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루 푸른도서관 50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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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소녀 다인이와 마흔다섯 엄마의 이야기. 또 그엄마의 이야기.

이 책을 읽는 내내 저는 다인이가 되었다 엄마가 되었다 했습니다. 다섯살 아들을 하나 두고 있으니 아직은 사춘기 아이를 둔 엄마들의 마음을 모를 나이였지만 어렴풋이 짐작을 하게 되었고,열다섯 시절은 이미 살아왔으니 지나온 시간이지만 다시 회상하게 되더라구요.

 

첫 이야기는 다인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생애 첫 해외여행을 마흔다섯 아줌마들 일행에 나 홀로 끼여, 유럽도 아닌 몽골로 떠나게 된 다인. 처음엔 입이 반쯤 나와 뾰루퉁했지만 알고보니 여행에 끼워달라고 먼저 졸랐던건 다인이었어요. 엄마의 친구들 모임 여행에 굳이 같이 떠나겠다 한 다인이를 반대하자 아빠를 졸라 같이 보내달라 하였던 건데 그런 다인이 때문에 엄마 아빠는 부부싸움 일촉즉발의 위기에 몰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 오빠들 생일 파티를 위해 용돈을 올려달라 흥정한 것으로 마무리를 하였지요. 그런데 갑자기 엄마가 다인이를 데려가겠다 한겁니다. 그렇게 해서 마흔다섯 아줌마들과 열다섯 아이의 몽골 여행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다인이 생각에) 오로지 오빠 걱정 밖에 없는 엄마처럼 다인이 역시 오로지 야누스의 카인오빠 지노오빠 생각뿐입니다. 다인이 눈에는 엄마도 엄마 친구들도 그저 한심하게만 보이고, 엄마는 매일 보는 엄마니 뾰루퉁, 제일 만만한 그런 상대였지요. 내게도 엄마가 그런 존재였었나? 엄마를 좋아한다 하면서도 속상하면 속을 그대로 드러내보이고 했던 기억이 있지만, 그래도 다인이의 눈에서 보니 엄마에게 좀 심하게 대하는 것 같은 느낌도 있네요. 아뭏든 사춘기 소녀의 마음은 오로지 연예인 오빠에게로만 향해있지요. 친오빠보다도 더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카인오빠. 심지어 다인은 팬클럽을 통해 인생을 배운다고까지 생각합니다. 그녀가 쓰고 있는 팬픽 소설 -지누와 카인의 동성연애이야기-은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기까지 하지요. 툴툴대던 그녀가 공항에 도착해 입이 딱 벌어지는 일이 발생했어요.

그녀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현지인 가이드가 지누오빠를 똑빼닮은 너무나 잘생긴 25 청년이었기때문이었답니다. 아줌마들까지 모두 호들갑을 떨 정도로 잘 생긴 청년 바뜨르. 그 청년을 본다는 기대만으로도 소녀의 여행은 즐거워지기 시작합니다.

 

다인이의 입장에서는 바뜨르와 자기만이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바뜨르 엄마 연배라는 아줌마들과 엄마까지 다들 합세해서 바뜨르 관심 받기에 열중입니다. 공주처럼 떠받들어질줄 알았던 다인이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느낌도 들고 좀더 꾸미지 못한 것에 대해 엄마에 대해 괜히 화살을 돌리기도 하지요. 엄마 친구들 또한 다인이 입장에서 각양각색의 시선으로 비춰지게 됩니다.

 

다인이 입장에선 오로지 오빠밖에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던 엄마, 엄마는 또 어떨까요. 엄마에게 최고의 효자이고 관심사인게 아들인건 분명하더군요. 여고 문학동아리에서 같이 재능을 발휘했던 춘희가 작가가 되었음에도 이젠 그닥 부럽지 않고 그녀가 제일 부러운건 아들을 카이스트로 보낸 주희나 논술로 돈을 많이 벌고 있다는 인경이니 말이지요. 특히 아들을 명문대에 보내고 싶은 지금의 입장에선 주희가 제일 부럽기만 합니다. 여고 시절엔 무시대상이었던 주희가 말이지요. 그런 아들과 난생처음으로 진로 결정에 갈등을 겪고, 딸아이를 데리고 여행길에 오른 엄마의 마음 역시 편하기만 한것이 아닙니다.

 

왜 하필 몽골일까.

작가인 춘희가 그렇게 하자 해서 반대의견도 못 내고 모두들 우르르 따라오긴 했지만 정말 보이는 것이라곤 고비 사막뿐인 몽골에서 딸아이가 심심해 투덜거리는 것도 이해가 되고 (특히 바뜨르가 부상으로 돌아가고 난 후에는 더더욱) 절대 본받지 않았으면 하는 춘희를 "멋지다"며 감탄의 눈길로 바라보는 것은 마뜩치 않습니다.

풍문 가득한 홀어머니를 두었던 춘희가 소재로 쓸 이야기거리가 많아보여 철없이 부러웠던 여고 시절은 지났습니다. 그녀가 실제로 작가가 되었어도 부럽다기 보다는 자신이 문학을 접을 수 밖에 없었던, 현실로 돌아간 그때 이야기를 떠올릴뿐입니다.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말입니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한없이 걱정스럽기만 한 딸일테고, 딸의 입장에서는 이미 다 자란듯 착각하는 인생이기에 또 엄마의 그런 간섭이 귀찮고 싫게만 느껴집니다. 그 거리를 어떻게 좁히면 좋을까요. 엄마의 가슴속 사연을 다 말하지 못한 그런 고통이 딸의 철없음을 더욱 안타깝게 부각시키는 것 같았답니다.

 

정말 술술술 재미나게 이야길 풀어내서 날새고 너무나 졸린 상태에서도 금새 다 읽고나서야 잠들수 있었답니다.

이금이 작가님의 대표작이라는 너는 하늘말나리야와 최근작 사료를 드립니다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어떤 내용으로 또 제 마음을 흔들어줄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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