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기린의 말 - 「문학의문학」 대표 작가 작품집
김연수.박완서 외 지음 / 문학의문학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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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할 10 명의 작가들의 단편문학집, 그 안에서 박완서님의 이름을 발견하고 특히나 더 반가웠다. 깊은 밤, 기린의 꿈이라는 제목이 김연수라는 다른 작가님의 소설이었음에도 나는 사실 박완서님의 글이 가장 기대가 되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근래에 읽은 그분의 몇 작품을 만나다보니 새로운 작품에 목말라했고, 더 많은 그분의 글을 읽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책과의 만남.

 

깊은 밤 기린의 꿈으로 나는 내처 다음 글을 읽지 못하고 한동안 묵묵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누가 하는지 모르고 시작되었던 독백, 부모님이 자신들을 동물원에 버리려 데려갔다는 쌍둥이들의 생각. 그 이야기는 그들의 동생 이야기가 나오면서 조금씩 윤곽을 잡아간다. 그리고 아이의 성장과 더불어 발견된 자폐 증세는 부모에게 큰 고통이 되어 자리하게 된다.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이 되어 비로소 시인이되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엄마는 시인이 되지 못하고 결국 내성적인 쌍둥이와 말 못하는 자폐아의 엄마가 됐다.

어떤 여중생이 나중에 어른이 되면 내성적인 쌍둥이와 말 못하는 자폐아의 엄마가 되려는 꿈을 꾸겠는가.

엄마는 자신의 인생이 완전히 실패했다 생각했다.

엄마는 다시 시동을 걸었다.

 

24p 깊은 밤, 기린의 말, 김연수

 


 

어린 아들을 두고 있어서 자식을 둔, 특히 어린 아이를 둔 엄마의 마음이 더욱 절절히 와 닿았다. 내 아이가 제발 건강하기만을 바라는 것.

아이를 임신하고 똑똑하기를, 성격이 어떻기를 바라기에 앞서서 가장 바라는 것은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는 것이었다. 너무나 눈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말을 하지 않고 평범하지 않게 자란다는 사실을 알고 부모는 벽에 부딪힌 심정이었을게다. 아니, 사실 그 고통을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깊은 밤 어느 날 아이와 후라이드 치킨을 먹고 온 엄마, 엄마는 그날을 계기로 시라는 것을 다시 쓰기 시작한다. 온전히 새로 시작된 인생. 꽉 막힌 줄 알았던 벽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아이와 기린과의 만남. 유독 기린이라는 단어에 좋아라하고, 또 아이가 처음으로 관심을 보인 동물이었기에 부모는 하나의 희망처럼 둘의 만남을 기뻐하였다. 나중에 결말에 밝혀지는 사실로 부모의 가슴에 특히 아빠의 가슴에 또 한번 피멍이 들었겠지만, 아무리 그렇다한들 아이에게서 너무나 소중할 기린을 떼어놓아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깊은 밤, 기린의 말. 그들의 눈, 그들의 대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저려왔다. 아이의 행복을 기원하는 부모의 마음을 그 누가 대신 헤아릴 수 있으랴..

 

가볍게 읽고 웃어넘길 수 있는 글들이 아니라, 한편한편의 단편이 모두 깊이가 있고, 생각에 빠지게 하는 글들이었다. 묵직한 무게감에 가슴이 무거워지기도 하는 그런 글들. 하지만 그래서 좋은 점도 있었다. 그저 읽고 나서 포르르 날아가버리는 그런 얄팍한 글들이 아니었음에 짧은 글이 긴 생각이 되어 머리 속 한 구석에서 재 탄생되는 듯 하였으니 말이다.

 

박완서님의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에서는 며느리와 시어머니와의 보이지 않는 대결 같은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겉으로 보면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아니, 신경쓸것 없게 느껴지는 고부간의 관계 하지만 식모처럼 불려가는 그날이 되면 날카로워지는건 정작 갱년기인 당사자다. 남편은 흘려듣고, 어머님은 날이 선다. 박완서님 특유의 화법으로 정말 주위 이야기를 듣듯 생생하게 전해들을 수 있다는게 이 소설의 인상깊은 점이었다.

 

이청준님의 이상한 선물은 어느 마을의 사건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마치 봇물 터지듯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장하면서 그 이상한 선물은 대체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글이었다.

