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 따먹기 법칙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4학년 1학년 국어교과서 국어 4-1(가) 수록도서 작은도서관 33
유순희 지음, 최정인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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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만 사용해야하는 초등학생 시절, 지우개는 반드시 필요한 소중한 필수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은 녀석은 꼭 어디론가 숨어있기 일쑤여서 그렇게 잃어버리면 또 사고 또 사고를 반복해야했고, 결국 교실 한켠에는 누군가가 잃어버린 지우개가 몇개씩 발견되는 일도 허다했다. 남자아이들이 특히나 열을 올리던 지우개 따먹기. 사실 나도 어릴 적에 한두번 해본 것 같은데, 워낙 운동신경도 없고, 이런 취향의 놀이를 좋아하지 않아서 금새 싫증을 낸 기억이 난다.

 

지우개 따먹기 법칙이라. 정말 재미나게도 이 동화의 목차 자체가 바로 지우개 따먹기 법칙의 규칙으로 되어 있다. 그 규칙을 따라하다보면 어쩐지 운동 신경이 없는 나도 고수가 될 것 같은 기대마저 생긴다.

한 반에 50명씩 복작복작하던 어릴 적과 달리 요즘의 초등학교는 한 반에 20~30명 정도의 아담한 인원이 공부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어쩐지 요즘 아이들은 지우개 따먹기도 하지 않을 것 같은데, 초등학교 선생님인 여동생과 엄마께 한번 여쭤봐야겠단 생각도 들었다. 요즘도 지우개 따먹기를 하는지.. 사실 아이들의 마음은 매한가지인지라, 학교에서 제한된 물품으로 놀이를 개발하다보면 어쩐지 지우개 따먹기가 빠지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상자 속 가득한 지우개만 봐도 어쩐지 흡족했던 어린 시절.

상보라는 주인공 아이는 지우개에 유난히 애착을 가진 아이이다. 지우개를 사랑하고, 지우개 따먹기 대장인 아버지께 전수받은 비법 노트를 병법서처럼 지닌채 교실 최강 지우개 따먹기 대장으로 군림하고 있다. 공부, 운동 모든 것을 1등하는 준혁이는 그런 상보에게 매번 지우개 따먹기 시합에서 지는게 영 원통한 나머지 자꾸만 이런 저런 지우개를 들고 와 시합을 건다.

 

또 한 편으로는 상보의 관심을 받고 있는 꽃 향기가 나는 짝꿍 홍미의 이야기도 나온다. 조향사인 엄마를 둔 홍미는 항상 싱그러운 향기를 풍기고, 또 그만큼 깔끔하고 청결한 학생이기도 했다. 그런 홍미는 구린내 나는 입냄새를 갖고 있고, 잘 씻지도 않고 도시락도 안싸오는 상보보다는 공부 잘하는 왕자님 같은 준혁이가 처음에는 더 마음에 들었다.

 

상보의 보물상자 지우개들을 들여다보다 보니, 실제로 내 어릴적 사용했던 많은 지우개들이 떠올라 특히나 반가웠다. 네모반듯한 맘모스 지우개부터, 무지개 지우개, 그리고 각각의 모양이 독특했던 지우개들까지.. 보기만 해도 흡족했던 지우개와 연필에 끼워 쓸수도 있었던 둘리 지우개 시리즈도 우리 어릴적엔 제법 유행이었다. 또, 갖고 싶었던 목록으로 칫솔 지우개도 있었다. 어쩐지 지우개 같지 않으면서도 수집하고픈 그런 예쁜 모양의 지우개들은 어디서 샀을까 싶은 그런 앙증맞음을 간직해서, 욕심이 나게 만들었다. 상보 또한 친구 준혁이 자랑하는 이탈리아 산이라는 골리앗같이 큰 지우개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른다. 한가지가 마음에 들면 그 안에 최고일 것 같은 목록은 꼭 갖고 싶었던 어린 시절. 상보의 마음이 어째 이렇게 잘 공감이 되는 건지..

