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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눈 ㅣ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게리 D. 슈미트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0년 1월
구판절판

책을 읽는 내내 가슴 먹먹해지는 느낌을 받았고, 책을 덮을 즈음에는 눈물이 내 얼굴을 온통 덮음을 느꼈다.
<고래의 눈>은 1912년 미국 핍스버그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핍스버그 근처의 말라가 섬에 살던 사람들은 가난하고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지만, 핍스버그 주민들에게 큰 해를 끼치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세금으로 그들을 부양하는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 핍스버그의 주민들은 말라가 주민들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그들을 추방하고 섬에 호텔을 세워 관광지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강제로 주민들의 집에 불을 지르고, 주민들을 정신병원에 보낸후, 묘지를 파헤쳤다. 그러나, 그들의 바라던 대로 호텔은 세워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말라가 섬은 비워지기만 하였다.
이 끔찍한 실화를 바탕으로 게리 D 슈미트는 소설을 썼다. 핍스버그에 새로 부임한 백인 목사의 아들과 말라가 섬의 흑인 소녀 리지와의 우정을 그리는 작품으로 슬픈 실화를 아름답게 그려내었다. 게리 E슈미트는 이 작품으로 2005년 뉴베리 영예상과 마이클 프린츠 상을 수상하였고, (고래의 눈의 영어 원제는 소년과 소녀를 다루고 있는 Lizzie Bright and The Buckminster Boy이다. ) 2008년 수요일의 전쟁으로 다시 한번 뉴베리 영예상을 수상하였다.
뉴베리 상을 수상한 작품을 처음 접한 나였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앞으로 뉴베리 상을 탄 다른 작품들도 찾아서 읽고, 또 게리 D슈미트의 작품도 찾아 읽고싶은 욕심이 생겼다. 고래의 눈은 청소년 책으로 나왔다고는 하나, 어른인 나에게도 크나큰 감동을 준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보스톤에서 이사 온 목사의 아들 터너는 어디를 가나 마을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관심을 받는다. 항상 모범이 되어야 하는 존재이기에 풀을 먹인 숨막히게 빳빳하고 하얀 셔츠를 입고 다니며 13살의 나이를 억눌린채 수도원 같은 생활을 해야하였다. 뭘 하든 마을 사람들은 호시탐탐 터너를 주시하며, 목사인 아버지께 일러바쳤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새로운 세계의 돌파구로 만난건, (흑인과는 )생전 처음으로 대화를 나눈 흑인 소녀인 리지였다.
가진게 없으나,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고 밝고 명랑하게 자란 리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터너에게 기쁨이 되고 생기가 된다. 터너는 리지를 통해 정신적으로 성장하고, 성숙한 인간이 되어간다. 말라가 섬에서 흑인들을 내쫓으려는 마을 사람들, 특히 지주격인 스톤크롭의 횡포는 정말 이루말할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의 오른팔 격인 허드집사와 보안관 등 마을 사람들은 소년 터너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리지는..우리의 소녀 리지는 ..
돌아가시고 없는 리지의 부모님이 마치 일등상을 받은 것처럼 소중히 안고 사랑했던 리지였고, 말라가 섬의 목사였던 리지의 할아버지가 하느님의 영광에 가장 가까운 존재라고 칭찬할 정도로 사랑받고, 존귀한 존재였다. 하지만, 스톤크롭 일당 눈에는 그저 장난삼아 총 한발 난사해도 재미있을 하찮은 검둥이 한명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었다.
며칠동안 천천히 책을 읽으며, 내 곁에서 잠들었거나 혹은 방글방글 웃어주는 나의 아기를 바라보았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내 아기가 있듯이, 리지 역시 너무나 사랑스러운 존재였을텐데..생각하면 슬픔이 더욱 북받쳐 올라왔다. 가난한 사람들,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우습게 알았던 물욕적이고 이기적인 사람들에 의해, 생명을 천시한 , 성자는 화형에 처해져야 한다고 폭언한 허드 일당에 의해 터너의 소중한 사람들이 터너의 곁을 떠나갔던 것이다.
터너는 말이 안 통하는 많은 사람들 곁에서 고래의 눈을 순간순간 떠올린다. 그가 봤던 고래의 눈, 리지와 함께 있었던 그 순간을 다시금 회상한다. 그리고 리지가 없는 날에, 어느 평화로운 날에 고래의 눈을 본다. 고래가 말하고자 했던 것, 고래의 눈빛을 떠올린다.
세상은 돌고 빠르게 회전하며, 조수는 흘러 들어왔다가 흘러 나가니, 이 세상에는 모든 진화된 형태들 가운데 서로를 똑바로 바라보는 두 영혼만큼 더 아름답고 더 경이로운 것은 없다.
그리고, 그 두 영혼이 헤어지는 것만큼 비참하고 슬픔을 주는 일도 없다.
이 세상 모든 것은 함께 함에 크나큰 기쁨이 있으며, 서로를 잃음에 크나큰 비탄이 있음을 깨달았다.
터너는 말라가를 잃었다.
332P
해피엔딩이라면 해피엔딩일 수 있는 결말이었지만, 가슴의 반 이상이 깎여나간 듯한 고통이 남는 슬픈 결말이었다. 하지만, 터너가 '종의 기원'을 읽고 가슴의 불을 지폈듯이, 이 책 '고래의 눈'은 내 가슴에 불씨가 되는 소중한 책이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기록된 이름도 없이 잊혀진 존재가 될 뻔한 어린 소녀에게 '리지 브라이트'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우리의 곁으로 다가 올 수 있게 생명을 불어넣어준 게리 D 슈미트 작가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