 



 

단 한 조각의 마지막 퍼즐 조각을 완전하게 맞추기 위해 퍼즐 게임은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생은 , 생의 에너지는, 결핍을 채우려는 불완전한 욕구로 허덕일뿐이다.

그게 인생과 퍼즐판의 차이다.

아무도 모를 것이다.

퍼즐을 하는 여자의 내면에 쌓이는 아귀 맞지 않은 욕망의 조각들을.

 제자리를 아직 기다리고 있는 유예된 증오의 부스러기들을.

 

167p 퍼즐, 권지예

 


 

깊은 밤 유난히 날카롭게 울던 아기 울음소리가 고양이 울음소리임을 알고 깜짝 놀란 적이있었다. 정말 너무나 흡사했기때문이었다. 퍼즐 속 주인공 역시 고양이에 의한 시달림을 받는다. 좋아하지 않는 고양이가 유난히 그녀를 괴롭힌다. 강제로 지웠어야 하는 아기들, 그녀 가슴에 남은 봉분 세개가 그녀를 평생 옥죄이게 만들었다.

 

완성도가 높은, 10편의 작품들 중에서 유독 여성 작가분들의 글들이 더 흥미롭게 느껴졌던 것들은 공감하거나, 혹은 대신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을 찾을 수 있어서였는지 모르겠다. 소설 전체를 공감한다기 보다 소재 같은 것에 공감한달까? 조경란님의 파종, 이명랑님의 제삿날 등 역시 그런 맥락에서 최일남님의 국화밑에서보다 조금더 편하게 읽었던 글이기도 했다. 제삿날의 서로가 서로에게 떠밀며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대목에서는 나조차도 발끈하게 되었지만 몰랐던 반전이 밝혀지는 결말은 두 여인의 단단한 결속을 대변해주는 속시원한 결말이 되었다. 

 

짧아서 읽기에 부담이 없지만, 그럼에도 각 작가의 독특한 느낌을 강하게 풍겨주는 내공이 깊은 글들, 오랜만에 멋진 단편집의 향기에 흠뻑 취해들었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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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 밥상 - 맛있는 일본 가정 요리
성민자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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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도 좋아하지만, 다양한 나라 음식을 좋아하고 특히나 일본 요리는 정갈한 음식과 더불어 내가 좋아하는 양식류까지 두루 섭렵할 수 있어 무척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나 일반 시중 음식이 아닌 일본 가정식에 대한 요리책이라니 예전에 도쿄 가정식에 대한 다른 책을 읽어봤음에도 또다시 구미가 동했다. 밥상에 올리는 메뉴가 일정하다 보니 새로운 입맛에 따라 가끔 특별한 요리를 상에 올리고 싶을때 우리나라 식단과 많이 흡사하면서도 어딘가 다른 일본 가정식을 만들어 상에올리면 반응이 좋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스피드로 간단히 만들 수 있는 메뉴가 의외로 많아 나처럼 요리에 서툰 초보 주부들 (초보딱지는 앞으로도 몇년이나 지속될 것인지..) 에게는 무척 반가운 레시피가 아닐 수 없었다. 간단해보여도, 또 우리 입맛과 많이 다르지 않으면서도 차려놓으면 무척 예쁘고 정갈한 밥상이 되는 일본 가정식. 보기 좋은 사진과 더불어 찬찬한 레시피는 따라하는 재미까지 쏠쏠히 심어주었다.


일본에 거주하면서 습득하게 된 레시피 노하우(특히나 일본인 시어머니께 전수받은 맛있는 레시피모음이기에 더욱 소중한)를 소상히 알려준 작가분 덕분에 책은 작가님의 마음과 정성을 담아 무척이나 두꺼워졌고, 덕분에 독자들은 마치 선물받은 느낌으로 행복한 요리의 세계에 마음껏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사실 신혼이라기에는 결혼한지 한참 되었고, 지금쯤이면 요리가 손에 익을 만도 하건만 아직도 초보딱지를 못 뗀 내게는 요리책이 정말 반가운 친구가 아닐 수 없기에, 이 책을 만나고 나니 일본 가정식으로 행복한 밥상을 차려볼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난다

