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나나가 작아졌어요! 담푸스 어린이 6
가브리엘라 루비오 글.그림, 배상희 옮김 / 담푸스 / 2012년 5월
구판절판


아이 책에 관심을 갖고 읽다보니 엄마들이 왜 수상작가의 책에 관심을 갖는지 잘 알겠더라구요. 아이들 책은 수상작가의 책이 교훈 뿐 아니라 내용도 재미있어서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수상작가의 책에 한번더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겠더라구요. 이 책은 스페인 라사리요상을 수상한 작가의 책이랍니다. 책 소개글을 읽다보니 쌍둥이 남매를 돌봐주는 사람이 바로 아이들을 괴롭히는 마녀라는 설정이더라구요. 아니, 왜 마녀에게 일을 맡겼을까? 물론 부모님들은 모르고 맡긴 것이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이 책, 손에 들자마자 정말 술술 다 읽히는, 속도감이 빠르면서도 재미난 그런 책이었네요.



사실 처음에 마녀 티부르시아의 심술궂은 이야기들을 읽는데,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것은 끔찍했지만 남자아이에게 얼굴이 시뻘개지도록 뽀뽀하고 여자아이에게 날콩을 먹으라고 하는게 마녀라는 말을 들을 정도일까싶었답니다. 그랬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여자아이인 나나에게 너무 심하게 대하는게 눈에 띄더라구요. 유독 남아인 나노는 예뻐하면서 (물론 그 예뻐한다는 것이 시뻘개지게 뽀뽀하는 것이기에 나노는 구역질 난다면서 끔찍히 싫어합니다. 사실 우리 아들에게도 뽀뽀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아들 또한 엄마가 아닌 잘 모르는, 혹은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이 싫다는데도 강제로 아플 정도로 뽀뽀를 하면 괴로울 것 같기는 했어요.) 나나에게는 심한 욕설과 함께 온갖 집안일들을 함부로 시켜댑니다. 물론 부모님이 안계실때만이죠.

사실 엄마 입장에서 읽다보니, 마녀 티부르시아가 과연 마녀일까 싶은 첫 부분도 있었구요. 읽다보니 베이비 시터를 마녀로 둔갑시켜 이야기하긴 했지만 아이들을 별 일 아닌 일로 혼내곤 하는 우리 엄마 아빠의 모습을 대입시킨 부분도 상당부분 있었답니다. 방을 어지럽힌다고 마구 꾸짖고, 하나도 흐트러짐 없이 정리하라고 하기도 하지요. 아이들에게 정리정돈 잘하라고 하는 것이 그리 쉬운 과제는 아닐텐데도 말입니다. 마녀에게 조금 공감가는 대목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저는 부모의 입장에,어른 입장에 너무 서버린게 아니었나 싶었어요. 그리고 그런 모습을 마녀로 받아들일 아이들을 생각하니, 잠시 부끄러워지는 기분도 들었답니다.

어느날 마녀의 심한 욕설을 듣던 나나가 그만 너무나 작아져버리고 말았어요.

그런 느낌 알 것 같았어요. 우리도 아주 모욕적인 순간이 있으면 혹은 아주 부끄러운 순간이 있거나 한다면 정말 몸이 움츠러드는 느낌이 들지 않겠어요? 그런데 나나는 정말 작아져버렸답니다.

똑똑한 아이들인 나나와 나노는 나나를 되돌릴 방법을 찾기로 했어요.

우선 맛있는 것을 실컷 먹어도 보고, 똑똑한 지식의 보고인 책을 찾아도 보았지요.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의 책이라 그런지 아이들의 생각 또한 순수하면서도 상상력이 풍부한 그런 재미난 발상들이 많이 나왔답니다.

어떻게 하면 마녀의 괴롭힘을 당한 나나가 다시 원래대로 키가 커질 수 있을까요?



몸집이 큰 동물들이 많은 동물원에 가서도 물어보고 마을 축제의 마법사를 찾아가기도 했어요.

이쯤 되니 저도 궁금해지더라구요.

아니, 어떻게 해야 나나를 되돌릴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다행히 아이들은 방법을 못 찾았다고 해서 쉽게 절망하거나 괴로워하지 않습니다.

실패하더라도 마법사를 만나 재미있게 웃었으니 되었다 생각하지요.



그래도 나나는 슬펐지요.

그런 나나를 위로하기 위해 나노는 나나의 장점들을 하나하나 칭찬해주기 시작했어요. 가까운 친구이자 남매인 나노의 칭찬은 정말 따뜻하고 감동적이었답니다.



아이를 몰아세우고, 심하게 말을 하다보면, 아이의 자존감이 한없이 무너져 내릴 수 밖에 없겠지요. 책 속에서 작아져 버린 나나는 실제로는 나나의 마음, 혹은 나나의 자존감일 수 있을 거예요. 항상 잔소리와 폭언 등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무너져버린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방법에 대해 이 책은 정말 우회적으로 너무나 멋진 동화로 표현이 되어 있었답니다. 최고의 방법은 바로 칭찬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나노가 나나에게 해주었듯이 아이의 행동을 진심으로 칭찬해주는 구체적인 칭찬 말이지요. 그것으로 아이는 서서히 자신의 자존감을 회복해나갈 수 있겠지요.



나나가 작아졌어요. 참 멋진 책이었네요.

두꺼운 육아서 여러권 읽는 것보다 더욱 강렬히 와닿는 동화였어요.

어쩌면 엄마 아빠가 더욱 먼저 읽어봐야할 그런 책이 아니었나 싶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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