 시작한다. 미운 오리 새끼가 그래도, 그나마 희망을 품고 있었던 이야기라면 이야기랄까.

 

삼면이 바위인 감옥에 갇혀 햇볕도 보지 못한채 몇년인지 모를 시간을 보낸 죄수가 드디어 간수의 도움으로 탈출이라는 희망을 거머쥐었을때, 작가는 그 희망의 벽인 절망을 느끼게 해주었다. 사상범이었던 그에게, 억울한 누명을 썼을 그에게 희망은 없었다.

집안에 죽은이의 몸을 뉘이고 곡을 했던 과거와 달리, 아파트에서 그런 삶을 사는 것은 불가능했다.

당사자들이 아닌 주위 사람들의 상상과 쑥덕거림부터 시작하니 그도 그렇게 들리기도 하였으나 막상 당사자의 치밀어오르는 울음부터 막아내야한다고 생각하니 당사자들에게는 끔찍한 일이 되었을 외면하는 벽은 2010년 고교 모의고사 출제작으로 실리기도 하였다 한다.

 

이런 힘든 시기를 살아오셨구나.

지금도 어려운 이웃분들이 많지만, 소설 속 시절만큼 절대 다수의 가난은 아닐 거라 생각이 든다.

정말 힘들었을 사회상을 조정래 작가님은 그대로 다 소설 속에 살려내고 계셨다.

35년이 지난 지금, 잔인했던 근대화의 산통을 그대로 담아낸 이 많은 이야기들을 소설이라는 이름을 통해 다시금 만나게 되는 것이었다. 겪어보지 않았던 시대의 이야기였지만, 절대 잊지 말라는 교훈을 남겨주는 그런 시대의 아픔을 그대로 다시 책을 통해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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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나나가 작아졌어요! 담푸스 어린이 6
가브리엘라 루비오 글.그림, 배상희 옮김 / 담푸스 / 2012년 5월
구판절판


아이 책에 관심을 갖고 읽다보니 엄마들이 왜 수상작가의 책에 관심을 갖는지 잘 알겠더라구요. 아이들 책은 수상작가의 책이 교훈 뿐 아니라 내용도 재미있어서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수상작가의 책에 한번더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겠더라구요. 이 책은 스페인 라사리요상을 수상한 작가의 책이랍니다. 책 소개글을 읽다보니 쌍둥이 남매를 돌봐주는 사람이 바로 아이들을 괴롭히는 마녀라는 설정이더라구요. 아니, 왜 마녀에게 일을 맡겼을까? 물론 부모님들은 모르고 맡긴 것이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이 책, 손에 들자마자 정말 술술 다 읽히는, 속도감이 빠르면서도 재미난 그런 책이었네요.



사실 처음에 마녀 티부르시아의 심술궂은 이야기들을 읽는데,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것은 끔찍했지만 남자아이에게 얼굴이 시뻘개지도록 뽀뽀하고 여자아이에게 날콩을 먹으라고 하는게 마녀라는 말을 들을 정도일까싶었답니다. 그랬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여자아이인 나나에게 너무 심하게 대하는게 눈에 띄더라구요. 유독 남아인 나노는 예뻐하면서 (물론 그 예뻐한다는 것이 시뻘개지게 뽀뽀하는 것이기에 나노는 구역질 난다면서 끔찍히 싫어합니다. 사실 우리 아들에게도 뽀뽀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아들 또한 엄마가 아닌 잘 모르는, 혹은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이 싫다는데도 강제로 아플 정도로 뽀뽀를 하면 괴로울 것 같기는 했어요.) 나나에게는 심한 욕설과 함께 온갖 집안일들을 함부로 시켜댑니다. 물론 부모님이 안계실때만이죠.

사실 엄마 입장에서 읽다보니, 마녀 티부르시아가 과연 마녀일까 싶은 첫 부분도 있었구요. 읽다보니 베이비 시터를 마녀로 둔갑시켜 이야기하긴 했지만 아이들을 별 일 아닌 일로 혼내곤 하는 우리 엄마 아빠의 모습을 대입시킨 부분도 상당부분 있었답니다. 방을 어지럽힌다고 마구 꾸짖고, 하나도 흐트러짐 없이 정리하라고 하기도 하지요. 아이들에게 정리정돈 잘하라고 하는 것이 그리 쉬운 과제는 아닐텐데도 말입니다. 마녀에게 조금 공감가는 대목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저는 부모의 입장에,어른 입장에 너무 서버린게 아니었나 싶었어요. 그리고 그런 모습을 마녀로 받아들일 아이들을 생각하니, 잠시 부끄러워지는 기분도 들었답니다.