아직 아기가 어려서 매콤하게 조리한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 그래서 매운 요리를 좋아하는 신랑 반찬과 아이 반찬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데 주부들에게는 사실 좀 번거로운 일이기도 하다. 어느 날 오후 장볼 반찬도 똑 떨어지고 방사능 비때문에 장보러 나갈 상황도 못되어 집에있는 반찬과 식재료로 끼니를 해결해야할 날이 있었다. 아이 반찬으로 무엇을 해주어야 하나? 여느때와 같은 고민을 하다가 마침 읽고 있던 고베 밥상이 떠올랐다. 아이가 먹을 만한 메뉴도 있을 거라는 확신으로 책을 찾다 보니, 멸치 볶음밥이라는게 눈에 띈다. 보통 집에서도 잔멸치를 물에 불려 (유아에게는 짜니까) 볶은 후 주먹밥은 몇번 만들어줘봤는데 아예 밥에 넣고 볶는다는 생각은 못해봤다. 게다가 들어가는 재료도 실파 정도가 추가 될 뿐이라 정말 간단하였다. 이렇게 해도 맛이 날까? 싶게 말이다.



어쨌거나 우선 도전은 해보았고, 책에 나온 레시피는 성인 기준이라 멸치가 상당히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아이 기준으로 밥양에 비해 멸치 양을 확 줄여서 적게 넣었다. 그리고 쪽파가 없어서 대신 대파를 잘게 썰어서 넣었고, 마늘 등을 추가할까 하다가 책에 나온 레시피의 맛이 궁금해 그대로 따라 조리해봤다. 그랬더니 약간 비릴 줄 알았는데 비리지도 않고 아이도 생각보다 제법 잘 먹었다. 맛을 보기 위해 나도 좀 먹어봤는데 멸치와 파 만으로 이런 맛이 나온다는게 신기할 정도였다. 파의 풍미가 멸치의 비린 맛을 잡아주었달까? 평소에 파를 넣어서 이렇게 조리할 생각을 못하고 주로 양념으로만 써왔는데, 보통 두가지 정도의 심플한 재료를 잘게 썰어 볶는다는 일본식 볶음밥은 새로운 만남이었다. 아이 요리책이 아닌 일본 가정식 책으로 유아 반찬까지 한끼 해결하니 더욱 마음이 든든.


맛있어 보이고 정갈해보이는 메뉴가 무척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해보고 싶은, 먹어보고 싶은 메뉴가 바로 연근 버거였다.

고기는 하나도 들어가지 않고 연근과 오트밀 등으로 만든 버거. 사실 말만 들으면 어떤 맛일지 기대가 되지 않는다. (내가 워낙 육식을 좋아해서 말이다.) 그리고 마이크로비오틱 식단에 관련된 여러 종의 책이 있었음에도 사실 직접 시도해본 적은 없었다. 힘들여 만들었다가 실패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으로 말이다. 그 두려움을 떨쳐내게 만든것이 바로 저자의 설명이었다. (바로 이런 생생한 체험담이 뒷받침되면 주부들은 따라할 용기를 갖게 된다.) 모 마크로비오틱 식당에서 먹어본 연근버거가 정말 너무 맛있어서 그 맛을 재현하기 위해 집에서 노력한 결과 얻어낸 자기만의 노하우 레시피라는 것.

아, 놀라운 맛인 그 연근 버거의 맛이 정말 궁금해졌다. 오트밀 (귀리)을 한번도 구매해본적이 없어서 (항상 요리하기 전에 집에 없는 재료들이 발목을 붙잡는다) 아직 못 해보았지만, 꼭 그래도 연근버거는 해보고 싶다. 가족들과 함께 고기가 아닌 연근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특히나 우리 아기 건강을 위해 연근으로 맛있는 버거를 만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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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집 - 예 교수의 먹고 사는 즐거움
예종석 지음, 임주리 그림 / 소모(SOMO)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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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맛집 탐방을 즐기고, 맛집 관련 리뷰, 책 등을 찾아 읽는 사람이라 맛집에 대해 나도 관심이 꽤 높다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나는 그런 축에 끼지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먹고 사는 즐거움에 대해 참으로 들려줄 말이 많은 예교수님의 책.

미식을 사랑하는 아버지, 요리 솜씨가 좋은 어머니의 영향 아래에 각종 진미를 맛보기 좋았던 1950,60년대의 부산에서 생활을 하였던 터라 저자분이 풀어놓는 음식 이야기는 내가 생각하는 아주 한정적인 범위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야말로 방대하기 이를데 없다.