 

따먹기 시합은 같이 못했을지라도 지우개에 얽힌 어린 시절 추억들을 떠올려보니, 수십년전 교실 속 그 공간으로 나도 다시 돌아간것 같았다.

지우개 따먹기 법칙들을 하나하나 들려주면서, 상보와 친구들의 이야기가 실타래처럼 풀려나간다.

냄새나고 지저분한 상보지만, 그 마음이 얼마나 따뜻한지.. 소중한 친구들을 하나하나 얻어가면서, 상보의 생일도 반짝반짝 빛이 나는 생일이 될 수 있었다.

 

생일 선물이라면 값비싼게 최고인줄 알았던 어린 마음을 억누르고 직접 만들고 정성이 담긴 선물의 큰 의미를 깨닫게도 해주는 그야말로 하나의 인생이 담긴 재미난 동화책. 이 책이 푸른 문학상 수상작이라더니 역시나 짧고 간결한 동화 속에 어른들까지 감복할 재미난 인생사가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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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 2
이윤기 지음 / 민음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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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 1권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보다 더 가까운 영웅들의 이야기라 하면 2권은 이제 신화에서 확실히 인간의 세계로 넘어온 영웅들의 이야기라는 느낌이 강하다. 영웅열전의 본문이 끝나고, 나중에 붙은 작가의 나오는 말(맺음말)을 읽으며 책 속 사진들이 출판사에서 마련한 자료가 아닌, 이윤기님이 직접 발로 뛰어 찍은 사진임을 알게 되었다. 이 책들과 그리스 로마 신화를 쓰기 위해 샅샅이 헬레니즘의 흔적을 답사하고 돌아온 이윤기님. "보는 책"을 만들 희망에 부풀었다는 고 이윤기님의 글을 읽고, 또 그 이후에는 딸의 마무리 맺음말을 읽을 수 있었다. 아버지의 신문 연재 당시에 고등학생이던 딸이 이제는 30이 넘어 결혼한 주부가 되어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의 번역을 (아버지의 권유로) 맡게 되었고, 그 이면에는 바로 이 책을 만들고자 하는 아버지의 뜻이 담겨 있음을 뒤늦게 알았다 한다.

 

헬레니즘에서 헤브라이즘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싶어했다는 아버지. 헤브라이즘의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그가 남긴 이 유작은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는 작품이 되고 말았다.

 

너무나 유명한 영웅들의 이야기 속에서 (영웅이라 함은 전쟁 영웅 뿐 아니라 위대한 철학자, 왕들의 이야기 또한 포함된다. ) 우리가 몰랐던 사실도 배우고, 교과서 밖의 새로운 역사를 알게 되는 그 과정은 자못 진지하기까지 하다.  

 



 

스파르타가 페리클레스를 제거하고 싶어했던 것은 당연하다.

 ... 그래서 스파르타인들은 페리클레스의 핏줄에 오염된 피가 흐르고 있다는 말을 퍼뜨렸다.

 ..페리클레스가 스파르타와 내통하고 있다는 근거 없는 소문도 나돌았다.

25세기 전의 아테나이인들이 이러한 공작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결과는 이 소문을 퍼뜨린 스파르타인들의 기대를 완벽하게 뒤집었다.

아테나이인들이 페리클레스를 의심하거나 비난하는 대신, 그를 더욱 신용하고 그를 높이 평가하게 된 것이다.

..페리클레스가 그런 공작의 표적이 되었다는 것은 그가 바로 적이 가장 증오하고 두려워하는 사람이라는 증거이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역사를, 혹은 역사로부터 배워야하는 까닭은 이로써 자명해진다.