어느날 마녀의 심한 욕설을 듣던 나나가 그만 너무나 작아져버리고 말았어요.

그런 느낌 알 것 같았어요. 우리도 아주 모욕적인 순간이 있으면 혹은 아주 부끄러운 순간이 있거나 한다면 정말 몸이 움츠러드는 느낌이 들지 않겠어요? 그런데 나나는 정말 작아져버렸답니다.

똑똑한 아이들인 나나와 나노는 나나를 되돌릴 방법을 찾기로 했어요.

우선 맛있는 것을 실컷 먹어도 보고, 똑똑한 지식의 보고인 책을 찾아도 보았지요.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의 책이라 그런지 아이들의 생각 또한 순수하면서도 상상력이 풍부한 그런 재미난 발상들이 많이 나왔답니다.

어떻게 하면 마녀의 괴롭힘을 당한 나나가 다시 원래대로 키가 커질 수 있을까요?



몸집이 큰 동물들이 많은 동물원에 가서도 물어보고 마을 축제의 마법사를 찾아가기도 했어요.

이쯤 되니 저도 궁금해지더라구요.

아니, 어떻게 해야 나나를 되돌릴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다행히 아이들은 방법을 못 찾았다고 해서 쉽게 절망하거나 괴로워하지 않습니다.

실패하더라도 마법사를 만나 재미있게 웃었으니 되었다 생각하지요.



그래도 나나는 슬펐지요.

그런 나나를 위로하기 위해 나노는 나나의 장점들을 하나하나 칭찬해주기 시작했어요. 가까운 친구이자 남매인 나노의 칭찬은 정말 따뜻하고 감동적이었답니다.



아이를 몰아세우고, 심하게 말을 하다보면, 아이의 자존감이 한없이 무너져 내릴 수 밖에 없겠지요. 책 속에서 작아져 버린 나나는 실제로는 나나의 마음, 혹은 나나의 자존감일 수 있을 거예요. 항상 잔소리와 폭언 등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무너져버린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방법에 대해 이 책은 정말 우회적으로 너무나 멋진 동화로 표현이 되어 있었답니다. 최고의 방법은 바로 칭찬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나노가 나나에게 해주었듯이 아이의 행동을 진심으로 칭찬해주는 구체적인 칭찬 말이지요. 그것으로 아이는 서서히 자신의 자존감을 회복해나갈 수 있겠지요.



나나가 작아졌어요. 참 멋진 책이었네요.

두꺼운 육아서 여러권 읽는 것보다 더욱 강렬히 와닿는 동화였어요.

어쩌면 엄마 아빠가 더욱 먼저 읽어봐야할 그런 책이 아니었나 싶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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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물고기야 엄마가 지켜 줄게 무지개 물고기
마르쿠스 피스터 지음, 김영진 옮김 / 시공주니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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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 유명한 무지개 물고기 시리즈. 그림책 뿐 아니라 뮤지컬 등으로도 만들어져서 많은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작품이래요. 인터넷 서점에 가서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발견할때마다 어떤 것부터 사줘야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던 와중에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신간부터 아이에게 접해주기로 했어요. 베스트셀러로 정평이 난 작품들은 대부분 우리 아이에게도 인기를 끌긴 하지만 때론 그렇지 않은 책들도 간혹 있어서, 처음부터 세트로 사기는 좀 망설여졌거든요~



신간 제목은 바로 무지개 물고기야, 엄마가 지켜줄게 였답니다.

무지개 물고기는 처음 듣는 우리 아이였지만 엄마가 지켜줄게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나봐요. 이책 언제 오냐고 기대하더니, 책이 오자 얼른 읽어달라고 조르고 또 졸랐으니 말입니다.

다 읽어주고 나서도 무척이나 좋아하게 되었지요. 말 그대로 우리 아이 마음에 쏙 든 책이었어요.그래서 다른 무지개 물고기 책들도 사달라해서 그러마 약속했지요. 아이가 배운 튼튼 영어에 Surprise에 빛을 내는 물고기인 초롱아귀가 나온답니다. 이 책에 전등 물고기가 나오니, 그 초롱아귀를 떠올리며 재미나게 보더라구요. 우리 아이도 겁이 많은 편이라 엄마가 늘 곁에 있으면 하고 바랄때가 많아요. 공룡이가 올 것 같다나요? 책에서만 존재한다고 아무리 일러주어도 혼자 있기는 (엄마는 부엌에 있는 거라도 말이지요) 무섭답니다. 그런데 우리 무지개 물고기가 딱 그랬어요.