당시에는 흔하게 포장마차에서 팔았다는 각종 고래 고기를 어려서부터 사먹었을 뿐 아니라 최고의 미각을 자랑하는 아버지 덕에 일본 총독부에서 근무했던 요리사의 음식점에서 지금 맛보기도 힘들 그런 일식 요리를 맛보고 자랐기 때문이었다.

 

최고의 맛집, 최고의 입맛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있겠지만 사실 맛집이야기라는 것이 다루기가 쉬울 것 같아도 무척 어려운게 사실이다.

평범한 블로거인 나 또한 언젠가 맛집 카페에서 내가 다녀온 맛집 이야기를 올렸다가, 긍정적인 댓글들 외에도 형편없는 경험을 하고 왔다는 식의 나무라는 댓글이 달려 당혹스럽기도 했기 때문이다. 블로거나 글을 쓰는 작가님들이나 하나같이 염두에 두고 글을 쓰는 점이 바로 그 점이다. 모두가 제각각인 입맛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최상의 맛집을 찾기란 정말 힘들다. 게다가 막상 최고의 맛집을 올린다 치더라도 가격이 너무 비싸서 글을 읽는 서민들이 찾아가기 힘든 곳들도 많기 때문이다. 작가분은 그런 고민 끝에 제철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게 만들어내는 집들부터 차근차근 소개를 하고 있다.

 

맛집, 음식에 대한 포스팅이다 보니 먹음직스러운 음식 사진이 커다랗게 자리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사진은 드문 책이었다.

아마도 작가분의 풀어내고픈 글들이 많아 눈길이 가는 사진을 아예 극도로 줄인게 아닌가도 싶었지만, 그래도 보는 즐거움이 배가 되는 음식 사진이 드문 것은 어쩔수 없는 아쉬움이었다.

 

맛있는 음식, 그리고 식당에 대한 이야기를 함에 있어서 일반 서적과 크게 차이가 나는 점은 그 음식에 대한 기원과 일화등을 재미나게 싣고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모르고 있던 부분도 상당히 많이 알게 되었다. 꽁치 말린 것이 과메기라고 알고 있었던 것이, 사실은 청어를 말린 것에서 과메기가 시작되었다는 것과 그 청어가 드물어지면서 꽁치로 대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경상도 지방에서 멸치 대신 육수를 낸다는 디포리도 멸치보다 조금 큰 새로운 어종으로 알았더니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밴댕이란다. 바로 그 밴댕이를 말린 것들 띠포리라고 부른다 해서 아하~ 하고 무릎을 쳤다.

 

밥집 책을 읽으며 내심 기대했던 사실 중 하나는 우리 지역 맛집이 혹시 나오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하지만, 맛집 카페나 일반 책들을 봐도 알 수 있듯 내가 살고 있는 대전지역에는 유명한 음식이 그다지 없는 듯 하다. 아쉽게도 이 책에도 대전지역의 맛집은 언급이 되지 않았다. 전국의 맛집을 다루고 있다 해도 꽤 많은 부분이 서울의 맛집을 다루고 있다. 서울에서 몇년 살아봐 알긴 하지만, 확실히 전국 팔도의 사람들이 빼곡히 몰려든 곳이라 그만큼 유명한 맛집도 많고, 맛집을 찾는 이들도 어느 지역보다 많기때문에 어쩔 수없는 결과일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밥집 책임에도 레시피까지 등장한다. 물론 방풍 죽에 한해서였지만, 얼마나 맛있는 음식을 찾는이이고, 관심이 높은지를 대변해주는 대목이라 소개하고 싶다. 조선 중기의 천재 허균이 저술한 우리나라 최초의 음식 품평서 <도문대작>을 보면 향기가 입에 가득하여 3일동안 가시지 않는다 라고 방풍죽을 설명하고 있다 하였다. 이외 <증보 산림경제>, 최남선의 <조선 상식> 등의 옛 요리서에서는 흔하게 방풍죽의 흔적이 발견되고 평양냉면,진주 비빔밥 등과 더불어 지방의 유명 음식으로 소개되어 있을 정도였다 한다. 지금은 흔적을 찾기 힘든 먹거리라 식당을 찾아보았으나 파는 곳을 알 수 없어 직접 집에서 쑤어보았다면서 최근의 농촌 진흥청에서 나온 레시피를 소개하고 그 맛을 품평하였다. 입안에 은은한 향내나 감도는 것이 참으로 아취가 느껴진다 라고 말이다. 나 또한 맛있는 요리에 대한 책을 읽으면 어떻게든 맛을 보고 싶어 안달하는데 확실히 저자분의 단계는 나보다 몇 수위임을 알 수 있었다.