18p


 

달달 외우던 세계사의 한토막, 세계사를 배우다보면, 선생님이 간간히 들려주시던 그 교과서 밖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흥미진진해 옛날이야기를 듣듯이 빠져들었던 생각이 난다. 오히려 더 기억에 잘 남았던 정사 외의 역사.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열전이 바로 세계사를 배우는 훌륭한 한 장이 되리라 굳은 믿음이 생겼다. 더욱 재미나게 공부할 수 있는, 아니 이제는 주부가 된 나 또한 흥미로 읽어도 재미난 세계사 속 영웅들의 이야기.

 

수천년 전의 아테나이 인들의 시민 의식 또한 이토록 훌륭할지언대, 이제는 자리잡혔으리라 믿을 현대의 우리는 어떠한가? 많은 사람들이 더이상 여론몰이에 열을 올리지 않는다 해도 아직도 많은 부분, 조작된 보도에 현혹되고, 오해를 하고 그러기를 일삼지 않는가. 사실 걸러지지 않는 보도나 왜곡된 공론 등을 보며, 제대로 된 사실만을 접하기를 바라는게 무리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수천년전의 아테나이 인들을 생각해보면, 정녕 어떤 것이 진리이고 옳은 길인가 하는 생각에 다시 봉착하게 되기도 했다.

 

포에니 전투에서의 카르타고의 패배로 유럽과 아프리카의 역사가 바뀌어버렸다는 말.

사실 한니발이 아프리카 북쪽의 카르타고의 명장이라는 것은, 그가 로마의 대군 스키피오를 무찌르며 승승장구했던 것을 생각하면, 카르타고가 아프리카 지역임이 너무나 그동안 작게 뭍혀져있던 현실이 아닌가 싶어 아쉬웠다. 승자만 기억되는 역사. 그래서 이제는 그리스 로마의 이야기만 전해지는 세상. 온 세상이 백인 우월주의에 휩싸인 것같은 오늘날의 현실 덕에 아프리카의 명장에 의해 그들의 로마가 함락될 수 있었음을 감추고 싶었던 것은 자존심만 남은 그들의 발악일 수도 있었겠다.

추위에 약한 한니발과 군사들이 코끼리 부대를 이끌고 알프스를 넘어 진격했다는 놀라운 역사적 사실을, 왜 교과서에서는 보다 더 실감나게 전해들을 수 없었는지 아쉽기만 했다.

 

승자의 기록만 남아있는 역사여서 그랬는지 몰라도..

 

"저에게는 이 두 아이야말로 세상에 다시없는 보물이랍니다."

"나는 스키피오의 딸로 칭송받고 싶지는 않아요. 그라쿠스 형제의 어머니로 기억되고 싶을 뿐. "150p

 

로마를 승리로 이끈 스키피오. 그 위대한 가문의 딸이었던 코르넬리아는 무척이나 수수하면서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미망인이었다. 보석을 자랑하는 수많은 귀부인들 사이에서 조용히 미소만 짓고 있다가 보석을 자랑해보라는 다른 귀부인들의 권유에 아들 둘을 자랑스레 데려왔다는 그 일화가 훈훈하기만 하다. 요즘 세상에도 수많은 위인과 그 부모의 이야기 속에서 만나봤던 그 코르넬리아의 이야기를 또 다시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에서 만나 볼 수 있었다. 그라쿠스 형제는 서민의 편에 선 지도자였기에 두 형제 모두 결국은 반대파에 의해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어야하기는 했지만, 그 이름만은 영원히 길이 남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윤기라는 그 분의 이름에 열광하는 이유를.. 그 분의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유명한 고전의 번역을, 유명한 번역가가 한다는 것에 많이들 비중을 두고, 삼국지 역시 누구의 삼국지냐에 따라 그 읽는 감흥이 달라진다고들 하던데..이윤기님의 책은 확실히 색채가 남다르다. 단순 번역이 아닌 그분만의 각색으로 더욱 되살아나는 느낌이 강했던 역사 속 영웅들의 이야기.