밤에 혼자 자려고 하니 잠이 오지 않는거예요.

무지개 물고기가 엄마, 잠이 안와요~ 하고 칭얼대니 엄마 물고기가 바로 달려왔지요.

너무 어둡다고 한 무지개 물고기.

엄마가 전등 물고기를 불러준다고 하자 그럼 조금만 같이 있어 달라고 합니다.

엄마는 늘 함께 있겠다 말하구요.

무지개 물고기의 걱정이 시작됩니다.

정말 아이때는 별의별 일들이 다 무섭고 걱정이 되잖아요. 무지개 물고기의 심정이 딱 우리 아이의 그것 같았어요.

바닷물이 갑자기 밀려와 날 휩쓸어가버리면 어떡할까.

문어의 잉크 구름에 갇혀버리면 어떡할까.

해적물고기가 날 쫓아오면 어떡할까.

바닷속에 사는 어린 물고기가 걱정할만한 고민들이 끝없이 이어져 무지개 물고기가 잠이 들지 못하게 가로막는 거였어요.

엄마는 어떻게 할까요.

저와 같은 마음이었답니다.

그 어떤 두려운 일도 무섭다 하지 않고 내 아이를 지켜내는 일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강한 모성으로 지켜내고 싶은 그런 마음 말이지요.

아이가 세찬 바닷물에 휩쓸려 가면 누구보다 빨리 헤엄쳐서 데려오겠노라 하는 엄마의 마음이 참으로 거룩하게 느껴졌어요.

저도 그래야지 하면서도~ 운동신경이 좀 둔한 편이라 몸이 굼뗘서 늘 걱정이었거든요.

해적 물고기, 문어 등으로부터도 아이를 굳세게 지켜주려는 엄마의 그 마음이 무지개 물고기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 같았답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가 이 책을 그토록 좋아하나봅니다.


보고 또 보고, 찾고 또 찾아 읽는 책이니 말입니다.

무지개 물고기 다른 책들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지더라구요. 알록달록 반짝 반짝 멋진 홀로그램이 들어가 더욱 반짝거리는 무지개 물고기.

아이가 갑자기 그려보고 싶다 하더라구요.

물고기 거의 그려본적 없는 아이였는데 (주로 그리는게 탈것 종류인지라) 쓱쓱 그리더니 색칠까지 알록달록 열심히 하더라구요.

도치맘인 저는 그만 아이의 그림에 뿅 반해버리고 말았답니다~ 무지개 물고기 입술까지 그려놓더라구요. 옆에 전등물고기도 그려넣더니, 전등때문에 불이 나서 소방차가 왔다면서 바닷속에 소방차가 불끄러오는 새로운 발상(?)의 그림을 그려내고 있더라구요.

마트에 가도 늘 수족관부터 들러서 예쁜 물고기들을 둘러보곤 하는 아들이었는데(다른집 아이들도 많이들 오더라구요.) 책에서 이렇게 예쁜 물고기와 그 엄마의 멋진 이야기를 접하니 더욱 감회가 남달랐나 봅니다. 아이가 이 책 볼때마다 엄마, 나 무지개 물고기 사주세요~ 하는데 안 사줄수가 없을 것 같아요. 다른 내용도 엄마 또한 궁금해지구요. 저 또한 무지개 물고기 엄마처럼 어떤 일이라도 (계란으로 바위치기 식의 일이라도 ) 다 감당해내며 우리 아이를 지켜줄 무적의 엄마가 되고 싶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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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 푸른도서관 50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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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소녀 다인이와 마흔다섯 엄마의 이야기. 또 그엄마의 이야기.

이 책을 읽는 내내 저는 다인이가 되었다 엄마가 되었다 했습니다. 다섯살 아들을 하나 두고 있으니 아직은 사춘기 아이를 둔 엄마들의 마음을 모를 나이였지만 어렴풋이 짐작을 하게 되었고,열다섯 시절은 이미 살아왔으니 지나온 시간이지만 다시 회상하게 되더라구요.