 

집근처 맛집이 없어 아쉬웠지만 전국 여행을 다니게 될때 부모님을 모시고, 혹은 남편, 아이와 함께 찾아가고픈 맛집들을 꼽아둘 수 있어 무척 유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라도에 가면 그 유명한 전라도 진미들을 꼭 맛보고 싶었어도 어느 집이 유명한지 몰라 망설이곤 했는데 교수님이 추천해주는 순천의 대원 식당은 한상 떡벌어지는 상차림임에도 어느 한가지한가지가 모두 나무랄데 없는, 아니 전문점 뺨치고도 남을 솜씨라니, 부모님 모시고 꼭 찾아가고픈 맛집이었다.

젊은 세대의 입맛보다는 좀더 원숙한 입맛을 소개하시는 맛집들이 많았는데, 그래도 밀탑이라는 간단치 않은 빙수 맛은 서울 살면서도 못 본 맛이라 다음에 놀러갈때 꼭 그 시원한 맛을 즐기고 싶게 만들어주었다.

 

같은 맛집을 다녀오고서도 어떻게 품평을 하느냐에 따라 가고 싶은 곳이 되느냐 아니냐가 갈리는 것 같다. 한끼 밥상에 밥을 해석한다라는 책 뒷 표지의 인상적인 문구처럼 밥상 위의 모든 것이 작가님의 맛있는 인생을 통해 술술 풀어져 나와 읽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덕분에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몹시 허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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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친구할래?
아순 발솔라 글.그림, 김미화 옮김 / 풀빛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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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2개월, 네살난 우리 아이에게는 친구가 딱 한 명 뿐이다. 어린이집이나 문화센터 등을 다니지 않고, 놀이터에도 자주 데려가 놀지를 않으니 아이가 또래 아이들을 사귈 기회가 거의 없었다. 6개월 빠른 엄마 친구 딸이 집근처에 살아서 유일하게 그 친구만 편하게 만나 자주 노는 사이가 되었다. 그래도 아직은 같이 어울리는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다. 아이가 언제고 유치원에 들어갈테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두루두루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에 친구와 우정에 관한 그림책들을 자주 찾게 된다. 그래서, 만나게 된 또하나의 명작, 우리 친구 할래?

 

이 책은 스페인 작가 아순 발솔라님의 작품으로 1978년에 스페인 아동문학상과 스페인 최고의 일러스트레이션 작품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맑고 투명한 수채화로 그려진 풍경과 동물들이 선명한 색채감과 더불어 눈에 띄는 작품이다 했는데 역시 최고 상을 수상한 작품이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겨울잠을 자고 난 고슴도치는 주위를 둘러봐도 혼자뿐이라, 외로움을 느낀다. 토실토실한 땅딸보에 몸은 온통 가시투성이인 고슴도치.

만나는 친구마다 고슴도치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도 않고 부리나케 도망을 가버린다.

삐죽삐죽 자기를 찌를 것 같은 고슴도치의 가시가 무서웠고, 가시로 자신을 위협할까 겁이 났던 것이다.

 

고슴도치의 내면의 마음은 들여다보지 못한채 그렇게 동물들은 고슴도치를 외면하고 만다. 심지어 고슴도치와 많이 닮아 기대를 했던 들쥐조차도 말이다.

 

알록달록한 꽃들과 향긋한 향기, 초록빛으로 반짝이는 풀밭과 숲에서 들려오는 천 가지 소리 숲속 어디에서든 숨바꼭질하는 노란 태양.

모든것이 정말 아름다웠고 고슴도치를 기쁘게 했지만 모두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한 고슴도치는 그저 언제나 흐느낄 따름이었다.

 

친구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대한 상처와 두려움. 고슴도치의 마음이 그대로 닫혀버릴까 걱정이 되었는데, 어느 화창한 날 고슴도치가 부딪힌 아주 딱딱한 무언가가 그와 그가 바라보는 세상을 변화시킨다.