 

그분의 책으로 나는 카이사르를 생생히 다시 만났고, 미화된 소크라테스만 보다가, 코가 뭉툭하고 못생긴 모습의 (아마도 이 모습이 실제 모습일..) 소크라테스의 사진에 또 놀라기도 하였고, 아프리카와 유럽의 역사가 바뀌었을 수 있다는 그 놀라운 전투에 역사란 참 묘한 것이다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영웅과 역사, 그리고 이윤기님과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어려운 이름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재미가없는 그런 책이 아니었다.

어려운 이야기도 쉽게 풀어내고, 이해하기 좋게 재미나게 풀어내는 재주를 지니신 분이시기에 어떠한 사람이 읽더라도 무난히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공부하는 학생이 있다면, 꼭 세계사 공부와 함께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유하고 싶은 마음도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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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 1
이윤기 지음 / 민음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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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님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인기를 익히 소문으로 접해 알고 있었으나, 미처 접해볼 기회가 없어 아쉬웠다. 꼭 한번 읽어봐야지 했던 시리즈였지만, 아무래도 어려서부터 흔하게 알고 있는 내용이라 어떤 점이 크게 다를까 싶어 쉽게 손을 내밀지 못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앞서, 후속작인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을 먼저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아쉬웠던 점은 이 책이 고인의 유작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근 2000년전에 쓰인 서양의 고전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정독하고, 그 내용을 발췌하여 조선일보 등의 신문에 연재하던 내용이 책으로 엮어진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사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따로 만나 본적이 없었기에 이미 많이 귀에 익은 영웅들과 새로이 접하는 영웅들의 이야기 모두를 만날 수 있고, 궁금했던 이윤기님의 명성까지 접할 수 있는 책이어서 호기심에 먼저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우선 이 책은 기존에 내가 만났던 고전 번역서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윤기님은 그만의 색깔이 분명하신 듯 했다. 그래서 그토록 팬층이 두터우셨으리라.

처음 접하는데도 우선 술술 재미나게 읽히고, 단순 번역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알고 있는 여러 지식을 총 동원하여 설명해줌으로써, 우리가 미처 모르고 넘어갈 수 있었던 많은 부분들까지 새로이 알게 해준다. 테세우스의 이야기가 그랬다. 많은 부분을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새로이 알게 되었던 부분, 어쩌면 어려서 읽었을 적에는 미성년이 읽기에 부적합한 부분이라 판단되어 생략되었을 수도 있을 미노스 왕비와 황소 괴물과의 사연 등에 대한 이야기 등이 첨언처럼 곁들여져 있었다. 의붓아들을 사랑한 테세우스의 후처 이야기도 처음 듣는 부분이었다. 아니면 어려서 읽었어도 미처 내가 기억을 못했는지 몰라도..

어렸을 적에도 재미나게 읽었던 영웅 이야기였지만 (여기저기서 짜깁기식으로 계속 만나게는 되었다. 워낙 유명한 고전의 영웅들인지라..) 이윤기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보다 한 차원 더 높은 그런 이야기였던 것 같다.

 

또한 컬러 삽화 사진이 많이 들어 있어, 내용의 이해를 한층 더 도와 주는 점이 고마웠다.

알렉산더 대왕으로 알려진 알렉산드로스 (그리스 고유 명사로 제대로 불리우는 표기, 알렉산더는 영어식 표기이다.) 대왕의 일화 역시 너무나 유명한 일화등이 많았고, 거기에 덧 붙여 그의 깔끔하고 간결한 문체 사용 등 미처 몰랐던 부분까지 새로이 알게 해주는 계기가 되는 고마운 책이었다.

