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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 밥상 - 맛있는 일본 가정 요리
성민자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11년 3월
한식도 좋아하지만, 다양한 나라 음식을 좋아하고 특히나 일본 요리는 정갈한 음식과 더불어 내가 좋아하는 양식류까지 두루 섭렵할 수 있어 무척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나 일반 시중 음식이 아닌 일본 가정식에 대한 요리책이라니 예전에 도쿄 가정식에 대한 다른 책을 읽어봤음에도 또다시 구미가 동했다. 밥상에 올리는 메뉴가 일정하다 보니 새로운 입맛에 따라 가끔 특별한 요리를 상에 올리고 싶을때 우리나라 식단과 많이 흡사하면서도 어딘가 다른 일본 가정식을 만들어 상에올리면 반응이 좋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스피드로 간단히 만들 수 있는 메뉴가 의외로 많아 나처럼 요리에 서툰 초보 주부들 (초보딱지는 앞으로도 몇년이나 지속될 것인지..) 에게는 무척 반가운 레시피가 아닐 수 없었다. 간단해보여도, 또 우리 입맛과 많이 다르지 않으면서도 차려놓으면 무척 예쁘고 정갈한 밥상이 되는 일본 가정식. 보기 좋은 사진과 더불어 찬찬한 레시피는 따라하는 재미까지 쏠쏠히 심어주었다.
일본에 거주하면서 습득하게 된 레시피 노하우(특히나 일본인 시어머니께 전수받은 맛있는 레시피모음이기에 더욱 소중한)를 소상히 알려준 작가분 덕분에 책은 작가님의 마음과 정성을 담아 무척이나 두꺼워졌고, 덕분에 독자들은 마치 선물받은 느낌으로 행복한 요리의 세계에 마음껏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사실 신혼이라기에는 결혼한지 한참 되었고, 지금쯤이면 요리가 손에 익을 만도 하건만 아직도 초보딱지를 못 뗀 내게는 요리책이 정말 반가운 친구가 아닐 수 없기에, 이 책을 만나고 나니 일본 가정식으로 행복한 밥상을 차려볼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난다
아직 아기가 어려서 매콤하게 조리한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 그래서 매운 요리를 좋아하는 신랑 반찬과 아이 반찬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데 주부들에게는 사실 좀 번거로운 일이기도 하다. 어느 날 오후 장볼 반찬도 똑 떨어지고 방사능 비때문에 장보러 나갈 상황도 못되어 집에있는 반찬과 식재료로 끼니를 해결해야할 날이 있었다. 아이 반찬으로 무엇을 해주어야 하나? 여느때와 같은 고민을 하다가 마침 읽고 있던 고베 밥상이 떠올랐다. 아이가 먹을 만한 메뉴도 있을 거라는 확신으로 책을 찾다 보니, 멸치 볶음밥이라는게 눈에 띈다. 보통 집에서도 잔멸치를 물에 불려 (유아에게는 짜니까) 볶은 후 주먹밥은 몇번 만들어줘봤는데 아예 밥에 넣고 볶는다는 생각은 못해봤다. 게다가 들어가는 재료도 실파 정도가 추가 될 뿐이라 정말 간단하였다. 이렇게 해도 맛이 날까? 싶게 말이다.
어쨌거나 우선 도전은 해보았고, 책에 나온 레시피는 성인 기준이라 멸치가 상당히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아이 기준으로 밥양에 비해 멸치 양을 확 줄여서 적게 넣었다. 그리고 쪽파가 없어서 대신 대파를 잘게 썰어서 넣었고, 마늘 등을 추가할까 하다가 책에 나온 레시피의 맛이 궁금해 그대로 따라 조리해봤다. 그랬더니 약간 비릴 줄 알았는데 비리지도 않고 아이도 생각보다 제법 잘 먹었다. 맛을 보기 위해 나도 좀 먹어봤는데 멸치와 파 만으로 이런 맛이 나온다는게 신기할 정도였다. 파의 풍미가 멸치의 비린 맛을 잡아주었달까? 평소에 파를 넣어서 이렇게 조리할 생각을 못하고 주로 양념으로만 써왔는데, 보통 두가지 정도의 심플한 재료를 잘게 썰어 볶는다는 일본식 볶음밥은 새로운 만남이었다. 아이 요리책이 아닌 일본 가정식 책으로 유아 반찬까지 한끼 해결하니 더욱 마음이 든든.
맛있어 보이고 정갈해보이는 메뉴가 무척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해보고 싶은, 먹어보고 싶은 메뉴가 바로 연근 버거였다.
고기는 하나도 들어가지 않고 연근과 오트밀 등으로 만든 버거. 사실 말만 들으면 어떤 맛일지 기대가 되지 않는다. (내가 워낙 육식을 좋아해서 말이다.) 그리고 마이크로비오틱 식단에 관련된 여러 종의 책이 있었음에도 사실 직접 시도해본 적은 없었다. 힘들여 만들었다가 실패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으로 말이다. 그 두려움을 떨쳐내게 만든것이 바로 저자의 설명이었다. (바로 이런 생생한 체험담이 뒷받침되면 주부들은 따라할 용기를 갖게 된다.) 모 마크로비오틱 식당에서 먹어본 연근버거가 정말 너무 맛있어서 그 맛을 재현하기 위해 집에서 노력한 결과 얻어낸 자기만의 노하우 레시피라는 것.
아, 놀라운 맛인 그 연근 버거의 맛이 정말 궁금해졌다. 오트밀 (귀리)을 한번도 구매해본적이 없어서 (항상 요리하기 전에 집에 없는 재료들이 발목을 붙잡는다) 아직 못 해보았지만, 꼭 그래도 연근버거는 해보고 싶다. 가족들과 함께 고기가 아닌 연근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특히나 우리 아기 건강을 위해 연근으로 맛있는 버거를 만들어주고 싶다.