 

친구딸은 우리 아기보다 뭐든 빨랐다. 말도 빠르고, 걷는 것도 당연히 빠르고.. 그리고 유치원에도 아주 일찍 (바로 올해에 )들어갔다.

또래들에 비해 뭐든 빠른 친구 딸이 또래 아가들에게 같이 놀자고 말을 해도, 대부분의 아이들, (아마도 우리 아이 또래거나 몇개월 빠를) 은 혼자 노는데 익숙해서, "아니 혼자 놀래." 하며 거절하곤 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예민한 친구 딸이 유치원에서 꽤 상처를 많이 받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무척이나 가슴 아파했고, 선생님이나 엄마가 나서서 어찌할 수 있는게 아니라 아이들이 크기를 바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좀더 빠른 아이가 받을 상처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친구할래? 라고 어렵사리 이야기를 꺼냈는데 거절당한다는 것.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까. 외면의 가시가 아닌 마음 속이 만신창이가 되었을 고슴도치가 떠올랐다.

우리 아이도 아직은 어려서 친구보다 혼자 놀기를 더 좋아한다. 좀더 지나면 심심해서 친구들이랑 놀고 싶어할때가 오려는지..

어른들이 잘 놀아주어 (잘 놀아주는것도 아닌데, 암튼 주위에 있기는 하다. 예를들어 게으른 엄마인 나같은..) 그런지 몰라도 또래 친구를 자주 못 만나 그런지는 몰라도 친구의 소중함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유치원 내년에 갈까? 라고 물어도 "집에 있을래요. 혼자 놀거야." 하고 말하는 아이를 보며 엄마도 슬며시 걱정이 되었다.

공부 자라는 바램보다도 아이가 친구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고 좋은 친구도 많이 사귈 수 있는 아이가 되길 먼저 바라는 마음이기에 친구와 사귀는 것에 대한 두려움 걱정을 더이상 갖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상처를 준 친구들보다도 고슴도치의 진정한 내면을 들여다본 단짝 친구를 만나게 되었듯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좋은 친구와 인연이 닿아 행복한 아이로 자라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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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 자화상에 숨은 화가의 내면 읽기
전준엽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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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좋아했던 그림이고 미술이건만, 막상 전시회에 가면 어렵게만 느껴지는 작품들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 몰라 막막함을 느끼곤 했다. 그래서 미술작품 감상에 대한 책들을 몇권 읽어보기도 했지만, 아직도 미술작품에 대한 내 감상은 가야할 길이 멀다. 어떤 책에는 화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깊이 통찰하려 노력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느껴지는 감상 위주로 편하게 이해하라는 설명도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갈망하는것은 대체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이 작품을 만들었던 것일까? 하는 요점이다.



나는 누구인가

프리다칼로의 자화상이 언뜻 보이는 이 작품은 화가 전준엽님이 설명해주시는 31편의 자화상을 그린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 모음이다. 자화상을 그린 화가의 속마음을 들여다봄으로써 (역사적 사건, 사실 등을 바탕으로 작가분이 재구성한 픽션의 독백이 등장합니다.) 화가의 그림을 이해하는데 보다 더 도움을 주는 그런 책이다.



자화상이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반 고흐의 귀가 잘린 자화상부터 작품의 설명이 시작된다. 그리고 고갱, 루소, 달리, 카라바조, 얀 반 에이크 등 이름만 들어도 당대 최고의 화가임을 알 수 있는 이들의 이름이 자화상이라는 주제로 31편이나 소개되는 것이다. 하나하나의 칼럼을 읽는 느낌으로 재미나게 읽고 있다가 전혀 몰랐던 사실들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며 책에 흠뻑 빠져들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르네상스 시대의 미켈란젤로와 이름이 같아 지역명인 카라바조로 불린 미켈란젤로.

짧은 생을 마감한 그는 작가가 서양 미술 사상 최고의 천재라고 할 정도로 뛰어난 인물이었다. 나는 미처 몰랐던 사실이었지만..

