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 2
이윤기 지음 / 민음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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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 1권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보다 더 가까운 영웅들의 이야기라 하면 2권은 이제 신화에서 확실히 인간의 세계로 넘어온 영웅들의 이야기라는 느낌이 강하다. 영웅열전의 본문이 끝나고, 나중에 붙은 작가의 나오는 말(맺음말)을 읽으며 책 속 사진들이 출판사에서 마련한 자료가 아닌, 이윤기님이 직접 발로 뛰어 찍은 사진임을 알게 되었다. 이 책들과 그리스 로마 신화를 쓰기 위해 샅샅이 헬레니즘의 흔적을 답사하고 돌아온 이윤기님. "보는 책"을 만들 희망에 부풀었다는 고 이윤기님의 글을 읽고, 또 그 이후에는 딸의 마무리 맺음말을 읽을 수 있었다. 아버지의 신문 연재 당시에 고등학생이던 딸이 이제는 30이 넘어 결혼한 주부가 되어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의 번역을 (아버지의 권유로) 맡게 되었고, 그 이면에는 바로 이 책을 만들고자 하는 아버지의 뜻이 담겨 있음을 뒤늦게 알았다 한다.

 

헬레니즘에서 헤브라이즘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싶어했다는 아버지. 헤브라이즘의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그가 남긴 이 유작은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는 작품이 되고 말았다.

 

너무나 유명한 영웅들의 이야기 속에서 (영웅이라 함은 전쟁 영웅 뿐 아니라 위대한 철학자, 왕들의 이야기 또한 포함된다. ) 우리가 몰랐던 사실도 배우고, 교과서 밖의 새로운 역사를 알게 되는 그 과정은 자못 진지하기까지 하다.  

 



 

스파르타가 페리클레스를 제거하고 싶어했던 것은 당연하다.

 ... 그래서 스파르타인들은 페리클레스의 핏줄에 오염된 피가 흐르고 있다는 말을 퍼뜨렸다.

 ..페리클레스가 스파르타와 내통하고 있다는 근거 없는 소문도 나돌았다.

25세기 전의 아테나이인들이 이러한 공작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결과는 이 소문을 퍼뜨린 스파르타인들의 기대를 완벽하게 뒤집었다.

아테나이인들이 페리클레스를 의심하거나 비난하는 대신, 그를 더욱 신용하고 그를 높이 평가하게 된 것이다.

..페리클레스가 그런 공작의 표적이 되었다는 것은 그가 바로 적이 가장 증오하고 두려워하는 사람이라는 증거이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역사를, 혹은 역사로부터 배워야하는 까닭은 이로써 자명해진다.

18p


 

달달 외우던 세계사의 한토막, 세계사를 배우다보면, 선생님이 간간히 들려주시던 그 교과서 밖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흥미진진해 옛날이야기를 듣듯이 빠져들었던 생각이 난다. 오히려 더 기억에 잘 남았던 정사 외의 역사.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열전이 바로 세계사를 배우는 훌륭한 한 장이 되리라 굳은 믿음이 생겼다. 더욱 재미나게 공부할 수 있는, 아니 이제는 주부가 된 나 또한 흥미로 읽어도 재미난 세계사 속 영웅들의 이야기.

 

수천년 전의 아테나이 인들의 시민 의식 또한 이토록 훌륭할지언대, 이제는 자리잡혔으리라 믿을 현대의 우리는 어떠한가? 많은 사람들이 더이상 여론몰이에 열을 올리지 않는다 해도 아직도 많은 부분, 조작된 보도에 현혹되고, 오해를 하고 그러기를 일삼지 않는가. 사실 걸러지지 않는 보도나 왜곡된 공론 등을 보며, 제대로 된 사실만을 접하기를 바라는게 무리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수천년전의 아테나이 인들을 생각해보면, 정녕 어떤 것이 진리이고 옳은 길인가 하는 생각에 다시 봉착하게 되기도 했다.

 

포에니 전투에서의 카르타고의 패배로 유럽과 아프리카의 역사가 바뀌어버렸다는 말.

사실 한니발이 아프리카 북쪽의 카르타고의 명장이라는 것은, 그가 로마의 대군 스키피오를 무찌르며 승승장구했던 것을 생각하면, 카르타고가 아프리카 지역임이 너무나 그동안 작게 뭍혀져있던 현실이 아닌가 싶어 아쉬웠다. 승자만 기억되는 역사. 그래서 이제는 그리스 로마의 이야기만 전해지는 세상. 온 세상이 백인 우월주의에 휩싸인 것같은 오늘날의 현실 덕에 아프리카의 명장에 의해 그들의 로마가 함락될 수 있었음을 감추고 싶었던 것은 자존심만 남은 그들의 발악일 수도 있었겠다.

추위에 약한 한니발과 군사들이 코끼리 부대를 이끌고 알프스를 넘어 진격했다는 놀라운 역사적 사실을, 왜 교과서에서는 보다 더 실감나게 전해들을 수 없었는지 아쉽기만 했다.

 

승자의 기록만 남아있는 역사여서 그랬는지 몰라도..

 

"저에게는 이 두 아이야말로 세상에 다시없는 보물이랍니다."

"나는 스키피오의 딸로 칭송받고 싶지는 않아요. 그라쿠스 형제의 어머니로 기억되고 싶을 뿐. "150p

 

로마를 승리로 이끈 스키피오. 그 위대한 가문의 딸이었던 코르넬리아는 무척이나 수수하면서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미망인이었다. 보석을 자랑하는 수많은 귀부인들 사이에서 조용히 미소만 짓고 있다가 보석을 자랑해보라는 다른 귀부인들의 권유에 아들 둘을 자랑스레 데려왔다는 그 일화가 훈훈하기만 하다. 요즘 세상에도 수많은 위인과 그 부모의 이야기 속에서 만나봤던 그 코르넬리아의 이야기를 또 다시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에서 만나 볼 수 있었다. 그라쿠스 형제는 서민의 편에 선 지도자였기에 두 형제 모두 결국은 반대파에 의해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어야하기는 했지만, 그 이름만은 영원히 길이 남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윤기라는 그 분의 이름에 열광하는 이유를.. 그 분의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유명한 고전의 번역을, 유명한 번역가가 한다는 것에 많이들 비중을 두고, 삼국지 역시 누구의 삼국지냐에 따라 그 읽는 감흥이 달라진다고들 하던데..이윤기님의 책은 확실히 색채가 남다르다. 단순 번역이 아닌 그분만의 각색으로 더욱 되살아나는 느낌이 강했던 역사 속 영웅들의 이야기.

 

그분의 책으로 나는 카이사르를 생생히 다시 만났고, 미화된 소크라테스만 보다가, 코가 뭉툭하고 못생긴 모습의 (아마도 이 모습이 실제 모습일..) 소크라테스의 사진에 또 놀라기도 하였고, 아프리카와 유럽의 역사가 바뀌었을 수 있다는 그 놀라운 전투에 역사란 참 묘한 것이다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영웅과 역사, 그리고 이윤기님과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어려운 이름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재미가없는 그런 책이 아니었다.

어려운 이야기도 쉽게 풀어내고, 이해하기 좋게 재미나게 풀어내는 재주를 지니신 분이시기에 어떠한 사람이 읽더라도 무난히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공부하는 학생이 있다면, 꼭 세계사 공부와 함께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유하고 싶은 마음도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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