 

첫 이야기는 다인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생애 첫 해외여행을 마흔다섯 아줌마들 일행에 나 홀로 끼여, 유럽도 아닌 몽골로 떠나게 된 다인. 처음엔 입이 반쯤 나와 뾰루퉁했지만 알고보니 여행에 끼워달라고 먼저 졸랐던건 다인이었어요. 엄마의 친구들 모임 여행에 굳이 같이 떠나겠다 한 다인이를 반대하자 아빠를 졸라 같이 보내달라 하였던 건데 그런 다인이 때문에 엄마 아빠는 부부싸움 일촉즉발의 위기에 몰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 오빠들 생일 파티를 위해 용돈을 올려달라 흥정한 것으로 마무리를 하였지요. 그런데 갑자기 엄마가 다인이를 데려가겠다 한겁니다. 그렇게 해서 마흔다섯 아줌마들과 열다섯 아이의 몽골 여행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다인이 생각에) 오로지 오빠 걱정 밖에 없는 엄마처럼 다인이 역시 오로지 야누스의 카인오빠 지노오빠 생각뿐입니다. 다인이 눈에는 엄마도 엄마 친구들도 그저 한심하게만 보이고, 엄마는 매일 보는 엄마니 뾰루퉁, 제일 만만한 그런 상대였지요. 내게도 엄마가 그런 존재였었나? 엄마를 좋아한다 하면서도 속상하면 속을 그대로 드러내보이고 했던 기억이 있지만, 그래도 다인이의 눈에서 보니 엄마에게 좀 심하게 대하는 것 같은 느낌도 있네요. 아뭏든 사춘기 소녀의 마음은 오로지 연예인 오빠에게로만 향해있지요. 친오빠보다도 더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카인오빠. 심지어 다인은 팬클럽을 통해 인생을 배운다고까지 생각합니다. 그녀가 쓰고 있는 팬픽 소설 -지누와 카인의 동성연애이야기-은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기까지 하지요. 툴툴대던 그녀가 공항에 도착해 입이 딱 벌어지는 일이 발생했어요.

그녀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현지인 가이드가 지누오빠를 똑빼닮은 너무나 잘생긴 25 청년이었기때문이었답니다. 아줌마들까지 모두 호들갑을 떨 정도로 잘 생긴 청년 바뜨르. 그 청년을 본다는 기대만으로도 소녀의 여행은 즐거워지기 시작합니다.

 

다인이의 입장에서는 바뜨르와 자기만이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바뜨르 엄마 연배라는 아줌마들과 엄마까지 다들 합세해서 바뜨르 관심 받기에 열중입니다. 공주처럼 떠받들어질줄 알았던 다인이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느낌도 들고 좀더 꾸미지 못한 것에 대해 엄마에 대해 괜히 화살을 돌리기도 하지요. 엄마 친구들 또한 다인이 입장에서 각양각색의 시선으로 비춰지게 됩니다.

 

다인이 입장에선 오로지 오빠밖에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던 엄마, 엄마는 또 어떨까요. 엄마에게 최고의 효자이고 관심사인게 아들인건 분명하더군요. 여고 문학동아리에서 같이 재능을 발휘했던 춘희가 작가가 되었음에도 이젠 그닥 부럽지 않고 그녀가 제일 부러운건 아들을 카이스트로 보낸 주희나 논술로 돈을 많이 벌고 있다는 인경이니 말이지요. 특히 아들을 명문대에 보내고 싶은 지금의 입장에선 주희가 제일 부럽기만 합니다. 여고 시절엔 무시대상이었던 주희가 말이지요. 그런 아들과 난생처음으로 진로 결정에 갈등을 겪고, 딸아이를 데리고 여행길에 오른 엄마의 마음 역시 편하기만 한것이 아닙니다.

 

왜 하필 몽골일까.

작가인 춘희가 그렇게 하자 해서 반대의견도 못 내고 모두들 우르르 따라오긴 했지만 정말 보이는 것이라곤 고비 사막뿐인 몽골에서 딸아이가 심심해 투덜거리는 것도 이해가 되고 (특히 바뜨르가 부상으로 돌아가고 난 후에는 더더욱) 절대 본받지 않았으면 하는 춘희를 "멋지다"며 감탄의 눈길로 바라보는 것은 마뜩치 않습니다.