회화의 극적 구성이나 인물 표현에서 그를 능가하는 화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표정의 생생함은 그 누구도 따라 잡을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해 있다. 그는 당대에 이미 천재성을 인정받았고, 덕분에 살인까지 저지르는 망나니 같은 행태를 일삼았지만 용서를 받았다. 61p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이라는 이 놀랍고도 끔찍한 그림은 사실은 그의 이중 자화상이라 한다. 다윗의 모습은 자신의 젊은 시절 모습을 상상으로 그린 것이고, 참수당한 골리앗의 머리는 재능만 믿고 방탕하게 삶을 허비한 오만하고 어리석은 자의 표정인 바로 만년의 자기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 비슷한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다.

천사와 악마 그림이라고 했던가? 최후의 심판 그림이었던가? 화가가 최고로 선한 표정의 모델과 최고 악한 사형수의 모델을 각각 구해 그림을 그렸는데 알고보니 그 사람이 젊은 시절에 천사의 모델이 되고, 늙어서 악마의 모델이 된 동일인물이었다는 이야기. 마치 이 이야기와 복사본처럼 닮아있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고,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알게 해주는 재미가 이 책 속에 담겨 있었다. 배경을 검고 어둡게 만들어 인물을 빛이 나게 만들어주는 서양 회화 기법또한 카라바조가 처음 창조해낸것이라고 하니 무척이나 놀라웠다.

또한 천재적인 카라바조의 영향을 받은 후대의 화가 중에 드물게 눈에 띄는 여성 화가 젠틸레스키가 있었다. 철저한 남성 우월주의 풍토 속에 그림을 그려낸 그녀의 작품. 그녀에게 그림을 가르치라 부탁받은 이는 아버지의 친구인 화가였는데, 그는 어린 그녀에게 1년에 걸쳐 몹쓸짓을 하고 말았다. 분노한 그녀의 아버지가 재판을 걸고, 재판에서 승리하였으나 군중과 심지어 재판관조차도 그녀의 편이 아닌 철저히 남자의 편이었다

분노한 그녀의 작품 속에그녀의 의지가 담겨 있다. 카라바조의 유디트에 비교되는 그녀의 유디트.

바로 여전사로 분장된 유디트의 얼굴이 젠틸레스키 그녀 자신의 자화상이고 목을 잘린 적장은 그녀를 강간했던 타시의 얼굴을 그대로 넣어 피렌체 시민들을 경악케했다.

통쾌한 그림의 복수.



자화상이 주는 놀라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엄청난 재능을 타고났음에도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은 귀족들에 비해 천대받고, 무시당하는 일이 허다하였다. 그래서 그들 스스로 자신의 지위를 높이고자 유명한 위인들 특히나 성경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로 자신을 살짝 그려넣음으로써 자신의 지위를 올리고, 화가의 지위 자체를 올려보고자 노력한 이들이 많았다. 혹은 과감히 작품 속에 은유적으로 자기를 그려넣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그려넣은 방법도 눈에 띈다.

사실적으로 그려진 많은 그림들을 보면서, 전부가 상상은 아닐거라 생각했지만 화가의 자화상이 이렇게 숨어있는 줄은 미처 몰랐기에 다시 놀라운 눈길로 그들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대작 속에 자신을 숨겨 넣은 방법, 또 그 작품이 가장 충격적인 방법으로 소개될 사람은 바로 또다른 미켈란젤로 우리가 잘 아는 최후의 심판의 화가 미켈란젤로가 아닐까 싶다.

자신을 살가죽으로 표현해낸 충격적 사실이랄까. 그 누가 그 살가죽이 미켈란젤로라 생각할 수 있었겠는가.




하나님이 특별히 준 재능을 인간의 욕심을 채우는데 낭비한다는 생각때문에 그리스도 앞에 서는 날에 자신은 어떤 심판을 받을 것인가 하는 데 대한 공포가 있었다. 예술가로 대접받으면서 살았지만 신의 영광을 증명하는 진정한 의무를 다하지 못한 삶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은 성자의 껍질같은 존재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107p



나만 몰랐던 사실들일수도 있었지만 책 속에는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고, 그림 속에 묻힌 이 이야기를 살려낸 작가의 설명이 정말 고맙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최후의 심판 속 미켈란젤로의 자화상과 그 이야기를 다시는 잊지 못할 것이고, 한 천재 여성 화가의 애환이 담긴 그림과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카라바조의 그림이 책을 덮고도 계속 머릿속에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책 속 재미난 그림과 이야기들을 같이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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