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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고 싶은 일본의 맛 - 하루미에게 배우는 일본 가정식의 정수
구리하라 하루미 지음, 송소영 옮김 / 시드페이퍼 / 2012년 3월
품절
요리책, 그 중에서도 일본 요리- 일본 가정식 요리책은- 내가 특히나 좋아하는 장르의 요리책이다. 지금까지 본 책들은 대부분 한국인이 일본 요리를 한 책이 많았고, 방송인, 혹은 일본 요리사 등의 요리책도 있었지만, 이 책은 일본인의 요리책 중에서도 특히나 돋보이는 점이 구어만드 세계 요리책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책이라는 점이었다. 일본 요리책이 아니더라도 기존에 내가 읽은 요리책 중 요리책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요리책이란건 한번도 없었기때문에 여러 가지 의미로 더욱 호기심이 일었던 책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요리쪽으로 이름이 높은 빅마마 이혜정님, 그리고 이효재님이 모두 입모아 칭찬하는 하루미님의 책이라,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책에 더욱 기대감을 심어주는 글들이 아닐 수 없었다.
주부 역할을 성실하고 완벽하게 해내자!....
아무리 바빠도 가족의 밥상은 건성으로 차리지 않겠다는 다짐은 일상을 소중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이 책을 펼치면 제가 결혼한 날부터 시작해서 아이를 키우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가족과 함께한 추억이 담긴 요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항상 신경쓰면서 만들지는 못하지만, 아이들이 먹을거리에 대해 폭넓은 이해를 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자유로운 발상으로 다양한 맛을 경험하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책을 시작하며
하루미님의 이 말들이 참으로 정곡을 찌르는 듯 아프게 다가왔다. 가족의 건강을 제일 우선으로 여겨야할 중대한 입장에 있는 내가 마음먹고 차릴땐 열심히 차리지만, 평소에는 정말 간단 초간단으로 끼니를 떼우기도 수차례였었기때문이었다. 일과 가사를 병행하면서도 최선을 다한 주부가 있는가하면, 나같이 살림만 하는데도 살림에 소질이 없다며 투덜거리는 못난 엄마도 있었다. 어쨌거나 이 책 속에 그녀의 창의력을 발휘해 수십년 결혼생활동안 가족을 위해,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간 밥상의 정수가 담겨 있다니 고마운 마음으로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152가지의 레시피가 계절별, 조림, 덮밥과 영양밥, 가족 밥상, 퓨전 양식 등 다양한 분야로 나뉘어 소개되어 있었다. 정말 메뉴가 많아서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며 잘잘한 글씨들을 눈여겨 볼 수 밖에 없었다. 맨 처음 소개된 파드득 나물 무침은 도대체 뭐지? 처음 듣는 나물이네 했는데 검색해보니 우리나라에도 있는 나물로 반디나물이라고 불리기도 한단다. 워낙 먹던 나물만 먹던 터라 잘 몰랐는데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더 자주 먹는 나물인가보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간장 등을 살짝 양념해 무쳐 먹는다는데, 해외에 나가서도 살짝 데친 오히타시가 너무나 먹고 싶어지면 마트에서 시금치와 물냉이를 사와서 전기포트로 물을 끓여 해먹기도 한단다.
유부초밥의 유부는 늘 인스턴트로 사먹기만 하다가 한번 직접 조려먹어야지 하고 도전했다가 대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저자 또한 놀랍게도 유부를 맛있게 조리는 것이 줄독 풀지 못한 숙제였단 말을 하였다. 그러면서 몇번이고 시험을 거듭한 결과 몇번에 나누어 간을 하는 것이 비결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이렇듯 단순 레시피 외에도 저자가 경험한 팁, 일본 요리에 대한 용어 설명, 요리에 얽힌 간단한 일화 등이 재미나게 소개가 되었다. 읽는 재미가 톡톡한 그런 책이랄까. 상식이 풍부해지는 느낌이었다.
