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의 문장 1 - 고대와 현대, 시공을 뛰어넘은 로맨스의 고전
호소카와 치에코.호소카와 후민 글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누구나 한가지 이상씩의 인생을 통틀어  강렬한 인상을 주는 그런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내게는 어떤 만화책이 그랬다.

어릴적, 그러니까 아주 까마득한 어릴 적인 초등학교 1~2학년 무렵에 피아노 학원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며 구석에 놓인 만화책 들을 읽어보다가 우연히 만났던 어느 만화책과의 소중한 만남. 너무나 재미난 그 스토리에 어린 나는 아주 흠뻑 빠져들어서, 나의 무한한 공상이 바로 그 만화에서 새로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스토리와 그림, 대부분이 아직도 생생할 정도로 생각이 나건만, 제목을 기억을 못했던 터라 나중에 커서도 제대로 찾아보지 못하여 너무나 아쉬운 추억 속의 만화였다.

 

그래서 그 만화의 배경이 된 이집트라는 나라에 대해 유독 동경을 갖게 되었고, 초등학교 내내 이집트는 내게 있어 어쩐지 너무나 환상적이고 신비한 그렇게 매력적인 곳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집트와 고고학이라는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많은 이들이 이 책이나 영화 인디애나 존스의 영향을 받았다 말할 정도라니, 나의 그 관심이 극히 주관적인 것만은 아니었나 보다. 오죽하면 하늘에 지는 해를 보며, 어쩐지 난 이집트의 왕녀가 환생한게 아닐까? 하는 망상 들을 늘어놓곤 해서, 수업시간에 친구의 본받을 점을 발표하라는 선생님 말씀에 친구가 벌떡 일어나 "@@이의 상상력을 본받고 싶습니다."라고 말해 모두를 웃게 만들게도 하지 않았던가.

 

나의 수많은 공상의 첫 시초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작품, 그리고 그 이후로도 수많은 책을 읽었으나 이 책만큼 강렬한 인상으로 내 뇌리에 박힌 책은 거의 드물었다.

피아노학원에서 단 한권의 책을 읽고서 이렇게 강렬함을 느꼈는데, 그 이후의 내용에 대한 궁금증은 어떠했을까?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흘러 중학생이 되었고, 서점에서 우연히 낯익은 그림을 다시 보게 되었다. 모 만화 잡지의 부록으로 바로 그 만화책이 얇은 별책부록으로 끼워져 나온 것.

 

어찌나 반갑던지..정말 지나가는 이들 아무나 붙잡고 내 사연을 들려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만화책이나 일반 책이나 직접 사보는 일이 드물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빠가 사는 점프, 챔프 등의 소년 만화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내가 사기가 싫어서 껴서 같이 읽었던 경험이 많음) 그 책을 덥썩 사버리게 된 것은 순전히 그 부록 때문이었다. 운명과도 같은 그 만남때문에..

 

그렇게 또 잠깐을 나와 조우하고, 그 만화는 또다시 뒷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남긴채 내 기억 속에서 잊혀져 있었다. 아니 기억은 나되, 제목이 또 기억이 나질 않아 (헉..이런거 정말 괴로운데..)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만 자리한채 그렇게 꽁꽁 숨겨져있었다.

 

바로 그 만화책을 세번째로 다시 만나게 된 것이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정말 어릴 적 소꿉친구와 다시 못 볼 이별을 했다가 만난 듯. 꿈같이 느껴지는 만남이었다.

그동안 내가 만났던, 읽었던 만화책들은 모두 정식 수입판이 아닌 해적판이라 하였고, 이번에 국내 최초로 정식 수입된 "왕가의 문장"이 바로 원래의 이름이라 하였다. 그 전에는 정말 나일강의 소녀, 람세스 등의 이름으로 만났던 기억이 난다. 다시 떠올려보니 그렇다. 그래서 한때 람세스라는 소설이 나왔을 적에도 그 만화를 떠올리며 읽어봤다가, 그때의 재미가 아닌지라 너무나 아쉬워했던 기억까지도 생생해진다.

 

나만 흥분했던 만화인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꽤나 많은 팬들이 존재하고, 놀라운 것은 1976년에 연재 개시된 이 만화가 아직까지도 종결되지 않았다는 사실.

일본 만화계가 장편 연재가 엄청나게 긴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말 내 나이보다도 오래 연재되고 있을 줄이야..

내가 읽었던 부분은 거의 앞 부분이었는데, 찾아보니 2권부터 보기 시작해, 그 이후 몇권 못되어 보다 말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 책은 1,2권의 내용을 합친 내용인 듯, 앞 부분의 내용은 처음 읽는 내용이었고, 중반부부터는 그림도 내용도 너무나 낯익은 그런 대목이 흘러나왔다.

 

나를 몹시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 간 바로 그 만화 왕가의 문장.

전세계 소녀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그 만화였다더니, 정말 아직도 소녀의 마음으로 읽게 되는 그런 만화다.

1권 발매되자마자 눈에 불을 켜고 하루만에 다 읽어버린 1권. 만화라기엔.. 게다가 30년이 넘은 만화라기엔 소설이라 생각될 정도로 생생하게 재미나게 느껴진다. 물론 아이때 읽었던 감정과 어른이 되어 느끼는 감정이 또 다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 다시 읽어도 재미난 그런 만화다.

 

갈수록 스토리도 독특해지고, 기발한 상황이 많이 발생되는 요즘의 영화, 소설 등에 비추어 보면 평범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당시..그러니까 80년대부터 읽게 되었던 이 만화의 스토리는 정말 아주 쇼킹한 스토리가 아닐 수 없었다.

 

21세기 현대의 고고학자 소녀가 3000년전의 고대 이집트로 건너가 이집트의 왕자 멤피스와 사랑을 나누게 되는 스토리가 그 주요 골자이다.

그 당시에 내게 무척이나 충격적이었던 것은 바로 멤피스와 아이시스가 남매지간임에도 결혼을 할 수 있다는 이집트의 전통이 너무나 놀라운 사실이었고, 타임 슬립은 사실 그 다음의 문제였다. 이 만화를 보고, 남매간의 결혼에 대해 처음 알고 너무나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아뭏든 동생을 너무나 사랑하는 아이시스 여왕과 달리 미래에서 온, 그리고 황금색 머리칼에 하얀 피부를 지닌 캐롤에게 한눈에 빠져드는 소년왕 멤피스의 모습과 카리스마는 다시 봐도 매력적이기까지 했다.

 

요즘의 청춘 드라마에 등장하는 재벌계, 혹은 잘나가는 많은 남성들의 도도하고 까칠한 매력, 바로 멤피스가 그 당시부터 뿜어내던 마성과도 같은 매력이 거기에 있었다.

아이시스의 차랑차랑, 비달사순한 것 같은 머릿결부터 투탕카멘의 미라를 연상케 하는 멤피스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까지.. 잊혀지지 않는 그 모습과 인물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난 만화를 다시 보며 어릴 적, 그 추억 속 시간으로 나 또한 타임슬립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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