풍문 가득한 홀어머니를 두었던 춘희가 소재로 쓸 이야기거리가 많아보여 철없이 부러웠던 여고 시절은 지났습니다. 그녀가 실제로 작가가 되었어도 부럽다기 보다는 자신이 문학을 접을 수 밖에 없었던, 현실로 돌아간 그때 이야기를 떠올릴뿐입니다.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말입니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한없이 걱정스럽기만 한 딸일테고, 딸의 입장에서는 이미 다 자란듯 착각하는 인생이기에 또 엄마의 그런 간섭이 귀찮고 싫게만 느껴집니다. 그 거리를 어떻게 좁히면 좋을까요. 엄마의 가슴속 사연을 다 말하지 못한 그런 고통이 딸의 철없음을 더욱 안타깝게 부각시키는 것 같았답니다.

 

정말 술술술 재미나게 이야길 풀어내서 날새고 너무나 졸린 상태에서도 금새 다 읽고나서야 잠들수 있었답니다.

이금이 작가님의 대표작이라는 너는 하늘말나리야와 최근작 사료를 드립니다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어떤 내용으로 또 제 마음을 흔들어줄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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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고 싶은 일본의 맛 - 하루미에게 배우는 일본 가정식의 정수
구리하라 하루미 지음, 송소영 옮김 / 시드페이퍼 / 2012년 3월
품절


요리책, 그 중에서도 일본 요리- 일본 가정식 요리책은- 내가 특히나 좋아하는 장르의 요리책이다. 지금까지 본 책들은 대부분 한국인이 일본 요리를 한 책이 많았고, 방송인, 혹은 일본 요리사 등의 요리책도 있었지만, 이 책은 일본인의 요리책 중에서도 특히나 돋보이는 점이 구어만드 세계 요리책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책이라는 점이었다. 일본 요리책이 아니더라도 기존에 내가 읽은 요리책 중 요리책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요리책이란건 한번도 없었기때문에 여러 가지 의미로 더욱 호기심이 일었던 책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요리쪽으로 이름이 높은 빅마마 이혜정님, 그리고 이효재님이 모두 입모아 칭찬하는 하루미님의 책이라,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책에 더욱 기대감을 심어주는 글들이 아닐 수 없었다.



주부 역할을 성실하고 완벽하게 해내자!....

아무리 바빠도 가족의 밥상은 건성으로 차리지 않겠다는 다짐은 일상을 소중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이 책을 펼치면 제가 결혼한 날부터 시작해서 아이를 키우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가족과 함께한 추억이 담긴 요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항상 신경쓰면서 만들지는 못하지만, 아이들이 먹을거리에 대해 폭넓은 이해를 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자유로운 발상으로 다양한 맛을 경험하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책을 시작하며



하루미님의 이 말들이 참으로 정곡을 찌르는 듯 아프게 다가왔다. 가족의 건강을 제일 우선으로 여겨야할 중대한 입장에 있는 내가 마음먹고 차릴땐 열심히 차리지만, 평소에는 정말 간단 초간단으로 끼니를 떼우기도 수차례였었기때문이었다. 일과 가사를 병행하면서도 최선을 다한 주부가 있는가하면, 나같이 살림만 하는데도 살림에 소질이 없다며 투덜거리는 못난 엄마도 있었다. 어쨌거나 이 책 속에 그녀의 창의력을 발휘해 수십년 결혼생활동안 가족을 위해,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간 밥상의 정수가 담겨 있다니 고마운 마음으로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152가지의 레시피가 계절별, 조림, 덮밥과 영양밥, 가족 밥상, 퓨전 양식 등 다양한 분야로 나뉘어 소개되어 있었다. 정말 메뉴가 많아서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며 잘잘한 글씨들을 눈여겨 볼 수 밖에 없었다. 맨 처음 소개된 파드득 나물 무침은 도대체 뭐지? 처음 듣는 나물이네 했는데 검색해보니 우리나라에도 있는 나물로 반디나물이라고 불리기도 한단다. 워낙 먹던 나물만 먹던 터라 잘 몰랐는데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더 자주 먹는 나물인가보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간장 등을 살짝 양념해 무쳐 먹는다는데, 해외에 나가서도 살짝 데친 오히타시가 너무나 먹고 싶어지면 마트에서 시금치와 물냉이를 사와서 전기포트로 물을 끓여 해먹기도 한단다.