 

"네 나라는 네 손으로 찾아라. 내 나라 마케도니아는 아무래도 너에게 너무 작을 것 같구나. " 76p

필리포스왕이 부케팔로스라는 사나운 말을 한 순간에 제압한 아들에게 감격해 한 말이었다. 단락단락 일화만 덩그러니 나오고, 전혀 그 뒷배경이나 자세한 사연이 알려지지 않은 그런 번역서의 아쉬움은 왜 갑자기 필리포스가 자신의 아들을 내치게 되었으며, 또 자신의 아들 알렉산더에게 어떤 감정들을 갖고 있었는지 이해하기가 힘들기 일쑤였는데, 영웅 중심의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의 이야기를 접하다보면, 한 사람의 인물에 대한 자세한 고찰로 그에 대한 궁금증이 자세히 풀리는 듯 하였다.

 

"말하는 요령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말해야 할 때도 잘 아는 법이오." 148p

명망있는 인덕을 갖추고, 스파르타를 강성하게 만든 뤼쿠르고스의 이야기와 동시에 촌철살인에 능한 스파르타인들의 이야기가 줄지어 나오는데, 그 중 인상깊은 대목이었다. 말수가 적은 철학자인 헤카타이오스의 잉ㄹ화로, 이 철학자는 위진 남북조 시대의 청담변론집 <세설선어>에 등장하는 선비 유담의 친구를 떠올리게 하였다 한다. 이윤기님은 이와 같이 동서양의 위인들을 비교하며,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새로이 설명해주고 있었다.

 

미궁의 정복자 테세우스, 세계의 지배자 알렉산드로스, 스파르타의 아버지 뤼쿠르고스, 현자 솔론, 공명한 의인 아리스테이데스로 이어지는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 1권을 순식간에 읽어내고 연이어 바로 2권을 집게 된 걸 보니, 이 책의 흡입력은 여느 소설에 못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었다. 근대의 위인들조차 불후의 명작, 고전으로 뽑는 플루타르코스 영웅 열전에 기반한 내용이자, 이윤기님의 독특한 개성으로 펼쳐낸 서술인지라 이렇듯 재미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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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의 문장 1 - 고대와 현대, 시공을 뛰어넘은 로맨스의 고전
호소카와 치에코.호소카와 후민 글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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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가지 이상씩의 인생을 통틀어  강렬한 인상을 주는 그런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내게는 어떤 만화책이 그랬다.

어릴적, 그러니까 아주 까마득한 어릴 적인 초등학교 1~2학년 무렵에 피아노 학원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며 구석에 놓인 만화책 들을 읽어보다가 우연히 만났던 어느 만화책과의 소중한 만남. 너무나 재미난 그 스토리에 어린 나는 아주 흠뻑 빠져들어서, 나의 무한한 공상이 바로 그 만화에서 새로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스토리와 그림, 대부분이 아직도 생생할 정도로 생각이 나건만, 제목을 기억을 못했던 터라 나중에 커서도 제대로 찾아보지 못하여 너무나 아쉬운 추억 속의 만화였다.

 

그래서 그 만화의 배경이 된 이집트라는 나라에 대해 유독 동경을 갖게 되었고, 초등학교 내내 이집트는 내게 있어 어쩐지 너무나 환상적이고 신비한 그렇게 매력적인 곳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집트와 고고학이라는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많은 이들이 이 책이나 영화 인디애나 존스의 영향을 받았다 말할 정도라니, 나의 그 관심이 극히 주관적인 것만은 아니었나 보다. 오죽하면 하늘에 지는 해를 보며, 어쩐지 난 이집트의 왕녀가 환생한게 아닐까? 하는 망상 들을 늘어놓곤 해서, 수업시간에 친구의 본받을 점을 발표하라는 선생님 말씀에 친구가 벌떡 일어나 "@@이의 상상력을 본받고 싶습니다."라고 말해 모두를 웃게 만들게도 하지 않았던가.

 

나의 수많은 공상의 첫 시초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작품, 그리고 그 이후로도 수많은 책을 읽었으나 이 책만큼 강렬한 인상으로 내 뇌리에 박힌 책은 거의 드물었다.