우리나라의 김밥과 비슷한 일본의 김초밥을 만드는 법도 새로웠다. 그저 단촛물로 양념하는 차이만 있는 줄 알았는데, 재료로 박고지 조림, 파드득 나물, 새우, 표고버섯 조림 등을 넣는 것이 독특했다. 게다가 일본의 김은 간장으로 간을 한뒤 구워서 우리나라의 구운 김과는 맛에 차이가 있다고 하니 요리레시피를 따라 할때 참고해둘만 하였다.
전갱이 요리는 또 어떠한가. 책에서든 어디서건 이름은 많이 익힌 생선이었는데 밥상위에 오른 것은 보지 못한 생선이었다. 얼마전 마트에서 반값세일을 하여 신랑이 사자고 해 사왔지만 어떻게 해먹어야할지 막막하였다. 판매원분은 튀겨 드세요~ 라고 했지만 어른들께 여쭤보니 다들 안먹어본 생선이라고만 하셔서 아직 냉동고에 그대로 얼려둔 상태였다. 그냥 구워먹을까 생각중이었는데 이 책에 보니 참으로 다양하게 전갱이 요리를 해먹는다 하였다.
전갱이는 옛날부터 시모다에서 바다를 대표하는 생선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시모다에서 매년 열리는 축제 때 각 가정에서 만드는 전갱이의 오시즈시는 빼놓을 수 없지요. 우리 어머니도 축제 전날밤부터 7~8cm의 작은 전갱이 몇십마리를 다듬어 소금을 뿌리고 식초로 살을 단단하게 해둡니다. 다음날 아침 이것을 초밥과 함께 겹쳐놓고 누르면 정말 맛있는 최고의 전갱이 스시가 됩니다.
전갱이는 말린 포, 바로 다듬어 먹는 소금구이, 찜, 남방즈케, 프라이, 지라시 즈시 등 다양한 요리로 즐깁니다. 51p
일본 가정식의 정수라더니, 정말 맛보기가 아닌 다양한 요리들을 두루두루 접할 수 있었다.
굴튀김의 경우에도 수많은 책에서 정보를 접했지만, 이 책의 레시피가 참 돋보였다. 레몬즙을 튀김위에 짜먹는 것은 종종 봐왔지만, 귤껍질을 굴과 함께 넣어 향을 낸다는 것은 처음 보는 정보였다.
우리나라 재료만으로 대체를 하면 좋겠지만 이왕이면 일본 현지의 맛을 느끼기 위함이었는지 일본의 식재료로 만든 레시피들이 많아서 기존에 듣지 못한 일본 말이나 새로운 나물류 등이 나오면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맨 끝에 일본 요리 단어장이라고 해서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란이 있으니 참고해서 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이 설날에 떡국을 먹는다는데 떡이 들어가지만 우리와 같은 떡이 아니라 네모나게 만든 떡을 사서 넣는 것이라 하였다. 그 맛이 궁금했는데 이 책의 레시피를 보고 따라하면 일본의 떡국을 우리나라에서도 맛볼수있지 않을까 싶었다.
늘 사먹었던 멘쓰유를 만드는 법, 맛국물을 만드는 법 등 요즘 일본 신세대 주부들도 사다먹는다는 소스를 집에서 만드는 건강한 정보들도 담겨져 있어 좋았다. 생소한 재료가 살짝 걱정이 되긴 했지만 비슷한 재료를 찾아 대체하거나 아니면 실제 그런 채소 등을 찾아 만들어봄도 좋을 것 같았다.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것이 즐겁다는 그녀의 표정을 읽으며, 맛있어보이는 요리들을 눈으로 실컷 요기하고 나니 우리 가족들 또한 이렇게 건강한 메뉴를 맛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인 내가 용기를 내어 식탁에 올리기만 한다면 그 또한 바램으로 끝나지 않을 일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