유부초밥의 유부는 늘 인스턴트로 사먹기만 하다가 한번 직접 조려먹어야지 하고 도전했다가 대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저자 또한 놀랍게도 유부를 맛있게 조리는 것이 줄독 풀지 못한 숙제였단 말을 하였다. 그러면서 몇번이고 시험을 거듭한 결과 몇번에 나누어 간을 하는 것이 비결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이렇듯 단순 레시피 외에도 저자가 경험한 팁, 일본 요리에 대한 용어 설명, 요리에 얽힌 간단한 일화 등이 재미나게 소개가 되었다. 읽는 재미가 톡톡한 그런 책이랄까. 상식이 풍부해지는 느낌이었다.

우리나라의 김밥과 비슷한 일본의 김초밥을 만드는 법도 새로웠다. 그저 단촛물로 양념하는 차이만 있는 줄 알았는데, 재료로 박고지 조림, 파드득 나물, 새우, 표고버섯 조림 등을 넣는 것이 독특했다. 게다가 일본의 김은 간장으로 간을 한뒤 구워서 우리나라의 구운 김과는 맛에 차이가 있다고 하니 요리레시피를 따라 할때 참고해둘만 하였다.

전갱이 요리는 또 어떠한가. 책에서든 어디서건 이름은 많이 익힌 생선이었는데 밥상위에 오른 것은 보지 못한 생선이었다. 얼마전 마트에서 반값세일을 하여 신랑이 사자고 해 사왔지만 어떻게 해먹어야할지 막막하였다. 판매원분은 튀겨 드세요~ 라고 했지만 어른들께 여쭤보니 다들 안먹어본 생선이라고만 하셔서 아직 냉동고에 그대로 얼려둔 상태였다. 그냥 구워먹을까 생각중이었는데 이 책에 보니 참으로 다양하게 전갱이 요리를 해먹는다 하였다.

전갱이는 옛날부터 시모다에서 바다를 대표하는 생선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시모다에서 매년 열리는 축제 때 각 가정에서 만드는 전갱이의 오시즈시는 빼놓을 수 없지요. 우리 어머니도 축제 전날밤부터 7~8cm의 작은 전갱이 몇십마리를 다듬어 소금을 뿌리고 식초로 살을 단단하게 해둡니다. 다음날 아침 이것을 초밥과 함께 겹쳐놓고 누르면 정말 맛있는 최고의 전갱이 스시가 됩니다.

전갱이는 말린 포, 바로 다듬어 먹는 소금구이, 찜, 남방즈케, 프라이, 지라시 즈시 등 다양한 요리로 즐깁니다. 51p

일본 가정식의 정수라더니, 정말 맛보기가 아닌 다양한 요리들을 두루두루 접할 수 있었다.

굴튀김의 경우에도 수많은 책에서 정보를 접했지만, 이 책의 레시피가 참 돋보였다. 레몬즙을 튀김위에 짜먹는 것은 종종 봐왔지만, 귤껍질을 굴과 함께 넣어 향을 낸다는 것은 처음 보는 정보였다.



우리나라 재료만으로 대체를 하면 좋겠지만 이왕이면 일본 현지의 맛을 느끼기 위함이었는지 일본의 식재료로 만든 레시피들이 많아서 기존에 듣지 못한 일본 말이나 새로운 나물류 등이 나오면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맨 끝에 일본 요리 단어장이라고 해서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란이 있으니 참고해서 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이 설날에 떡국을 먹는다는데 떡이 들어가지만 우리와 같은 떡이 아니라 네모나게 만든 떡을 사서 넣는 것이라 하였다. 그 맛이 궁금했는데 이 책의 레시피를 보고 따라하면 일본의 떡국을 우리나라에서도 맛볼수있지 않을까 싶었다.



늘 사먹었던 멘쓰유를 만드는 법, 맛국물을 만드는 법 등 요즘 일본 신세대 주부들도 사다먹는다는 소스를 집에서 만드는 건강한 정보들도 담겨져 있어 좋았다. 생소한 재료가 살짝 걱정이 되긴 했지만 비슷한 재료를 찾아 대체하거나 아니면 실제 그런 채소 등을 찾아 만들어봄도 좋을 것 같았다.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것이 즐겁다는 그녀의 표정을 읽으며, 맛있어보이는 요리들을 눈으로 실컷 요기하고 나니 우리 가족들 또한 이렇게 건강한 메뉴를 맛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인 내가 용기를 내어 식탁에 올리기만 한다면 그 또한 바램으로 끝나지 않을 일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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