피아노학원에서 단 한권의 책을 읽고서 이렇게 강렬함을 느꼈는데, 그 이후의 내용에 대한 궁금증은 어떠했을까?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흘러 중학생이 되었고, 서점에서 우연히 낯익은 그림을 다시 보게 되었다. 모 만화 잡지의 부록으로 바로 그 만화책이 얇은 별책부록으로 끼워져 나온 것.

 

어찌나 반갑던지..정말 지나가는 이들 아무나 붙잡고 내 사연을 들려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만화책이나 일반 책이나 직접 사보는 일이 드물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빠가 사는 점프, 챔프 등의 소년 만화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내가 사기가 싫어서 껴서 같이 읽었던 경험이 많음) 그 책을 덥썩 사버리게 된 것은 순전히 그 부록 때문이었다. 운명과도 같은 그 만남때문에..

 

그렇게 또 잠깐을 나와 조우하고, 그 만화는 또다시 뒷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남긴채 내 기억 속에서 잊혀져 있었다. 아니 기억은 나되, 제목이 또 기억이 나질 않아 (헉..이런거 정말 괴로운데..)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만 자리한채 그렇게 꽁꽁 숨겨져있었다.

 

바로 그 만화책을 세번째로 다시 만나게 된 것이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정말 어릴 적 소꿉친구와 다시 못 볼 이별을 했다가 만난 듯. 꿈같이 느껴지는 만남이었다.

그동안 내가 만났던, 읽었던 만화책들은 모두 정식 수입판이 아닌 해적판이라 하였고, 이번에 국내 최초로 정식 수입된 "왕가의 문장"이 바로 원래의 이름이라 하였다. 그 전에는 정말 나일강의 소녀, 람세스 등의 이름으로 만났던 기억이 난다. 다시 떠올려보니 그렇다. 그래서 한때 람세스라는 소설이 나왔을 적에도 그 만화를 떠올리며 읽어봤다가, 그때의 재미가 아닌지라 너무나 아쉬워했던 기억까지도 생생해진다.

 

나만 흥분했던 만화인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꽤나 많은 팬들이 존재하고, 놀라운 것은 1976년에 연재 개시된 이 만화가 아직까지도 종결되지 않았다는 사실.

일본 만화계가 장편 연재가 엄청나게 긴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말 내 나이보다도 오래 연재되고 있을 줄이야..

내가 읽었던 부분은 거의 앞 부분이었는데, 찾아보니 2권부터 보기 시작해, 그 이후 몇권 못되어 보다 말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 책은 1,2권의 내용을 합친 내용인 듯, 앞 부분의 내용은 처음 읽는 내용이었고, 중반부부터는 그림도 내용도 너무나 낯익은 그런 대목이 흘러나왔다.

 

나를 몹시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 간 바로 그 만화 왕가의 문장.

전세계 소녀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그 만화였다더니, 정말 아직도 소녀의 마음으로 읽게 되는 그런 만화다.

1권 발매되자마자 눈에 불을 켜고 하루만에 다 읽어버린 1권. 만화라기엔.. 게다가 30년이 넘은 만화라기엔 소설이라 생각될 정도로 생생하게 재미나게 느껴진다. 물론 아이때 읽었던 감정과 어른이 되어 느끼는 감정이 또 다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 다시 읽어도 재미난 그런 만화다.

 

갈수록 스토리도 독특해지고, 기발한 상황이 많이 발생되는 요즘의 영화, 소설 등에 비추어 보면 평범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당시..그러니까 80년대부터 읽게 되었던 이 만화의 스토리는 정말 아주 쇼킹한 스토리가 아닐 수 없었다.

 

21세기 현대의 고고학자 소녀가 3000년전의 고대 이집트로 건너가 이집트의 왕자 멤피스와 사랑을 나누게 되는 스토리가 그 주요 골자이다.

그 당시에 내게 무척이나 충격적이었던 것은 바로 멤피스와 아이시스가 남매지간임에도 결혼을 할 수 있다는 이집트의 전통이 너무나 놀라운 사실이었고, 타임 슬립은 사실 그 다음의 문제였다. 이 만화를 보고, 남매간의 결혼에 대해 처음 알고 너무나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아뭏든 동생을 너무나 사랑하는 아이시스 여왕과 달리 미래에서 온, 그리고 황금색 머리칼에 하얀 피부를 지닌 캐롤에게 한눈에 빠져드는 소년왕 멤피스의 모습과 카리스마는 다시 봐도 매력적이기까지 했다.

 

요즘의 청춘 드라마에 등장하는 재벌계, 혹은 잘나가는 많은 남성들의 도도하고 까칠한 매력, 바로 멤피스가 그 당시부터 뿜어내던 마성과도 같은 매력이 거기에 있었다.

아이시스의 차랑차랑, 비달사순한 것 같은 머릿결부터 투탕카멘의 미라를 연상케 하는 멤피스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까지.. 잊혀지지 않는 그 모습과 인물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난 만화를 다시 보며 어릴 적, 그 추억 속 시간으로 나 또한 타임슬립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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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Cafe : 한.중.일 가정식 집에서 만나는 라퀴진의 카페 요리 2
라퀴진 지음 / 나무수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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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네이터 전문가 과정과 나만의 카페를 오픈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카페 비지니스 과정 등의 맞춤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라퀴진의 아카데미, 10년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여, 최근 홈카페 라는 이름의 레시피 북을 발간하고, 이번에 두번째 레시피북인 홈카페 2가 소개되었다. 이 책은 특히 한 중 일의 가정식에 초점을 맞춘 요리들이어서 안 그래도 관심 가던 라퀴진 레시피를 드디어 찾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요리책을 좋아해 시중의 다양한 레시피 북을 참고하는 편인데, 예전 어머님 시대에 만났던 요리책들과 달리 요즘 레시피 북들은 좀더 진화된 느낌이다. 에세이 느낌이 뭍어나는 책도 많고, 실제로 인터넷을 통해 인기를 끈 많은 와이브로거 들의 책도 책으로도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이 책의 경우에는 요리 전문가 과정양성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한 책이다 보니 좀더 신뢰가 간다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어쩌면 더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나의 철저한 기우였고, 오히려 밥짓는 법부터 재료 준비하고, 레시피 확인하는 법들까지 꼼꼼하게 소개가 되어, 책을 읽는데 도움을 주고 있었다. 책을 처음부터 꼼꼼이 훑어보니, 홈카페라는 제목에 걸맞게 집에서 해보지 않았던, 먹어보지 않았던 색다른 요리들을, 구하기 쉬운 재료와 양념을 이용해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고마운 책이었다.

 

김치도 여러종,밑반찬도 여러종, 거기에 국과 찌개 등까지 한 상 가득 차려내시던 베테랑 주부님들, 우리 어머님 세대와 달리 요리에 서툴고, 손이 느린 나로써는 한번에 한 두가지 차려내는 것만도 버거워서, 한참을 뚝딱거려도 식탁위에 올려진 반찬은 몇가지 안되기가 일쑤였다. 이런 내 손을 그나마 덜 무안하게 해주는 것이 일품 요리, 한그릇 요리였다. 이왕이면 그 한가지 요리라도 제법 그럴듯하고, 폼나게 차려지면 먹는 사람도 기분 좋고, 차려준 사람도 위안이 되기 마련. 신랑 역시 신혼 초기에 "우리 색시는 일품 요리를 잘해" 라고 말해줬듯이 (요즘은 그나마도 잘 못 해줘서 더 반성중이었음) 내가 바라는 요리 책도 그런 책이었는데, 이 책이 바로 내 기호와 취향에 딱 맞는 그런 책이었다.

 

한중일 가정식이 가진 매력과 장점은 살리면서 재료 본연의 맛과 멋을 끌어내 색다르게 요리합니다. 책에 담긴 모든 메뉴는 한 그릇으로 완성된다는 콘셉트 아래 네 가지 기준을 지켰습니다. 구하기 쉽고 저렴한 식재료, 특별한 조리 도구 없이 밥짓는 일반 가정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조리법, 시판 소스나 양념은 꼭 필요한 것만 사용하는 재료비 경감 준수, 나라별 고유 맛을 살리면서도 서로 맛에 조화를 살린 퓨전 요리도 가미. prologue

 

퓨전까지 섞여 있어선지 굳이 한중일 나라별로 레시피가 구분되지 않고, 손쉽게 소, 돼지, 닭, 해산물, 생선, 채소, 디저트 등으로 재료별로 음식이 구분이 되어 오히려 더 찾기 쉬운 방식으로 구성된 점도 주목할 만했다.  

 

신랑 하는 일이 힘들다고 머리로만 이해를 하고 있다가 막상 이틀 정도 나가 하는 일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지, 또 점심 시간에 제대로 밥 한끼 챙겨먹기 힘든 모습까지 지켜보니, 아침 한상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것은 내 최소한의 의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일이 아닌가 싶은 미안함이 들었다. 사실 아기랑 늦게 잔다는 이유로 미리 밥을 해놓고 자는 일이 허다하고, 반찬도 그냥 간단히 국 하나, 찌개 하나 등으로 떼우고 말았는데, 매번 먹고 싶은 반찬이 없다고 말하는 신랑을 탓하며 무얼 해줄지 모르겠다 고민만하는 것은 내 노력부족이라는 판단이 섰다. 역시 옆에서 지켜보지 않고서는 그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나보다.

 

오늘은 뭐먹고 싶어? 라는 질문에 항상, 입맛이 없다거나, 생각나는게 없네로 답변을 하는 신랑을 떠올리며, 한중일 가정식의 색다른 일품요리들을 하나씩 꺼내주는 재미를 느껴보고 싶어졌다. 간장에 졸인 갈비찜만 먹어봤는데 (그것도 내가 해준 것은 아니었고 ) 가게에서도 판다는, 하지만 안 먹어봤던 매운 갈비찜을 저녁상에 차려내도 좋을 것같았다. 그냥 스테이크가 아닌 일본의 미소를 이용한 미소 스테이크, 스키야키 덮밥도, 쇠고기를 그냥 구워먹거나 불고기 해먹는 것에 비해 색다르게 먹을 수 있는 방안이 될 듯 싶다.

 

책의 원래 취지대로 정말 최소한의 재료와 양념을 구비해도 만들 수 있게 되어 있어서 매 요리를 할때마다 새로운 양념을 살 번거로움이 없어 좋았다.

사실 요리책을 사면, 요리책 값 몇 배의 재료값과 거기에 더 비싸게 들어가는게 몇번 써보지도 못할 특이한 양념들이었는데, 한식이외의 중식, 일식까지 만들면서 이렇게 최소의 양념으로 하는 레시피는 정말 극히 드문 만남인 것 같았다.

 

신랑 입맛 뿐 아니라, 내 잃은 입맛까지 돌려줄 것 같은 군침 도는 레시피들, 오렌지 소스에 버무린 새우튀김은 잘만 만들면 비싼 차이니즈 레스토랑이 부럽지 않을 것 같았고, 전복으로는 죽 끓이는 것 밖에 몰라 아쉬웠는데 리조토도 만들 수 있다니, 한번 싱싱한 전복을 샀을때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우롱차 우유 젤리, 팥빙수 셰이크 등도 손쉬우면서 색다른 디저트로 입가심에 제격일 것 같아, 벌써부터 침이 넘어 간다.

 

홈카페~ 집에서 즐기는 색다른 메뉴들과 고급스러운 맛.

라퀴진이 소개하는 그 레시피를 만나며, 오랜만에 식탁에서 칭찬 좀 들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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